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57
그러나 헤레이스의 감격에는 절대 따라갈 수가 없었을 터였다.
헤레이스는 이미 로젠비크의 전생을 봤었기에 지금의 감격은 이루 형용하기가 어려웠다.
여기까지 온 과정이 순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로젠비크의 표정은 훨씬 밝았다.
제국민의 지지도 이전 생의 것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헤레이스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로젠비크가 그녀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 조금밖에 안 남았어. 헤레이스.”
“그래.”
황성을 지나 황궁으로 진입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앞을 적극적으로 막는 이들은 없었다.
몇몇 귀족들은 그들을 배웅나오기도 했다.
그것은 기쁘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황자 전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황자 전하의 귀환을 축하합니다.”
그들은 상당히 부담이 될 만한 말을 하면서 로젠비크에게 호의를 드러냈다.
자기들이 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듯했지만 로젠비크에게는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는 말이었다.
로젠비크는 그들 사이를 지나 묵묵히 말을 달렸다.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황성 수비대나 황실 기사단이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황궁의 문이 그들 앞에서 열렸다.
그때의 감격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운이 좋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지자 어리둥절했다.
로젠비크는 정말로 무혈 입성에 성공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용병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주위가 떠나갈듯한 함성 속에 로젠비크가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에서 내려 헤레이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에서 내리게 하자 헤레이스가 그의 품으로 자연스럽게 안겨들었다.
함성은 더욱 커졌다.
로젠비크는 자신이 황궁에 들어왔다는 것보다 그 순간에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이곳에서 선포하시지요. 폐하.”
그의 가까이로 다가온 리카르도가 로젠비크에게 말하자 용병들의 함성이 잦아 들었다.
로젠비크를 바라보는 이들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자들도 있었다.
업어 키운 자식이 장성해서 잘되는 것을 보면 이런 기분이 들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색하지 않고 의연하게 버텨냈지만 황자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용병들은 모르지 않았다.
그런 황자들이 드디어 다시 황궁으로 돌아온 것이다.
“폐하….”
“황제 폐하….”
그들 중 몇 사람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채 신음을 흘리듯 폐하를 연호했다.
당장이라도 만세를 외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리카르도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로젠비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도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로젠비크는 그를 한번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나, 로젠비크 에버쿠젠은 이 자리에 제국의 황제가 되기 위해 섰다.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은 내 제국민으로서 나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고 꿇어 엎드려 신의를 보이라.”
그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것을 들먹이지도 않았다.
오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전율을 느꼈다.
황제였다.
제국의 주인.
그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명을 내리고 있었다.
감히 그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떠나갈 듯한 함성이 계속 되었다.
헤레이스 역시 같이 외쳤다.
그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황제 폐하 만세.
나의 황제 폐하.
만세…!
그녀의 눈물이 흐르는 동안 로젠비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는 감격을 감추지 못하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녀의 눈에 수많은 이들이 들어왔다.
에이바르는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울었다.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얼마나 크게 감격했을지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그 조그만 황자들을 데리고 갔을 때 자기 방을 뺏겼다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에이바르의 모습이 선했다.
헤레이스에게 주겠다고 풀과 꽃을 꺾어 오던 쌍둥이 황자들의 모습도, 깊은 상처를 숨기지 못하고 아무에게나 으르렁거리던 로젠비크도.
헤레이스의 머릿속에 그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명에 따라 꿇어 엎드렸다.
로젠비크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헤레이스도 자신의 황제 폐하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자 로젠비크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너는 안 된다. 헤레이스. 너는 나에게 무릎 꿇지마. 너는 내 태양이다. 태양은 무릎 꿇는 게 아니야.”
헤레이스는 그의 말대로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선 사람 중에 헤레이스를 제외하고는 일어선 자가 아무도 없었다.
리카르도는 로젠비크가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고 그 덕분에 많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와중에 리카르도가 황제궁이 있는 곳을 알려주자 로젠비크가 웃음을 지었다.
“리카르도. 이곳은 나에게 익숙해.”
“아… 그렇지요. 제가 잠시 잊었습니다. 폐하.”
폐하라고 부르는 호칭에 그의 애정과 존경이 가득 담겼다.
“하지만 계속 알려주도록 해.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리는군.”
“예. 폐하.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로젠비크의 뒤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왔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황실 기사들보다 더 질서정연한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황궁의 곳곳에는 상황을 살피려는 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자기들이 어떻게 될지 알고 싶어했다.
반역은 너무 간단하게 성공했고,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
새 황제가 너무나도 유려하게 복종과 충성을 이끌어내는 바람에 감히 저항을 시도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두들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황제궁에 이른 로젠비크는 추억에 잠긴 듯한 눈으로 그곳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순간에 그들을 도망치게 하고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밀려왔다.
그의 곁에 있던 레이아스와 루엔피스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로젠비크는 황궁 구석구석을 돌아보다가 식당과 주방에 이르렀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려 헤레이스를 찾고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더니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그가 찾는 사람이 자기일까 하고 있는 동안 에이바르는 신기해하면서 주위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에이바르.”
로젠비크가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아. 예. 폐하.”
에이바르가 얼굴까지 붉히며 깜짝 놀란 채 다가오자 로젠비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붙으려면 한 달은 걸리게 생겼군.”
“아닙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이삼 일이면 입에 붙을 겁니다.”
에이바르가 머쓱해하며 웃자 로젠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에 초대하겠다. 에이바르.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고 싶었어. 정말로 여기에 돌아와서 식사를 대접할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에이바르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폐하. 대단한 영광입니다.”
로젠비크는 주방의 요리사들에게 음식을 많이 준비하라고 명을 내렸다.
“오래 말을 타고 오느라고 모두 피곤하고 지쳤을 테니 부족하지 않도록 풍족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젠비크는 말과 행동이 더욱 자연스러워져서 그동안 그곳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요리사들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괴리감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명령을 듣고 명령대로 수행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명령을 내리는 이가 누구인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황궁에 활기가 넘치자 덩달아 기운이 나서 수많은 용병들의 식사 준비를 했다.
새로운 주인에게 자기들의 실력 발휘를 하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어서 그들은 마음껏 재주를 선보였다.
로젠비크는 그동안 마음의 빚을 크게 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렇게라도 갚을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좋았다.
가장 큰 별궁을 잡아도 그 안에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내일이면 그들 중 대다수는 각자의 처소로 다시 돌아가야 할 터였고 이것이 그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로젠비크는 더욱 신경을 썼다.
요리사들은 그런 분위기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냈다.
에버콘과 각지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묵묵히 그 일을 맡아준 용병들의 사이를 다니며 로젠비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로젠비크가 그래 준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소모품으로나 취급받던 용병들이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일이 끝나면 돈을 주면 끝이었고 인간적인 대우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로젠비크는 고마웠다고 말하고 있었다.
황제가 된 그 사람이, 그들에게 빚을 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늘보다도 더 높은 그가 그렇게 말을 하는 거였다.
용병들은 가슴이 터질 듯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슴 깊이에서부터 충성을 다짐했다.
이제 그들은 단순히 그의 제국민이 아니었다.
황제 폐하가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로젠비크는 자기가 그들에게 한 말로 인해서 그들의 자존감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지 못했다.
헤레이스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로젠비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로젠비크는 용병들이 조금 더 많이 먹고 쉴 수 있게 하고서 몇 사람을 따로 불렀다.
헤레이스와 에이바르, 그리고 리카르도와 로이드가 그들이었다.
그들만 불렀는데 황자들이 어느새 따라왔다.
자기들도 그 자리에 꼭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별건 아닌데. 그냥 보여주고 싶어서….”
로젠비크는 자기가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듯 어색하게 이마를 문지르고는 그들을 어딘가로 안내했다.
반역도당을 피해 그들이 도망쳤던 곳이었다.
로이드는 마법사답게 관심을 보였다.
쌍둥이 황자들은 그곳을 보자 지난 일이 떠오르는 듯 생각에 잠겼다.
“여기에서 빠져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예상한테 붙잡힌 거야. 그리고 헤레이스를 만났지.”
헤레이스도, 에이바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자신이 그 자리에 와서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를 많이 도와줘.”
로젠비크의 말에 에이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세요.”
에이바르의 반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 그렇게 웃어줘야 할 텐데 어느날 갑자기 황제가 화를 내지는 않을지 은근히 겁이 나는 에이바르였다.
이번에는 공동 황제가 되지 않았다.
황제가 되는 것은 로젠비크뿐이었다.
그것만 해도 큰 변화였지만, 그가 폭군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연약한 사람들의 상처를 이해하며 그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진짜 황제가 될 터였다.
“내가 정말 돌아왔어.”
로젠비크는 그 스스로도 감격한 것처럼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다.
헤레이스는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봐주었다.
* * *
황궁은 그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황실 기사단과 황성 수비대 할 것 없이 모조리 바뀌었고, 귀족들은 한창 물갈이가 진행 중이었다.
실력 있는 용병들이 황실 기사가 되어 로젠비크와 황자들의 곁을 지켰다.
귀족이 부족해서 걱정할 일은 없었다.
로젠비크가 황성에 입성하기 전에 벌써 에비콘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면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리카르도와 로이드의 가문은 그 전부터 로젠비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한 결과 지금은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요직에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