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0
제8장 황금노트 (1)
한성과 유설화는 창고에 쌓여 있는 뜀틀 뒤에 숨어 있었다.
뜀틀의 사이로는 오창진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이 보였다.
“저번과 같이 할 생각인가요?”
“그래야겠지.”
“하지만 그래서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텐데.”
“그건 황금노트를 얻고 난 뒤에 생각할 일이지.”
잠깐 잡담을 나누는 동안, 오창진은 패거리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있었다. 놈들은 어제의 일을 철저하게 보복하여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듯, 구타를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러다 죽겠어요!”
“그럼 시작해 볼까?”
한성은 격체진공을 시전 한다.
격체진공이란, 내공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조종하는 무공이었다. 이미 한성의 경지는 현경을 넘어섰다.
대륙에서는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렸으며 고대 무림에서도 그의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수였다.
한성이 내력을 움직이자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오창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는 마교의 독문무공인 아수라파천공의 초식을 시전 하였다. 강맹하게 회전을 하며 돌아가는 권에 맞자 내공이 실리지 않아도 황호진 패거리들은 나가떨어진다.
황호진과 패거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이번에는 오창진이 먼저 달려들었다.
“죽어!”
퍽퍽퍽퍽!
한성은 격체진공으로 놈들을 신나게 두들겼다.
급소를 제외한 부위만 두들겨 팼는데, 모두 맞으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혈자리들이었다. 그냥 스쳐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죽어! 죽어! 죽어!”
한편, 오창진은 자신이 휘두르는 것도 아니지만 주먹에 맞아 놈들이 픽픽 나가쓰러지자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을 느끼기 위하여 그토록 노력을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 안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오창진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 또 덤벼라!”
“으으으! 빌어먹을 놈…….”
오창진은 창고를 빠져나갔고 이 자리에는 한성과 유설화도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어느 정도 됐군.”
“과연 놈들이 포기를 할까요?”
“하지 않겠지.”
“그럼 어쩔 생각인가요?”
“다 방법이 있다.”
쿨렁!
한성과 유설화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기로 한다.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는 황호진과 그를 따르는 학생들이 널브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으으!”
황호진이 가장 먼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놈도 이능력자가 아닐까?”
“이능력자는 아니다. 이능력자의 주먹에 맞으면 일반인은 살아남을 수가 없지.”
황호진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냈다.
주현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 소리를 질렀다.
“오창진 개자식!”
“분명 놈은 병신이다.”
“그런데 아까 봤잖아.”
“하도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초인적인 힘이 흘러나온 것이었겠지.”
“그럼 어쩌면 좋지?”
“그런 힘은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 없을 것이다. 너희도 봤잖아?”
황호진의 말에 패거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놈이 독하다고 해도 이렇게 한 번 힘을 빼고 난 뒤에는 힘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끈질기게 쥐어 패고 나면 잠잠해질 것이다.
“노옴. 다음 시간에 두고 보자.”
“가자!”
그들은 몸을 일으켰다.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어 건들지 못하겠지만, 다음 시간에는 반쯤 죽여 놓을 작정이었다.
딩동댕동!
한성은 종이 치자마자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은 놈과의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그러니 잠을 자더라도 바로 일어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으하하하함!”
“빨리 가도록 해요. 놈이 당하겠어요.”
“그래야지.”
한성은 옆 반으로 이동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이 종료되자마자 황호진 패거리들은 오창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오창진은 독한 눈으로 놈들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황호진이 오창진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개자식아! 한 번 그렇게 설쳤다고 기고만장하지 마라!”
한성은 격체진공을 사용하여 오창진의 이마로 놈의 코를 들이받는다.
퍼억!
“끄아아아악!”
황호진은 코를 부여잡으며 나가떨어졌다.
오창진은 패거리들이 달려들자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스스로가 빠르게 움직인 것이 아니라 한성이 뒤에서 인형처럼 조종을 하고 있었다.
퍽퍽퍽퍽!
“끄아아아악!”
놈들은 비명을 내지른다.
어느 정도 구타를 하고 나자 오창진은 걸레 봉을 들었다.
퍼억! 퍼억!
그러고는 걸레 봉으로 허벅지들을 구타했다.
황호진 패거리들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기를 반복하였는데, 같은 반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오창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럴 수가.”
“오창진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힘을 감추고 있었던 것 아닐까?”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종이 쳤다.
딩동! 딩동!
황호진은 그제야 손을 놓는다.
“다음 시간에 보자.”
“으으으으.”
한성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 시간에 두들기자고.”
“또요?”
“끝날 때까지는 두드려야 할 거다.”
오창진도 독한 놈이었지만, 한성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황호진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놈들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성은 잘 알고 있었다.
* * *
수업이 끝났다.
종례까지 끝나고 청소 시간이 되자 오창진은 걸레 봉을 잡았다.
점심시간 이후로 지금까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황호진 패거리들을 잡아 족치는 데 혈안이 되었었다.
놈들도 처음에는 덤비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포기를 하고 운명을 받아들였다.
오창진은 종례가 끝난 순간에도 놈들을 구타하려 하였는데, 놈들은 지레 겁을 먹고 거의 도주를 하다시피 하여 학교를 빠져나갔다.
“후욱! 후욱!”
오창진은 손이 가늘게 떨려 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쾌감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놈들도 내일부터는 괴롭히지 못하겠군.’
오창진은 이 정도 했으니 황호진 패거리도 잠잠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굳이 노트를 보여 주어야 하나?’
그 노트는 오창진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정수였다. 그런 노트를 이렇게 간단하게 보여주려니 심사가 뒤틀렸다.
은혜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능하면 경쟁자를 줄이고 싶었다.
오창진은 자율학습을 배제하고 하교하려 하였는데, 그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는다.
“오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었겠군.”
이한성이었다.
놈은 언제나처럼 학교 톱 미녀로 소문난 유설화를 옆에 끼고 나타났다.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종종 공부를 봐 주도록 하지.”
“노트는?”
“아무래도 노트를 요구하는 건 무리한 요구 아니야?”
“하하하하! 정말 인간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간사한 것인지. 화장실이 급할 때와 볼일 보고 난 후가 다르다는 말을 지금 상황에 써도 될 것 같군.”
“험험. 요약집을 가져오겠다.”
“마음대로 해라.”
“뭐라고?”
“설화야. 우리는 이번에 황호진 패거리에게 가도록 하자.”
“좋은 생각이야. 이런 간사한 놈은 정신을 차려야지.”
“크윽! 이런 악독한!”
오창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이야 황호진 패거리가 다시는 그를 건들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만, 만약 놈이 황호진에게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창진은 앞으로도 괴롭힘을 당할 것이고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창진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집으로 가자, 이 악독한 놈아!”
“그렇게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나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뿐이니까.”
오창진은 드디어 포기를 하고 말았다.
노트를 지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아마 경쟁자가 생긴다면 둘 정도였는데,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놈들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노트를 넘겨주면 끝나는 건가?”
“그 후에 단련을 시켜 주겠다. 그래야 놈들에게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지. 나도 매번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좋은 생각이로군.”
그들은 오창진의 집으로 향하기로 한다.
오창진의 집은 조사를 하였던 대로 서울 양재 쪽에 위치하고 있는 고아원이었다.
입구는 장미넝쿨이 얽혀 있었는데, 그곳에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자애원
“여기가 내 집이다.”
“그렇군.”
“놀라지 않았나?”
“네가 고아라는 것?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하기야, 너 같은 놈은 원래 남들의 일에는 무관심하니 내가 고아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지. 하지만 남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토록 숨겨 왔었던 것이고.”
“그건 네 자격지심이다. 누구도 네가 고아라고 해서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다. 편견을 갖는다면 네 오만한 자존심에 편견을 갖는 것이지.”
“내가 오만하다고?”
“그걸 몰랐나?”
오창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오창진은 피식 웃었다.
“네놈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나는 원래 좀 대단한 놈이니까.”
곁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유설화는 못 들어 주겠다는 듯이 갈 길을 재촉했다.
“자화자찬 그만하고 들어가요.”
오창진은 고아원에 대해 설명한다.
4층으로 지어져 있는 고아원의 앞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고 정원에 조회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는 쭉 마당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갖가지 나무가 심어져 있다.
겉으로는 꽤 멀쩡해 보였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고아원은 부실공사다.”
“국가 보조로 지은 건물 아닌가?”
“그러니 중간업자들이 더 떼먹은 것이겠지. 어릴 적에는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오창진의 말대로 고아원은 꽤나 부실하게 지어져 있었다. 복도에서도 층간소음이 들렸고 콘크리트도 얇아 그의 말대로 무너질 것같이 위태롭다.
하지만 오창진은 익숙하다는 듯이 복도를 가로지른다.
방으로 들어오자 초등학생들과 중학생, 고등학생 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물론 남녀는 방이 달랐다.
“여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로 진학한다. 물론 장학금을 못 받으면 힘들지. 대부분은 취업을 나가기 마련이고.”
“그래서 악착같이 공부한 것이로군.”
“아니,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창진은 누구보다 노력해 왔다. 전국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쪽방으로 들어간다.
책상 위에는 참고서적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황금노트는?”
오창진은 참고서적을 풀어헤치고는 노트들을 꺼낸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노트의 두께가 상당하였다. 하지만 3년 동안 정리를 해 놓았고 요점만 찍어 놓았다.
유설화는 노트를 살펴보며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네요.”
“그것을 본 감상은?”
“천재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유설화는 연신 감탄을 연발하였다.
오창진은 공부에 특화된 두뇌를 타고났다. 가히 천재적인 수준에서 예상 문제를 짚어 냈으며 수능 문제 출제 교사들보다 한 수 위였다.
유설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출제위원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아요.”
“그 정도인가?”
“저는 노력을 하여 이렇게 된 것이고 오창진은 천재적인 두뇌와 노력이 따라 주었군요.”
“만점도 가능하겠나?”
“어쩌면요.”
“복사를 하고 돌려주도록.”
“그럴 필요 없다.”
이미 한성은 한 장씩 빠르게 넘기며 마법으로 메모라이즈를 하고 있었다. 문자로 적혀 있는 것들을 각인시키는 작업은 조금 더딜 것이지만, 며칠 안으로 내용을 충분히 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한성은 한 시간이 걸치는 작업을 끝냈다.
오창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한성을 바라보았다.
“그것으로 끝났다고?”
“그렇다.”
“마법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그리되지?”
“공부가 네놈 정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과 같다.”
“천재로군.”
“하하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유설화가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자화자찬은 그 정도로 하죠?”
“자화자찬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다.”
“놈의 말이 맞다.”
“…….”
유설화는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한성과 오창진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면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