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23
제10장 처분 (1)
저벅저벅.
한성은 천천히 옥좌로 걸어가고 있었다.
대전에는 아르곤 왕국의 귀족들이 모두 무릎 꿇려 있었다.
아르곤 국왕은 고개를 조아리고 자비를 구하는 중이다.
“폐하!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제가 불민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부디 자비를…….”
“틀림없이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아는데? 너희는 30분을 넘겼다. 그러니 이런 처벌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하나 노예는…….”
“그럼 목을 쳐서 효시해 줄까?”
“…….”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성은 분명 절충안을 제안하였다.
한성이 오자마자 백기를 내걸었다면 최악의 사태는 면하였을 것이다. 국왕이 노예가 된다는 것은 놈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었다.
평생 관노비로 살아야 할 것이었으며 온갖 부역에 시달릴 것이다.
놈이 국왕 출신이라고 하여도 자비는 없었다.
기사단장 루하스가 달려온다.
“카이 폐하! 지하에 수상한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상한 시설이라?”
“이상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수많은 여자들의 심장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대악마를 소환하려 하였나?”
“그것이…….”
“쯧쯧, 멍청한 놈들. 지금 마계는 파업 상태라는 것을 모르나?”
“예?”
“마계의 업무는 중단되었다. 놈들은 지구로 넘어갔지. 지구에서 소환한다면 모르겠지만 어리석게도 이곳에서 소환하려고 하였군, 아르곤 국왕.”
“예, 폐하.”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분명히 대륙에 소문을 냈을 것이다. 제국에서는 마족들이 지구를 침공하였고 그다음 타깃으로 카렌 대륙을 지정하였다고 하였을 텐데.”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뭐라?”
“대륙일통을 위한 수단으로 그리 말씀하신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이 멍청한 놈!”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놈은 한성이 흘린 정보를 믿지 못하여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이었다. 아마 연맹 전체가 그리 설립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네놈을 노비로 만드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구나.”
“카이 폐하!”
“저놈들을 치워라!”
“옛!”
“그 전에 노예의 인장을 찍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고.”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폐하!”
귀족들이 질질 끌려 나간다.
한성은 기지개를 켰다.
오늘 저녁을 이곳에서 먹겠다고 하였지만 그 정도도 걸리지 않았다. 한성은 이곳에 온 지 정확하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왕국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수도에 메테오가 떨어지기 직전에 국왕이 직접 항복하였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었으니 왕국의 영지들은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제국에 충성하는 것이 그나마 귀족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왕궁 지하 감옥.
이곳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르곤 국왕은 졸지에 노예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노예의 인장이 찍혀 관노로 전락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제국 병사가 되었지만 원래는 루타인 왕국의 중앙군이었던 정예 병사들이 그들을 질질 끌고 왔다.
“이놈들! 나는 왕국의 국왕이니라!”
“아직도 입이 살아 있군.”
“놔라! 놔라!”
“백부장님, 어쩔까요?”
“그냥 입을 지져 버리도록 하지.”
“……!”
백부장의 말에 아르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래도 왕국의 국왕인데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잠깐!”
“이미 늦었다.”
“찍어라! 입을 다물겠다.”
“그럼 비명을 지르면 입도 지져 버리겠다.”
“그런!”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악!”
아르곤은 비명을 내질렀다.
전신이 떨려 오고 있었다. 생전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아르곤은 태어난 순간부터 왕세자였으며 제왕학을 익히며 국왕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국왕으로 즉위하였으며 지금까지 세력을 꽤나 확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고통은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가 비명을 지르자 백부장은 친히 입을 지져 버렸다.
치이이이익!
“우우우우욱!”
아르곤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르곤 왕국의 귀족들은 혀를 내둘렀다. 일개 병사들이 왜 이렇게 잔인한지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백부장 라틴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폐하의 지시였다.”
“그럴 리가!”
“너희는 처녀들의 심장을 꺼내 제물로 삼았다.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하였으니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순순히 인장을 찍어라. 이 짝이 되기 싫다면 말이야.”
“크으으윽!”
치이이이익!
차례대로 인장이 찍힌다.
귀족들은 죽어라 비명을 질러 댔다.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인하여 그들은 귀족에서 노예로 강등되었다.
대륙연합의 모체인 아르곤 왕국이 무너졌다.
이 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으며 연합에 소속된 모든 왕국들은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아르곤과 더불어 3강으로 불리는 카트라 왕국 국왕과 라온 왕국의 국왕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이 사실인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아르곤 국왕 전하의 이마에 노예의 인장이 찍히고 입가가 문드러졌다고 합니다!”
“소환 의식이 실패한 건가?”
“그렇사옵니다.”
웅성웅성.
내부에서 소란이 일었다.
아르곤은 수도만 무너졌을 뿐이었지만 소식을 전해 들은 귀족들은 알아서 영지를 제국에 바쳤다. 왕국에 대한 충성보다는 기득권 유지를 선택한 것이었다. 하기야 그런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참모장 리타인 공작이 입을 열었다.
“항복이 낫겠습니다.”
“뭣이?”
“메테오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떨어지기 직전에 멈추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메테오를 막을 수 있는 분이 계십니까?”
“그것은…….”
“그러니 항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는 마계의 마왕과도 싸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한낱 인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지요.”
“나는 반대일세.”
라온 국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카트라 국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참모장과 생각이 같았던 것이다. 아론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라온 국왕, 이대로 가는 것이오?”
“전쟁을 준비하는 수밖에.”
“남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시오?”
“차라리 죽고 말지, 자존심을 버릴 수야 없지!”
라온 국왕은 굉장히 호전적인 사내였다.
물론 그 기원이 본인의 강함이라면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그는 소드 마스터였으며 실로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여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상식적으로 국왕이 왕국 최고의 기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라온은 어려서부터 검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노력을 거듭하여 소드 마스터가 된 것이었다.
그의 호전성은 이미 주변국에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전쟁이란 그런 호전성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카트라 국왕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흥! 제국의 개가 되어 보라지!”
라온과 휘하 귀족들이 빠져나간다.
리타인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분열이로군요.”
“참모장, 이제 우리는 어쩌면 좋겠나?”
“제국에 편입되어야 합니다.”
“자존심이 무너지겠군.”
“그 대가로 목숨을 구하게 되겠지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세는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 남은 사람들 중에서 아론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성은 옥좌에 앉아 있었다.
이런저런 갑론을박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급 관료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지금 상황을 시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성은 연회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이 폐하?”
“응?”
“영지들은 그대로 유지합니까?”
“유지해야겠지. 하지만 그들은 처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제국의 군대가 주둔하기도 해야 할 것이고 대대적인 개편이 있겠지.”
“그 문제는 어찌 다룰까요?”
“제국에 전보를 쳐라.”
“그리하겠습니다.”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왕국이 점령된 이후였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왕국에서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미 제국은 무서운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굳이 한성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제국에 흡수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한성에게 있어 대륙일통전쟁이란 그런 것이었다.
유그드람이 신경 쓰이는 것이지, 인간 왕국이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단장!”
“옛, 폐하.”
“그보다 연회 준비는 어찌 되었지?”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불렀던 무희단을 부르도록 해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한성은 자리에서 내려온다.
더 이상은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래 봤자 심력만 소모할 뿐이었다.
자잘한 일들은 하급 관료들이 처리해도 충분하다.
“저녁에 깨워라.”
“그냥 가십니까?”
“사소한 일에 내가 나설 필요가 있나?”
“그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까 놀 때나 부르라고.”
한성은 손을 내저었다.
남은 사람들은 그런 한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대단하신 분이로군.”
“아예 왕국 내부는 신경을 끄시겠다는 뜻이겠지.”
“스케일이 다르단 말이야.”
한성의 이미지는 천외천의 반신으로 굳혀지고 있었다. 그의 말이 곧 법인 세상이 카렌 대륙에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