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141)
‘거기에 혹시나 모를 임신 주기나, 발정 주기의 변화도 고려해야 되는데…….’
솔직히 이건 과거의 소가 아니기 때문에 고려해야 될 상황이었다.
번식 속도가 빨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늦어졌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차피 그건 내년이나 되어야 제대로 알게 되겠지.’
상혁은 지금 고민해 봤자 해결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이 문제는 잠시 치워 두기로 했다.
그리고 당장 할 일을 정했다.
“오늘은 닭을 잡으러 가야겠다.”
상혁은 그렇게 결정하고 걸음을 옮겼다.
* * *
닭은 원주로 가는 길목에 어마어마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심지어 무척 공격적이기도 했고 말이다.
녀석들을 잡아간다고 해도 꽤나 성가실 것 같았다.
‘닭장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순수 100% 칼텔 나무로 만든 닭장이었기 때문에 목재로 만들어진 닭장 중에서는 최고의 내구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안심이 안 되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
녀석들의 공격성을 생각해 보면 닭장을 어떻게 해서든 엉망으로 해 놓고 탈출할 것만 같았다.
‘일단 한 50마리만 잡아넣어 보고 안 되면 말아야겠다.’
상혁은 그리 간단히 결정하고 원주 쪽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눈에 묘한 광경이 발견되었다.
“뭐지?”
원주에 있던 산 쪽으로 일정 부분의 식물들이 싹 다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나무는 무사했지만 그 외의 식물들은 흔적도 없었다.
‘이 정도로 풀을 깔끔하게 먹을 만한 놈들이 이 근처에 있었던가?’
물론 있긴 있었다. 바로 흑염소.
하지만 녀석들은 부드러운 잎사귀를 좋아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을 때나, 식물을 뿌리나 나무 껍데기까지 벗겨 먹는다.
주변에 파릇파릇한 풀이 이렇게나 많은데 일정 영역의 식물들을 뿌리까지 뽑아 먹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녀석일까?’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움직이는 방향이 불길한데.’
분명 횡성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분명 상혁이 한 달의 기간 동안 만들어 놓은 100만 평짜리 밭으로 향할 것이다.
안 그래도 라플라가 부족해서 근처에 야생 라플라란 라플라는 다 뽑아다 심었지만 아직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서 불안했다.
잘못하면 기껏 싹이 올라온 농작물들이 순식간에 학살(?)당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라플라가 막지 못하는 놈일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닭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놈은 지금 막아야 돼.’
대규모의 밭이 얼마나 흥하냐에 따라서 내년의 가축 농사의 규모가 정해진다.
그만큼 100만 평의 밭은 중요했다.
상혁은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 * *
상혁은 풀 한 포기 없는 곳에 내려섰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단서를 알아낼 수 있었다.
‘뭐지? 이 진한 향기는?’
어디선가 한 번쯤 맡아 본 것 같은 진한 향기가 느껴졌다.
절대로 역한 냄새가 아니었다.
오히려 개운한 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아주 오래전에 맡아 본 것 같은 향인데…….’
상혁은 이 진한 향을 기억해 두고 다른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정체 모를 녀석이 씹다 흘린 풀 쪼가리라든가, 발자국이라든가, 아니면 털이라도 흘렸나 싶어 꼼꼼히 찾아보았다.
한동안 살펴보기만 했을 때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가 땅을 살짝 파 보니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풀 쪼가리.
그런데 생각했던 형태가 아니었다.
뭔가에 씹혔거나 잘린 형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이게 가능한가?”
찾아낸 풀은 노랗게 타 죽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제초제에 의해서 죽었을 때나 고온에 바짝 말라 버렸을 때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들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것이다.
원형을 꽤 잘 유지한 채로 말이다.
참고로 타 죽은 식물들은 쉽게 바스러진다.
수분기가 완전히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속에 묻히면서도 원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무척 의외의 일이었다.
‘잘 보니까, 뭔가 이상한데?’
혹시나 땅을 파서 묻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잘 보니 주변 땅은 뭔가에 의해서 갈아엎어진 흔적이 없었다.
상혁은 주변의 땅을 더 파 보았다.
이런 식으로 죽은 식물들이 즐비했다.
마치 땅이 식물들을 안쪽으로 끌어당긴 것만 같았다.
‘대체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뭘까?’
상혁은 좀 더 주변을 탐색해 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다 싶은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잠시 평평한 바위에 앉아서 고민해 보았다.
뭔가 잡힐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가 딱 떠올랐다.
‘왜 내가 그 생각을 못 했지?’
상혁이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다시 한번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 * *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범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단서를 조합해서 유력한 범인을 유추할 수는 있었다.
포식초.
그것은 릿츠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었다.
정확한 명칭이 있었지만 식물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정식 명칭은 사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상혁도 정식 명칭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칭 따위가 아니었다.
녀석은 과거 농사를 짓는 데 어마어마하게 방해를 했던 식물이라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어떻게 씨를 뿌리고, 어떻게 번식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녀석은 뜬금없이 밭 한가운데에 나타나서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죄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늦게 발견하면 반경 100m까지 모든 식물이 땅속으로 끌려가서 진액을 빨아 먹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해 농사는 쫄딱 망한다고 봐야만 했다.
심지어 녀석은 잡초처럼 전혀 쓰잘데기가 없었다.
끽해야 몬스터 먹이로 던져 줘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진액을 빨아 먹는 것치고는 정강이까지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간에 기별도 오지 않았다.
모든 진액을 뿌리에 투자했기 때문인데, 뿌리마저 가늘고 길게만 뻗어 나가는지라 캐내기도 힘들어서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었다.
‘줄기만 제거해도 죽는 녀석이라 다행이었지.’
만약 뿌리만 살았어도 재생되는 녀석이었다면 릿츠의 모든 농사꾼들은 농사를 포기했을 터였다.
아무튼 녀석은 시간을 주면 어마어마하게 문제가 되는 녀석이지만 발견하기가 쉽고, 제거하기도 쉬워서 농경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농부라면 크게 문제 되는 놈이 아니었다.
열심히 근처를 살펴볼 때만 해도 상혁은 분명 포식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단서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국 발견되지 못했다.
벌써 포식초가 제거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포식초가 했다고 보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많아.’
일단 포식초는 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피해 지역에는 이동하면서 피해를 끼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녀석은 향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그냥 풀 냄새만 날 뿐이었다.
하지만 아주 진하고 좋은 향을 내뿜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새로운 식물일지도 모른다.’
결국 상혁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밭을 위협하는 적에 대비하기 위해서.
* * *
상혁은 그 뒤로 며칠간 여유를 두고 미지의 적의 동태를 살폈다.
녀석은 확실히 100만 평 밭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무를 제외한 식물이란 식물은 죄다 학살하면서 말이다.
이례 없을 정도의 학살자였다.
그리고 이례 없을 정도의 도주의 대가이기도 했다.
마치 영역을 넓히듯 불모지를 넓힐 때마다 빠르게 현장으로 가 봤지만 미지의 적은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일부러 흔적이라도 남기듯이 특유의 향만 남겨 둔 것이다.
‘이 향, 무척이나 익숙한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상혁은 녀석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짐을 느끼고 놀을 이용하기로 했다.
“형 왔다.”
상혁이 다가가자 놀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그에게 안겨 오려고 했다.
다 큰 놀들은 새끼 때와는 다르게 덩치도 크고 생긴 게 징그러웠다.
목줄이 없어서 만약 안겨 왔다면 그도 모르게 죽였을지도 모른다.
‘쯧. 다 큰 놈들이 앵기려는 걸 보니까 속이 안 좋네.’
그런데 상혁을 반가워하는 놈들의 숫자가 셋밖에 없었다.
그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어디, 잘 있냐?”
그가 놀 세 마리 사이로 구석에 웅크려 있는 한 녀석을 살폈다.
녀석이 으르렁거리면서 상혁을 견제하고 있었다.
평소의 상혁이었다면 꽤나 거슬려 했겠지만 그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이해했다.
녀석의 품 안에 8마리의 새끼 놀들이 꼬물꼬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간이 흘러 새끼였던 놈들이 새끼를 밴 것도 모자라서 출산까지 한 것이다.
농사꾼이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때는 자주 있지만 기르던 가축이 새끼를 낳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돈이 돼서이기도 했지만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난다는 행위 자체가 그저 기쁜 것이다.
“그래, 잘 있네. 새끼들도 다 살아 있고.”
원래 가축들의 경우 새끼를 출산하게 되면 분리시켜야만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새끼들을 공격하는 동족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녀석들은 절대로 새끼를 소홀히 하거나 해코지하는 놈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몸보신하라고 미역국이라도 먹여야겠지만…….’
놀은 개가 아니다.
철저하게 육식이었기에 미역을 먹을 리가 없었다.
‘미역도 없지만…….’
“그래그래, 몸조리 잘해라.”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묶여 있던 놈 중에 두 놈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녀석들이 좋아서 상혁에게 달라붙었지만 그가 인상을 쓰고 기세를 한번 뿌려 주자 기가 죽어서 꼬리를 말았다.
“어딜 달라붙어, 다 큰 새끼들이.”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육장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놀을 활용할 때였다.
* * *
상혁이 열심히 미지의 적과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던 그때, 서울에서도 출정을 앞두고 준비하는 이가 있었다.
1세대 헌터이자 마력 이용자 단체의 대표.
겁화의 여제라 불리는 여인.
한연희.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전투복을 챙겨 입었다.
상급 몬스터의 것으로 만들어진 가죽 갑옷으로, 가벼웠음에도 불구하고 생각 이상의 내구력을 갖춘 고급 장비였다.
“조금 살이 쪘나…….”
오랜만에 입는 전투복이다 보니 꽉 끼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이내 사라졌다.
가죽이 연희의 사이즈에 맞춰서 알아서 늘어난 것이다.
가죽 갑옷이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이게 얼마 만인지…….’
그녀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도 5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즉, 전투복을 입는 것도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에스퍼 사이에서는 최고의 실력자 중에 1명으로 손꼽히지만 스스로는 이제 그렇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실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1세대 헌터라는 상징성과 지금까지 꾸려 온 세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대접은 절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그녀와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이 그 산증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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