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5
94화 – 내 판으로 따라와
콰콰쾅!
어마어마한 폭음이 사방에서 연달아 터져 나왔다.
수천, 수만의 강자들이 한꺼번에 부딪히는 아수라장에, 북아프리카의 사막이 속절없이 터져나갔다.
“크와아아악!”
그 와중에도 샤커는 독보적이었다. 그동안 착실하게 힘을 키워온 샤커는 칼리오스의 병사들을 서너 명씩 매달고도 무인지경으로 전장을 누볐다.
마침내 샤커의 힘을 인정한 칼리오스가 하나둘 힘을 합치려 모여들기 시작했다.
십여 명의 칼리오스 병사가 왼팔을 내밀자 반투명한 에너지의 방패가 연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그 상태로 어깨를 겹치며 좌우로 밀착했다. 그러자 에너지의 방패가 하나로 이어지며 크고 두꺼운 하나의 방패로 변했다.
칼리오스는 그 방패로 샤커의 정면을 막아섰다.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방패를 보고 샤커는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크와아아악!”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팔에서 시커먼 어둠이 뭉클뭉클 솟구쳤다. 이윽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3층 건물만 한 크기의 주먹이 되어 있었다.
샤커는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거대한 주먹으로 앞을 막은 방패를 후려쳤다.
꽈아아앙!
지구가 통째로 울리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시커먼 형체 하나가 뒤로 튀어 나갔다.
놀랍게도 이 격돌에서 손해를 본 것은 샤커였다. 십여 명의 칼리오스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방패는 뒤로 조금 밀려났을 뿐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가 떨어진 샤커는 그렇지 못했다. 오른팔이 완전히 뭉개진 샤커가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칼리오스 병사들이 쓰러진 샤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후방 병력은 공격을 집중하라! 카엘로 아르마를 운용하는 병력들은 저놈들의 앞을 막아서라! 절대로 저들이 샤커 님께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란 말이다!”
이준수가 피를 토하듯 고함을 지르자 수천의 헌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종 마법과 스킬과 능력들이 폭풍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단 한 순간에 지형을 바꿔버릴 만큼 강력한 공격들.
그러나 칼리오스의 병사들은 강했다. 그들은 쏟아지는 번개와 화염과 얼음의 비를 뚫고 바람처럼 샤커에게 다가섰다.
그런 그들을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갑주, 카엘로 아르마를 걸친 자들이 그들이었다.
양 진영의 전력들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장비를 전개했다. 왼팔에 에너지의 방패, 오른손에 에너지의 검.
지구를 넘어 드넓은 차원계에서도 통할만 한 힘을 가진 자들이 일제히 서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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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용훈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른 뷔네스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격돌 직전, 그는 신력까지 동원해 극한의 질풍을 불러들였다. 그의 의식이 끝없이 가속하며 떨어지는 빗방울의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빨라졌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뷔네스는 혀를 내두를 만큼 빨랐다.
뷔네스의 검이 흐릿하게 흔들리는 순간 용훈은 전력을 다해 몸을 뒤로 잡아뺐다.
디멘션 포스, 즉 신력이 담긴 거대한 검격이 순간적으로 사방을 훑고 지나갔다.
푸화악! 단숨에 백여 명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고 거대한 사막 구릉이 싹둑 베여 넘어갔다.
‘무시무시하군. 일행과 거리를 벌려야겠어. 이대로면 저놈 하나가 우리 헌터들을 다 죽이겠잖아.’
용훈은 디멘션 슬라이드를 섞으며 최대한 전장에서 멀어지려 했다.
뷔네스는 용훈의 의도를 간파하고 차갑게 웃었다.
“일단은 맞춰주지.”
뷔네스는 용훈을 따라 몸을 날렸다.
어느 정도 멀어지자 용훈은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는지, 발을 멈췄다. 어느새 들린 그의 오른손 위로 징벌의 손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뷔네스는 에너지의 칼날을 곧추세운 채 무섭게 달려들었다.
쉬쉬쉬쉬쉭!
신력을 담은 광휘의 창이 빗발처럼 허공을 갈랐다. 뷔네스는 에너지의 칼날을 휘둘러 광휘의 창에 맞섰다.
콰콰쾅!
생각보다 묵직한 충격에 뷔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용훈은 뒤로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리면서 계속해서 핀포인트로 사격을 이어갔다.
뷔네스는 용훈의 힘을 인정하기로 했다. 디멘션 포스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차원계의 패자가 될 자격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자를 과소평가했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뷔네스의 칼날이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는 더이상 광휘의 창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복잡한 궤도로 칼날을 조작하며 날아드는 광휘의 창을 쳐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쳐낸 광휘의 창은 교묘하게도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지구의 헌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조심해!”
쿠콰콰쾅!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거대한 힘에 얻어맞은 헌터들이 무방비로 널브러졌다.
“이, 이 새끼가!”
당황한 용훈이 욕설을 퍼부을 때, 뷔네스는 소리도 없이 거리를 잡아먹었다.
서걱!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용훈의 가슴팍이 길게 찢겨나갔다. 간발의 차로 디멘션 슬라이드를 사용한 덕이었다.
‘안 되겠어, 멀리서 요격하는 작전은 실패야. 그렇다면···.’
용훈이 오른손을 내렸다. 그런데 징벌의 손길은 사라지는 대신, 세 쌍의 날개를 곱게 포개며 그의 팔꿈치를 감쌌다.
이것은 징벌의 손길이 가진 세 쌍의 날개가 거의 불멸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물질이라는 것에 착안한 사용법이었다.
이 세 쌍의 날개로 팔꿈치를 감싸고 신력을 주입하면, 그의 오른팔은 신력의 칼날이라 해도 베지 못했다.
또한 그 상태에서도 신력을 담은 화살을 쏘아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용훈은 질풍으로 한껏 끌어올린 집중력으로 뷔네스의 빠른 속도에 대항하며 점차 거리를 좁혔다.
아직 멀다고 생각했는데, 휙 하고 뷔네스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용훈은 오른팔을 세워 검격에 맞섰다.
카가각!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막아냈다고?”
뷔네스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넓은 차원계에 그의 칼을 받아낼 존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마 용훈이 그럴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뷔네스의 칼날을 오른팔로 밀어내며 용훈이 오른발을 쏘아냈다.
쉬익, 꽈아앙! 신력이 담긴 굉뢰포가 뷔네스의 방패를 후려쳤다.
순간 핵폭탄이라도 터진 듯 어마어마한 열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모래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뷔네스는 얼얼한 왼팔을 뒤로한 채 고개를 저었다. 분명 눈앞의 남자를 하나의 적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안에 방심이 남아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널 얕봤나 보군.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싸워주지.”
그 말과 동시에 뷔네스가 입은 새카만 배틀 슈트가 변하기 시작했다.
새카만 슈트의 표면 위로 복잡한 문양들이 희게 빛난다. 갑옷이 잘게 나뉘며 모든 부분부분이 떨어졌다 합쳐진다.
열린 틈새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얼핏 보기에 흰 공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희번덕. 갑자기 흰 공들의 표면이 갈라지며 열렸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새카만 눈동자가 있었다.
용훈은 그 눈동자에서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용훈이 두 번이나 조우했던 물건이었다.
“설마···. 저게 다 반신의 징표?”
거의 백 개에 달하는 개수의 눈이 촘촘히 들어선 새카만 배틀 슈트. 뷔네스는 백 개의 눈으로 차갑게 웃었다.
“차원 격멸 장치, 아르고스. 가동.”
뷔네스의 목소리와 함께 백 개의 눈이 일제히 눈부신 빛을 머금었다.
[주, 주인님!]“알아! 성역 선포!”
용훈은 급하게 성역을 선포했다. 영역은 뷔네스를 중심으로 반지름 100m의 원형.
성역이 선포됨과 동시에 용훈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신력을 뽑아내 영역 전체를 둘러쳤다.
용훈이 세운 신력의 벽에 아르고스가 내뿜은 백 개의 광선이 맞부딪혔다.
쿠콰콰콰쾅! 무지막지한 폭음과 함께 지구가 뒤흔들렸다. 용훈이 사력을 다해 막아내지 않았다면 이 한 방으로 지구가 쪼개졌을지도 모를만한 파괴력이었다.
한 번의 공격이 막혔음에도 뷔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르고스는 용훈과 같은 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였다.
“아르고스. 모드 체인지. 창.”
그의 지시에 따라 백 개의 눈이 허공의 한 지점으로 초점을 모았다. 동시에 백 개의 눈이 광선을 내뿜었다.
허공의 한 지점에서 하나로 합쳐진 광선이 거대한 빛의 창이 되어 용훈을 향해 뻗어졌다.
‘이건 막을 수 없다!’
예지와도 같은 감각으로 방어가 실패할 것을 깨달은 용훈은 오른손을 내밀어 그가 가진 최강의 수를 꺼냈다.
“멸절의 광선!”
번쩍! 거대한 힘과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순간 용훈은 엄청난 반탄력에 뒤로 밀려나 신력으로 세운 장벽에 등을 부딪쳤다.
터져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씹어 삼키며 용훈은 신력의 벽을 유지하려 애썼다. 만약 이것에 실패한다면 인류는 죽는다. 지구 전체가 파괴될 테니.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지독한 압력이 사라졌다. 지친 용훈의 몸이 스르륵 허물어졌다.
뷔네스는 그런 용훈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아르고스는 여전히 백 개의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이제 발악은 끝인가 보군. 너의 힘은 여기까지인가.”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용훈은 쓴웃음을 삼켰다.
“웃기지 마. 겨우 그 정도였으면 여기 서지도 않았어. 벌써 도망갔겠지.”
용훈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해 보자고.”
“그런 몸으로 더 해보겠다는 거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아, 그건 사실이야. 다리가 후들거려서 서 있기가 힘드네. 그러니 우리 자리를 바꾸자고.”
“자리를 바꿔? 그 속셈을 모를 것 같으냐? 어차피 어디로 도망가도 너희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 구차하게 굴지 말고 운명을 받아들여라.”
피식. 용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운명. 운명이라. 그럼 너도 받아들이는 게 어때. 니 운명을.”
“뭐라고?”
그때 뷔네스는 뭔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용훈이 전후좌우 사방에 퍼트려 놓은 신력의 장벽. 그것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눈치챘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준비는 끝났으니까.”
“이놈이! 아르고스! 모드 체인지, 별!”
“늦었다고! 시공 강탈!”
번쩍! 눈부신 섬광과 함께 사방에 둘러쳐진 신력의 장벽이 두 사람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으아아아!”
아르고스의 백 개의 눈이 일제히 사방으로 섬광을 쏘아대며 반항했지만, 신력의 장벽은 그것들을 깔아뭉개며 뷔네스를 덮쳤다.
뻥! 공간 전체가 일순간에 사라지며 거대한 공동으로 공기가 휘몰아쳤다. 그 커다란 소리에 한참 싸우던 칼리오스의 병사들과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거대한 파괴의 흔적과 커다란 크레이터만이 존재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