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1
11
Chapter4 – 정체가 뭡니까? (1)
1.
“그럼 2013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프로페셔널 부문 1차 현장예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앰프에서 박한솔 교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무섭게, 참가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콧노래를 흥얼거려가며 라텍스 장갑을 손에 꼈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3인분의 요리를 준비하기에 한 시간은 차고 넘치는 시간이니까.
탁-.
우선 아버지께 선물 받은 나이프 키트를 열어서는, 천천히 구성품 목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필요한 건 다 있네.’
10・12인치 주방용 칼을 시작으로, 보닝・패링 나이프, 소형 스푼, Y필러, 와인 키, 거품기, 생선 핀셋, 그 밖에도 기타 등등···.
처음 만난 요리사의 실력이 궁금할 때는, ‘나이프 키트’부터 엿보라는 말이 있을 지경이다. 구비하고 있는 조리도구의 목록만 봐도, 그 사람이 얼마나 요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최고급 제품은 아니라지만, 필요한 조리도구는 전부 다 담겨있는 실속있는 구성이다.
“좋아.”
낮게 중얼거려 보인 필상이 곧장 홍연어 손질을 시작했다. 비늘 칼로 홍연어 껍질의 비늘을 벗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각, 사각. 마냥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려퍼지기를 잠시. 금세 비늘을 모두 벗겨낸 필상이, 홍연어의 표면을 다시 한 번 흐르는 물에 씻어내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혜원 셰프가, 제 곁에 선 강훈 셰프에게 속삭이듯 나직이 말을 건넸다.
“어라? 동작이 상당히 노련한데요···?”
동작 자체에 망설임이 없다. 그 말인 즉, 연어 해체 및 손질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내 필상이 곧장 홍연어의 배 부분에 칼을 푹 찔러넣고는, 일자로 갈라냈다. 그 다음엔 마른 헝겊으로 속의 물기를 한 번 제거한 뒤, 반대편 역시 똑같이 칼집을 내주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해봐야 20초 남짓.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강훈 셰프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전문적이네요.”
이내 필상이 홍연어의 뼈를 한 번에 드러내버렸다.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곧장 ‘생선 핀셋’을 이용하여 살코기에 붙어있는 잔가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속전속결로 빠르게, 또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몇몇 참가자들은 동작을 멈춘 채, 멍하니 필상의 움직임을 곁눈질로 엿보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이윽고, 본격적인 *오로시 (*おろし:생선손질) 작업이 시작되었다. 바깥쪽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혈합육까지 완벽히 제거내했다. 그 다음에는 곧장 먹기좋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만에 스테이크용 ‘연어 필렛’이 완성된 것이다.
이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혜원 셰프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흠, 아무래도 ‘연어 스테이크’를 선보이려는 건가 본데요? 완성된 요리를 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라지만,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강훈 셰프가, 돌연 “음?”하고 낮게 중얼댔다.
다름 아니라, 필상이 손질을 마친 연어 필렛 세 덩어리를 곧장 소금물에 풍덩 담궈버렸던 탓이었다.
“이혜원 셰프님, 저는 잠시 41번 조리대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예.”
그리고는 곧장 필상에게 다가가서 나직이 물음을 건넸다.
“참가번호 41번, 정필상 참가자. 몇 가지 질문 좀 하겠습니다. 채점에 반영될 여지가 있으니 신중히 답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연어 필렛을 소금 물에 넣으셨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군요.”
이내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생연어를 그대로 굽게 되면 함유되어 있는 ‘*알부민’(*Albumin) 성분이 튀어나와, 표면에 흰색 실오라기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뿐 아니라, 그대로 굽게 되면 간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고 육질이 퍽퍽해질 염려도 있고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강훈 셰프가, 조리대 위에 놓인 야채를 바라보며 재차 되물었다.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군요.”
“예. 가니쉬로 사용할 겁니다.”
“두 야채를 선택하신 이유는요?”
날카로운 눈빛, 굴곡없는 어투.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강훈 세프에게 질문을 받게 되면,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나 버벅대기 일쑤였다. 참가자를 압도하는 일련의 기세가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필상은 달랐다. 주눅들기는 커녕 기다렸다는 듯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고 있을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이는 대답 여하에 따라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속으로는 마냥 쾌재를 부르고 있던 것이다.
“본래 연어는 단맛이 나는 야채를 곁들이지 않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단맛이 나는 야채와 함께 먹게되면 본연의 풍미가 흐트러지고, 비릿한 맛이 배가되니까요. 그래서 단맛이 거의 나지 않는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를 가니쉬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요리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필상이 곧장 아스파라거스를 굽고, 브로콜리를 데쳐내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연어 스테이크 위에 끼얹을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진 마늘과, 생크림, 레몬즙을 넣고 졸이며 농도를 맞추었다. 본래 연어는 유제품과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다. 하지만 야채와 마찬가지로 단맛이 나는 유제품을 곁들이게 되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짠 맛이나는 파르메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갈아넣어 밑간을 해주었다.
이윽고, 필상이 소금물에 담궈주었던 연어 필렛을 모두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껍질쪽에 밀가루를 발라주었다. 껍질 쪽에 밀가루를 발라낸 뒤 튀기듯 구워주면, 바삭한 식감이 잔뜩 살아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달군 팬 위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함께 끼얹어주었다. 버터로만 굽게 되면, 연어의 속살이 익기 전에 겉부분이 까맣게 타버리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잔뜩 달아오른 팬 위에 연어 필렛 세 덩어리를 내려놓던 찰나.
치이이이이익-.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렸다. 작게 “좋아.”하고 중얼거려 보인 필상이, 팔짱을 낀 채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껍질이 있는 쪽을 먼저 노릇하게 익혀냈다.
‘지금이다.’
뒤집개로 조심스레 뒤집어서 껍질 쪽의 굽기 정도를 살펴보았다. 완벽했다. 한 입 조심스레 깨어물면 ‘와삭-.’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흘러나올 게 분명했다. 이내 필상이 작은 스푼으로 기름을 떠서는, 연어 필렛 위에 지속적으로 끼얹어주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아로제’(Arroser) 기법을 활용하여 연어 필렛을 구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구워주게 되면 겉은 바삭해지고, 속은 촉촉해지며, 풍미는 더욱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윽고.
필상이 플레이팅을 시작했다. 원형 접시에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끔 데워준 화이트 소스를 먼저 끼얹었고, 그 위로 연어 스테이크를 올려놓았다. 물론 노릇하게 익은 껍질 쪽 방향이 위를 보게끔 말이다.
그 다음 접시 한쪽 편에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데친 브로콜리등을 올려주었다.
띵-.
필상이 조리대 한 편에 놓여있던 벨을 울렸다. 이내 장내에 자리해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필상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56명의 프로페셔널 부문 참가자들 중 가장 먼저 조리를 마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뭐가 이렇게 빨라? 아직 4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끝냈다고?’
필상을 제외한 타 참가자들 같은 경우 자신의 기량과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고난이도의 요리를 준비하고 있던 탓이었다. 연어 스테이크처럼, 기본기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요리를 준비한 것은 참가자들 중 필상이 유일했던 것이다.
그때,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있던 심사위원 ‘박한솔 교수’가 제 무테 안경을 한 번 치켜올려 보이고는 되물었다.
“참가번호 41번 정필상 참가자, 조리 끝나셨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시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세 명의 심사위원이 필상의 조리대 앞에 섰다. 심각한 얼굴을 한 채, 접시에 담긴 연어 스테이크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이윽고, 박한솔 교수가 포크로 연어 스테이크의 껍질을 ‘콕.’찌르던 순간.
바스락-.
“이야, 소리 봐라? 엄청 바삭하겠는데?”
이내 곁에 서있던 두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여가며 저마다의 의견을 덧붙였다.
“표면에는 밀가루를 살짝 발라낸 것 같고, 아로제 기법으로 구워낸 것 같은데···.”
“일단 이론은 확실하네요.”
가장 먼저 맛을 본 것은 박한솔 교수였다. 속내를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연어 스테이크를 조금 잘라내, 포크로 찍어 입에 넣어보인 박한솔 교수가 제 입을 오밀조밀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이내 연달아 다른 두 심사위원들 역시 맛을 보기 시작했다. 소스가 묻어나지 않은 부분을 한 입, 그 다음엔 소스를 듬뿍 발라내서 다시 한 입.
이윽고.
물을 한 모금 들이켜 입을 헹궈보인 강훈 셰프가, 날카롭기 그지없는 눈빛을 한 채 필상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냥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강훈 셰프가 낮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정필상 참가자.”
이제 평가의 시간이다.
필상이 나직이 답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