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31
제11장. 선언하다 (3)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카일 웨딩샵.
한성은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유설화는 역정을 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제시간에 도착한 것 아니냐?”
“그렇지 않아요!”
유설화는 화를 냈다.
한성은 이해하지 못했다.
“최소한 30분 전에 와서 기다려야죠!”
“이렇게 왔으니 된 것이지. 그럼 결혼하지 말까?”
“그, 그건 안 돼요!”
상황은 역전되었다.
딱히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유설화는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연인 관계에서도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들어가요.”
웨딩샵에서도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드레스를 입을 때 어떤 것이 좋은지 골라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성은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왜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하려는 건지.”
“그러니까 말이에요.”
기다리는 동안 한성은 샤렐의 다리를 베고 있었다.
여직원이 다가와 차를 내어준다.
“친척분이신가 봐요? 혼혈이신가?”
“제 마누라입니다.”
“예?”
순간적으로 여직원의 얼굴이 알 수 없게 뒤틀렸다.
* * *
여직원의 표정은 뒤틀렸지만 곧바로 풀렸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직원은 순수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니까 친구분이 결혼하시는 거네요? 신랑분이 아직 오지 않으셨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착각은 자유다.
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요. 제가 신랑입니다.”
“결혼하셨다면서요?”
“했지요.”
“저분은 신부님이시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혼…하시고 결혼하시나요?”
여직원은 뭐 이런 막장이 다 있냐는 듯이 한성을 바라본다.
이혼한 커플이 사이좋게 있었고 새 장가를 가는데 신랑이 전 와이프의 다리를 베고 있는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이것은 드라마에서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다.
“그것도 아닙니다.”
“아니, 그럼 도대체가…….”
“이 사람도 마누라고, 저 사람도 마누라입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됩니다.”
여직원은 샤렐을 바라보았다.
“그게 뭐 어때서요?”
“하하하…….”
“문제 있습니까?”
“없어요. 암요. 당연히 없죠.”
그녀는 그렇게 물러난다.
이 세상은 능력 있는 자의 것이었다.
마누라가 두 명이든 세 명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게다가 한성은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었다. 공식적으로는 샤렐과 한국에서 결혼할 수 없었기에 이곳에서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심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성은 샤렐과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웅성웅성.
다만 직원들이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방금 다녀간 김민정이 다시 다가왔다.
“신랑님, 준비되셨나요?”
“됐습니다.”
한성은 아직도 샤렐의 다리를 베고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촤악!
곧 드레스 룸이 열린다.
그곳에서는 유설화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샤렐은 감탄했다.
“와아!”
“…….”
한성 역시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녀는 백의의 천사 그 자체였다.
“와아! 신부님이 정말 아름다우세요.”
“험험. 그렇군요.”
“어째 반응이 미적지근한데요?”
유설화는 살짝 토라진다.
한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
“헤헤헤.”
“다음 드레스, 보실까요?”
“딱히 그렇지 않아도…….”
“아직 다섯 벌이 남아 있어요.”
“뭐라고요!?”
한성은 놀람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 종일 드레스를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실제로 하루 종일은 아니겠지만, 한성에게는 영원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앞으로 두 벌만 더 봅시다.”
“왜요? 다 다른 드레스예요.”
“내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데.”
“쳇. 저 사람이 저렇다니까요?”
“다음 드레스로 갈아입겠습니다.”
“그러든지요.”
촤악!
커튼이 쳐진다.
한성은 샤렐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이런 지옥이 있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한성은 차라리 잠을 좀 자기로 하였다.
우두둑! 우두두두둑!
한성은 굳어져 있던 뼈를 풀어내었다.
시간은 언젠가는 흘러간다.
오늘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다. 설마하니 드레스를 입는 작업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기로 결정되어 있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쫓아온 것이었다.
유설화도 한성의 그런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결혼까지 하는 마당에 한성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아니다.”
“그래도 인내하셨잖아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와아! 정말 많이 발전하셨어요!”
유설화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까지 감정 표현에 조금 서툰 감이 있었다. 그것은 한성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남자들의 특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샤렐이 유설화와 한성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국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거 좋지.”
“언니도 한국 사람이 다 되었네요?”
“아마 그런가 봐.”
그들은 국밥집에 들르기로 하였다.
후루루룩!
콩나물 국밥이었지만 맛이 썩 괜찮았다.
마치 노가다를 뛴 후에 먹는 국밥 같은 느낌이다. 물론 한성도 눈치가 있었으므로 그렇게까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국밥집에도 온통 대선후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TV에서는 후보의 지지율까지 나오고 있었다.
[천상의 기사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99%의 지지율이라니,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반드시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99%라면 거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실시하는 조작 선거와 비슷한 수치인데요, 국회에서는 나이 제한을 없애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천상의 기사는 20대인가요?] [그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말로 이것은 하나의 붐이라고 할 만하였다.
전 국민이 한성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유설화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부인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우선적으로 출마를 하려면 내 정체가 드러나야겠지.”
“그것이 싫은 건가 봐요?”
“당연하지.”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선적으로 한성은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렸다. 언론에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성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것저것 귀찮아.”
“뜻을 밝혔으니 알아주겠죠.”
“저게 내 뜻을 알아주는 행동인가?”
“그건 그렇지만요.”
나오는 것은 한숨이다.
괜히 이곳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앞으로는 TV를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국밥 집에서 나온 한성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국밥 집 앞에서 기다리자 리무진이 달려온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강유정이 직접 한성을 에스코트하였다.
“가도록 하지.”
한성은 리무진에서의 아쉬움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 역시 유설화를 아내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으므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서울 시내는 상당히 막히는 편이었지만 상관없었다.
한성은 의자에 깊게 몸을 파묻는다.
“오늘따라 막히네요.”
“괜찮다.”
그런데 차가 전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지이잉.
차문을 내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촛불을 하나씩 들었으며 그 행렬이 끝도 없었다. 그러고는 결정적으로 거대한 현수막들이 곳곳에 보였다.
[천상의 기사를 대통령으로!]결국 목적은 그것이었다.
한성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것.
이것은 전 국민의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