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술 없어?
무복은 백의로 맞추고 겉옷은 각자 취향에 따라서 골랐다.
내 예상대로 검마는 시커먼 장삼을 위에 걸쳤으나, 나머지는 적당하게 백의 무복과 어울리는 색을 골랐다.
나는 잠시 사대악인과 백의서생을 바라봤다.
“음.”
새삼스럽게 신수가 훤한 사내들로 변한 상태. 다들 무공이 고강한 터라 군살이 없고 분위기까지 독특해서 명문 정파의 사형제들이라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만 놀란 것은 아니다. 나만큼이나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복장과 차림새를 구경했다.
“…….”
색마가 말했다.
“다들 차려입으니까 사람이 달라 보이네. 사부님도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내 눈에 가장 멋있게 뒤바뀐 사람을 꼽으라면 귀마다.
나름 못생긴 사내였지만 골격 자체가 각지고 튼튼해서 그런지 꼬장꼬장한 백도의 장문인 혹은 대사형처럼 보였다. 표정도 딱딱하고 근엄한 편이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정작 옷을 사 입자고 한 것은 나였는데, 내가 가장 놀라는 중이랄까.
“옷이 정말 중요하긴 하구나.”
검마가 말했다.
“백의가 까다롭게 가게를 고른 이유가 있었군.”
백의서생의 안목 때문에 몇 차례나 구경만 하고 나오기를 반복하다가 어렵사리 의복을 맞췄다. 자신의 취향대로 백의를 갖춰 입은 백의서생이 우리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나는 그제야 천악에게 줄 의복도 맞춰서 가져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선물까지 주는 것은 내가 바라는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 잊었다.
나는 백의서생을 쳐다봤다.
“안가까진 멀어?”
백의서생이 대답했다.
“이렇게 어느 세월에 간단 말이냐? 경공으로 가야지.”
“그러자고.”
내가 사대악인을 쳐다보다가 웃자, 색마가 물었다.
“왜 갑자기 처웃어?”
확실히 이번 동행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단순히 천악을 만나러 가는 데도 수련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제의 경공이 무척 빠르잖아. 다들 고생 좀 할 것 같아서.”
색마가 대답했다.
“고생은 네가 하겠지. 평지에서의 경공은 자신 있다.”
의외로 가장 고전할 것 같은 귀마도 이렇게 말했다.
“……나도 장거리는 자신 있다.”
검마가 백의서생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경공은 다들 무제에게 한 수 배우자꾸나.”
백의서생이 우리를 둘러보더니 뒷짐을 진 자세로 앞서 나갔다.
“저녁은 봉양의 백학루에서 먹을 테니 열심히 따라오도록 해라.”
백의서생의 보폭이 점점 엿가락처럼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제운종을 펼치면서 앞으로 질풍처럼 뻗어 나갔다.
정말 살벌하게 빠른 속도였다.
우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마자 입을 다문 채로 백의서생을 다급하게 뒤쫓았다. 삼십여 걸음을 맹렬하게 달려서 따라잡았을 때 백의서생이 다시 한번 속도를 높였다.
귀마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 이것 참.”
나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곧장 제운종으로 백의서생의 뒤를 쫓았다.
내가 물고기를 괜히 처먹인 것일까?
지난번보다 백의서생의 속도가 더 빨라진 상태여서 농담 한마디를 내뱉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것도 수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죽어라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 우리 모두 자존심 하나만큼은 강호의 십대고수 안에 들어가는지라 전원이 입을 닥친 채로 백의서생을 뒤쫓았다.
* * *
천악이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예상대로였다.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치다가 도중에 밥을 다섯 번이나 처먹고 잠도 한 번 잤다. 너무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주파한지라 마치 다른 나라에 방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백의서생을 뒤쫓아서 백운산에 올랐다.
산세도 험하고 도중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 때문에 길이 종종 보이지 않았지만, 백의서생은 뒷산에 오르는 것처럼 거침없이 걸었다. 잠시 후 짙게 깔린 운해(雲海)를 벗어나자 시야가 갑자기 확 트이더니 깎아 내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지가 나왔다. 그 절벽을 등진 채로 자연경관과 뒤섞인 장원 한 채가 보였다.
백의서생은 장원으로 당장 다가가지 않은 채로 호흡을 골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험한 산세와 안개에 의해서 감춰져 있는 안가처럼 보였다.
백의서생이 우리를 둘러보다가 장원을 향해 말했다.
“……집에 있나?”
나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방문을 보고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장원에서 이제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천악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냐?”
백의서생이 땅을 쳐다보더니 그답지 않게 말을 얼버무렸다.
“음, 그러니까.”
우리는 일제히 장원의 입구를 주시했다.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뒤덮고 있는 천악이 걸어 나오더니 우리를 둘러봤다. 머리카락 때문에 눈빛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백의서생이 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 손을 내밀었다.
“이쪽은.”
백의서생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천악이 입을 열었다.
“잘도 긁어모아서 데려왔구나. 이제야 내가 쓸모없어진 것이냐?”
백의서생이 대답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손님을 데리고 왔는데.”
분위기가 이상했기 때문에 즉시 내가 끼어들었다.
“천 선배, 하오문주 이자하요.”
천악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딱 봐도 미친 인간처럼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했다.
“너구나. 백가 놈에게 낚여서 여기까지 오다니 운이 없어.”
“운이 없다니?”
천악이 슬며시 웃으면서 말했다.
“제법 고수들을 잘 모았다만 겨우 다섯으로 날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냥 술 한잔 마시려고 온 거니까 개소리는 당신 친구한테나 해.”
천악이 낮게 깔린 웃음을 내뱉었다.
“어떤 미친놈들이 나를 찾아와서 술을 마시자고 한단 말이냐.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우리가 단체로 미친놈들이라는 것을 효율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미칠 노릇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백의서생을 노려봤다.
“이 썩을 놈이 대체…….”
친구를 왜 이런 상태로 방치하는 것일까. 나도 성질이 있는 대로 뻗치는 기분이 들었다.
백의서생이 나를 쳐다봤다.
“누누이 말했지 않나? 잘 안 믿는다고.”
천악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동안에 나는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앉자 눈치 빠른 색마가 급히 앉고, 이어서 귀마와 검마가 천천히 거리를 벌리더니 바닥에 앉았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려면 이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전부 주저앉자, 걸어오던 천악이 우리를 구경했다.
백의서생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의심도 적당히 해라. 하오문주가 술을 마시고 싶다고 떼를 써서 데리고 오게 되었다. 연통을 넣을 수도 없고. 미리 물어볼 수도 없어서 데려왔을 뿐이다. 내가 자네를 왜 갑자기 죽이겠나?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다가오던 천악이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누가 네 속을 알겠느냐? 갑자기 이런 고수들이 나와 술을 마시겠다고?”
천악 앞에 가까이 다가간 백의서생이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로 대답했다.
“네가 날 안 믿으면 대체 누굴 믿으려고?”
순간, 옷자락이 펄럭인다고 느꼈을 때 이미 천악이 손등으로 후려치고 그것을 막은 백의서생이 수평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겨우 우장으로 받아친 백의서생이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더니 바닥에 가볍게 내려섰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본래 친구끼리는 싸우면서 우정이 돈독해지는 법이다. 물론 저 정도 우정이면 백의서생이 맞아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심 천악이 백의서생을 때려죽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우리가 백의서생과 함께 합공하러 온 것이 아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무제, 맞아 죽는 거 아니야?”
천악이 나를 쳐다봤다.
“무제?”
“얼마 전에 백의서생이 서문무제를 꺾었소. 무제라는 칭호도 넘겨받고.”
천악이 백의서생에게 물었다.
“이 허약한 놈이 무제란 말이냐?”
백의서생이 냉랭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무제다.”
“대단한 별호네. 시건방진 놈.”
색마가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정말 맞아 죽는 거 아니야?”
문득 백의서생의 표정에 살기가 감돌더니 색마를 노려봤다. 나는 그제야 백의서생이라는 사내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인간임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백의서생이 천악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먼지 좀 마셔볼까?”
천악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무제께서 오랜만에 영약이라도 처먹었나?”
나도 당황스러워서 검마를 바라봤다. 그러자 맏형이 개입하지 말자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보자.”
이때, 백의서생이 먼저 움직이더니 가만히 서 있는 천악의 가슴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퍽― 소리는 요란했으나 천악은 뒤로 조금 밀려나는 것에 그쳤다. 우리는 저 소리를 듣자마자 서로의 얼굴을 구경했다.
“음.”
이내 천악과 백의서생이 동시에 달려들면서 맞붙었다. 장법과 각법이 섞이더니 놀랍게도 박치기까지 등장했다.
제법 맹렬하게 맞붙는 와중에 간간이 백의서생이 이곳저곳을 아프게 처맞았다. 실로 이상한 싸움이었다. 땅이 파이지도 않고, 타격이 너무 자주 상대의 몸에 적중했다.
주로 백의서생이 처맞긴 했으나…….
때때로 천악도 발차기에 맞아서 휘청거리고, 백의서생이 내민 손가락에 눈까지 찔렸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내공이 없는 싸움이었다.
싸움이 길어지자 백의서생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면서 굴러다녔다. 서로 수법의 고명함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천악의 외공이 힘으로 짓누르듯이 수법을 무력화시켰다. 타격 횟수가 비슷해도 계속 날아가고 구르는 쪽은 백의서생이었다. 이제 보니까 외공으로만 싸우게 되면 백의서생이 훨씬 불리했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 백의서생은 시종일관 얍삽하고 음험한 수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이 또 천악의 성질머리를 건드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시점부터는 천악의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아무리 내공이 없다지만 강호 최고수의 공격을 아무런 고통 없이 막아낼 리가 없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처맞고 있었는데도 백의서생은 악착같이 다시 덤볐다.
나는 두 사람이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싸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덩치만 커졌을 뿐이다.
칠팔 세부터 만나서 이런 식으로 자주 싸웠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멱살을 붙잡으면 곧장 수도로 쳐내고,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후려차기를 펼치면 발을 들어서 막는 등 서로의 수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장법을 펼치면, 금나수법으로 무력화하고.
금나수법을 역이용해서 서로의 팔을 꺾더니, 어느 순간에는 백의서생이 천악의 어깨를 가차 없이 물어뜯었다.
우리는 동시에 입을 벌렸다.
“와……뭐야.”
천악은 어깨를 물어뜯기는 와중에도 어깨를 튕겨서 백의서생의 얼굴을 떼어놓더니 박치기, 주먹, 발차기, 멱살을 잡고 바닥에 패대기치는 것까지 선보였다. 그 와중에 백의서생은 등이 바닥에 닿자마자, 한 발로 땅을 박차더니 거꾸로 일어나서 천악의 멱살을 틀어쥐더니 괴상한 체술로 집어던졌다.
백의서생이 달려가자…….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가 솟구친 천악이 이번에는 회전하는 발차기로 백의서생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백의서생이 날아갔다.
대충 싸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공만 없을 뿐이지,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느새 피투성이가 된 백의서생이 먼지를 털면서 일어났다. 내가 사준 백의도 엉망진창이 된 상태. 이 싸움을 말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결정할 수 없었다. 또다시 맞붙는가 싶더니 수십 대를 처맞은 백의서생이 멀찍이 날아갔다가 이번에는 천천히 일어났다.
이렇게 보니까 또 지독한 독종이었다.
백의서생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상의를 벗었다. 장삼만 벗는가 싶더니 아예 무복까지 벗어내자 맨살이 드러났다. 예상은 했지만, 백의서생의 몸에는 길쭉한 채찍 자국이 문신처럼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지도에 표시된 붉은 도로처럼 보였다.
두 사람이 또 맞붙었다.
외공에서 밀리는 백의서생은 아예 추잡함의 끝을 내보였다. 천악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가 얼굴을 처맞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가 천악에게 들려서 바닥에 처박혔다. 한참을 곤죽을 만들 듯이 백의서생을 흠씬 두들겨 패던 천악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해라.”
백의서생은 곧장 욕설로 대꾸했다.
“뭐 이 개새끼야?”
욕을 하자마자 백의서생은 더 처맞았다. 결국에 서너 장을 떼굴떼굴 굴러가던 백의서생이 바닥에 엎어진 채로 누워 있더니 양손으로 땅을 밀어내면서 일어섰다.
코와 입에서 흙에 섞인 찐득한 피가 걸쭉하게 떨어졌다. 사실 이쯤 해서 나는 백의서생을 말릴 생각이었는데, 저놈의 표정을 보자마자 말이 쏙 들어갔다.
“…….”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안내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그냥 백의서생이 천악을 만나기 싫어했던 게 아닐까. 이 싸움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온갖 감정이 피, 흙, 먼지와 엮여 있었다.
순간, 나는 무언가 떠올라서 이마를 붙잡았다.
‘아, 염병할…….’
결국에 다시 천악에게 덤빈 백의서생은 의미 없는 주먹을 몇 대 더 처맞고, 공중을 거꾸로 돌아서 바닥에 처박히더니 천악의 정권을 정확하게 이마로 맞이한 다음에 기절했다.
백의서생이 바닥에 널브러지자…….
그 옆에 주저앉은 천악이 팔짱을 끼더니 우리를 쳐다봤다.
“너희는 뭐 하러 온 것이냐?”
다들 할 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기절한 백의서생과 천악을 보다가 그냥 내 성질대로 대답했다.
“술 한잔 처마시려고 왔다. 왜?”
천악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곧장 다시 주둥아리를 열었다.
“왜? 한판 붙을까?”
나를 쳐다보던 천악은 갑자기 어깨를 움직이면서 한참을 웃었다. 뭐가 저렇게 웃긴 것일까. 한참을 웃던 천악이 기절한 백의서생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는 모양새였다. 이내 백의서생이 눈을 뜨더니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쳐다봤다.
이미 곤죽이 되도록 처맞은 상태였기 때문에 천악도 백의서생을 더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내 상상력이 특이한 것일까. 이렇게 보고 있으려니 두 사람이 애증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백의서생도 진향 사매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동귀어진하게 내버려 뒀을까?
그것까진 나도 모른다.
다만, 저런 감정을 섞지 않으면 이렇게 싸우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희한하게도 여기까지 상상하자, 다음 사정도 어느 정도 유추했다. 그러니까 흑선과 대사형을 가장 먼저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은 백의서생이 아니다.
두 악인을 죽이려는 자가…….
처음부터 진향 사매였다면 이 모든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어느 정도 풀린다. 악에 받친 채로 싸우던 백의서생의 표정이 내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천악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