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62
제2장. 가면의 신룡 (2)
한성은 대기실에서 복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렇게 언론 인사들까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박종진에게 부탁을 하였더니 일을 너무 크게 벌여 놓은 것이다.
“하여간 대통령의 통은 알아주어야 해.”
한성은 고개를 흔든다.
아예 공개적으로 바둑 대회라는 명칭을 붙였다. 상금이 5억이나 걸린 단판의 승부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둑기사의 도전에 언론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똑똑.
“들어오세요.”
“기사님, 대국 준비 끝났습니다.”
“곧 가죠.”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명의 미녀를 거느린 가면의 기사. 아마 오늘 저녁쯤이면 대이변이 일어났다며 대서특필될 것이었다.
한성이 나오자 앵커들이 앞다투어 멘트를 날린다.
-가면의 기사가 도착했습니다. 이미 이민재 9단은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대국이 펼쳐질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성은 이민재 9단의 앞에 앉는다.
“자네가 흑돌을 하겠나?”
“백돌을 하도록 하죠.”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단도 없는 애송이가 백돌이라니. 도대체 어떤 자신감에 그런 것인지 이민재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먼저 하면 유리하다.
이민재는 거침없이 돌을 두기 시작하였다.
한성은 백돌을 잡아 전투를 벌일 포석을 깔기 시작하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도 없이 많은 대국들이 들어 있었다. 또한 어찌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전투는 중앙에서부터 벌어진다.
이민재 9단은 방어형 기사였다. 모든 전투를 효과적으로 막아 내고 최선의 수를 두어 대국 전체를 승리로 이끌어 가는 타입이다.
그에 비하여 한성은 공격적인 타입이다. 가능한 수는 모두 계산을 하였으니 빠르게 대마를 잡아 가고 있었다.
탁! 탁탁!
돌을 두는 소리만 들린다.
중앙의 전투는 초반, 한성이 들어갈 틈 없이 전개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민재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전투는 북쪽으로 치달았는데 자신만만하던 이민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후욱!”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것은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에서 시작된 전투는 전 바둑판으로 번졌다.
그야말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한성은 앞으로 수십 수 이상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하나씩 집중한다.
이민재는 여전히 철옹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너지려 하다가도 다시금 전세를 회복하였으며 역공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한성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후우.”
한성도 숨을 몰아쉬었다.
주변은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선수들이 대국에 집중하게 하기 위하여 그들은 방송실에서 중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스피커를 틀어 둔 것뿐이었다.
이민재가 점차 밀리기 시작하더니 중후반에 가서는 기세가 크게 꺾였다. 한성은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
결국 대마가 잡혔으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허어!”
그는 탄성을 내질렀다.
이민재가처음 보는 청년에게 패했다. 이민재 본인에게도 충격이었지만, 그것은 언론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졌네.”
“좋은 승부였습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국은 종료되었다.
아마 이전 같았으면 한성이 승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파고의 지식을 흡수하고 난 이후에는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한성은 이 바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데 자네는 누구인가?”
“지금처럼 가면의 기사라고 불러 주십시오.”
“허허허허!”
이민재는 허허로운 웃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패했으니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민재는 한성에게 조언한다.
“엄청난 맹공이더군. 처음 보는 스타일이었기에 당황했다네. 그렇다고 자네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야.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니까. 하지만 조금은 수비도 생각을 하였으면 좋겠군.”
“조언 감사드립니다.”
이민재는 그렇게 돌아섰다.
한성은 잠시 대기실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한성은 외투를 벗었다.
얼마나 긴장하였는지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
한 판의 바둑이었지만, 그것은 거대한 전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결국 승리하였으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해 내어야만 하였다.
샤렐과 유설화가 땀을 닦아 주었다.
“괜찮아요?”
“그럭저럭.”
“이렇게 땀을 흘리는 것은 처음 봐요. 어떤 전투가 벌어져도 이 정도는 아니던데.”
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좋은 승부였어.”
“저는 바둑을 잘 모르지만 꽤 발전한 것 같네요.”
“비약적인 발전이지.”
마왕과의 대국은 어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의 대국만 보면 다음 대국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성은 땀을 닦은 후에 다시 가면을 착용한다.
이민재를 꺾어 버린 한성이었으니 이제 다음 대국 상대를 지목해야 한다.
다음 대국에서도 이기고 나면 마왕에게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마검을 손에 쥘 것이었다.
한성은 천천히 회견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미 세상의 관심은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천상의 기사로서가 아니가 바둑기사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회견장에 앉는다.
“가면의 기사입니다.”
“이번에 가면의 신룡이라는 칭호를 얻으셨는데요, 다음 대국 상대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누구를 지정하실 생각입니까?”
“유창호 9단을 지목합니다.”
“……!”
사람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유창호 기사라면 한국 최고의 실력자였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아직까지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세계 10위의 이민재 기사를 꺾은 것은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지만, 설마하니 그가 한국 바둑계의 전설이라는 유창호에게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다음 대국은…….”
“정부가 주최할 것입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한데 왜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입니까?”
“화상 자국 때문입니다. 곁의 여자들은 제가 가면을 쓰니 따라 쓴 것이고요.”
“조금 납득이…….”
“저는 가보겠습니다.”
한성은 회견장을 빠져나간다.
박종진은 청와대에서 진지하게 대국을 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천상의 기사가 무엇 때문에 바둑에 관심을 두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종진은 아니었다.
그는 천상의 기사가 바둑에서 승리해야만 마검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유그드람의 격멸과 이어질 것이었다.
박종진은 이한성이 승리하자 탄성을 내뱉는다.
“와아!”
“그가 이겼군요?”
경호실장도 함께 대국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천상의 기사가 저렇게 바둑을 잘 두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큰 화제가 될 겁니다. 아마 바둑이 살아나겠지요.”
“허허허! 그럴지도 모르겠군.”
“한데 다음 대국도 그가 지정했습니다. 어쩔까요?”
“어쩌기는? 해야지.”
“한데 각하, 도대체 그가 왜 바둑을 두는 것입니까?”
“취미 아닐까?”
“취미라니…….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사람이 말입니까?”
“천상의 기사라고 취미를 갖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요.”
“준비하게.”
그 시각.
강원도 삼척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유창호는 오늘 갑자기 나타난 가면의 기사에게 상당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웬 애송이인가 싶었는데 대국을 지켜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놈은 달랐다.
얼마 전 그는 랭킹 5위의 한국기사 이만춘 9단과 인공지능 로봇 엘파고와의 대전을 본 적이 있었다. 속단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느낌으로는 엘파고와의 대결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운데.”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그의 제자인 김요한 6단이 묻는다.
그가 웃으며 말한다.
“엘파고와 같은 전략을 쓰는 기사가 있어서 말이야.”
“혹시 가면의 신룡 말입니까?”
“그가 가면의 신룡이라고 불리나?”
“언론에서는 이미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입니다. 본인 스스로는 가면의 기사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가면의 신룡이라고 다시 붙여진 것이지요.”
“어쨌든 흥미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그가 대국을 신청하였다면서요?”
“언론에서 나를 지목한 것이지.”
“하하하! 아무리 그가 엘파고와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신 선생님과의 맞수는 무리가 있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타다다다다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헬기가 떴다.
마을에는 헬기장이 없었는데, 마을회관 쪽으로 날아간 모양이었다. 그나마 그곳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으므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그곳에 헬기가 착륙할 수 있었다.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는 제자와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가 키운 바둑의 기재 김요한은 매우 뛰어난 오성을 가지고 있었다. 잘만 교육시키면 세계적인 바둑 스타가 나올지도 몰랐다.
후우우웅!
그의 집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도착했다.
유창호의 아내인 김인숙이 달려온다.
“여보, 손님들이 오셨어요.”
“손님들이라고?”
“정부에서 오신 분들 같은데…….”
“정부라고?”
그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대국에서 놈이 자신을 지목한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정부에서 나올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주변으로 경호원들이 깔렸다.
“무슨 일이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저는 대통령 비서실장 강석하라고 합니다.”
그는 명함까지 내밀었다.
“한데?”
“이번 게임에 참가해 주십사 방문 드렸습니다.”
“가면의 신룡과의 대결 말이오?”
“그렇습니다.”
“싫다면?”
“온갖 제재를 당하시겠죠.”
그의 얼굴이 구겨진다.
도대체 가면의 신룡이 누구이기에 이 호들갑을 떤단 말인가.
강석하는 유창호의 신경을 긁어내린다.
“설마 패할 것을 우려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는 이민재 9단을 꺾었고 엘파고와 대국을 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바둑계의 판단입니다.”
“흥! 그깟 애송이야 찍어 누를 수 있지.”
“그렇다면 대국을 기다리겠습니다.”
유창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놈이 누구이건 바둑은 실력으로 말한다. 그깟 허영만 든 애송이는 언제라도 누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