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32
매일 미네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 중에서 헤레이스는 황자들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냈다.
자기가 로젠비크에게 가르쳐주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그 일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는 용병대와 상단에 집중을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을 할 수 있었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보러 가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다만 아직은 대공과 그의 수하들이 신경 쓰여서 만나러 가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헤레이스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아, 맞아. 로이드의 마법 실험으로 건물이 폭발하잖아. 그때는 대공도 다른 일에 신경을 못 쓰고 정신이 없지. 어차피 두 층이 날아가기만 하고 사람이 다치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헤레이스는 그 생각을 왜 지금까지 하지 못했었나 하면서 그날에 맞춰 밖으로 나갈 계획을 짰다.
밖에 나가서 헤매지 않도록 황자들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정보가 그녀에게는 희망이자 생명줄과도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로이드가 일으키는 대폭발 사고가 예정된 날, 헤레이스는 아침 일찍 미네른에 갔다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서 방으로 돌아갔다.
‘로이드. 이제 너만 믿는다. 잘해라.’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내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헤레이스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마구간으로 숨어들어 가 말을 타고 대공저를 빠져나갔다.
수많은 사람이 미네른의 건물로 향하고 있던 탓에 그녀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던 헤레이스는 로이드에게 애걸복걸해서 얻어낸 헤이스트 마법 스크롤까지 사용해서 속도를 냈다.
스크롤을 찢자 말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렸다.
‘뭐야. 이거 정말 대단한데?’
굉장하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며 그녀는 말 등에 바짝 엎드렸다.
공기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로젠비크에게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중에 돌아가면 로이드에게 돈을 주고서라도 헤이스트 스크롤을 더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헤레이스는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달리고서야 그녀는 로젠비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짐작은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그렇게 빨리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꼭 신의 도움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그들이 있던 곳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여있는 큰 도시의 시장이었다.
로젠비크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며 일행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헤레이스가 먼저 로젠비크를 발견하고 그를 불렀을 때 로젠비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때까지도 설마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헤레이스!”
그는 깜짝 놀라며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 순간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의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가 반짝이고, 예쁜 눈이 접혔다.
로젠비크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전에도 그를 봤지만 그때는 어둠 속이었고 지금은 환한 대낮이었다.
헤레이스는 로젠비크를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헤레이스? 헤레이스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에 헤레이스가 왜 와?”
그렇게 말을 하며 달려 나온 아이는 헤레이스가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자라난 쌍둥이였다.
로젠비크가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이라면 그들은 붓으로 그린 것처럼 아름다웠다.
헤레이스는 누가 레이아스인지 루엔피스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세상에. 너 누구야?”
“와… 정말… 정말 헤레이스야. 세상에. 진짜 헤레이스야.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지?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나오더니. 헤레이스. 정말 헤레이스인 거지?”
“이 녀석이 레이아스야.”
헤레이스를 붙잡고 엉엉 울음을 터뜨린 녀석을 가리키며 로젠비크가 웃으면서 말했다.
“헤레이스라고? 헤레이스가 왔다고?”
여기저기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루엔피스와 에이바르가 나타났다.
헤레이스는 그들을 보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루엔피스. 오빠!!”
헤레이스는 울먹이면서 그들을 안아주었다.
쌍둥이 황자들은 정말 헤레이스가 맞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헤레이스. 우리 알아보겠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나중에는 그렇게 묻기도 했다.
헤레이스는 그들을 다른 곳에서 봤으면 알아보지도 못했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많이 자랐어. 언제 이렇게 큰 거야?”
헤레이스는 진심으로 놀라워하며 말했다.
“그런데 헤레이스. 이제 우리랑 여기에서 같이 살 수 있는 거야?”
레이아스가 기대에 찬 눈을 하고 물었지만 헤레이스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나온 거야. 오늘은 사람들 눈을 피할 기회가 있었거든.”
그게 무슨 일인지 모두들 듣고 싶어 했지만, 헤레이스는 건물이 폭발할 거라서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을 구태여 길게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헤레이스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 주고 싶었다.
로젠비크는 헤레이스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바탕으로 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자랑을 했다.
에이바르와 쌍둥이 황자들도 그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모두들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서 온통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고 자기 차례가 돌아오지 않으면 아쉬워하기도 했다.
“헤레이스. 나도 할 말 있는데.”
루엔피스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을 했지만 로젠비크와 에이바르에게 번번이 순서를 뺏겼다.
안타까워서 헤레이스가 일부러 그의 얘기를 들으려고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그때마다 다 궁금하고 중요한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이나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던 헤레이스는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을 깨달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분위기에서 그 사실을 감지한 듯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헤레이스. 다음에도 올 수 있어?”
레이아스가 물었지만 헤레이스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는 동안 우리가 데려다 줘도 돼?”
쌍둥이 황자들이 물었지만 헤레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만약에 그랬다가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뒤따라오면 안 되는 거잖아.”
헤레이스의 말에 모두들 아쉬움을 달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로젠비크는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따라나섰다.
“나는 괜찮아. 올 때도 여기로 바로 오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서, 뒤쫓아 오는 놈들은 다 털어내고 올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로젠비크가 그렇게 말하자 헤레이스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쌍둥이 황자들은 자기들도 그렇게 오면 되겠다고 말하며 같이 나서고 싶어 했지만 에이바르가 그들을 말렸다.
“형이 오랜만에 헤레이스랑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둬. 안 그러면 두고두고 미움받는다.”
에이바르가 말하자 쌍둥이 황자들은 정말 그런 거냐면서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도 부정을 하지는 않았다.
“헤레이스. 또 올 거지? 우리를 잊지는 않은 거지? 나는 언제나 헤레이스를 그리워하고 있어. 다시 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오기를 정말 많이 바라고 있어. 그리고 강해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헤레이스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황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헤레이스.”
루엔피스의 말에 헤레이스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
이제는 너무 커져 버려서 그를 안아주는 것도 어려웠다.
정말 많이 컸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레이아스는 자기가 먼저 헤레이스를 꼭 안아주며, 반드시 건강하게 있다가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꾸만 눈물이 흘러서 나중에는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쌍둥이 황자들도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채 헤레이스를 배웅했다.
돌아오는 길에 로젠비크는 헤레이스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도 그의 시선을 느꼈다.
“와줘서 정말 기뻐. 헤레이스. 우리가 다시 만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 마음을 참지 않으면 지금까지 노력하고 준비한 게 물거품이 될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어. 정말 많이 그리웠어. 헤레이스.”
그녀의 곁에서 말을 달리며 그가 말했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헤레이스는 로젠비크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믿기지도 않았다.
한참을 서둘러가던 헤레이스가 갑자기 고삐를 잡아당기자 그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는 내친 김에 말에서 내렸다.
“헤레이스….”
그는 그녀가 왜 그러는 건지 알지 못한 채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로젠비크.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지도 몰라.”
그녀의 말에 로젠비크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한다면 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것은 헤레이스에게도 다분히 충동적인 일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두 번째의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대로 말을 하지 않고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에게 말을 하지 못한 것은 그가 그 말을 들어도 믿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아직 그를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마음이 공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가지 걱정을 모두 뒤로 미뤄도 될 것 같았다.
그가 자기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말해. 헤레이스.”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로젠비크. 나는… 나한테는 이게 두 번째 삶이야. 나는… 죽었었어. 그리고 다시 살아난 거야.”
로젠비크는 헤레이스의 말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한 대로야. 로젠비크. 내가 한 말을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 그랬어.”
“….”
그는 여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헤레이스가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었는데?”
“공격을 당했어.”
“누구한테?”
그가 물었다.
헤레이스는 그와 이런 대화를 하다보면 결국 피할 수 없는 이야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
로젠비크의 목으로 마른 침이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로도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헤레이스가 농담을 하는 건가 했다.
처음부터 그녀가 하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냥 믿어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얘기였다.
그러나 헤레이스의 표정을 보면 그녀에게 조금의 거짓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대공저로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런 긴박한 시간에, 그녀가 이유도 없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헤레이스. 제대로 말해.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왜 너를 죽인다는 건데?”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였어.”
“네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내가 너를 죽였다고?”
그는 자기가 헤레이스를 죽였다는 말에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우리는 그때 같은 편이 아니었거든. 나는 그때도 미네른에 있었고, 미네른의 수장이었어. 그때는 대공의 편에 서 있었거든. 대공은 반역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어.”
“대공이 반역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내가 왜 너를 죽여? 반역을 일으킨다면 나는 도울 수도 있었을 거야.”
“절대 그럴 수 없었을걸?”
헤레이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냥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줘.”
로젠비크의 말을 듣고 헤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젠비크. 잘 들어. 너와 레이아스, 그리고 루엔피스는 공동 황제가 돼. 너희가 반역에 성공하고 황위에 오르게 돼. 셋이 같이. 그리고 사람들은 너희를 폭군이라고 부르지. 너희는 황위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피를 흘리고 많은 배신을 당하게 돼.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을 거야. 너희는 사람을 믿지도 못하고, 너희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검을 휘두르지. 거침없이.”
헤레이스가 말을 하는 동안 로젠비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제 이마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제 마음대로 고집을 부리지는 않고 헤레이스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너 같으면 이런 거짓말을 하고 싶을 것 같아?”
“아니.”
로젠비크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깊이 쉬었다.
“세상에….”
로젠비크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반복했다.
“너는 그럼. 나한테 굉장히 화가 났겠다? 내가 너를 죽였다며.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인 거야? 네 목을 베기라도 했어, 헤레이스?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 맞지?”
로젠비크는 이럴 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노리고 공격을 한 건 아니었어. 너는 그냥 미네른의 건물에 검을 휘둘렀거든. 오러 블레이드를 날렸을 거야. 건물이 거의 반파되고 우리 앞에 있던 벽이 부서져 나갔어. 그다음에 너한테 죽었지.”
말을 하면서 헤레이스는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꽤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까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어떻게 됐는데?”
“…다시 살아났어. 신기하더라.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는 나도 몰라. 눈을 떴는데 내가 작아져 있었어. 나. 죽을 때는 나이도 많았거든. 아주 많이 늙은 건 아니지만.”
“그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어?”
로젠비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 말에 헤레이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지. 너는 나를 알지도 못했을걸? 우리는 서로 만날 일도 거의 없었고. 너는 제국의 위대한 황제였고 나는 대공저의 정보 조직에 틀어박혀서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만 하던 조직의 수장이었으니까. 너를 무너뜨리고 반역에 성공하려는 대공의 명령에 따라서 계속 그런 음흉한 짓만 벌인 사람. 내가 나빴었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야, 로젠비크.”
그녀의 말에 그는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