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29
제1장 전설의 기사 하멜 (1)
하멜은 기절해 있는 상태였다.
태어나서 이토록 강한 상대는 처음이었다. 단순히 라온 왕국의 멸망만 막아 내기만 하면 그뿐인 하멜은 아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여도 이렇게까지 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하멜은 라온 왕국과 맹약으로 묶여 있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아론과 대결을 한다고 하여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완패하였다.
“으음…….”
그는 기절에서 깨어난다.
“크으으윽!”
온몸이 결박되어 있었다.
그는 마력을 끌어 올리려고 하였으나 완벽하게 제어가 되어 있었다.
눈앞에는 악마와 같은 아론 놈이 흥미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수 마력만으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다니,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로군.”
마치 실험체를 보는 듯한 눈이다.
하멜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를 어쩔 셈이냐?”
“노예가 되어라.”
“뭐라고? 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노예로 살아온 하멜이었다. 물론 왕국의 수호기사로서 왕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지만 그 굴레는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아직까지도 맹약으로 묶여 있을 것이다.
왕국의 멸망을 막는 것이 임무였으니 아마 새로 후계자를 찾아 라온 왕국을 재건해야 할 임무까지 맡게 될 것이었다.
하멜은 고개를 흔들었다.
“미친 소리.”
“그럴 줄 알았다.”
“흥!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물었다는 거냐?”
“마르엘 부단장!”
“옛, 폐하!”
“놈을 매우 쳐라.”
“어떻게 치라는 것인지……?”
“노예가 된다고 말할 때까지 쳐 보라는 것이다.”
“명을 실행하겠나이다!”
퍽퍽퍽퍽!
명을 받은 마르엘은 하멜을 쥐어 패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피가 터질 때까지 패기 시작하였는데 그 소리가 매우 끔찍할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론은 의자를 끌어와 근처에 앉았다.
“술상을 봐 오도록 하라!”
“옛, 폐하!”
“크윽! 이런 잔인한!”
“하하하하! 더욱 패라!”
이제 보니 아론은 악마보다 더한 놈이었다.
그의 가문 자체가 마족에 의한 저주에 걸려 있었지만 사람을 이렇게 고문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비명 소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하율은 곁에서 술을 따라 주고 있었는데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을 고문하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하,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건지…….”
“당연히 있지.”
그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은 절대적인 실력자 하나라도 부족한 판국이지. 마계의 놈들이 언제 이곳으로 쳐들어올지 알 수 없고, 잘못하면 대륙 전체가 피로 물들 것이니까. 그렇다면 그랜드 마스터 하나가 추가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조금은 더 수월하겠죠.”
“그래, 이것은 생존의 문제거든.”
한성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다만, 한성은 이렇게 구타를 즐긴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굳이 자신의 여자에게 그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퍼버버버벅!
“끄아아아아악!”
퍽퍽퍽퍽!
마르엘은 그야말로 신명 나게 놈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쯧쯧. 그런 것을 구타라고 하는 거냐?”
“황공하옵니다.”
“비켜 봐라.”
한성은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노예가 되어라.”
“싫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그래야만 대륙의 멸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의 멸망 따위 내가 알 바 아니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군. 퉤!”
한성은 피 묻은 몽둥이에 침을 뱉었다.
후우웅!
그는 풀 스윙을 하여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퍼어어어어억!
“커어어어억!”
퍽퍽퍽퍽!
그러고는 사정없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하율의 앞이었으므로 더 이상의 고문은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율이 없었다면 더한 고문을 수도 없이 하였을 것이다.
한성은 ‘대의’를 내세웠다.
“네놈은 세계의 멸망 따위 상관없다는 말이지?”
“끄아아아악! 내가 왜 세상의 멸망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놈 보게. 인류애 따위는 없다는 뜻이네.”
“인류 따위, 알 바 아니지.”
퍼어어억!
“커어억!”
“그 때문에 네가 맞는 것이다.”
이제 놈을 두들겨 패는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성은 단순히 자신의 욕심 때문에 놈을 고문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사람 패는 것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이곳에서 굳이 그것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한성은 인류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다.
퍼버버버벅!
고문이 가해지고 있을 때, 하율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맨 정신으로 이런 장면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고문을 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 때문이로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마마.”
“마마라는 호칭은 좀…….”
“이미 소문이 자자한데요, 뭐.”
마르엘은 고개를 숙였다.
아론의 여자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 하나만으로 지위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였다.
“폐하께서는 고문을 즐기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를 억지로라도 부리지 않는다면 엄청난 손해입니다.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렇군요.”
“폐하께서도 내심 마음이 아프실 겁니다. 사람 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하여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것이 남자들의 세계이기도 하고요.”
“남자들의 세계…….”
마르엘은 거침없이 이것을 남자의 세계라고 포장하였다.
그렇게 포장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마르엘은 무조건 아론과 그의 부인인 하율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만약 아론이 폭력을 즐긴다고 하여도 그리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하하하하하!”
아론은 웃으며 사람을 패고 있었다.
마르엘이 보아도 섬뜩한 장면이었지만 이것은 포장되어야 한다.
“험험, 아론 폐하께서 저렇게 보이셔야 굴복할 겁니다.”
“하기야, 최대한 잔인하게 보여야겠네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웃는 것은 아무래도 좀…….”
“고문 기술자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설득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하율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엘은 속으로 진땀을 뺐다.
악마조차 고문한다는 소문이 있는 아론이었다. 하지만 하율은 그런 소문을 모르는 것 같았고, 안다고 하여도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치부해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사명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한편, 한성은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놈은 명실상부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랜드 마스터라면 현경이라는 뜻이었는데 그보다 더 강력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애초에 단전도 없이 수련으로 몸속에 스며드는 마력만으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수련했다는 뜻이다.
놈은 30대 초반으로 보여도 실질적인 나이는 쉰 살이 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성은 몽둥이를 놓았다.
“끈질긴 놈이네.”
“아무리 때려 봤자…….”
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고문만으로는 놈을 설득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하멜의 입이 열렸다.
“나는 저주로 묶여 있는 몸……. 그 상태에서는 노예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
“저주가 풀린다면 노예가 되겠다는 뜻이냐?”
“흥! 긍지 높은 그랜드 마스터가 왜 인간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죽겠다는 뜻이군.”
“죽여라!”
놈의 의지는 단호하였다.
한성은 고문 기술자들에게 바통을 터치하고는 일어난다.
식사 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달그락달그락.
한성은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니, 식사를 하는 것 같았지만 실은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다. 어떻게 해야 놈을 설득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거참.”
“고문은 힘들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나?”
“가문의 저주를 푸는 조건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하율의 말이었다.
“왜지?”
“분명히 마족이 건 저주라고 했어요. 그것도 대악마급의 마족이 걸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악마가 직접 나타나 풀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겠죠.”
하율은 논리적으로 말하였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싸하였다.
‘고위급 악마가 있어야 한다고?’
이미 한성은 마왕의 후계자였다. 고대 마왕의 심장을 흡수하였으니 그보다 고위급의 악마는 존재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마왕이 직접 나타나야 한성보다 높을 것인데, 인간에게 마왕이 강림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 놈에게 저주를 건 존재는 100위권에 간신히 진입한 대악마였을 것이다. 그 정도만 하여도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저주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어떤 방법 말입니까?”
“저주를 깨는 것은 간단하다.”
한성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