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63
제5장 검은 매 연합왕국 (2)
다음 날 아침.
한성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어제부터는 영주성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아직 완성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은 하였기에 거처를 옮긴 것이다.
이곳은 꽤나 화려한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었고 곳곳에 화려한 조각상들이 보인다. 누구라도 이곳에 들어온다면 화려함에 압도되고 말 것이다.
똑똑!
“들어와.”
“아론 님. 식사 준비 되었습니다.”
“그럼 가 볼까?”
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다.
그는 얼마 전에 혼돈의 사도와 싸웠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아주 평탄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테미스의 말대로 유희를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당에는 통째로 구운 멧돼지가 올라와 있었다.
“이게 끝인가?”
“험험. 그렇습니다.”
“요리사들을 양성해야겠다. 아리아, 네가 책임지고 요리사들을 만들어라.”
“그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한성은 다리를 뜯어 스테이크처럼 썰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스승님. 이렇게 먹다가는 마르겠습니다. 오늘 출병을 하는데 맛있는 음식을 좀 내려 주십시오.”
“…….”
신격들은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마 창조신에게 투덜대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내려와 있는 아론 역시 신격이자 창조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미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정도 만찬은 내려 주어야지.”
“허억!”
“그런…….”
이곳에는 부족장들도 모여 있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아론은 창조신의 화신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동격의 창조신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테미스가 그의 투덜거림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이 가득 채워진다.
스스스슷!
“감사합니다, 스승님!”
“자네가 하는 수고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닐세. 그럼 수고하도록.”
“예!”
한성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안 먹나?”
“험험. 창조신께서 내리신 음식이라니…….”
“먹어 봐라.”
족장들은 황공하다는 얼굴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탄이 터져 나온다.
“엄청납니다!”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연합왕국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아직 음식 수준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최상급의 음식을 맛본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맛을 느낀 것이었다.
한성은 영혼주까지 마셨다.
“크으! 좋군.”
“저희가 마셔도…….”
“마시면 죽을 텐데.”
한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의 말은 지당한 것이었다. 신격이 취하기 위하여 만든 술이었으므로 인간이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한성은 성벽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훈련이 되어 있는 군대였다. 카렌 대륙의 군대와도 견줄 만했다.
“어느 정도 기초는 되었군. 고생했다.”
“아닙니다. 모든 것은 창조주의 뜻이지요.”
아리아가 허리를 굽혔다.
한성은 음성을 돋우었다.
“오늘, 검은 매 연합왕국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하여 루 왕국을 건설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사기충천하여 외쳤다.
그들에게는 아론이 있었다. 신격이 함께하고 있었으니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기야, 적들이 세 배라고는 해도 간단하게 쓸릴 것이었다. 다섯 배 이상이 된다면 조금 버겁게 이길 테지만 최소한 10만 대군은 있어야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자! 역사를 새롭게 쓰리라!”
진군이 시작되었다.
연합왕국에서는 허둥지둥 징집을 시작하였다.
빠르게 징집을 시도하고는 있었지만, 병력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당초에 계획했던 1만의 징병은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새롭게 징집된 병사들에게 무기를 쥐여 주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드는 오합지졸의 표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을 휘두를 수는 있나?”
“간단한 훈련은 시켰습니다.”
연합군 사령관인 선은 그리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믿음은 가지 않았다.
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숫자로 압도합니다. 두 배의 숫자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들의 군대가 허세라면…….”
“그럴 일은 없지만 숫자에 장사 없는 것은 맞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적들은 코앞까지 진군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도시를 내어 줄 수는 없었다. 목책으로 만들어진 성벽은 단숨에 뚫릴 것이니 가능하다면 목책 밖에서 상대를 해야 한다.
자드가 앞으로 나섰다.
오합지졸로 이루어진 군대.
전방의 군대는 그야말로 먹이였다. 나머지 1만의 군대로 쓸어버려야 할 것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전략도 있었다.
“오늘, 신을 사칭한 군대가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자들을 강간하리라!”
“…….”
약탈과 강간을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다른 부족을 치는 것이라면 충분히 환호를 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신의 군대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병사들 사이에서도 신의 군대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가라!”
“출병한다!”
둥! 둥! 둥!
북은 얼마 전에 개발되었다.
북으로 진격을 알리거나 퇴각을 하였는데 가히 획기적인 발명품이라 말할 수 있었다. 사기를 돋우어 줄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패한다면…….’
자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나약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적들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었다.
한성은 가마에 탄 채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으하하하함!”
“오늘은 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리아가 말했다.
한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늘 전투에 신격 모두가 출동하였다.
사실, 그들만 출동하여도 적들은 볏짚처럼 쓰러질 것이었다. 그래도 한성이 군대를 동원하는 이유는 신격의 힘 때문이었다.
한성도 기물의 형태로 힘을 나누어 날렸다. 그것은 이들 신격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소드 마스터 정도의 힘을 낼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물론 그 정도 힘만으로도 적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칠 염려가 있었다.
한성은 1만의 군대를 동원했으니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신격들이 군대를 능숙하게 지휘하여 저들을 처리할 것이다.
둥! 둥! 둥!
멀리서 북소리가 들린다.
한성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저건 북이 아닌가?”
“얼마 전에 개발을 했다고 합니다.”
“문명이 발달을 하기는 하는구나.”
“지금 쓸어버릴까요?”
“보자.”
한성은 잠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전방으로 1만의 군대가 진격하고 있었으며 1만의 군대가 좌우로 나뉘어 포위를 하려 하고 있었다.
한성은 가마로 내려온다.
그는 영혼주를 한입 머금었다.
“군대를 셋으로 나눈다.”
“3천씩 나눌까요?”
“중앙에 3천, 각 날개에 3천5백 명씩 나누어 대응할 것이다.”
“신명을 받드옵니다!”
적들의 생각은 뻔히 읽혔다. 숫자로 둘러싸서 섬멸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저 평야에서 부딪치는 것이 전부인 이 세상에서 저런 전략은 꽤나 훌륭하다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백전노장이나 다름없었다.
카렌 대륙을 일통하며 수도 없이 많은 나날들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저런 단순한 진형을 파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팔을 불어라.”
뿌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군이 불고 있는 나팔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신외지물이었다. 테미스가 내린 것이었고 그 자체로 사기를 북돋아 주는 효능이 있었다.
군대는 셋으로 나뉘었다.
“진격하라!”
“와아아아!”
곧 전투가 시작되었다.
연합국 사령관 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전쟁을 수행하였다. 연합왕국은 빠르게 세력을 넓혀 가고 있었고 분명히 이 지역의 패권자였다.
선이 참여한 전투만 백 번이 넘었다. 연합이 존재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던 백전용사. 그는 전쟁터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
“사령관님! 적들이 병력을 셋으로 나누었습니다!”
“대등하게 싸우겠다는 뜻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선은 턱을 쓰다듬었다.
적들의 중앙은 3천이었고 좌우 날개가 3천5백씩이다. 그렇다면 중앙의 병력을 먹이로 주려 한다는 것을 간파당했다는 뜻이었다.
“어찌할까요?”
“중앙에서 4천을 빼내어 좌우 날개에 2천씩 보낸다. 그들을 방패로 쓸 것이다.”
“예!”
명령을 받은 지휘관들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선은 적군 사령관의 머리가 꽤나 뛰어남을 인식하고 있었다. 전쟁을 여러 번 겪지 않고서는 절대 깨달을 수 없는 전략이었다.
뿌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런 소리라니…….”
아군의 사기가 추락하였다.
적군은 단순히 소리만으로도 이들을 겁에 질리도록 하였다. 적의 군대가 대단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웅성웅성!
좌중이 술렁거렸다.
얼마 전에 사신이 루 부족에 다녀온 후로 강철검으로 무장한 병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반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전방의 강철 방패병은 실로 놀라웠다.
으득!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 한판의 전투에 왕국의 운명이 갈릴 것이었다.
“진격하라!”
“으으으으!”
“빨리 진격하라!”
독전대가 투입되었다.
병력이 흩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으며 징집병들은 억지로 돌격하였다.
한데 그들이 부딪치기도 전에 허공에서 화염구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징집병들이 몰려 있는 한가운데에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