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9
제98화. 필리아 산맥 (2)
루크의 말에 기사가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촌장님께서 허락하신 분은 단 한 분. 나머지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그럼 저도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기사가 당황했다.
곁에 있던 매튜 대장이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 공자님이시네. 루크 도련님의 형님이니 촌장님께 말씀드려봐.”
“촌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기사가 나오면서 말했다.
“루크 도련님과 루안 도련님 두 분께서 들어오십시오.”
루안은 루크를 따라 촌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남아있던 스미스가 투덜거렸다.
“젠장, 촌장이 손님들 차별하는 거야?”
매튜가 말했다.
“하하, 촌장님께서 루크 도련님과 정보 거래를 해 오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루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집에 촌장이 앉아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검을 보면서 루안은 촌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촌장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필리아 마을의 촌장 레녹스 파커라고 합니다.”
“루안 브리스톨입니다.”
“브리스톨 가문의 공자 두 분께서 이렇게 와 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초면에 무례를 범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얘를 따라온 것뿐입니다.”
루크가 파커 촌장에게 말했다.
“촌장님. 시간이 촉박하니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실 것을 꺼내던 촌장의 시선이 루크 에게 향했다.
“말씀하십시오.”
“먼저 촌장님께서 부탁하신 대로 알아본 결과, 엘란 왕국은 레녹 왕국과 전쟁을 할 것입니다.”
뭐냐? 갑자기 전쟁이라니?
레녹스 파커는 루크의 말에 낮은 신음을 흘렸다.
“끄응… 결국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로군.”
“하지만 제가 조사하면서 의아한 사실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건 촌장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의아한 사실이요?”
“네, 현재 레녹 왕국을 이끄는 왕 알렉스 파커는 엘란 왕국이 심어놓은 사람입니다.”
“뭐라고요?”
파커 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냐, 아냐… 그건 잘못…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촌장님의 동생 알렉스 파커는 엘란 왕국이 철저히 훈련시켰던 스파이입니다.”
“스파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루크는 담담하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촌장님께서는 아실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알렉스 파커는 스파이로 태어났으니까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파이로 태어났다니요?”
“알렉스 파커를 낳은 여자는 엘란 왕국의 사람이었습니다. 촌장님을 낳은 왕비님과 다른 분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아, 그건… 맞습니다만… 그 여자가 엘란 왕국의 사람이었다고요?”
“네, 제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레녹 왕을 유혹하였던 것도 모두 엘란 왕국의 계획이었더군요.”
루크는 자신이 수집했던 모든 정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녹스 파커는 탄식을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알렉스 파커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서 촌장님을 모함하고 죽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레녹 왕국은….”
“이미 왕가의 대부분은 엘란 왕국에 포섭당한 상태입니다. 아마 전쟁이 벌어지면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길 것이고 전쟁이 끝나면 왕족의 지위를 유지하며 엘란 왕국의 일원으로 살 수 있는 보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배신자들….”
레녹스 파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루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할 말을 이어갔다.
“레녹 왕국은 여전히 촌장님을 레녹 왕을 살해하려 한 반역자로 여길 것입니다. 전쟁에 끼어들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럼 나는 그저 내 왕국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것이오?”
“저는 그저 촌장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정보를 가져왔을 뿐, 어떤 선택을 하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건 촌장님의 선택이겠죠.”
루크의 담담한 대답에 레녹스 파커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엘란 왕국이 침공을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이곳 필리아 산맥을 넘어야 할 것이오. 게다가 레녹 왕국에서 적들의 침공을 알아채면 필리아 산맥으로 올 것이고 이곳이 격전지가 될 것이오.”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겠죠. 레녹 왕국과 엘란 왕국의 경계선이나 다름없는 산맥이니까요.”
“레녹 왕국은 몬스터들이 많은 필리아 산맥의 특징을 이용해서 엘란 왕국을 막으려 할 것이고 엘란 왕국은 몬스터들이 많은 곳으로 유인해서 전쟁을 할 확률이 높을 것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촌장님께서 개입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루크 공자님. 제가 레녹 왕국에서 탈출할 수 있게 암묵적인 도움을 줬던 분이시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문제입니다. 엘란 왕, 그리고 레녹의 반역자들을 반드시 이곳 필리아 산맥에서 처치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곳은 안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레녹, 엘란 두 왕국 모두 촌장님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루크의 말에 파커 촌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이었다.
현재로서 파커 촌장이 잘못 개입하면 필리아 마을이 위험해질 확률이 높았다.
“으음….”
루크가 말했다.
“레녹과 엘란의 전쟁은 이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엘란이 심어놓았던 스파이 알렉스 파커는 엘란의 침공이 시작되면 교묘하게 레녹을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제국에서 개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럴 수도 없겠군요.”
“네, 클레이 황제는 황가 대대로 전해오는 라퀴엘의 독 증상이 빨리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아마 그 몸 상태로는 무리일 겁니다.”
“호오? 정말인가요? 라퀴엘의 독 증상이 그렇게 빨리 나타나는 황제는 또 처음이군요.”
“그러니 지금으로서 촌장님께서 하셔야 할 일은 그저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여 마을의 경비를 철저히 서는 것 말고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여기서 며칠간 머무르실 겁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당분간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파커 촌장은 루안을 보면서 물었다.
“황제가 수배령을 내렸으면 한동안 몸을 피하기엔 여기만한 곳이 없죠.”
“하하하, 형님, 들으셨죠?”
“좋아해야 하는 거냐?”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하하. 다른 나라로 가봤자 제국에게 잘 보이려는 놈들이 많아서 위험해요.”
루안은 생각에 잠겼다.
‘지저의 검을 언제 찾을지 알 수 없고 거기에 전쟁터로 변하기 직전의 상황. 좋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군. 일단 여기서 몬스터 사냥이나 하면서 강해져야지.’
루안은 필리아 마을에 머물면서 라스칼과 함께 뺏었던 능력들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저의 검을 톤카가 찾을지 못 찾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루안이 꼭 찾아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한편 스미스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 젠장. 이런 환경에서 대체 지저의 검을 어떻게 찾는단 거냐….”
“지저의 검을 찾으려면 저자와 같이 다녀야 할 겁니다.”
스미스 근처에 서 있던 호위대장 레딕의 손가락이 톤카를 가리켰다.
“쟤하고 같이 다녀야 한다고요?”
“지저의 검은 본래 지저족과 관련이 깊은 검입니다. 아마 지저족 특유의 능력 혹은 감각으로 지저의 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스미스는 팔짱을 끼고 톤카를 쳐다봤다.
“흐음… 뭐, 몬스터들이 많은 곳에서 지저의 검이 변신해 있을 바위들을 찾아야 하는데 정말 지저족의 감각으로 찾을 거 같아요?”
“저도 모르죠. 지저의 검을 찾아주겠다는 건 그쪽의 일이니까요.”
루크와 루안이 촌장의 집에서 나왔다.
“레딕, 마을에서 머물 곳을 찾아.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면서 상황을 봐야겠어.”
“그럼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으음, 뭐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곳으로 적들이 나타나면 어쩔 수 없지.”
루안에게 스미스가 물었다.
“야,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냐?”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레녹 왕국과 엘란 왕국이 곧 전쟁을 벌인다고 하더라고요.”
“전쟁? 아, 그 엘란 왕국이 곧 쳐들어간다던 곳이 레녹이었구만.”
“교관님도 알고 계셨어요?”
“그런 소문들이 있었지. 엘란 왕이 전쟁하려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그랬군요. 이제 우리가 그 전쟁에 끼어들게 생겼어요.”
“응? 왜?”
“엘란 왕국과 레녹 왕국이 전쟁을 하면 여기 필리아 산맥이 전장이 될 거잖아요. 국경이니까요.”
“아, 그렇지! 젠장, 필리아 산맥이 국경이었지. 한동안 거기 안 가서 이제 생각났네. 야, 루안. 그럼 잘 됐다고 생각해야지.”
“뭐가요?”
“생각해봐. 지저의 검인지 뭔 검인지 찾을 수 있겠냐? 저 땅꼬마 자식은 지저의 검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동안 전쟁이 일어나서 여기에 적들이 나타나면 우리들이 싸워야 할 핑계가 생길 거 아냐? 그 틈을 타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자고.”
스미스는 레녹과 엘란의 전쟁이 필리아 산맥에서 벌어질 거란 사실을 좋아하고 있었다.
확실하지 않은 지저의 검 찾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로 여겼다.
“그럼 지저족으로부터 완전히 찍혀버릴걸요?”
“찍든지 말든지 내가 알 게 뭐냐? 우리들 살 길은 찾아야 할 거 아냐? 아직 리처드 대공한테 잔금도 못 받았지, 넌 황제한테 찍혀서 쫓기지, 헬 카이저에서 널 찾고 있지, 난 네 교관으로 알려졌지, 이게 평범한 일상은 아니잖아. 난 용병하면서 이런 사건들을 한꺼번에 겪은 적은 없다고.”
“교관 임무 그만두고 싶으시면 그만두세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루안의 말에 스미스가 움찔했다.
“에이, 루안. 갑자기 반응이 왜 이러냐? 내가 교관을 그만두면 잔금은 어떻게 받으라고?”
“어차피 대공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잔금을 받을 수 없잖아요.”
“그건 모르는 거지. 천하의 브리스톨 검공께서 메테오 기습으로 갈 거라고 생각 안 하거든.”
스미스는 필리아 마을을 날카롭게 살폈다.
“흐음, 루안, 나는 가볼 곳이 있으니까 넌 동생하고 놀든지 해라.”
“그러십쇼.”
루안은 루크에게 말했다.
“루크, 어차피 여기서 당분간 지낼 거면 마을 내부를 돌아봐도 되겠지?”
“하하, 물론이죠. 곳곳에 제 호위 기사들이 있을 테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바로 달려갈 겁니다.”
“뭐 그럴 필요는 없어.”
“그리고 형님 이따 지내실 숙소는 기사들이 안내할 겁니다. 저는 매튜 대장과 할 일이 있어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루크와 레딕 대장이 루안에게 검례를 올리고 사라졌다.
루안 홀로 남는 순간 라모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암… 간만에 잘 잤군. 으응? 여기는 어디냐?”
“필리아 마을이라는 곳입니다.”
“호오, 필리아 산맥의 그 곳이로군.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냐?”
“지저의 검을 찾으러 왔어요.”
“아, 그 지저족 꼬마가 찾겠다던 에고소드 말하는 거로군.”
“네, 그런데 얘기를 들어봤는데 찾기 힘들 거 같습니다.”
“으음? 바위로 변신해 있는 것 때문에?”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에고소드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지.”
“지저의 검에 대해서도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소리야. 믿지 마.]루안의 시선이 흐릿하게 먼 산을 쳐다봤다.
라모크가 말했다.
“다 들린다. 라스칼. 지저의 검은 나도 아는 놈이라고. 오래전 얘기지만 그 검의 주인이 날 허리에 차고 다녔었거든.”
갑자기 톤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