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86)
러스트 [RUST]-486
손에 든 어금니를 보며 아주 살짝 갈등하는 마루였다.
‘이게 아니었나?’
어금니 윗부분에 뭔가 씌운 부분이 있어서 뽑았는데, 충치 치료하고 때운 자국이었다. 팔 자른 건 안 미안했는데, 생으로 어금니 뽑은 건 왠지 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뽑은 어금니를 들고 가만히 서 있자, 켈록 뭉텅이 피를 뱉어낸 여자가 ‘어째서 이빨을?’하는 눈빛을 보내곤 끼무룩- 기절했다.
촌장이 지혈했다지만, 팔이 잘리면서 출혈. 생으로 어금니 뽑혀서 출혈. 쌍으로 출혈이었기에 조금 곤란하게 됐다.
‘그러니까 치아를 뽑았어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다시 박아 넣을 수 있다고 했던가?’
예전 뉴투브에서 본 내용이 어렴풋이 떠오른 마루가 뽑았던 어금니를 다시 박아 넣었다. 움찔- 기절한 외팔이 여자가 몸을 떨었다.
‘맞다. 붙잡아줘야지. 출혈도 막고.’
마루는 신형 지혈제를 써 입안의 출혈을 막았다. 변종 따개비를 연구해 만든 미군의 신형 지혈제는 이런 쪽으로도 효과가 좋았다.
비행선에서 지켜보고 있던 후드가 물었다.
“글쎄···.”
마루는 손에 묻은 피를 생수로 씻으며 생각했다. 뇌둥둥 박사를 써서 정보를 추출하려면 바로 돌아가는 게 좋았다.
살아있을 때 추출하는 게 제일 좋았고, 목을 잘라 머리통만 가져가 정보를 추출하려고 하면 최대한 싱싱했을 때 하는 게 좋았으니까.
능력자들 섭외하고 마을 하나 온전히 먹을 생각으로 왔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마을은 폭파됐고 능력자라고는 칼잡이 여자 하나뿐.
근데 이 여자, 제법이었다. 유 이사 오리지널과 싸웠을 때처럼 시간이 길게 늘어나는 것이 발동될 정도. 막판 유 이사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70%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죽이긴 아까워.”
[······.]‘아깝다.’는 말에 방점이 찍힌 듯한 마루의 억양에 후드는 이유 없이 발가락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무좀도 없는데, 어쩐지 기분이 좀 그랬다.
[외팔이가 됐는데요?]후드는 자기도 모르게 팩트를 날렸다.
“외팔이라. 팔···. 잘하면 될 거 같은데?”
후드의 목소리를 듣고 문득 떠오른 생각. 후드도 그렇지 않았나?
화상을 치료해주면서 돈독해졌으니, 칼잡이 여자도 그렇지 않을까?
마루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가능성 있었다.
“일단 잘린 팔은 보존 처리하는 거로 하지. 보존 장비 가져와서 팔 챙기도록.”
[옛]친위대 하나가 여자의 잘린 팔을 깨끗하게 처리한 뒤 보존 장치에 넣었다. 투명한 액체 속에 담기자 여자의 팔뚝이 생기를 되찾았다.
꿈틀-
살아있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찔거리는 오른팔. 특수 보존처리를 했으니 제법 오랜 시간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부상자 수습 완료했습니다.]먼저 친위대부터 챙기라고 명령했었기에 빠른 처치가 이뤄졌다.
“팀 단위로 수색 재개해. 혹시라도 마을 생존자를 발견하면 현장에서 응급처치하도록.”
마루는 느낌이 좋지 않은 놈들을 비행선에 태울 생각이 없었다.
“에리카는 어때? 사이코메트리 바로 쓸 수 있나?”
[···예. 능력 사용 횟수는 다시 찼어요.]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에리카가 대답하자, 마루는 마을 수색이 완료될 때까지 쉬라고 했다.
“급하지 않으니까 지금은 좀 쉬고 있어.”
[네.]사이코메트리를 다독인 마루는 끼무룩- 기절한 외팔이 여자의 입을 다시 벌렸다.
뿌각!
음- 이것도 아니고.
마루는 뽑았던 어금니를 다시 원래대로 꽂아 넣고 지혈제를 콘크리트 바르듯 발랐다.
“그럼 이쪽이었나?”
움찔-
움찔-
기절한 여자의 사지 아닌, 삼지가 옴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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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도 서러운데, 틀니까지 낄 뻔했던 에릴린이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건 파란 하늘.
하늘?
순식간에 떠오른 일들. 블라디마루 칼린과 대련을 하고 팔이···. 오른팔을 들자, 팔뚝 절반이 없었다.
멀쩡하게 있는 것 같았다.
주먹을 움켜쥔 느낌이 있었다.
움켜 줬다고 느껴지는 데, 눈앞에는 보이는 건 잘린 팔뚝.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이상했다.
휘청-
고작 팔뚝 절반이 잘렸을 뿐임에도 중심이 어긋난 느낌.
갑자기 어지러웠다.
전신에서 송송 식은땀이 솟기 시작했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생기가 빠져나간 얼굴. 바닥에 대(大)자로 늘어진 시체는 촌장 역을 맡은 상관의 시체였다.
볼이 쑥 들어간 모습. 어금니가 있는 쪽에서 시작된 변색이 얼굴 전체로 번져있었다. 독을 깨물고 자살한 것.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혀로 어금니를 건드렸다. 마치 껌 같은 무언가가 어금니와 잇몸 사이에 붙어있는 느낌. 그리고 어쩐지 어금니 하나가 비어있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이었다.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던 그녀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대련용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목이 없는 오른팔이 검 손잡이를 휘적거렸다.
‘아- 잘렸었지···. 오른팔.’
왼손으로 붙잡은 가검을 지팡이처럼 써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주변을 살폈다.
제일 처음 찾은 것은 그녀의 진검.
대련을 위해 촌장 역할을 한 상관에게 맡겼었는데, 시체 근처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펼쳐진 천막. 그곳에는 부상병과 그가 있었다.
‘블라디마루 칼린···.’
까득-
그녀 스스로는 당당하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비척대는 걸음. 아무도 에릴린을 막지 않았다.
천막에 가까이 다가서자, 블라디마루 칼린이 핑크색 약을 부상병에게 주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근거리에서 폭탄이라도 터졌는지, 한쪽 팔이 뭉개진 병사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참아.”
끄으으으윽-
분명히 뭉개진 팔이었다.
팔을 잘라내야 할 정도로 너덜거린 상처였다.
심지어 뭉텅이로 뜯겨 소실된 부분까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뜯기고 찢기고 뭉개진 팔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건 기적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멀쩡해진 팔.
팔이었다.
중상이고 분명히 절단해야 할 팔이었는데.
에릴린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그녀가 엉금엉금 돌이켰다.
팔.
잘린 팔.
‘내 팔···.’
아직 늦지 않았어.
다시 붙일 수 있어.
현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잘린 팔을 찾았다.
없었다. 잘렸으니 여기 있어야 했는데 없었다.
“내··· 팔···.”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에릴린이 사방을 헤집기 시작했다.
상관의 시체까지 엎어버렸지만, 그녀의 팔은 찾을 수 없었다.
내 팔 어딨어? 내 팔.
저 앞 테이블에 놓인 동그란 통이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액체에 담겨있는 팔.
“내–. 내 팔–!”
비틀거리는 발걸음. 무너진 무게 중심을 무시하고 ‘가속’이 발현됐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통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가 먼저 통을 내밀었다.
“이걸 찾았나?”
길게 늘어진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른팔을 내밀었다가, 다시 왼팔로 보존 장치를 받아든 에릴린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온 사람은 블라디마루 칼린이었다.
“그래. 무슨 계획이었는지 말해보겠나?”
“······.”
일본에서 온 외가 사람들 그러니까 먼 친척들.
미인계로 블라디마루 칼린을 붙잡으라는 명령.
세포조직을 확보하라는 이야기.
뒤죽박죽 섞여버린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잘린 팔이 담겨있는 통.
부상병의 팔이 낫는 모습.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혓바닥으로 어금니 쪽을 훑었다.
있어야 할 어금니가 없었다.
왜 내가 어금니를 건드렸지?
혼란스러운 그녀의 눈빛을 읽은 마루가 주머니에서 작은 통을 꺼내며 말했다.
“독약이나 폭탄은 걱정하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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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가 녹색 조명으로 방을 살짝 밝혔다.
[마스터께서 지금 막 방공권에 들어오셨습니다.]마루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김 양은 꾸물꾸물 이불을 돌돌 말았다.
“벌써 돌아왔다고? 무슨 일이래?”
한 몇 달 구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왔다는 건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할까?
[별다른 이야기는 없으셨습니다. 도착 즉시 전체 회의를 시작하신다고 하셨습니다.]“알았어. 알겠음.”
디아나가 자료 파일을 화장실 거울 모니터에 출력했다.
우물우물 양치하며 파일을 읽던 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외팔이에··· 칼잡이? 그런데 여자?’
퉷-
가르르르르르-
휙- 휙- 후딱 씻은 김 양이 회의실로 향했다.
다들 대기하고 있었던 듯 회의실에 있어 그녀만 늦은 모양새.
“다 왔으면 시작하지. 먼저 현황부터 봅시다. 디아나 자료 올려.”
[현재 상황자료 올립니다.]세인트로렌스 강 북쪽에 있는 요충지는 거의 다 장악한 모습. 초반에는 저항이 있었지만, 블라디마루 칼린이 직접 정리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선선히 왕국에 합류하고 있었다.
“블랙록 마을과 트루와 마을을 정리한 뒤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아. 다음 화면으로.”
초소형 중계기와 감시장치 화면이 떠올랐다.
“늑대 부대와 신성 까마귀를 동원해서 놈들이 뿌려 놓은 걸 회수했지. 거의 반절 가까운 마을에 놈들이 손길이 닿았다고 가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을 7개를 조지면서 이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김 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치 나온 마을들은 겨울 오기 전, 거점 요새로 전환하는 게 좋을 것 같음.”
“신성 까마귀 부대를 충원하는 건 어떨까요?”
“마을 사람들도 따로 관리하는 게 좋겠군요.”
“절반이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인력이 부족해요.”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죠.”
마루가 흐릿하게 웃으며 테이블 위에 망가진 부품을 올렸다.
“새로 확보한 영토도 영토인데, 디트로이트 방공권역 안에도 이것들이 있더군.”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여러 도시와 마을에 놈들의 눈과 귀가 깔렸다는 말에 PD와 새로 합류한 보안과장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놈들이 본격적으로 이쪽에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마루는 에릴린의 진술을 토대로 설명했다.
“미인계를 쓰려고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조심하도록.”
미인계? 김 양의 눈이 번쩍 뜨였다.
“외팔이 여자로 미인계를?”
“그건 아니고. 대련 중에 잘랐다.”
“그럼 그년은 이제 쓸모없는 거?”
“그렇지는 않고. 능력이 괜찮아서 포섭해 보려고.”
미인계를 쓰려고 한 년을 포섭하려고 한다?
마루의 대답에 김 양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목걸이 채울 생각인지?”
“전파장애가 조금씩 심해지는 상황이라 목걸이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니.”
“그럼 어떻게 통제하려고”
“신뢰가 깊어지면 잘린 팔을 다시 붙여준다고 했다.”
테이블 밑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던 후드는 ‘그러면 먹히겠네.’ 인정했지만, 보안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버지니아 컴퍼니든 군부든 미인계를 쓰려고 했다면, 배신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을 겁니다.”
“어금니에 이것저것 붙여뒀더군. 일단 위험은 제거했다.”
“어금니 말고도 마이크로칩을 삽입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정밀 검사가 필요하겠군. 그렇게 하도록.”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김 양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거 정밀 검사. 빵년도 해보면 안 됨?”
“예? 빵년이요?”
‘갑자기 빵년은 뭔데?’
마루의 눈빛에 김 양이 독실에 가둬 놓은 제과 제빵 여자를 설명했다. 예쁘장한 년이 불쑥 들어와서 주방에 뿌리내리려고 하는 게 수상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일단 가둬놨음.”
“잘했어.”
헷헴. 으쓱하는 김 양이었다.
“에리카, 두 사람 사이코메트리 가능하겠나?”
“예.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그럼 그 여자 요리사도 데려오도록.”
독방에 오래 갇혀있었음에도 로아나 블랑의 화사한 미모는 여전했다. 확실히 김 양의 말대로 이상한 구석이 있는 요리사였다.
에릴린 뉴먼은 진술 검증을 위해, 로아나 블랑은 어떻게 보안을 뚫고 자연스럽게 들어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이코메트리를 하기로 했다.
“근데 뉴먼이라는 성이 흔함?”
PD를 보며 생뚱맞은 질문을 하는 김 양.
마이클 뉴먼 PD는 대답 없이 팔이 잘린 여자, 에릴린 뉴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지 착잡한 PD의 표정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
“······.”
모든 시선이 PD와 외팔이 여자에게 쏠린 사이, 보안과장의 눈동자는 로아나 블랑을 향했다.
“그럼 여기 요리사부터 할게요.”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에릴린 뉴먼 보다, 로아나 블랑의 손을 잡고 사이코메트리를 시작하는 에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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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간호사에게 옮았는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낸 에리카가 말했다.
“어- 이건- 어- 모르겠어요.”
로아나 블랑을 향했던 보안과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에릴린 뉴먼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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