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43)
러스트 [RUST]-743
“공격!”
김 양의 명령과 동시에 전투 대형으로 대기하고 있던 비행 선단과 드론이 공격을 시작했다. 코일건과 레일건으로 무장한 비행 선단의 공격은 빛으로 이뤄진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대기를 뚫었다.
무언가 쏟아진다는 느낌에 회피기동을 할 틈도 없이 코일건의 탄환이 창원 까마귀들의 몸통을 뚫고 지나갔다.
어지간한 소총탄도 막았던 깃털과 탄소섬유처럼 단단해진 뼈가 비스킷처럼 부서졌다. 코일건 탄환이 만들어내는 붉은빛 사이로 새하얗게 빛나는 굵직한 선이 먹구름처럼 모여있던 까마귀 떼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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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 내려꽂힌 레일건 탄환이 물리력 하나만으로 작은 버섯구름을 피어 올렸다. 레일건 탄환이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도 백 단위의 까마귀들이 궤적에 휩싸여 갈가리 찢어졌다.
그런 레일건 18문이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굵직한 흰 빛이 번쩍이면 검은 구름이 뭉텅이로 사라지며 조각나고 날개가 꺾인 까마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까악! (후퇴!)
까아아악! (고도를 낮춰!)
까악까악! (산개. 흩어져!)
순식간에 몇만이 녹아버리자 까마귀들은 미칠 것 같았다.
1분? 2분?
부리로 먹이 몇 번 쪼았을 시간에 옆에 있던 동료가 사라져 버린 상황.
적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저 본 것이라고는 붉게 달아오른 선과 새하얀 빛뿐.
그래. 그놈들을 족치자.
위에 있다고 한 놈들.
새로 온 놈들 때문이다.
살아남은 창원 까마귀들이 뿔뿔이 흩어져 창원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걸 그냥 둘 김 양이 아니었다.
“드론 공격.”
병렬연결 네트워크로 돌아가는 인공지능이 드론 부대를 조종해 흩어지는 까마귀 떼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탄피 특수탄은 코일건만큼은 아니었지만, 까마귀를 잡기엔 충분했다.
때로는 4대가 한 마리를 때로는 20대가 7~8마리를 몰아가는 드론의 움직임.
철저하게 다수가 원거리 공격으로 소수의 까마귀를 잡는 방식으로 소탕하기 시작했다.
뭉치면 코일건과 레일건이.
흩어지면 드론이 공격하는 방식.
까아악! (숨어!)
까아아악! (집으로. 건물로 숨어!)
빌딩과 건물 지붕 틈 사이로 숨어 들어가는 까마귀들에게 떨어진 것은 작고 귀여운 핵이었다.
송송 솟아오르는 작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 군부대는 패닉에 빠졌다.
레일건 한 방에 건물이 박살 나는 것도 살 떨리는데, 지금 작게 솟아오르는 것은 분명 버섯구름이었다.
“해. 핵입니까?”
“씨발 닥쳐. 핵이었으면 우리 전부 죽었어.”
“저거 버섯구름 아닙니까?”
“저게 버섯구름이면? 어떤 미친년이 핵 수십 발을 쏜단 말이야? 개소리하지 말고 닥쳐!”
깍 까아아악! (거 그냥 쓸어버리는구먼!)
까악 까아악? (미친년인 거 몰랐나?)
까아까악? (근데 다 죽여도 되나?)
까악깍? (설마 다 죽이겠어?)
분위기가 좋지 않은걸.
우리 때문에 싹 죽였다고 그러면 뭐 될 거 같은데?
근데 여기 인간들 어째서 신성 왕국에 입대하겠다고 하지 않는 거지?
먹을 것만 챙겨가더니 오는 인간들이 없네.
끄악-까악. (안 되겠다. 태블릿 가져와 직접 쓰게.)
까악. (그러자.)
“병장님. 여기 까마귀들이 태블릿으로 문자를 치는데요?”
“존나- 또 무슨 씨발 같은 소리야. 까마귀가 말을 한다고 지랄이더니 이제는 뭐가 어째··· 진짜냐? 지금 저거 진짜야?”
“저도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지금 까마귀가 태블릿 PD에 문자 치고 있는 거 맞지?”
병장과 일병이 까마귀가 내민 문자를 읽었다.
“병장님 이거 미군이 비슷한 거 하지 않았습니까?”
“매브니(MAVNI)? 미군 복무하면 시민권 주는 거?”
“예. 그거 같습니다.”
“하. 근데 그걸 까마귀가···. 아니지. 창원에 있는 놈들 생각해 보면 태블릿 다룰 줄 알아도 이상하지 않지. 근데 신성 왕국이라니.”
그런 일들이 부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식인귀로 보이는 장교들을 공격했기 때문에 일어난 혼란이었다.
‧
까악! (정체를 밝혀라!)
까마귀가 소령의 양 눈을 쪼고 발톱으로 경동맥을 그었다. 피쉭! 목덜미가 잘리며 피가 솟구치는 장면에 옆에 있던 소위와 병장이 총을 뽑아 들었다.
“이 미친 까마귀가!”
“쏴!”
k5 권총이 불을 뿜었지만, 까마귀의 깃털을 뚫지 못했다.
푸드덕- 날아오른 까마귀의 표정은 썩어있었다. ‘살려준 것도 모르고 총질?’ 심히 불쾌한 표정의 까마귀를 본 병장은 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까마귀의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창원을 장악한 까마귀에게 총을 쐈다가 수십이 넘는 사상자를 냈던 게 바로 며칠 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까마귀가 밖으로 나가자, 소위가 목에서 피를 흘리는 소령에게 달려갔다.
“소령님!”
“의무병!”
소위는 필사적으로 경동맥을 압박해 지혈하려고 했다.
“이··· 이게···.”
“소. 소위님. 저기 소령님 상처가···.”
목덜미에 깊게 파인 상처는 치명상으로 보였건만 서서히 아무는 모습. 소위와 병장이 눈을 껌벅이며 소령을 바라봤다.
까마귀가 파먹은 눈알도 마찬가지였다. 눈알에서 흘러내린 투명한 유리액과 피가 어느새 멎어있었다. 안구가 재생된 것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상처가 아물어간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다.
소령의 팔이 자신의 목을 지혈하고 있는 소위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엄청난 악력에 손목뼈가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소위가 소리 질렀다.
“원 소령님! 접니다. 나준일 소위입니다!”
그러나 눈알이 없는 소령은 나 소위의 팔뚝을 움켜 잡고 입을 벌렸다.
“소. 소령님!!!”
크직-
끄아아아아아악!
팔뚝이 씹히며 한 번에 팔뚝 뼈가 드러났다. 소위가 횟집 활어처럼 팔딱였지만, 프레스로 잡은 것처럼 소위를 잡은 소령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직-
너덜거리는 팔뚝을 잡아끌어 비명 지르는 소위의 목덜미를 물자, 조용해지는 막사. 병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위의 권총을 뽑아 든 채, 소령을 겨눴다.
흔들리는 총구 가늠쇠 건너편에서 보이는 광경. 소령의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물어가는 모습. 병장의 뇌리에 카더라 소문이 떠올랐다.
‘식인귀가 있다니까.’
‘지랄하네. 뭔 갑자기 식인귀. 왜 흡혈귀라고 하지?’
‘흡혈귀도 있다더라.’
‘아 진짜 미국하고 인터넷 끊기고 1년이 넘었는데 뭔 소리야.’
‘뉴욕에서 식인귀 소탕했다는 소식도 있었고. 흡혈귀 소문은 텍사스에 살던 친척이 알려줬어. 실종자가 발견됐는데 피가 전부 사라진 상태로 발견됐다고 하는 소문.’
‘아니. 아재요. 친척도 미국에 있다면서 사바사바 잘해서 미국 가지 왜 여기서 고생이십니까?’
‘그러게 말이다. 근데 진짜 식인귀는 있다. 뉴욕에서 대규모 소탕은 사실이야. 뉴욕 경찰들도 작전에 참가했어.’
그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줄였다.
‘그리고 저쪽에 식인귀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아- 미친 소리 좀 그만합시다.’
불 꺼진 내무실에서 한 마디씩 불만이 튀어나왔다.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합시다.’
‘시끄럽습니다.’
‘다들 자야 내일도 뺑뺑이 칠 거 아닙니까?’
그 사람의 쓴웃음이 어둠 속에서도 느껴졌다.
‘기억해둬. 혹시라도 사람 잡아먹고 힘이 세지거나, 상처가 빨리 치료되는 자를 보면 도망쳐. 아니면 머리를 쏘든지.’
‘아- 진짜.’
‘헛소리하지 말고 그냥 잡시다.’
‘그런 소리 하다가 헌병대 끌려갑니다. 요즘엔.’
그리고 그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탈영이라는 소리도 없었고 헌병대에 끌려갔다는 소리도 없었다. 그저 없는 사람처럼 사라졌을 뿐.
그때의 일이 떠오른 병장이 덜덜 떨리는 총구를 소령의 머리를 향해 겨눴다.
으적으적-
고기 뜯는 소리와 함께 움푹 들어갔던 안구가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에 병장은 방아쇠를 당겼다.
탕!
막 새살이 차오르던 눈알이 총탄이 틀어박혔다. 럭키샷- 우걱우걱 소위를 뜯어 먹던 소령의 몸이 뚝 멈춰졌다.
‘죽었나?’
그 순간, 소령이 소위의 시체를 집어 던져 총구를 가로막았다.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전부 소위의 시체를 두들겼을 뿐.
아-
헛된 탄식을 끝으로 병장의 안면이 식인귀의 주먹질 한 방에 뭉개졌다. 소령 계급장을 단 식인귀가 병장의 뭉개진 안면을 우그려 뜨려 흘러나온 뇌수를 빨아먹곤 유선 전화기로 계엄 사령부에 전화를 걸었다.
음?
아무런 소리가 없었다. 그냥 먹통.
?
그는 바로 곁에 있는 군용 무전기를 켰다.
이것도 먹통이었다.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다는 뜻. 그동안 한쪽 눈이 완전히 회복된 그가 막사 밖을 향했다. 의무병이 군의관과 함께 헐레벌떡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쯧-
시체가 둘이나 있는 판국인지라 소령은 막사 밖으로 나가면서 외쳤다.
“까마귀가 공격했다! 까마귀가 소위와 병장을 죽였다!”
소령의 외침에 화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늘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까악? (우리가?)
까아악? (누구를?)
까악? (죽였다고?)
푸드드드덕!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갈가리 찢긴 소령의 잔해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
병사들은 까마귀가 보여준 영상을 보곤 말을 잃었다. 정말 식인귀가 있었다. 그것도 소령을 비롯한 몇몇 대위들과 부대 시찰을 한다고 온 대령과 장군까지 식인귀였다.
까마귀의 목에 걸린 정찰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본 뒤론 믿을 수밖에 없었다. 흉흉한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특별한 혈액형을 가진 장병들이 사라졌고, 부대 밖의 소문을 알음알음 알려주던 병사들이 없어졌다.
스마트폰이 먹통이 된 지는 벌써 1년 6개월이 넘어갔고, 집에 편지를 써도 답장이 오지 않는지도 조금 있으면 1년이었다.
예비군으로 끌려온 사람들도 현역병도 군역이 언제 끝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끔 어느 부대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 절반이 죽고 절반이 전방으로 끌려갔다는 소문만 나돌았을 뿐.
막사를 뒤져 소령이 숨겨놓은 파일을 찾은 까마귀들이 능숙하게 자료를 원정대에 보내면, 원정대 비행선에 탑재된 보조 인공지능이 자료를 받아 해킹, 보안 문서를 해독 상황을 전달했다.
흐응-
“그러니까 서해안 지역은 중국 난민들이 몰려들어서 사실상 그쪽도 군대로 틀어막고 있다고?”
[자료에 따르면 그렇습니다.]인천에서 시흥, 화성, 당진, 서산, 태안반도까지 사실상 중국인 난민들에게 장악된 상황이라고 했다.
군을 동원해 간신히 퍼지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 어차피 중국과 전쟁을 벌였으니 싹 밀어버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중국을 탈출한 사람들 가운데 능력자가 많아 막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했다.
이건 일본 난민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을 틀어막고 있지만,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는 능력자들 때문이었다.
그녀와 마루가 미국으로 넘어갔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과의 전쟁으로 예비군을 뽑아 200만을 만들었는데. 고작 2년 만에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해, 추가로 예비군을 뽑고 징병해 300만을 만들었지만, 이것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식량 문제가 심각하네.”
[인천항과 부산항을 잃은 것이 컸습니다. 식량을 수입해서 들어오던 운송선들이 전부 나포됐으니까요.]“난민들 미친 거 아니야? 해군이 가만히 있었어?”
“하긴. 그거라도 먹었으니 난민들과 전쟁이 터지지 않았겠지.”
[현재 목포항과 군산항, 여수항이 동남아에서 최대한 쌀을 수입해오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도 정부가 무너지는 상황이라 식량 수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습니다.]부산에 3천만, 인천을 비롯한 서부 지역 도시에 중국인 난민 포함 5천만 이상 그리고 한국인 4천만. 한국인들은 2년 반에서 3년 만에 1천만 넘게 죽었다는 소리였다.
김 양은 오와 열을 맞춰 머리를 박고 있는 창원 까마귀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현재까지 상황과 정보 전부 모아서 본국에 보고해. 까마귀들이 징병하고 있는 것도 포함해서.”
[본국에 전달했습니다.]‧
‧
‧
마루는 김 양의 보고서와 영상을 확인했다.
‘창원 까마귀를 와해시켰군.’
7만에서 살아남은 까마귀는 1만 남짓. 작은 핵까지 사용해 완전히 뭉개 버렸다. 사실 전멸시킬 수 있는 것을 울산 까마귀와 협상하기 위해 살려둔다는 것이 1만 조금 넘게 살려주게 됐다고.
창원에 있는 까마귀들을 데리고 울산으로 가면, 까마귀가 점령하고 있던 창원으로 부산의 난민들이 이동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창원 서쪽과 서북쪽을 막고 있던 군부대를 신성 왕국 까마귀들이 접수해 버렸다. 그리곤 거기서 신성 왕국으로 오라고 모병을 했다는 보고.
‘이것들이.’
한국군을 상대로 모병하면서 부대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식인귀를 공격한 것. 거기에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까지 물어왔다고 하니, 마냥 화를 내기도 그랬다.
“어떻게 생각하냐?”
[복잡하네. 이거 우리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은데?]“그쪽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 생각해서. 어떨 거 같냐?”
[한국군 데려오는 거?]“그래.”
[나쁘지는 않지. 일단 지금 신성 왕국에는 동양인이 너무 없으니까.]동양인은 혼혈을 합해도 0.2% 미만이었다.
[어느 목소리를 내려면 최소한 10%는 돼야지. 흑인들 목소리가 큰 이유도 10%가 넘었기 때문이고 사태 전에 미국 서부와 남서부를 중심으로 히스패닉들 목소리가 컸던 이유도 그래서잖아. 18% 넘어가면서부터는 영어 안 쓰고 스페인어 쓰고 사는 마을도 생겼었고.]현재 기순이 총독으로 있는 캐나다 방면 인구조사가 거의 끝난 시점. 최소 400만에서 최대 500만을 예상했던 신성 왕국 인구는 캐나다 방면 인구조사가 끝나면서 크게 줄었다.
이웃이 살아있는 것처럼 조작해 주변에서 지원물품을 타 먹은 사례가 정리됐기 때문이었다. 신성 왕국의 실제 인구는 398만 명 선. 500만이 어쩌니 하는 건 전부 허상이었다.
‘인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순이 말했던 것처럼 거의 백인만 남아있는 캐나다 지역을 생각하면, 동양인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까마귀들이 하는 걸 정식으로 허가해서, 모병 조건으로 한 이민 제도를 가보자.”
[매브니(MAVNI, Military Accessions Vital to the National Interest)처럼?]“우선 아무나 받지 말고.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위주로 시작해 보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성 왕국 이민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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