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59
제6장 서큐버스 퀸 (1)
주말 아침이었다.
오창진은 영등포의 허름한 골목에 나와 있었다.
서울에는 오래된 건물이 꽤 많았는데, 그것은 일찍부터 발전을 한 탓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허물지 못하고 있는 건물들이 많았다.
영등포 뒷골목에는 여전히 허름한 건물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S몬스터 사무소는 구석진 곳에 처박혀 있었다.
“여기가 맞나?”
오창진은 제대로 찾아와 놓고서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곳에 그렇게 유명한 사무소가 존재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는 어제 이한성, 유설화와 술을 함께 퍼마시고는 일찍 일어났다. 곧 있으면 고아원에서 나와야 했고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도 마련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이한성을 쫓아가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자 했던 것이다.
자존심이야 구겨지겠지만, 그래도 노가다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 때문에 유설화를 졸라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물론 그가 정말로 러시아에 갈 수 있을지는 이한성의 마음이었다.
“아닌가? 그렇게 돈이 많은 놈이 이렇게 허름한 건물을 살 리가…….”
부아아앙!
골목을 누비며 빨간색 스포츠카가 도착한다.
달칵.
그 안에서는 늘씬한 미녀가 내렸는데, 오창진의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오창진은 멍청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뭐야, 이 고딩은?”
“저, 저는 S몬스터 사무소를 찾아왔습니다.”
“노숙자는 안 받는다.”
“그게 아니라 저는 이한성의 친구입니다.”
“친구라고!?”
“그, 그런데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오창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라고 소개를 한 것이 잘못된 것인가.
“그 인간에게 친구가 있나?”
“정확하게 친구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뭣하지만, 그 비슷합니다.”
“성격 파탄자의 친구라니. 그럼 너도 그 비슷한 부류냐?”
“저는 지극히 정상인데요.”
“너는 전생에 큰 죄를 지었음이 틀림없다. 그런 인간의 친구라니.”
“어쨌거나 이곳이 S몬스터 사무소가 맞나요? 이한성이 운영을 하고?”
“그렇다. 나는 이곳의 비서 겸 직원이다.”
“반갑습니다. 오창진이라고 합니다.”
“아하, 네가 그 오창진이냐?”
“이거 멋쩍군요. 그 사이에 제 이야기를 했습니까?”
“천하에 다시없을 찌질이라는데?”
“…….”
오창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기야, 이한성이 자신에 대해 좋게 말했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들어가자, 찌질아.”
“저 찌질이 아닌데요.”
“네 별명은 찌질이다.”
오창진이 보기에 이 여자의 성격도 만만치 않았다. 도대체가 이한성의 주변에는 정상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성은 어기적어기적 출발하여 약속시간 30분이 지나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가볍게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렁찬 이소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장난해요!?”
“귀 따갑습니다.”
“어떻게 30분이나 늦게 나올 수가 있나요!?”
“제가 사장이니까요. 으하하하함!”
한성은 하품을 하였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긴장하는 사람은 오창진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긴장한 기색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소희와 라온, 유설화와 유설희, 그리고 오창진.
“으음?”
한성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네놈이 여긴 웬일이냐?”
“짐꾼으로 써 다오.”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수단이 없다. 그러니까 하루 알바라도 쓰면 안 될까?”
“쳇. 이제 별 거지같은 것이 다 같이 가자고 하는군.”
“빌어먹을 놈아! 그래도 내 덕에 수능을 잘 보았지 않느냐! 그러니까 무조건 데려가라!”
“막무가내네.”
“은혜를 갚도록 해라.”
“시끄러운 놈이로군. 내가 왜 그래야 하나?”
한성과 오창진은 만나자마자 부딪쳤다.
이런 일은 늘 일어났기에 자연스럽게 유설화가 중재를 했다.
“사장님. 그를 데려가도록 해요. 창진이의 말 대로, 황금노트가 없었으면 어려울 뻔했어요. 그러니 이 정도는 괜찮잖아요.”
“단순히 잡부도 괜찮다면.”
“일당은 얼마나?”
“빌어먹을 놈. 가기도 전에 돈 타령이냐?”
“얼마를 줄 거냐고!”
“천만 원이면 되냐?”
“조, 좋다.”
“그럼 짐이나 잘 들어라. 그리고 잘 쫓아와라. 괜히 뒤떨어지다가는 죽는다.”
“명심하겠다.”
오창진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강한 그였지만, 전쟁터 한복판에서는 약자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이제야 짐을 확인한다.
“버너 챙겼습니까?”
“챙겼어요.”
“라면과 물은?”
“당연히 챙겼죠.”
“밥도요?”
“예.”
“소주는요?”
“소주까지 가져가야 하나요?”
“싫으면 이 비서는 먹지 말든가요.”
“먹어요. 제정신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겠죠.”
한참 동안이나 배낭을 확인하던 오창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물건들만 가득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헌터들이라면 사냥을 위하여 여러 가지 무구를 넣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무장도 단단하게 한다. 하지만 한성은 어디 유람이라도 나가는 듯한 복색과 짐을 가지고 왔다. 문제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
오창진이 불안하게 묻는다.
“갑옷은?”
“그딴 것 없다.”
“검은?”
“한 자루 있기는 하다.”
“도대체 어떻게 몬스터를 처치할 건데?”
“잘.”
“나, 납득할 수 없다!”
“그럼 오지 말든가.”
“끄응…….”
오창진은 얼굴을 구겼다.
지금 당장 아쉬운 것은 오창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아쉬울 것이 없었다. 더욱이 죽을 것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한성의 이런 행동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오창진의 성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한성의 성격은 더 심각했다.
“내가 살아나올 수 있을지.”
“다 챙겼으면 갑시다.”
사람들은 한성의 주변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섰다.
그들의 목적지는 모스크바 공항이다.
“워프!”
쿨렁!
공간이 일그러지며 일행은 사라졌다.
* * *
쿨렁!
“우웨웨웩!”
오창진은 공항에 나타나자마자 헛구역질을 했다.
한성은 혀를 찼다.
“쯧쯧. 남자 새끼가 저렇게 허약해서야.”
“우욱! 이건 허약과는 상관없는……. 우웨웩!”
그는 한참이나 헛구역질을 한다.
워프를 하고 나면 헛구역질을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속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공항 안쪽에 그들이 워프하자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담당자 되십니까?”
“그레이스라고 합니다. 외무부 차관입니다.”
“오늘 의뢰를 수행할 사람입니다.”
“나머지 분들은요?”
“뭐, 짐꾼 겸 보조 겸 시녀 겸 그렇습니다.”
“그, 그러시군요.”
그레이스는 4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었고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일행의 구성을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 신기하기야 했지만, 이한성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프레젠테이션을…….”
“필요 없습니다.”
“저희 측에는 상당한 자료가 있습니다만.”
“그런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길 안내나 잘 해주십시오.”
“그렇군요. 그럼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벤에, 귀하는 리무진으로 모시겠습니다. 괜찮습니까? 계약서를 작성해야 해서요.”
“그럽시다.”
일행은 잠깐 헤어지기로 하였다.
러시아와 한국은 엄연히 계약을 한 것이었다. 한성이 러시아의 위협을 없애주는 조건으로 천연가스 채굴권을 내주기로 하였던 것이다.
“스승님, 이따가 뵐게요!”
“그래. 그만 타거라.”
한성은 리무진에 올라탄다.
스스슷!
리무진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레이스는 한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시고 마실 것이라도 좀 주십시오.”
“아, 예. 죄송합니다. 너무 신기해서 그만.”
“사람 얼굴 처음 봅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나이로 19살, 거기에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대단하군요.”
“운이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레이스는 계약서를 꺼냈다.
이미 대통령과 협의를 다 했기에 한성이 직접 계약서만 작성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한성은 그대로 사인을 한다.
스스슥!
“읽지 않으십니까?”
“어련히 알아서 했으려고요.”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성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는 그저 귀찮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었지만, 그레이스의 입장에서는 그리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레이스는 서류를 받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되겠어요?”
“괜찮습니다.”
“정말 위험한 놈입니다.”
“놈인지 년인지 어찌 아십니까?”
“마족이기에 당연히 놈이라고…….”
“년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큐버스 퀸이지요.”
“어떻게 그 사실을?”
“유능한 부하가 있습니다. 조금 조사했지요. 그곳은 서큐버스 퀸의 레어입니다. 주변 마족과 몬스터들을 규합했고 아예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요. 곧 모스크바 시내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막이 얇아진 것이 그 증거입니다.”
“……!”
그레이스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금 한성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러시아에서 조사를 한 것보다 더 자세했다. 그리고 신빙성까지 갖추었다.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천상의 기사라고 하시더니 명불허전이네요.”
“제가 좀 대단합니다.”
“……성격도 듣던 대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한성은 독한 위스키를 들이켰다.
역시나 러시아는 위스키가 발달한 나라였다. 몸이 후끈해지는 느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거대한 성문 앞에 이르렀다.
달칵.
휘이이잉!
차 문을 열고 나가자 영하 20도가 넘는 바람이 불어왔다. 이 정도라면 체감상 40도는 될 것이다.
엄청난 높이의 성벽은 족히 50미터는 넘어 보였다. 거기에 더하여 수많은 군인과 경찰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