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121
121
121화 이레귤러 (1)
어두운 밤.
천천히 차를 운전해 나간다.
그러자.
붉은 네온사인.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환하게 밝혀진 고층 건물의 불빛들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이지 않는 그 풍경이 흐르듯 내 눈 앞으로 들어왔다.
불과 2주 밖에 떠나 있지 않았던 곳.
하지만 그 2주간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내겐 이 풍경이 제법 각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내가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으···쌤···상금으로 마카롱···.”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뜬금없는 내용의 말이었다.
나는 슬쩍 웃으며 룸미러로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으아···홍어는 진짜 싫다구요···”
“···흐음.”
서로 머리를 기댄 채 잠을 자고 있는 은솔과 연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사이좋은 언니와 동생처럼 꼭 달라붙은 그녀들의 모습이 뭔가 잘 어울리면서도 낯설었다.
아무래도 학원에선 강사와 학생의 관계였으니만큼, 아무리 친해도 저런 모습은 볼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으 추워···.”
김연아가 잠꼬대를 하면서 옆에 있는 은솔을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은솔의 눈썹이 약간 꿈틀하더니 이내 천천히 펴진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사실 아까 공항에서 탈출한 뒤, 그 동안 내 빈 자리를 잘 메워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표할 겸해서 소라게학원 사람들과 같이 홍어 전문점에 갔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그것은 바로.
‘아 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천하의 은솔이 막걸리 몇 잔에 넉다운 되어버린 것.
평소라면 막걸리 5병은 우습게 마시고 가뿐하게 맥주로 입가심을 하던 사람이 오늘은 웬일인지 회식 분위기가 막 무르익을 만 할 때, 스르륵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러자.
‘어, 이거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운전 가능한 사람?’
은솔과 대작하던 지성형님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어봤지만.
이미 회식을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난 시간 후인데다가.
마침 내일이 주말이라 사람들이 마음 놓고 술을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대부분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때문에 결국.
‘그럼 제가 갈 게요.’
시차적응 때문에 술을 안 먹고 있던 내가 은솔을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이고, 그래도 오늘 주인공인데 빠져서야 되겠어? 그러지 말고 그냥 있어. 내가 대리 불러서 모셔다 드리고 올게.’
그러자 내 말을 들은 지성형님이 난색을 표하면 나를 만류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오늘 피곤하기도 했었니 빨리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가죠 뭐.’
하지만 나도 약간 피곤했던 터라 지성형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은솔을 부축했다.
그런데 그때.
‘안 돼요!’
내가 은솔을 데려다 주는 것을 유일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난 반대에요. 반대!’
오늘도 어김없이 회식자리에 스며들어 홍어무침을 학살하고 있던 김연아.
그녀는 내가 은솔을 데려다 준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젓가락을 내려놓곤 쫄래쫄래 내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곤.
‘쌤! 같이 가요!’
‘응?···넌 집에 가야지. 부모님 걱정하실 텐데?’
‘헤헤, 그럴 줄 알고 이미 엄빠한테 허락도 다 맡아놨단 말씀! 그리고 어차피 내일 주말이라서 괜찮아요!’
막무가내로 은솔의 한쪽 팔을 잡고 나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도로롱···도로롱···.”
출발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잠들어버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은솔과 연아가 저렇게 잠들어 버린 것에는 나의 책임도 약간은 있었으니까.
‘하긴 맨날 새벽에 잠도 안자고 전화를 했으니···.’
내가 미국에 도착한 당일부터 전화나 카톡을 해왔으니 지금처럼 저렇게 곯아떨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운전대를 움직였다.
아직 여독이 다 풀리지 않은 만큼 빨리 그녀들을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잠시 뒤.
김연아의 잠꼬대가 사라지고 나자.
“······.”
차 안이 조용해졌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 맞는 고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만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핸들을 움직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오늘 공항이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아까.
‘쌤! 상금으로 뭐 하실 거예요? 혹시 차 사쉴? 아니 차는 이미 있으니까. 그럼 집?’
김연아가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그러다 결국.
‘사실은···.’
그 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계획을 사람들에게 말해 주었다.
어차피 내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나야 네가 한다면 무조건 찬성이지.’
지성형님과.
‘허허 저도 마찬가집니다.’
부원장님
그리고.
‘저도요. 있는 힘껏 도와드릴게요.’
은솔까지 모두 다 내 계획에 찬성해 주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아니 왜 잘 나가고 있는 학원에 집중하지 않고 삐딱선을 타려는 거야?’
라고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니만큼.
내 짧은 이야기를 듣고 바로 나를 지지해준 소라게 학원 멤버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
은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기는···.”
은솔이 물먹은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있는 얼굴이었다.
“아···제 찹니다. 지금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있었어요. 좀 피곤하셨던 것 같아서요.”
내가 말하자.
그녀가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연아도 같이 있네요?”
자신의 팔을 안고 있는 연아를 바라보며 묻는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게···선생님이 걱정된다고 꼭 따라가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녀석 참···막무가내라서···.”
“그랬나요.”
“혹시 불편하시면 연아는 제가 집으로 데려다 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아니에요. 안 그래도 집에 혼자라서 조용했는데 연아가 와 준다면 저야 좋죠.”
그리곤 자신의 겉옷을 벗어 연아를 덮어준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대화가 끝난 후.
“······.”
“······.”
나와 은솔 사이에 비무장지대가 생겼다.
생각해 보니 하루에 거의 10시간 이상 그녀와 얼굴을 마주대하고 있지만, 평소 공적인 대화 이외의 거의 나눠보지 않았던 터라, 지금 같은 분위기가 약간 어색했다.
내가 잠시 무슨 말을 할까 말을 고르고 있던 그때.
“···선생님. 그럼 이제 한 동안은 바쁘시겠네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음, 보아하니 아까 공항에서 했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타이밍에 저런 말이 어울릴 주제는 그것뿐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라게 학원 멤버들에게 말한 나의 계획.
32억이라는 상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시작할 새로운 방향의 사업인.
‘인터넷 강의’
그것을 위해서 이제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으니까.
“네. 아무래도 이제 좀 바빠지겠죠. 사실 제대로 된 인터넷 강의 쪽으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음···너무 갑작스럽게 시작하시는 건 아닐까요? 학원을 새로 이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룸미러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지금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요.”
사실 처음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녀처럼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학원을 확장 시켜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로 학원을 이전하면서 소모된 돈이 제법 많았던 데다가 아직 새로 옮긴 학원에 학생들도 다 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도 달마다 2억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오고 있고.
또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면 지금 이상의 금액도 벌어들일 수 있으니만큼.
한 1년에서 2년 정도 이후에는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건 분명했지만.
‘그건 너무 늦어.’
이미 과포화 되어있는 시장과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출산율.
내가 본 학원가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았다.
물론 나야 내 손에 USB가 있는 한 절대 망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선 현상유지 밖에 안 되겠지.’
때문에 이번 요튜브 대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본 기분이었다.
일단 300만 달러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될 수 있는데다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공간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사업 기초자금인 300만 달러는 물론 내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휴···인터넷 강의라···거기도 요즘 경쟁이 좀 심해져서 걱정이 좀 되네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의 말처럼 인터넷 시장이라고 경쟁이 약하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인터넷 망이 전국적으로 보급된 2000년대 이후.
맥아(麥芽)스터디나 참빗학원 같은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접근성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선점해 어마어마한 대박을 치면서, 현재 입시는 물론 공시나 각종 자격증 관련 인터넷 강의가 우후죽순 생겨난 상태였다.
그러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새로운 시장 개척은커녕 원래 있던 돈마저 다 잃을 수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노리는 건 그쪽 바닥이 아니니까요.”
그런 진흙탕에서 구르는 건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그렇게 은솔과 앞으로의 사업이야기를 계속하던 중.
[목적지 부근 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갑자기 네비게이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길 안내를 종료해버렸다.
약간 당황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벌써 도착했다고?’
하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오래된 슈퍼마켓,
그리고 문을 닫은 분식집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은솔에 집에 도착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이쪽으로 쭉 들어가 주시면 돼요.”
골목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약간 쇠락한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 그런데 왠지 이 골목···어쩐지 약간 익숙하다?
물론 이 근처에 전에 다니던 맥아(麥芽)스터디 분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곳까지 와 보지는 않았었는데?
‘혹시 내가 은솔 쌤네 집에 온 적이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기억은 없었다.
물론 만약을 위해 그녀의 주소 차에 입력시켜 두긴 했지만,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 그녀의 집에 찾아오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설마 착각이겠지.’
하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상한 기시감은 점점 더 강해져 갔다.
그러다.
“···음, 혹시 저쪽에서 좌회전 인가요?”
내가 설마하는 마음에 묻자.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은솔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왠지···그럴 것 같아서요.”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뭔가 말할 듯 말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한숨을 살짝 내쉰다.
그러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연다.
“선생님. 인터넷 강의 쪽으로 나가실 거면 상금만으로는 부족하실 수도 있을 텐데···괜찮으시겠어요?”
뭐지? 분명 다른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나는 궁금함을 뒤로한 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32억 원.
사실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치킨을 21만 3천 마리 먹을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고.
연리 2.5%짜리 은행 이자만 받아도 한 달에 6백 70만 원 정도가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돈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32억이란 돈은 결국.
39억짜리 타워팰리스 한 채.
48억짜리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 한 대.
17억짜리 은마아파트 두 채도 살수 없는 돈이었으니까.
때문에 32억이란 돈은 없는 자들에겐 꿈과 같은 액수의 돈이자.
있는 자들에겐 짧은 감탄사를 불러올 정도에 돈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이제 곧 시작할 사업은 자칫 잘못했다간 상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다 날릴 수도 있을 만한 규모의 사업.
‘컨텐츠 플랫폼 구축부터 해서 마케팅 비용까지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지.’
그러니 지금 은솔 그녀가 하는 걱정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물론이죠.”
오늘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미친 듯이 몰려왔던 문자들 중에서.
[안녕하세요! 김준영 선생님 요튜브 코리아의 장훈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아주 중요한 문자 하나를 발견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