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8
제7장 계약 (1)
오창진은 옥상으로 뛰어 올라왔다.
숨은 거칠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자신의 주먹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뭐였지?”
오창진은 방금 일어난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으로 황호진 패거리를 자신의 손으로 때려눕혔다. 그만한 쾌감이 있었으나 내면에서 울렸던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를 하겠나?
차갑고 소름 끼치는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악마와 거래를 한 것일까.
‘영혼을 앗아 가는가.’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오창진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만약 악마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면 진즉에 그리했을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초인적인 힘에 근거했다 볼 수 있었다. 인간은 어떤 한계에 부딪치면 초인적인 힘이 솟아난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아니었을까.
“계약은 성사되었다.”
“으허허허억!”
오창진은 소스라치게 놀라 주저앉았다.
내면에서 울렸던 끔찍한 음성이 실제로 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유설화와 함께 온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한성…….”
학교 내에서 이한성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군과 경찰에서 찾아와 부탁할 정도로 강한 이능력자였고 학교 내에서는 팬클럽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한성이 자신과 계약을 하고자 했던 걸까.
오창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오창진. 내가 놈들을 쓰러뜨려 주었다.”
“내가 했다. 내가 한 일이라니까!”
“정신 차려라. 네놈은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으아아아아!”
오창진은 비명을 지르며 달린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교실조차 들르지 않은 채로 학교에서 내려와 택시를 잡아탔다.
“이건 꿈이야.”
끔찍한 꿈이었다. 악마와 계약을 하는 꿈이라니. 악마의 목소리가 내면에서 울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동의를 하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창진은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성과 유설화는 옥상에서 오창진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정말 쓸모없는 놈이군.”
“놀란 것이겠죠.”
“무엇에 놀란단 말인가?”
“생각해 보세요. 악마가 정말로 나타났다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전혀.”
“그럼 사장님의 생각은 어떤데요?”
“악마와 계약을 하여 일단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다. 그 후에 힘을 키워 악마를 뛰어넘으면 되는 일 아닌가?”
유설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성과는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이네요.”
“지극히 상식적이다.”
“어쨌든 오늘 오창진을 설득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패거리들이 이를 갈고 있을 테니 내일 정도에 다시 이야기해 보는 것이 어때요?”
“쳇. 정말 겁이 많은 놈이로군.”
“그게 정상이라니까…….”
“내 부하였다면 단칼에 목을 쳤을 것이다.”
유설화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느냐는 얼굴로 한성을 바라보았다. 목을 치겠다는 음성에서 진심이 묻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터를 10년 동안이나 전전한 한성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오창진은 태어나 처음으로 땡땡이를 쳤다.
1시도 채 되지 않아 고아원에 도착했는데, 지도교사들은 그가 갑자기 원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니, 벌써 오는 것이냐?”
오창진의 얼굴은 창백하였다. 누가 보아도 얼굴이 심각하게 질려 있었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이 눈에 초점이 없었다.
“창진아! 어떻게 된 일이냐?”
“현기증이 나서 나왔습니다.”
“그러게 공부도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이지.”
오창진은 지금까지 전국 수석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수재였다. 거기에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 하루에 4시간을 자고 새벽까지 공부를 했다. 그 때문에 코피를 쏟기 일쑤였던 것이다.
고아원 내에서는 제발 공부도 적당히 하라고 매일 말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이런 사달은 언제라도 일어날 일이었다.
“좀 쉬겠습니다.”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되겠어?”
“하, 학교에 연락 좀 해주십시오. 쓰러질 것 같아서 집에 왔다고요.”
“쉬어라. 학교는 내가 알아서 하마.”
오창진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악몽이야.”
지금 그는 자각 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악마가 등장하고 자신은 특수한 힘을 가지고 놈들을 쓸어버렸던 것이다. 그 후에는 도대체 어찌 될까.
오창진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어서 빨리 악몽에서 깨기를 바랐다.
* * *
하교를 하는 길.
한성은 유설화와 함께 사무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수능이 코앞이었지만, 잠깐이라도 사무실에 들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 공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안 돼요! 이제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람이 조금은 쉬어 주어야지.”
“만점 맞으려면 멀었어요.”
“끄응.”
유설화는 한성의 마누라가 된 것처럼 곁에서 볶아댔다. 그 덕분에 일취월장하여 평균 480점대로 올라왔지만, 그 이상 점수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애초에 만점을 받아 유설화와 같은 학교에 지망하기로 하였기에 그녀의 훈련은 가혹할 지경이었다.
“스승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유설희가 달려온다.
유설희는 한성에게 머리부터 들이밀었다. 이것이 무슨 표현인지 한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유설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쩐 일이냐?”
“스승님, 저도 취직을 하고 싶어요.”
“취직을 하고 싶다고?”
“언니처럼 S몬스터 사무소에 취직을 하면 안 될까요?”
“그건 안 될 말이다.”
“왜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스승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S몬스터 사무소는 어려운 의뢰들만 처리를 한다. 아직 유설희는 C급 정도의 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실력이 미천하였으나 한성이 지금까지 수련을 시킨 결과 그만큼 발전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 실력으로는 자신의 몸도 지킬 수가 없었다.
“노력해서 A급까지 올라와라. 그럼 취직을 시켜주마.”
“정말이죠?”
“그래.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
“정말 고마워요!”
유설희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그녀는 한성의 볼에 뽀뽀를 했다.
쪽!
“이건 선물이요!”
유설희는 손을 흔들며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동생의 모습을 보던 유설화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누가 보면 연인이라고 오해를 하겠군요.”
“지금 질투하는 건가?”
“지, 질투라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내가 유설희와 사귀어도 상관없다는 소리네.”
“안 돼요! 당신은 제가 찜했어요.”
“에헴. 하여간 자매가 쌍으로 대시를 하는 통에 정신을 못 차리겠군.”
“행복한 줄 아세요!”
치이이익!
버스가 도착했다.
한성은 오늘 무엇을 하든 간에 사무소에 들러 몇 가지 일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띠리리리링!
“S몬스터 사무소입니다. 아니요. 우리는 A급 이상인 의뢰만 받는다니까요!”
달칵!
이소희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라온이 사라진 며칠 동안 그녀는 다시 가혹할 정도의 근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불쾌지수가 머리끝까지 쌓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런 모습이 사장인 한성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사장님 오셨어요?”
이소희의 이마와 미간은 완전히 찌푸려져 있었지만, 입만 웃고 있었다. 당연히 한성의 미간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그럽니까?”
“헤헤, 그게 무슨 말이세요?”
“일 똑바로 안 합니까?”
“솔직히 죽겠어요!”
“지금 짜증 내는 겁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들어요.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양을 초과했어요.”
“싫으면 때려치우든지요.”
“이이이익!”
이소희는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었다.
애초에 그녀의 임무는 미인계를 펼쳐 한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냉혈한에게는 어떠한 꼼수도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늙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하아.”
이소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에요. 제 팔자가 그렇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한성은 그녀에게 보고를 받는다.
요즘 수능 준비 때문에 사무소에 찾아오는 것을 거를 때가 많았다. 그 때문에 사무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했다.
이소희는 그에게 의뢰 수첩을 내밀었다.
“밀린 의뢰가 백 건이 넘습니다.”
“많군요.”
“그런데 의뢰를 처리해야 할 라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사장님은 수능 준비한다고 바쁘니 어쩔 도리가 없어요. 의뢰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매일 전화가 옵니다.”
“잔소리는 그냥 흘려버리십시오. 우리는 아쉽지 않습니다.”
“누가 사무실을 그렇게 운영해요?”
“제가요.”
“…….”
한성은 의뢰 수첩을 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의뢰가 쌓여 터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일반 헌터들은 처리하지 못하는 의뢰들도 쌓이고 있는 중이었다.
“라온!”
한성은 라온을 호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 좋아 보이는 라온이 나타났다.
스스슷!
“주인님을 뵙습니다.”
라온을 본 이소희의 얼굴은 악귀와 같이 일그러졌다. 자신은 매일 고생을 하고 있는데 라온의 신수가 훤해졌던 것이다.
그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해 보였다.
“라온.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죄송합니다.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웨어울프 놈이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간신히 흔적을 찾아 쫓고는 있습니다.”
“일부러 늦게 찾는 것은 아니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소희 비서에게 시달리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 아니고?”
“오해이십니다.”
“그런 부분도 조금은 있잖아?”
“아닙니다.”
“맹세할 수 있나?”
“맹세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스르륵.
이소희가 야구 배트를 들었다.
그녀는 곁에 있는 한성이 보이지 않았다.
방망이를 든 이소희는 그대로 라온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카앙!
“끄아아아악!”
퍽퍽 퍽퍽!
이소희는 라온에게 분풀이를 한다.
인간으로 화해 있는 라온의 이마와 얼굴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가 든 야구 배트에서도 핏물이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감히 나를 우롱하다니!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것 맞잖아!”
“아, 아니라니까요.”
“이소희 비서. 그만하세요.”
“저놈을 그냥…….”
한성은 라온에게 의뢰 몇 개를 떼어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