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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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 – 영업개시 (1)
“강 셰프님···?”
필상의 아버지, 정순오가 원 테이블 레스토랑의 홀 안에 첫 발을 내딛기 무섭게 엷게 떨리는 목소리로 건네 온 물음이었다.
한차례 “안녕하십니까?”하고 정중히 답해 보인 강훈 세프가, 재차 말을이었다.
“어쩌다 보니, 제가 오늘 하루 ‘일일 홀 매니저직’을 맡게 되었네요. 우선 앉으시죠.”
이내 아버지께서 느릿하게 테이블 앞 의자를 꿰차고 앉으며 되물었다.
“허, 그나저나 불과 며칠새 많이 변했습니다. 보니까 이제는 당장 영업 시작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필상이 한창 셀프 인테리어에 전념하고 있던 때, 트럭으로 자재를 옮겨주며 몇 번이고 이곳에 발을 들여본 바 있는 정순오였다. 아무래도 고작 며칠에 불과한 시간만에 이토록 큰 변화를 거치게 되리라곤 추호도 예상치 못한 눈치였다.
놀란 기색을 전혀 감추고 있지 못한 것은 필상의 어머니, 권순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전에 저도 임대차계약 때문에 한 번 들렀던 적이 있는데, 대체 어떻게 불과 며칠새 이렇게 변한 건지···.”
이내 강훈 셰프가 입가에 그윽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짤막한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네, 맞습니다. 어제부로 개업 준비가 모두 마무리 됐고, 오늘이 첫번째 영업일인 셈입니다. 두분께서는 이곳의 ‘첫 손님’인 셈이고요.”
두 분께서 멍한 얼굴로 그런 강훈 셰프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였다. 말아쥔 주먹을 제 입가에 가져다 댄 채, “큼.”하고 헛기침을 해보인 강훈 셰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앉으신 뒤 편히 대화 나누는 게 어떨까 싶군요. 어떻게 오늘 일정은 즐거우셨나요?”
“그럼요. 필상이 덕에 좋은 곳에서 예쁘게 단장도 해보고, 결혼식 이후로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드레스도 다 입어보네요. 한 편으로는 남사스럽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이내 아버지께서 미간을 살짝 찡그리신 채, 이죽거리는 투로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이 사람이, 뭘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해? 하루종일 그렇게 싱글벙글 하더니···.”
그리고는 홀 한 편에 설치되어 있는 방송용 카메라를 지그시 바라보며, 재차 물음을 건넸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 종일 운전해주신 기사님 말씀으로는, 무슨 이벤트 회사라던데 아니었나 봅니다? 그 필상이 녀석 출연한다던 TV프로그램 촬영 중인거죠?”
“네. 오늘 오전부터 쭉 촬영 중이었습니다. 탑승하신 차량, 헤어샵, 커스텀 테일러 양복점, 마사지 샵, 프라이빗 영화관, 거치신 모든 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거든요.”
그 말이 끝맺어지던 찰나, 어머니께서 홍시처럼 붉게 물든 얼굴로 “어머, 어떻게 해. 그런 줄도 모르고···.”하고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제 얼굴을 꼭 감싸쥐어보였다.
이내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흐뭇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강훈 셰프가,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레스가 잘 어울리시네요.”
이번에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아버님께서도 정장이 정말 잘 어울리시고요.”
두 분 부모님께서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괜히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시던 찰나. 강훈 셰프가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서비스 될 음식에 대한 설명부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식 정찬, ‘오트 퀴진’(Haute Cuisine)입니다만 실제로는 유러피안에 가까운 코스 요리가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도합 아홉가지 음식이 서비스 될 예정이며, 상세한 안내는 음식을 내드리며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비어있는 와인 잔 안에 식수를 채워준 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달라는 말을 남긴 채 곧장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정순오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것 참···.”하고 중얼거려 보이던 찰나였다. 어머니 권순향이 돌연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필상이가 직접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며칠 내내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옷만 훌렁훌렁 벗어던져 놓고 병든 닭마냥 골아 떨어지더니···.”
“하여튼, 기특하다니까? 그런 와중에도 가게에 얼굴 안 비춘 날은 하루도 없었잖아? 허허, 하여튼 아들 하난 정말 잘 뒀어.”
말을 마친 아버지 정순오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며 덧붙였다.
“아들내미가 맛있는 음식 대접해준다는데, 기쁜 마음으로 편하게 먹어야하지 않겠어?”
한차례 “네, 그래야죠.”하고 답해보인 어머니께서, 파르르 떨리는 입가에 애써 미소를 머금어보였다.
“그래도 자꾸 결과보다, 과정이 눈에 밟히고 아른거리는 것을 어쩌겠어요?”
말을 마친 어머니의 큼직한 두 눈망울 위로, 이미 물기가 잔뜩 서려있는 상태였다.
*
한 편, 그런 지금. 필상은 첫 번째 손님인 부모님에게 내드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마냥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내 전담 카메라맨이 그런 필상에게 방송용 8mm 카메라를 들이밀어 보이며,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선보일 요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단 부모님께는 퓨전 한식 느낌의 정찬을 내드릴 예정이에요. 아무래도 두분 입맛과 기호를 꿰고 있으니까, 어렵지 않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놀란 듯, 한차례 “예···?”하고 되물어 보인 카메라맨이 다시금 연달아 물음을 건네왔다.
“필상 씨, 그럼 오늘 방문할 손님들께 선보일 코스를 다 다른 종류로 준비하신 거예요?”
“아뇨. 부모님꼐 선보일 오트 퀴진만 아예 따로 준비했어요. 다른 두 팀 손님분들께 선보일 요리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한데, 전체적인 맥락은 거의 비슷하고요.”
말을 마친 필상이 주방 구석을 턱짓으로 가리켜 보이고는, 살짝 퉁명스러운 투로 되물었다.
“죄송한데 잠시 비켜주시면 안 될까요?”
“아, 네. 죄송합니다···.”
이내 방해가 되지 않게끔 비켜선 카메라맨이 넋이 나간 얼굴로 필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적어도 영업 첫 날인 오늘 만큼은, 일관된 메뉴를 선보일 것이라 예상했던 탓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금세 첫 요리를 마친 필상이 주방 조리대 위에 놓인 벨을 울려보임과 동시에, 한차례 “띠잉-!”하고 청량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셰프님. 첫번째 코스 *아페르티페(*식전주)와, 두번째 코스 *오르되브르(*에피타이저) 레몬소스를 곁들인 생굴이에요.”
고동색 나무 재질의 기다란 접시 위로, 식전주와 생굴 요리가 함께 놓여있는 상태였다. 이내 강훈 셰프가 저도 모르게 “오···.”하고 감탄을 한 번 흘려보였다.
접시의 한쪽 끄트머리에는 식전주가 담겨있는 자그마한 크기의 전통주 잔 두 개가 놓여있었고, 반대 편에는 장식을 위해 흩뿌려둔 굵은 소금, 또 레몬소스를 끼얹어 둔 생굴과 입안에 남아있을 비린내를 걷어줄 청포도 몇 알이 함께 놓여있는 상태였다.
이내 필상이 몇 마디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생굴 특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레몬소스를 끼얹기는 했는데, 그래도 역부족일 거예요. 다 드신 후에 가니쉬로 올려 둔 청포도를 드셔야 한다고 설명해주시겠어요?”
“그래, 알겠어.”
“그리고 식전주는 두분께서 좋아하시는 안동 소주에요. 설명해드리면 좋아하실 거예요.”
이내 강훈 셰프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오케이.”하고 답해보였다.
‘확실히 세심해···.’
먹는 이의 ‘취향’과 ‘기호’를 고려한 것은 물론이고, 식전주와 에피타이저 메뉴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목적 역시 잊지 않은 듯 보일 따름이었다.
본래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기에 앞서 입맛을 살리기 위해 내놓는 것이 식전주와, 에피타이저 메뉴이지 않던가?
레몬소스를 끼얹은 싱싱한 생굴이라면 입맛이 돌게끔 하기에 일절 부족함이 없어보였으며, 꼬냑이나 브랜디. 위스키나 진을 비롯한 기존 ‘식전주’의 틀을 깨고, 손님의 취향에 맞춰 전통주를 내놓았다는 점 역시 높이 고평가 받아 마땅한 대목인 듯 보였다.
강훈 셰프가 식전주와, 오르되브르가 담긴 접시를 든 채 주방을 벗어나려던 찰나였다. 한차례 “아!”하고 말해 보인 필상이, 재차 당부의 말을 몇 마디 늘어놓았다.
“두 분께서는 오트 퀴진 형식의 요리가 생소하실 테니까, 되도록 상세히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예, 셰프.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
“프랑스 요리라고 해서 마냥 생소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어머니께서 네 번째 코스였던 ‘아보카도를 얹은 구운 관자’를 맛보신 뒤 꺼낸 말이었다.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여 보인 아버지께서도, 곧장 한 마디를 거들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서양요리니까 무조건 느끼하고, 기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 나는 수프가 특히 괜찮던데? 깔끔하고, 담백하고, 향도 진하고···.”
말끝을 흐려 보인 아버지께서 빈 접시를 회수하고 있던 강훈 셰프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 아까 나왔던 수프 이름이 뭐였죠?”
“비프 콩소메 수프입니다.”
짤막하게 답해 보인 강훈 셰프가 재차 몇 마디 설명을 덧붙였다.
“입에 잘 맞으셨나 봅니다. 저도 일전에 필상이. 아니, 정 셰프의 수프를 맛본 적이 있는데 정말 깔끔하고 담백하게 잘 끓여내더군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처음에 나왔던 안동 소주 한 잔 더 내주실 수는 없습니까? 달랑 한 잔 마셨더니, 감질나서 원···.”
이내 어머니께서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안 되요.”하고 말해 보이던 찰나. 강훈 셰프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곤조곤하기 그지없는 투로 답했다.
“죄송합니다. 취급하는 주류도 아닐 뿐더러, 말씀드렸던 대로 식전주일 뿐이라서요.”
“알겠습니다.”
짤막하게 답해 보인 아버지께서 아쉽다는 듯, 한차례 입맛을 다셔 보이던 찰나였다. 주방 쪽에서 다시금 조리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벨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다음 요리를 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강훈 셰프가 빈 접시를 챙겨든 채, 주방 안에 첫 발을 내딛던 찰나였다. 필상이 한 치의 굴곡조차 없는 목소리로, 다음 요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다섯번째 코스 ‘마늘로 향을 낸 버터 전복 구이’와, ‘전복 내장 리조또’에요.”
“두 종류네?”
이내 필상이 멋쩍은 듯 제 콧잔등을 만지작거려가며 답했다.
“두분 다, 밥을 안 드시면 도통 식사를 하신 것 같지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거든요.”
한차례 “크큭.”하고 웃음을 흘려 보인 강훈 셰프가 회수해 온 빈접시들을 개수대 안에 넣은 뒤, 곧장 다음 코스가 담긴 접시들을 든 채 다시금 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카메라맨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려 보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건넸다.
“이제 코스가 거의 끝나가는 것 맞죠?”
“네, 맞아요.”
짤막하게 답해 보인 필상이 오전 중에 미리 마리네이드 시켜두었던, ‘채끝살’을 꺼내들었다.
이제 남은 코스라고 해봐야 육류를 활용한 메인 요리 ‘채끝살 스테이크’와, 디저트, *프로마쥬(*치즈) 뿐이랄 수 있었다.
필상이 화구의 불을 켜고, 그 위에 팬을 얹어보이던 찰나, 카메라맨이 다시금 물음을 건네왔다.
“필상 씨, 부모님께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좀 만족스러우셨나요?”
“딱 준비했던만큼 대접해드린 것 같아요.”
카메라맨이 재차 “그 말은···?”하고 되물어 보이던 찰나, 필상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저는 백이십 퍼센트를 준비해야, 손님께 백 퍼센트의 음식을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주의에요.”
그리고는 재차 덧붙였다.
“만족스럽네요.”
이윽고, 필상이 집어든 채끝살이 팬 위에 놓이며 ‘치이이익-.’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맨이 그런 필상을 바라보며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던 찰나, 필상이 팬 위에 시선을 고정해둔 채로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부모님은 객관적인 평가를 하실 수 없는 분들이잖아요?”
“예, 그렇죠.”
“그래서 다음 손님들이 더 기대되기는 해요.”
“평론가 분들 말씀이십니까?”
“네. 제 요리를 엄격한 기준에 맞춰, 냉정히 평가해주실 테니까요.”
말을 마친 필상이 시선을 옮겨서는,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나직이 뒷말을 덧붙였다.
“부모님이야 이미 식성과 기호를 알고 있었으니까 딱히 대비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분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잖아요? 그래서 훨씬 신경써서 준비했거든요.”
“흠, 준비요···?”
“네. 감히 장담컨대, 오늘 저녁 중으로 방문하신 평론가 손님들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제 레스토랑과 관련된 긍정적인 내용의 칼럼을 연재해주실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백이십 퍼센트를 준비해야, 백 퍼샌트의 요리를 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여서요.”
말을 마친 필상이, 다시금 채끝살 스테이크를 구워내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런 필상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카메라맨이, 제 바짝 마른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아냈다.
‘것 참, 이럴 때 보면 어린애 같지가 않다니까.’
그간 다큐멘터리 촬영을 진행하며, 꽤 오랜 시간 필상을 지켜본 바 있는 그였다. 그래서일까? 필상이 가볍게 ‘툭.’던진 몇 마디 말을, 객기나 오만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뭐, 지켜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