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
제7장 잔당 소탕 (1)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 위치한 미국 자치령 괌.
괌은 예로부터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였으며 한때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섬으로 손꼽히기도 하였다.
수많은 놀이 시설들과 호텔들이 즐비했었지만, 몬스터 사태가 발발한 이후로 괌 15개 섬 중, 북쪽에 놈들의 주둔지가 생기면서 관광객은 급속히 줄었다.
한때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호텔들과 놀이 시설들이 파괴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잠잠해진 상태였다.
몬스터가 요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라 관광객은 예전의 1할도 되지 않을 만큼 줄었다. 그 때문에 자치령은 파산 직전에 직면하였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었다.
“와아!”
도착하자마자 샤렐이 감탄사를 뱉어 냈다.
서울은 꽤나 쌀쌀했지만, 이곳에서는 비키니를 입어야 할 만큼 날이 더웠다.
이미 옷 속에 비키니를 입고 온 샤렐은 겉옷을 벗고 입수했다.
풍덩!
“아론! 들어와요!”
“그러지.”
한성 역시 수영복을 안에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도 바닷물에 입수한다.
“푸하! 좋군.”
“그렇죠?”
샤렐이 한성을 등 뒤에서 끌어안는다.
“이이익!”
유설화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옷을 벗었다.
하지만 역시나 샤렐에 비한다면 빈약한 볼륨이었다. 카렌 대륙 정통 미인들은 볼륨감이 뛰어났는데, 한국 여자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유설화도 바다에 뛰어들었다.
“왜 그렇게 머뭇거려?”
“몸매 차이가 나서요.”
“나름대로 귀여워서 괜찮아.”
“맞아. 그 정도면 귀여운 축이지.”
“됐어요!”
유설화는 저 멀리 수영을 해서 사라진다. 괜히 열등감에 싸여 있는 것이 확실하였다.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여 사람이라고는 몇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변해 버린 괌. 덕분에 한성과 일행들은 바닷가를 전세 낸 듯이 누빌 수 있었다.
괌 해변에 위치한 마리나 호텔.
이곳 호텔도 몬스터의 습격으로 곳곳이 반파되었지만, 어찌어찌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얼마 전에 재오픈을 하였다.
역시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성은 스위트룸에 묵게 되었는데 방이 세 개나 되었으며 화장실은 두 개다.
씻고 난 후에 테라스로 나왔다.
휘이이잉!
따듯한 바람이 불었다.
한성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구로 돌아온 후 휴식을 취한 것이 얼마 만일까. 입시 전에는 매일 공부를 한다고 고생했고 최근에는 전쟁을 벌이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이제 대학에도 들어갔고 미국과의 전쟁도 정리가 되었다. 그러니 이런 휴식을 가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가볍게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샤워를 마친 샤렐이 머리를 털며 나온다.
“제국의 유스란 자치령이 생각나네요. 그곳의 전경도 이만큼이나 아름다웠잖아요?”
“사실 유스란 자치령의 전경이 더 좋았지.”
“우리가 이렇게 즐기고 있어도 되나 몰라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
“오빠는 지금 어찌 지내고 있을지.”
“그 녀석은 괜찮을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고생스럽기는 해도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몰라 은신처를 마련해 두었으니까.”
“그건 알고 있지만 은신처에 들어가지 못했을 경우에는…….”
“내가 만든 가디언이 놈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7서클 마법과 소드 마스터의 영혼을 봉인하여 만든 놈이니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
“고마워요.”
“무엇을?”
“마지막 순간까지 저희 남매를 생각해 주셨군요.”
“당연한 일이지.”
샤렐이 한성의 무릎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설화도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데, 그녀 역시 한성의 무릎에 앉았다.
“단둘이 있게 하지 말아야겠어요.”
“우리는 약혼을 했는데? 곧 결혼할 것이고.”
“누구 마음대로요?”
유설화는 눈에 쌍심지를 켠다.
한성은 그녀의 그런 모습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것은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하는 질투가 아닐까. 카렌 대륙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샤렐은 전혀 질투를 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샤렐이 먹여주는 샴페인을 입에 머금는다.
‘그 녀석은 정말 잘 지내고 있으려나.’
* * *
천년제국 라키어스의 수도 자벤.
오랫동안 이어 오던 라키어스 황가는 멸망을 맞고 말았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랭턴 공작은 결국 반역을 일으켰고, 제도를 집어삼켰다. 제도를 비롯한 제국 중부는 랭턴의 손에 떨어졌으며 그들은 황제를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황제가 사라진 지 수년이 흘렀으나 랭턴은 아직까지 그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에는 황제의 죽음을 공표했다.
황가가 멸망을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랭턴 공작은 제국을 완전히 평정하지 못하였다. 천 년 동안이나 제국을 유지해 왔기에 황가에 충성하는 골수분자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제국 중부는 신 황가에 복속되었으나 나머지 지방들은 두 개의 세력으로 양분되었고, 결국 삼파전이 되었다.
황제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졌으나 칼번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것도 지하 세계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칼번은 정좌를 하고 있었다.
이곳 지하는 옛 친구인 아론의 은신처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가디언이 지키고 있었다.
이 강철골렘은 7서클의 마법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였다. 필요할 때에는 인간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었다.
단둘이 살아가고 있었으나 그는 때를 기다렸다.
“후욱!”
자리에서 일어난 칼번은 검을 들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검술을 연마하는 데 주력하였다. 자신의 모자람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결국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올랐으나 그 이상은 깨달음이 필요했다.
스팟! 스팟!
곳곳에 검흔이 새겨진다.
“하아아…….”
수련을 마친 칼번은 지하수를 퍼서 샤워를 했다.
가디언의 이름은 카일이었다. 이는 아론이 떠나기 전에 붙여 주었던 이름이었다.
카일은 그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고맙군.”
-…….
“무뚝뚝한 녀석.”
칼번은 1년 전의 위기 상황을 떠올렸다.
카일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지하수로에서 죽음을 맞았을 것이었다.
1년 전, 칼번은 여동생을 떠나보낸 후에 지하수로에서 무려 한 달 이상을 버텼다. 샤렐이 성공하였음을 깨달은 그는 다른 은신처를 마련해야 했다.
틀림없이 친구 녀석이 온다면 오자마자 황궁을 박살 내고 랭턴 황가를 무너뜨릴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식도 떨어진 지 오래였다.
모두가 죽고 혼자 살아남은 그는 음식을 구하기 위하여 빈민가를 떠돌았다.
유리걸식을 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었으나 역시나 고귀한 신분으로 살아온 그가 쓰레기통을 뒤진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날 역시 그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다 썩어 가는 음식들과 먹다 남은 잔반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다.
지금은 거지로 위장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는 비교적 멀쩡한 사과를 발견했다. 비록 반쯤은 썩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것이 있으면 오늘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아삭!
그는 사과를 베어 물었다.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네놈은 누구냐?”
웬 거지들이 칼번의 주변을 둘러싼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여기는 우리 구역이다.”
“구역? 거지에게 구역도 있나?”
“감히 여기서 쓰레기통을 뒤져? 누구 허락을 받은 것이냐?”
“허락이라니. 쓰레기통을 누구 허락 받고 뒤져야 하나?”
“개자식! 밟아!”
퍽퍽퍽퍽!
놈들은 칼번에게 달려들었고 검도 없이 맨손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칼번은 맞으면서 사과를 모두 먹었고 엉금엉금 기어 그 틈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달렸다.
“저놈 잡아라!”
“이런 젠장.”
거지들의 세계에도 룰이 있었으나 황제로 살아온 칼번이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었다. 그 때문에 별일도 아닌 것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거지로 구걸을 하여도 거지 왕초에게 일정 부분을 바쳐야 하고 제도에도 그런 세력이 몇이나 있었다.
그것을 알지 못한 것은 칼번의 미스였다.
한데 이것이 칼번을 사람들의 눈에 띄게 만들었다.
민심은 흉흉했고 군사들은 잦은 순찰을 했다. 그러다가 거지들의 싸움을 보게 된 것이었다.
거지 싸움이야 흔하게 있는 일이었으나 척 보아도 칼번의 얼굴은 범상치가 않았다. 아무리 거지로 위장을 했어도 자세히 보면 의심이 들 만하였던 것이다.
“멈춰라!”
병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칼번은 거지들에게 덜미를 밟혀 맞고 있었는데, 상태가 썩 좋지 못하였다.
“으으으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그들은 마법 수배 전단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마법적인 처리를 통하여 황제의 얼굴을 박아 놓았는데, 눈앞의 거지와 생김새가 흡사하였던 것이다.
“칼번 황제다!”
“뭣이?”
“황제를 찾았다!”
삑삑삑!
호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칼번은 병사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놈들의 목젖에 박아 넣었다.
푸하하학!
허공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는 일어나 달렸다.
병사 둘은 처리했지만,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병사들이 그 뒤를 쫓았으며 급기야는 기사단까지 출동했다.
거지로 며칠 살아온 칼번은 제법 빈민가에 능숙하였다. 그 때문에 골목골목을 누볐지만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거지들에게도 쫓겼고 구타를 당했기에 몸도 멀쩡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막다른 골목에 갇히고 말았다.
기사단이 칼번을 둘러싼다.
촤르르륵!
그들이 갈라지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폐하. 오랜 만에 뵙습니다.”
“갈튼 경!”
황제 친위 기사단의 기사였던 갈튼이었다.
꽤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는 랭턴 공작의 휘하에 들어간 것이었다.
칼번의 얼굴이 떨렸다.
“어찌 된 일인가?”
“죄송합니다. 천지가 개벽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황가를 배신하는 것인가?”
“살기 위한 발버둥이지요.”
그는 손을 들었다.
꽈드드드득!
기사들은 화살을 들었다.
랭턴 공작은 황제를 보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를 깨끗하게 죽여야만 제국을 손에 넣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발사!”
핑핑핑핑!
화살이 발사되었다.
칼번은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여기서 끝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막고 있었다. 남자의 입에서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칼번…… 내가…… 지킨다.
서걱서걱서걱!
그는 몸을 날렸고, 순식간에 십수 명의 기사들을 도륙했다.
그야말로 양 떼에 뛰어든 늑대처럼 오러 블레이드로 목을 따 버렸던 것이다.
“너는 대체……?”
-주인님……, 아론 주인님께서 나를 만들었다. 너를 지키라고.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
-은신처…… 있다.
칼번은 친구를 생각했다.
놈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배려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