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person Kim Yubin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 CoMarketing(1)
“너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BD 팀 말이야. 이번에 직원 두 명을 뽑았는데 그중 한 명이 리센위라던데.”
“엑? 리센위? 그 골칫덩어리를 데려갔다고?”
“그렇다니까! 믿겨져?”
“아니. 전혀. 그 녀석을 왜…… 아,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누구야?”
“항암사업부의 음…… 츠마…… 츠카모토 타츠야였던가? 그런 이름이었어.”
“누구?”
“너도 처음 들어봤지? 아시아 본부에서 1년이나 근무했다고 하는데 나는 누군지 전혀 모르겠더라.”
“그러니까 한 명은 공인된 문제아고 나머지 한 명은 존재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이야기지? BD 팀 괜찮은 거야?”
“BD 팀 매니저부터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있잖아.”
“나도 들었어. 발령은 미스터 나라옌이 내기는 했는데 더 윗선에 연줄이 있다는 소문 말이지?”
“설마 글로벌 CEO나 체어맨의 숨겨진 아들?”
“……너무 갔다. 피부색이 다르잖아.”
“아, 그렇지.”
“어쨌든 경력이 2년밖에 안 된 직원을 매니저 자리에 앉힌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슬슬 진면목이 나오는 거 아닐까? 사람 보는 눈이 있으면 그 두 사람을 뽑을 리가 없잖아.”
“쉬, 저기 BD 팀 매니저다.”
“겉모습은 참 멀쩡한데…… 아, 안녕하세요.”
복도에서 수다를 떨던 두 사람은 유빈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유빈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의 귀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다 들렸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BD 팀이 아시아 본부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나쁠 게 없었다.
기대가 낮은 사람들이 일을 잘하면 그 효과가 더 커 보이기 마련이다.
지금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몇 달 후면 직원들의 뒷담화는 찬사로 바뀔 것을 유빈은 믿고 있었다.
두 사람을 지나쳐 20층으로 향한 유빈이 업무실의 문을 열었다. 문에 붙어 있던 유빈의 개인 명패는 Business Development로 바뀌어 있었다.
“많이 기다렸죠?”
“아닙니다.”
타츠야와 리센위가 앉은 채로 가볍게 인사했다.
혼자 쓸 때는 적당히 넓었지만, 책상 세 개와 사람 세 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조금은 좁게 느껴졌다.
“매니저님, 말씀하신 대로 출장신청을 올렸습니다. 결제 부탁합니다.”
“네, 리는?”
유빈은 두 사람이 합류하자마자 서로 호칭을 정리했다. 유빈과 타츠야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리센위는 뜻밖에 보수적이라 죽어도 유빈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고 버텨서 유빈만 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말 출장 가도 괜찮은 건가요?”
리센위의 표정이 그답지 않게 조심스러웠다.
“왜요? 출장이 필요해서 가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유빈이 대답하며 리센위를 쳐다봤다.
리센위는 유빈이 내준 테스트를 일주일이 아닌 3일 만에 통과했다.
유빈이 HR 매니저인 칼 세일을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 테스트를 내주고 정확히 3일 뒤 칼 세일은 유빈을 찾아와 다짜고짜 리센위의 칭찬을 늘어놨다.
“이제 된 거죠?”
“뭐가 말입니까?”
유빈이 짐짓 시치미를 떼며 되물었다.
“아니, 리센위. 이 미친놈이 뭘 잘못 먹었는지 3일 전부터 저를 스토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BD 팀의 미스터 킴에게 자신에 대해 좋은 말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시했는데,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퇴근길에도, 심지어는 집 앞에서까지 서성거렸습니다. 3일 연속으로요! 내 정말 회사 직원만 아니었으면 경찰에 신고했을 겁니다!”
“이런, 그가 왜 그랬을까요? 마음고생이 심하신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 말해 보겠습니다.”
유빈이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칼 세일을 잘 다독여 돌려보냈다.
칼 세일의 칭찬에는 진심이 티끌만큼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칭찬은 칭찬이었다.
그렇게 뻔뻔한 친구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리, 오랜만에 중국 가는 데 좋지 않아요?”
“좋기는 한데요. 요즘 회사에서 떠도는 소문도 그렇고…….”
“소문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유빈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조금 전 나라옌 CEO께서 오셔서 미스터 츠카모토와 저를 마치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고 갔습니다. 급하게 매니저님을 찾던데요.”
“미스터 나라옌 역시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라뇨. 두 분은 제가 뽑은 드림팀입니다. 타츠야, 리가 지금 오버하는 거죠?”
“음, 저는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 같고 리를 보는 눈빛은 확실히 찝찝했습니다.”
타츠야가 컴퓨터 위에 조심스럽게 스타워즈 피규어를 배열하며 답했다.
“미스터 나라옌은 우리 직원을 그런 눈으로 본 죄가 있으니까 기다리라고 하죠. 급하면 또 연락이 오겠죠. 자, 우리는 회의 시작합시다. 두 분이 고국으로 출장 가는 이유와 전반적인 BD 팀의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그 전에 USB에 들어 있는 내용은 전부 숙지했죠?”
타츠야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 반면 리센위는 유빈의 눈치를 살폈다.
“리는 중국 땅에 발이 닿기 전에 내용을 꼭 숙지하세요.”
“알겠습니다!”
걱정은 돼도 출장을 간다고 하니 업된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저렇게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직원을 거의 1년간 특별 프로그램을 수행한답시고 데스크 업무에만 묶어 놨으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는가.
유빈이 목줄을 끊어 준 것만으로도 그는 날아갈 듯이 좋아했다.
유빈이 갖춰 놓은 빔프로젝터를 흰 벽을 향해 쐈다.
“두 분 다 알다시피 BD 팀이 맡게 될 약품은 OAB(Overactive Bladder, 과민성방광염) 치료제인 나비로이입니다. 본사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으로 기존의 항무스카린제제가 가지고 있는 간 대사 문제, 변비, 그리고 중추신경계 이상 등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입니다.”
집중해서 듣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유빈이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갔다.
“그럼 왜 나비로이냐. 이게 궁금할 겁니다. 그 이유는 지금 본사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E디테일에 대해서는 제가 USB에 넣어놨죠?”
“네, 놀라운 시스템이던데요. MR 없이 디테일이라…….”
타츠야가 종이로 프린트된 자료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마크 램버트 현 글로벌 CEO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이번에 유럽 리전에서의 나비로이 판촉은 E디테일로만 이뤄집니다. 아시아 매출이 유럽 매출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죠.”
“왜 유럽 매출을 이겨야 하는 거죠? 리전마다 매출 포션도 다르고 시장 상황도 다른데.”
이번에는 리센위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입니다.”
유빈이 나라옌 CEO와 나눴던 이야기를 들려 주자 분위기가 진중해졌다.
단순한 런칭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중국에서 CC 영업팀이 사라졌던 것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요?”
유럽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리전에서는 감원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흥분한 리센위가 얼굴을 붉혔다.
“특히 영업팀이 위험하겠죠.”
“이런 썅, 웃대가리들은 도대체 영업팀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영업팀이 없으면 약이 아무리 좋아도 처방이 될 것 같아!”
“리, 진정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죄송합니다.”
얌전하던 리센위가 갑자기 헐크가 되자 깜짝 놀란 타츠야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제가 알 바는 아니지만, 이건 마크 램버트 CEO에게도 모험 아닌가요?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을 텐데요.”
질문에 만족하며 유빈이 설명을 곁들였다.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MR의 영업력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나비로이 같은 약은 정보만 제대로 전달해도 의사가 알아서 처방할 겁니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OAB 시장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만약 실패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영향이 없는 약을 선택했을 겁니다.”
유빈의 명쾌한 설명에도 그는 조금 더 심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다 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이 본사 CEO의 일을 거스르려는 건가요?”
대답에 따라 엄청난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유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저한테 물어보셨죠?”
“네? 뭘…….”
“황제가 누구냐고요. 황제는 뼛속까지 나쁜 놈이니까 마크 램버트를 이렇게 정의하죠. 그를 다스베이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유빈 말은 그가 원래는 좋은 놈인데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그에게 깨우쳐 줘야 한다는 거고요.”
‘뭐야! 알아들었어?’
유빈이 다스베이더를 들먹이자 무슨 소리인가, 했던 리센위는 타츠야가 찰떡같이 알아듣자 입을 떡 벌렸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덕후의 세계였다.
“정확합니다. 그는 영업팀의 최소화가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는 영업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 사람이죠. 이번에 우리가 제대로 가르쳐 줄 겁니다.”
“정말 레지스탕스라도 된 기분이군요.”
“괜찮겠어요? 이유야 어찌 됐든 현 CEO의 정책에 반하는 일인데요.”
“음, 매니저님이 커버 쳐 주시겠죠. 전 괜찮습니다. 솔직히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아까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면이 계속 나왔다.
소심하고 예의 바르게만 보이던 타츠야가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 역시 사람은 사귀어 봐야 알 수 있었다.
리센위도 스타워즈 부분에서는 멍했지만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제네스 차이나에서와 같은 일이 또 생겨서는 절대 안 되었다.
“그런데 글로벌 CEO가 심혈을 기울인 그 뭐냐, E디테일을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매출도 중요하지만 E디테일을 누를 수 있는 판촉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E디테일이 성공한다면 아시아 매출과는 상관없이 시스템을 확대하려고 할 테니까요.”
“제가 확실히 사람은 잘 뽑은 것 같군요. 두 분이 있으니까 천군만마가 필요 없습니다. 저도 두 분과 같은 생각입니다. 내용상으로도 매출로도 E디테일을 이기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유빈이 다시 슬라이드를 넘겼다.
NEVA
CoMarketing
“NEVA? CoMarkting은 대충 알겠는데 NEVA는 뭔가요?”
“제가 만든 단어입니다. E디테일의 대항마죠. NEVA는 New EVAluation의 약어입니다.”
“새로운 평가?”
“새로운 평가 방법입니다. 내용을 보시죠.”
슬라이드의 내용을 확인한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헉…… 너무 파격적입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네요.”
두 사람은 진짜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유빈이 준비한 내용은 제약회사 직원으로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NEVA가 E디테일의 취지에 대항한다면 CoMarketing은 매출을 책임질 겁니다. NEVA에 과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고 CoMarketing으로 넘어가죠. 무엇 때문에 출장을 가는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두 사람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유빈의 발표에 빨려들었다.
“누가 뭐래도 아시아 리전의 탑 매출 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호주 그리고 한국입니다. 중국, 일본, 한국은 우리 셋이 맡으면 되고 나머지 두 나라는 따로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다섯 나라에서 매출이 극대화되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발표에 빠져 있는 리센위와는 달리 타츠야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빈이 국가까지 고려해서 자신과 리를 뽑았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두 분이 할 일은 중국과 일본에서 나비로이와 공동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제약회사를 컨택하고 가능하면 계약까지 성사하는 겁니다.”
꿀꺽.
“쉽지 않겠네요.”
“저도 한국에서 같은 일을 진행할 겁니다. 대상 제약회사는 비뇨기과 영업력에 강점이 있는 회사여야 하고 다국적 제약사보다는 국내 회사가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을 뽑기 전에 제가 일단 가능성 있는 회사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두 분이 현장의 정보로 판단해 주십시오.”
“그런데 왜 국내 회사죠?”
“계약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네스는 세계 제 1위 제약사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제약회사와 코마케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와 약품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해외에 수출 계획이 있다면 더 달려들 겁니다.”
“오오, 그런 이유가!”
막막해 하던 리센위의 얼굴이 펴졌다.
“단, 기한은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안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합니다. 아시아 본부에서 발표하기 전에 진행 상황을 전해 주십시오. 저는 바로 한국으로 갔다가 발표 날에 맞춰서 돌아오겠습니다.”
“가족, 친구 만날 시간도 없겠네요.”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네요. 일이 끝나면 휴가는 확실히 챙겨 주겠습니다.”
“전, 좋습니다. 이게 진짜 일이죠.”
리센위의 말에 타츠야도 동조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막 생깁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이렇게 뭉친 적이 있었나요? 우리가 한번 선례를 만들어 봅시다!”
유빈의 선창에 세 사람이 찻잔을 부딪쳤다. 복숭아나무 아래는 아니었지만, 창밖으로 봄 꽃잎이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