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93)
“아악!”
“이년아. 정신 안 차려? 우리 다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상혁 씨 불러와!”
그 말에 지수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다시 연락을 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 모습에 연희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후려쳤던 손바닥을 털어 냈다.
그녀의 손바닥은 아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기운을 전혀 운용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기하고 있던 석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괜한 모습 보였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현재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전부 상황에 따라 전투에 나설 인물들이었다.
창수, 재한, 성춘, 석준, 중국인 초인들, 중국 에스퍼들, 보안부 인원들, 외국인 4인방과 최후의 보루인 애슐리까지.
정말 많은 수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연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CCTV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사이에 풀눈물의 행동 패턴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공격적인 형태였다.
몬스터들이 줄어드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곧 나서야겠어.’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 조용히 무기를 점검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대부분 익숙해진 얼굴들이었다.
“아무래도 모두 싸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재한이 먼저 반응해서 대답했다.
“오랜만에 긴장감 드네.”
헌터로서 활동하지 않은 지 몇 년이나 지난 상태라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초인에 이른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만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상상 이상의 강자라는 것은 조금만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싸움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헌터의 마음가짐이었다.
그에 창수가 비꼬듯이 물었다.
“형. 쫄았어요?”
“쫄긴 쫄았지. 하지만 네 불알만큼은 안 쫄았다.”
“아, 말하는 게 아재네, 아재. 이제 다 늙어서 관 속에 들어갈 준비 해야겠네요?”
창수와 재한은 평소라면 하지 않는 수위가 센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에 성춘도 끼어들었다.
“아재아재 발아아재.”
순간 주변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재한과 창수가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너 때문에 긴장이 싹 날아갔다.”
“크큭. 그러게요. 긴장이 너무 날아간 게 문제지만.”
그 모습에 석준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헌터였지만 헌터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한 농담으로 긴장 조절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조절하고 있었다.
‘내 창은 하늘을 뚫어 버릴 창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주는 자신만의 주문.
좋은 긴장 완화법이었다.
그 외에도 각종 방법으로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희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의논할 게 있어요. 최상급 몬스터들을 내보낼 생각이에요. 같이 싸울까요? 아니면 따로 싸울까요?”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최상급 몬스터에 초인의 힘을 더하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과연 몬스터와 인간의 합이 그렇게 잘 맞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잠시 침묵했다가 서로의 의견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럴 시간이 남아 있었다.
* * *
상혁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단 한 번의 공격에 절명해 버린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살인이네…….’
“쿨럭!”
순간 그가 피를 한 사발 토해 냈다.
검은 피와 내장 조각이 같이 튀어나왔다.
‘하아. 녀석의 신성 마법이 애초에 무식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하다.’
상혁은 과거 녀석이 지금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꼭 등짝이 아니라 팔뚝이나 허벅지에 맞아도 장기까지 영향을 줘서 적을 죽음에 몰아넣는 사기 마법.
웬만한 방어 마법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그 공격을 파훼하는 방법은 회피뿐이었다.
최강급 마법 중에서 그나마 피하기 쉬운 형태였기에 시전자와 무력 수준만 얼추 맞으면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마법이었다.
사실 아까도 마음만 먹었으면 마법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박을 해야만 했고 그 도박에는 한 가지 계산이 깔려 있었기에 그대로 맞았다.
‘장군이의 거대한 몸이 포인트였다.’
녀석이 사용한 신성 마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즉사 마법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정보가 바로 그것이었다.
해체라는 마법은 사실 범위 마법이었다.
즉, 대상자의 일부에 맞으면 일정 범위 내의 내부를 진탕으로 만드는 마법이었다.
인간의 경우 어느 부위를 맞아도 즉사 확정일 만큼 넉넉한 범위를 자랑하는 마법이었지만 장군이의 몸에까지 그리 작용하는 건 아니었다.
녀석의 몸은 말 그대로 집채만 할 정도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험했다. 심장까지 닿을 뻔했어.’
맞은 부위가 등짝이라서 예상 못 한 피해를 받을 뻔했지만 다행히 심장은 무사했다.
일부러 틈을 내주던 도박은 정말로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두 번 다시 할 만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쿨럭! 컥컥!”
상혁은 다시 한번 피를 토해 냈다.
그리고 이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아, 이거 큰일인데?’
그의 몸은 현재 조금씩 죽어 가고 있었다.
심장이 무사하다고 하지만 다른 장기가 너무 큰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박이 반만 성공한 걸지도…….’
그는 그리 생각하면서 기운으로 내부를 다스렸다.
워낙 엉망이 되어서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지만 그나마 기운으로 내부를 쓰다듬자 숨이라도 좀 쉴 수 있었다.
‘일단 집으로 간다. 집에만 가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상혁은 너무 큰 손해에 일단 집으로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한바탕 소란으로 무너진 저택 사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와라.”
단순히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그의 기운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지면서 존재감을 퍼뜨렸다.
그에 작은 몬스터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치기 바빴지만, 반대로 다가오는 놈도 있었다.
바로 와이번이었다.
녀석은 뭘 먹었는지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거의 허물어진 저택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상혁 앞에 내려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혁의 몸이 더 컸다.
크르릉?
순간 녀석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혁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녀석의 목을 뒤에서 휘어 감았다.
“최대한 빨리 가자. 집으로.”
그 말에 녀석이 낑낑거리면서 날개를 퍼덕였다.
솔직히 날아오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돌풍이 그것을 도와주었다.
그러자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이 가능해졌다.
녀석이 상혁을 업은 채로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상혁이 일으킨 강한 바람이 녀석이 나는 것을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라하아아아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겨우 날아오르는 것에 젖 먹던 힘까지 다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정 높이까지 올라오자 녀석은 총알같이 농장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타임어택이라도 하듯이.
* * *
농장에 침입한 불청객으로 인해서 횡성은 일부를 빼면 꽤나 조용했다.
이런 일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지하 대피소로 대부분의 일꾼들이 피신해 있었기 때문이다.
창고 밀집 지역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조용한 곳에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녀석이 있었다.
크하아아……악!
거대한 풍채를 짊어지고 있는 와이번.
녀석은 핼쑥해진 얼굴로 창고들이 보이자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고들 사이로 불시착했다.
그 속도와 무게감이 어마어마해서 녀석이 불시착한 곳으로 골이 깊게 파였다.
거기에 무려 다섯 채의 창고가 무너졌다.
끄르륵…….
와이번이 바닥에 처박혀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입에는 피거품을 물고 있었고 날개와 여기저기 뼈마디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상급에 이른 몬스터의 몸으로도 버티기 힘든 충격이 녀석을 비참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녀석이 짊어지고 있던 존재는 무사했다.
장군이와 융합 중인 상혁.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생했다. 크흡! 퉤헷!”
상혁은 다시 피가 올라오자 거칠게 뱉어 냈다.
“너도 곧 치료해 주마. 숨만 붙어 있어라.”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고들 중에서 가장 허름한 창고를 찾아 걸어갔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와이번이 그 와중에 아주 좋은 곳에 착륙한 셈이었다.
“오랜만이군.”
상혁은 창고를 앞에 두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그 창고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탓에 잘 열리지 않아야 했지만 장군이의 완력을 버틸 수는 없었다.
쾅!
창고 문이 시원하게 열리다 못해서 떨어져 나갔다.
거대한 몸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부숴 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부실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 문은 각종 마법이 걸려 있는 문으로 쉽게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다.
문을 연 존재가 상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살판났군.”
상혁은 꽤 큰 창고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바로 포식산삼.
몇 년 못 본 사이에 녀석은 창고 안에 별의별 짓을 다 해 놓은 상태였다.
묶어 놓았던 것은 전부 끊어져 있었고 창고 내에 이끼 밭을 만들어 놓고 누워 있었다.
녀석은 마치 천당에라도 와 있는 듯했다.
분명 단 한 번도 수분이나 양분, 햇빛까지 아무것도 제공해 준 적이 없건만 녀석은 멀쩡해 보였다.
예전에 잘라 낸 부분만 빼면.
“아주 살림을 차렸구나. 쿠욱. 퉷!”
상혁이 피를 거칠게 뱉어 내자 녀석이 그제야 잠에서 깬 듯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멈칫하다가 상혁을 넘어 도망가려고 했다.
그 속도가 마치 번개 같았다.
하지만 녀석은 상혁의 우악스러운 손에 단번에 붙잡혔다.
“고맙다. 거기까지 가기 힘들었는데…….”
상혁은 그대로 잡아챈 포식산삼을 삼켰다.
분명 녀석도 꽤 크건만 장군이의 몸을 빌린 그에겐 한입거리였다.
청아한 향이 순식간에 그의 감각을 지배하듯 퍼졌다.
* * *
농장 사람들은 결국 최상급 몬스터와 인간이 합공해서 풀눈물을 저지하기로 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그들의 말을 따라 주는 최상급 몬스터는 3마리.
깜장이와 하양이, 보스 와이번이었다.
그 외에도 최상급 몬스터는 더 있었지만 상혁만이 컨트롤할 수 있었다.
‘과연 이 정도로 저 사람을 저지할 수 있을까?’
연희는 그런 속마음을 감춘 채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현재는 아직도 일반 몬스터들의 지지부진한 소모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풀눈물의 힘이 조금은 소모됐겠지만 절대로 지쳐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곧 일반 몬스터들이 씨가 마르겠다.’
현재 투입된 고양이, 개, 놀, 여우, 와이번들의 시체를 한곳에다가 쌓았으면 작은 언덕이 만들어졌을 만큼 쌓였을 것이 분명했다.
그에 연희는 미리 전투를 준비하고자 했다.
그녀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진을 쳤다.
선두에는 낮게 위협용 울음을 흘리는 3마리의 최상급 몬스터가 섰고 그 후위로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준비되자마자 풀눈물이 강력하게 일반 몬스터를 휩쓸었다.
순간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숨을 거두면서 잠시 공백이 생겼다.
그 모습에 농장 사람들이 침을 한 모금씩 삼켜야만 했다.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나왔나?]분명 멀리 떨어져 있건만 풀눈물의 목소리가 농장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릿츠어였기 때문에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재한이 석준에게 물었다.
“석준아. 방금 어느 나라 말이냐?”
“글쎄요. 저도 처음 들어 보는데요.”
농장에서 언어적으로는 소나 다음으로 뛰어난 석준이 모른다고 하자 재한이 혀를 찼다.
“쯧. 도움이 안 되네.”
그에 석준이 발끈했다.
“형. 영어는 아세요?”
“당연히 모르지.”
“그런데 엄청 당당하시네요.”
“그럼. 꿀릴 거 없으니까.”
석준은 재한의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괜히 자신이 발끈한 게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때, 풀눈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릿츠어를 모르는군.”
그는 꽤 유창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 재한이 다시 투덜거렸다.
“뭐야? 한국말 잘하네. 처음부터 한국말로 하지, 뭔 이상한 나라 말을 하고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달리를 형상화시켰다.
녀석이 그의 뒤에 오버랩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모습이 꽤 믿음직해 보였다.
“보아하니 당신도 나와 같은 땅의 정령 같던데, 한번 해보자고.”
그는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석준이 괜히 그의 어깨를 짚었다.
“형. 그러다가 죽어요.”
그에 재한이 김빠진다는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기세 싸움이다, 기세 싸움. 걱정하지 마. 나도 보는 눈은 있어. 저 녀석이 나랑 상대도 안 될 강자라는 거 잘 안다.”
그 말에 석준이 조금 뻘쭘하게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의 창이 유독 더 강렬하게 번뜩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농장 사람들이 죄다 자세를 취하면서 각자의 무기를 들고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들의 기운이 한데 어우러져 공간을 장악하면서 풀눈물을 압박했다.
그에 달려들던 일반 몬스터들이 잠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분위기를 읽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었다.
그때, 그가 공간 장악을 그냥 허용하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을 해 왔다.
“너희는 그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
꽤나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연희가 상대해 주었다.
그녀의 건틀릿에는 오랜만에 강렬한 화염이 맺혀 넘실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죠?”
“이삭하다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는 말이다.”
“이삭하다?”
연희는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에 풀눈물이 착잡한 얼굴이 되었다.
“그의 진명도 모르는 것인가? 다시 묻지 이상혁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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