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66
제9장 프랑스의 요청 (2)
한성은 간만에 휴식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도, 빌딩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TV에서도 연신 프랑스 사태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프랑스는 완전히 전복되었고 결국에는 군사정권이 수립되었다. 군사정권의 대통령이 된 르까 마렌느는 계엄령까지 선포를 하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들은 한성과 관계가 없었다.
세계가 멸망을 하더라도 가족들만 건들지 않는다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성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다녀왔습니다.”
“왔구나.”
집안에는 군 고위급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아버지 이해우 대장을 비롯하여 이름만 들어보아도 알 만한 군부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왜 하필이면 회의를 한성의 집에서 하냐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지.’
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었기에 방해를 하지 않으려 슬그머니 들어가려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 와 보거라.”
“예, 아버지.”
한성은 거실로 나온다.
사람들은 한성의 공손한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한성은 오만방자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것은 타인에게 한정된 것이었다. 부모님에게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애초에 효도하기로 작정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 그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상황이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너도 들었느냐?”
“모를 리가 없지요. 지금 밖에서는 아주 난리더군요.”
“그 때문에 너를 부른 것이다.”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모입니다만.”
한성은 웬만하면 프랑스 사태에 빠지려 하였다.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네가 도와주어야겠다.”
“그럴 이유라도 있습니까?”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게다가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부탁했기도 하고, 대통령께서도 원하신다.”
“…….”
한성의 인상은 확 일그러졌다.
아버지를 제외한 군 관계자들은 혹시라도 그가 폭발을 할까 싶어 조마조마했다. 경고대로 청와대가 날아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행동을 할 만큼 그가 막돼먹지는 않았다.
“제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가 아니면 희망이 없다고 한다.”
“그건 프랑스의 사정이지요. 정변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태가 그렇지가 않다. 프랑스에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일이다.”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네가 도와줄 수는 없겠느냐?”
“음…….”
한성은 입을 다물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의 입에 쏠렸다. 아무리 그래도 한성이 하기 싫다고 말하면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하겠습니다.”
“허어. 애국을 하는 길이다.”
“아무리 애국이라고는 해도.”
“우리 가문은 나라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끄응.”
한성은 신음을 내뱉었다.
이것은 거의 외통수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를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구워삶아 한성이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지금 당장에야 속이 끓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아아!”
군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한성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찌하나 싶었던 것이다.
“단.”
물론 한성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러시아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이권을 받아냈던 그였다. 프랑스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조건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공짜로 일을 할 수는 없다.”
이 정도는 아버지도 이해를 해 주셨다.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는 그만 들어가 보아도 되겠습니까?”
“허허허! 그리해라.”
한성은 방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한성은 방으로 돌아와 화를 삭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괜히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
만약 프랑스 사태를 처리하게 되면 나라에서는 아주 난리를 칠 것이었다. 이 나라 대통령은 한성의 약점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일단 한성은 화가 난 김에 강한석 대장을 협박하기로 했다.
-접니다.
“아주 대단하게 일을 꾸미셨더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에헴. 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죽고 싶습니까?”
-저, 정말입니다. 이는 대통령과 이한성 님의 아버님께서 벌인 일입니다.
“청와대를 박살 낼 수도 있습니다.”
-고정하십시오. 이번 일은 아버지께서 흔쾌히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애국을 하는 길이라고…….
“그놈의 애국은!”
한성은 머리를 짚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을 기점으로 인생 자체가 고달파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려 했던 한성으로서는 크나큰 타격이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군요.
한성은 전화를 끊는다.
이번 사태를 처리하기 위하여 국가에서는 한성을 진급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태를 처리하기 전에 진급을 하고, 재수가 없으면 프랑스 사태가 끝난 후에 한 번 더 진급을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물론 진급은 한 번뿐이라고 딱 못을 박아야 할 것이었다.
“에휴.”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었다.
그날 저녁.
군 관계자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 가족들은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버지는 연신 한성을 칭찬하고 있었다.
“우리 집안이 크게 일어날 모양이로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미 크게 일어났지요. 장군 집안인데요.”
“거기에 아들은 20대가 되기도 전에 2급 공무원 이사관이 되었지 않느냐! 하하하하!”
아버지는 정말 자랑스럽게 한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한성은 아버지의 기대에 초를 치지는 않았다. 다만 프랑스 사태를 진압하게 되면 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공짜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연히 그렇지.”
“프랑스 평생 이용권은 어때?”
이수정의 말이었다.
“프랑스 평생 이용권?”
“프랑스에서 쓰는 돈은 무료로 하는 거지. 여행경비나 호텔, 식사부터 시작해서 공산품과 향수, 자동차 등등.”
“너무 약한데.”
“좋은 생각이구나.”
어머니도 동조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평생 이용권이라고 해도 여행을 다닐 일도 드물었기에 사실 있으나 마나 한 일이었다.
다만 아버지도 그 생각에 동조했다.
“그 정도면 어마어마한 혜택이 아니냐?”
“글쎄요. 부족한데.”
“허허! 일단 그런 조건에 뭔가 추가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지요.”
‘뭔가 조건을 달고 지금 말한 조건을 추가하겠습니다.’
한성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무려 반란을 진압하는 일이었다. 천상의 기사가 프랑스 반란까지 진압하게 된다면 그가 세계 경찰로 활동해야 할지도 몰랐다.
‘정말 끔찍한 일이로군.’
한성은 가족들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 * *
다음 날 오전.
한성은 등교를 하고 난 뒤에도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청와대는 오늘 오후에 방문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협상하기로 한 것이다.
한성은 최대한 프랑스에게서 뭔가 뜯어내려 하였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후우.”
“무슨 고민 있으세요?”
짝궁 유설화가 물었다.
이제는 수업이라기보다는 거의 자율학습에 가까웠고 면접에 대비를 하는 것이 주 일과였다. 선생들도 이제 터치를 하지 않았다. 잠을 자든 떠들든 상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프랑스 사태를 진압하게 되었다.”
“뭐라고요!?”
“…….”
교내 최고의 미인으로 손꼽히는 유설화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완전히 집중되었다.
유설화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되었다니까.”
“엄청난 일이로군요.”
“귀찮은 일이지.”
“진압은 할 수 있나요?”
“후후. 그깟 놈들이야 쓸어버리면 그만이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기야, 사장님의 능력이라면 못할 것도 없죠.”
“문제는 프랑스로부터 무엇을 뜯어 내냐는 것이야.”
“공짜로는 해 줄 생각이 없으시군요?”
“미쳤냐?”
한성은 얼굴을 확 구겼다.
원래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한성이었다. 100원짜리 하나도 공짜로 주는 법이 없었는데, 이만한 일을 대가 없이 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 어쩌게요?”
“생각 중이다.”
“차라리 오창진에게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어때요?”
“오창진에게?”
“오창진은 이런 쪽으로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니까요.”
“좋은 생각이군.”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창진은 천재였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는 하였지만, 지식 하나만 습득을 하여도 그것을 수십 가지로 응용할 줄 알았다.
아마 오창진이라면 충분히 좋은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한성은 오창진과 대면했다.
그들은 근처 카페에 모였는데, 오창진은 웬일이냐는 듯이 물었다.
“네놈이 커피를 다 사는 거냐?”
“물어볼 것이 있다.”
“물어봐라. 대신에 비싼 것 시킨다.”
“마음대로.”
오창진은 이때다 싶어 비싼 커피와 디저트들을 시켰다. 테이블을 꽉 채우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구두쇠인 한성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케이크를 떠서 먹고 있을 때, 한성이 입을 열었다.
“프랑스 사태를 내가 진압한다.”
“쿨럭! 쿨럭! 뭐라고?”
“내가 진압한다고.”
오창진은 먹다가 사레에 걸리고 말았다.
프랑스 사태는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이슈였다. 한데 그것을 혼자 진압한다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저, 정말이냐?”
“그런데 프랑스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봉 잡았구나.”
“어떻게 뜯어내야 잘 뜯었다고 소문이 날까?”
“조항을 만들어야지.”
“조항을?”
“관세 조정이나 국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너에게 떨어질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거다.”
“예를 들면?”
“파리 국유지 공원을 달라거나 무역권 하나를 독점하게 해 달라거나, 위성을 마음대로 사용하게 해 달라거나.”
“…….”
한성의 얼굴이 조금씩 펴졌다.
역시나 오창진에게 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괜히 찝찝했는데, 오창진에게 말을 하여 시원하게 해결을 본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 받아 적어라.”
“아, 알겠어요.”
유설화는 오창진의 말을 메모하고 있었다.
“그밖에 우리가 프랑스에 기업을 세우면 세금을 면제하게 해 달라거나. 후후후후.”
“하하하! 좋은 생각이다.”
한성은 이참에 두둑하게 한몫 받아 챙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