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person Kim Yubin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 NEVA(5)
“크흠, 말씀하시죠.”
“루 사장님은 중국의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있습니까?”
“현재 시장 상황이요? 미스터 킴이 무슨 의미로 질문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제가 알기로 작년과 재작년에 MBG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대대적인 리베이트 조사를 받았죠.”
“아, 그 이야기였습니까?”
크리스 루는 한결 여유를 되찾았다. 유빈이 주제를 바꿔서 다행인 모양이었다.
“별로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건 미스터 킴이 중국 시장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뉴욕 본사에서도 리베이트 금지 정책을 하달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지침을 내리기는 했지만, 본사 임원이 직접 중국에 와서 시장 상황을 확인하면 다들 별말 없이 돌아갔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말씀은 리베이트에 관해서는 다른 어떤 계획이나 대비책도 없다는 거로 들리는군요.”
“하아, 정말 이해를 못하는군요. 중국 시장은 다른 선진국처럼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성장 가도를 구가하고 있죠. 단일 시장으로는 얼마 안 있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겁니다.”
크리스 루는 입이 마르는지 김이 오르는 차를 벌컥 마셨다.
“지금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매출을 늘려 놔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것이 미스터 램버트가 저를 제네스 차이나 대표로 임명한 이유입니다. 하긴 미스터 킴은 한 나라를 맡아 본 적이 없어서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자리 잡자 리센위와 양제츠는 긴장된 표정으로 대화를 주시했다.
특히 양제츠 부장의 표정이 애매했다.
“저는 오히려 루 사장님을 이해 못 하겠는데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 그렇게 낙관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군요. 아, 혹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러시안 룰렛 마인드입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군요.”
“무슨 말이죠?”
비꼬는 듯한 유빈의 말투에 크리스 루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질문을 바꿔 보죠. 루 사장님이 다른 지사로 발령이 난다면 제네스 차이나 직원들은 어떤 대표이사로 평가할까요?”
“글쎄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군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양 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저, 저는…….”
갑자기 저격을 당한 양제츠가 크게 당황하며 눈을 깜박거렸다.
유빈은 자신의 질문에 자신이 대답했다.
“아마도 아무런 평가도 안 할 겁니다. 그저 가 줘서 고맙다는 생각만 하겠죠.”
“……뭐요?”
“대표이사란 사람이 자신이 맡은 지사를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만 생각하는데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기대하면 안 되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제네스 차이나를 수단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라는 반증이죠. 아닙니까?”
“듣자하니 말이 너무 심하군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스터 나라옌에게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보십시오! 지금 중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리베이트에 대해 어떤 대책도 없이 최대한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요.”
유빈의 목소리도 조금씩 커졌다.
유빈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리센위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만큼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양제츠 역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유빈의 이야기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어딘가 시원해 하는 표정이었다.
“저도 나름대로 비전이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자기 직원들이 해고당하는데 본사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기 목적을 위해 이제 막 회사에 들어와 열심히 일하려는 젊은 직원에게 거짓말로 보고하게 하였습니다. 여기에 어떤 비전이 있는 줄 모르겠군요.”
“…….”
나오던 말이 목에 걸렸는지 크리스 루는 애꿎은 목을 계속 어루만졌다.
“나라옌 CEO에게 보고하겠다고요? 네. 하십시오. 저도 EBP 부서에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보고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컴플레인 보고는 직원들이…….”
기세에 눌린 크리스 루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직원들도 만나고 해당 원장님도 모두 만났습니다. 보고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니더군요. NEVA가 그렇게 싫었으면 처음에 나라별로 조율할 때 의견을 내지 그러셨습니까?”
“제가 언제 NEVA가 싫다고…….”
그는 끝까지 발뺌했지만. 유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NEVA를 기획할 때, 첫 번째 목적은 의사와 MR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MR이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약품을 디테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리베이트라는 의사와 MR 사이에 존재하는 구시대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제 비전입니다. 다시 묻죠. 미스터 루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
“제가 중국에 와서 사장님을 만나고 처음 든 생각이 뭔 줄 아십니까? 위생부 관리와의 관계. 그리고 접대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신호였습니다.”
“……무슨 신호 말입니까?”
“두 번째 신호는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들의 제네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더군요. 감사로 영업사원을 대거 해고한 일을 언급하더군요. 그전까지는 제네스가 중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늘리고 자원봉사와 기부활동도 꾸준히 해서 이미지가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다른 다국적 회사와 차이 없이 실적에만 목을 맨다고 했습니다.”
“몇 명에게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너무 일반화하는 건 아닌가요?”
크리스 루는 제네스 차이나에 부임하고 난 이후, 실적에 별 도움되지 않는다며 몇 가지 사회활동을 없애버렸다.
하지만 지금 유빈의 이야기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방식은 현재 제네스 CEO인 마크 램버트의 방식과 같았다.
본사로 가려면 현 CEO의 방식을 따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유빈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나와도 그에게는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
“재작년에는 MBG, 작년에는 아스트로스가 리베이트 조사로 엄청난 벌금을 물었죠. 전 세계 매출 2, 3위가 홍역을 치렀습니다. 매출 1위인 제네스 역시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이게 세 번째 신호입니다.”
“그건 미스터 킴이 잘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중국 당국과 얼마나 관계가 좋은지 알 리가 없으니까요”
“정기적으로 뇌물이라도 줬습니까?”
“말이 안 통하는군요. 중국에서는 그게 관행입니다.”
크리스 루는 움찔했지만, 반항적으로 대꾸했다. 이제는 뇌물을 줬다는 이야기에 부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관행이라면 MBG와 아스트로스는 왜 조사를 받았을까요? 그들은 너무 깨끗해서 뇌물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요? 맞습니다. 불법 리베이트와 중국 당국과의 유착 관행은 중국 내 의약 업계에 만연된 관행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중국 정부와 언론들이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편들고 외국계 다국적 제약사만 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빈의 끊이지 않는 융단폭격에 크리스 루는 끼어들 생각조차 못했다.
“네 번째 신호로 중국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인 바이젠이 올해 제네스의 블록버스터 약품인 에메리스의 제네릭을 출시했습니다. 에메리스도 가격 인하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바이젠을 밀어주기 위해 제네스를 조사할 거라는 말인가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확신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내가 대표이사일 때만 터지지 않으면 돼.’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휴우, 이야기가 평행선이군요. 미스터 킴이 우려하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킴은 중국에 온 지 이제 3일째고 저는 3년이 넘었습니다. 누가 더 중국 상황을 잘 알겠습니까? 이곳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충고는 사양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유빈은 의사로부터 처방 약속을 받을 때처럼 크리스 루부터 확실한 대답을 받아내려 했다.
“하아, 그러니까 제가 알아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업부에서 리베이트를 최소화하고 중지했던 사회활동도 재개하십시오.”
“그건 제네스 차이나 사장으로서 제가 결정할 일입니다. 간섭이 지나치군요.”
“간섭이 아닙니다. 제네스 차이나, 멀리 봐서는 제네스 전체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여보십시오. 리베이트를 줄였다가는 매출이 곤두박질칠 겁니다. 매출이 줄면 미스터 킴이 책임질 겁니까? 그리고 리베이트는 본사에서도 묵인한 일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NEVA와 관련된 일이라면 말씀을 따라야 하겠지만 지금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유빈이 아무 말 없이 꽤 오랫동안 크리스 루의 눈을 쳐다봤다.
“어쩔 수 없군요. 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지금 한 이야기는 아시아 본부를 통해 뉴욕 본사로 보고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쓸데없는 일을 한 거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겁니다.”
설전이 끝나고 유빈은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고를 올린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크리스 루에게 날린 유빈은 양 부장이 직접 컴플레인 보고를 취소한 것까지 확인하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매니저님, 증인이 있는데 왜 크리스 루를 그냥 놔두셨습니까?”
탑승을 기다리던 리센위가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 유빈에게 다가왔다.
“왕 아이핑을 비롯한 영업사원들은 이미 충분히 용기를 냈습니다. 그들을 증인으로까지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어쨌든 제네스 차이나 직원이니까요.”
“아…… 그렇죠.”
“경고했으니까 크리스 루도 NEVA에 관해서는 더 수를 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중국 사람인 제가 봐도 시장 상황은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크리스 루가 매니저님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완전히 소귀에 경 읽기더군요. 아쉽습니다.”
“아니요. 저는 크리스 루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의 대화는 제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리도 차후에 알게 될 겁니다.”
리센위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유빈의 의견에 크리스 루가 콧방귀도 뀌지 않는 걸 목도했는데 의도대로 되었다니.
“그런데 정말 제네스 차이나에 위기가 닥치나요? 아까 보니까 미스터 나라옌과 통화하시는 것 같던데요.”
“네, 뉴욕 본사에 아시아 본부의 이름으로 제네스 차이나 감사 요청을 넣으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보고서를 정리해서 보냈고요.”
“미스터 나라옌이 깜짝 놀라셨겠네요.”
“폭풍의 여파는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리센위는 유빈의 논리에 감복했지만, 중국에서 영업했던 그 역시 그렇게 쉽게 일이 터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리센위의 그런 생각은 두 달을 넘지 못했다.
* * *
리센위가 BD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매, 매니저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타츠야와 대화를 나누던 유빈이 헐떡거리는 리센위를 진정시켰다.
“헉헉, 제네스 차이나 말입니다. 매니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대적인 리베이트 조사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지금 본부도 난리가 났습니다.”
“뭐? 정말이야?”
타츠야가 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뉴스에 중국 당국에서 제네스 차이나 임원 한 명을 구금했다는 기사까지 확인했습니다.”
“신원까지 나왔습니까?”
“이름은 안 나왔지만 제네스 중국법인 최고위급 임원이 구금되었고 스티브 발렌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출국금지를 당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크리스 루겠군요. 최고위급 임원이라면.”
“잠깐만. 이렇게 되면 아시아 본부도 책임을 면하지 못할 텐데…… 나라옌 CEO한테 불똥 튀는 거 아닐까요?”
타츠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빈을 쳐다봤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두근거림이 조금 가라앉았다.
유빈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을 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 이 기사 보고 얼마나 소름 돋았는지 아십니까? 두 달 전에 매니저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지 않습니까? 설마 매니저님은 크리스 루가 구금될 줄 알고 그때 그런 말씀을…….”
질문하려던 리센위는 유빈의 표정을 보고 말을 잘랐다. 유빈의 표정에 답이 들어 있었다.
“저도 구금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도대로 되었다는 말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네? 다른 사람이요? 그때 크리스 루 말고 누가…… 아! 설마?”
“네. 그날의 설전으로 제가 설득한 사람은 크리스 루가 아니라 양 부장님이었습니다.”
“……언빌리버블.”
타츠야는 영문을 모르고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하지만 유빈이 또 뭔가 놀라운 일을 해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