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7
“무슨 상단인데 이런 걸 싣고 가지? 잘됐다. 육포도 많아.”
레이아스의 말을 들으면서 헤레이스와 로젠비크는 고기를 구웠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냄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상단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닌가?”
로젠비크가 묻자 헤레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상단은 피해를 안 입어.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증을 서는 곳이 있거든. 보증을 서 준 전주랑 세이든 용병대가 피해를 입겠지. 이번에 피해를 입었으니까 다음에는 세이든 용병대에게 보증을 서 주지 않으려고 할 거야. 그러면 세이든 용병대가 일을 구하는 게 어려워지지. 용병대에 일을 맡기는 사람들은 보증을 받고 싶어 하거든.”
헤레이스는 치밀하게 세운 계획이라는 듯이 당당하게 말을 했다.
레이아스와 루엔피스는 병아리들처럼 그들 앞에 서 있었고 헤레이스는 고기가 구워지는 대로 호호 불어가며 아이들에게 먹였다.
“와아아아. 뜨거워!!”
“맛있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 고기가 이렇게 맛있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야. 이런 건 당연히 항상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쌍둥이들은 신이 났다.
두 손으로 물컵을 꼭 들고 뜨거운 입 안을 식혀가면서 배부르게 받아먹는 황자들을 보자 헤레이스도 뿌듯했다.
“그런데 오빠라는 사람을 죽일 생각이 아니면 이제 풀어줘야 되는 것 아니야?”
로젠비크가 말하자 헤레이스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잊어버렸던 거야?”
“세상에. 안 죽었나 모르겠다.”
죽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정말 죽어버리라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로젠비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쌍둥이 황자들은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다고 느꼈는지 먼저 도도도도 달려갔다.
헤레이스는 뒤늦게 허둥대며 지하실로 내려갔고 거기에서 에이바르를 발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태가 양호했다.
헤레이스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곳은 완전히 막혀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들로 연결이 되어 있었고 그 방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꽤 쌓여있어서 굶주림은 면하고 있었던 듯했다.
“너, 너…!”
헤레이스를 발견한 에이바르가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한 기세로 덤벼들자 로젠비크가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다리를 걷어찼다.
헤레이스는 에이바르가 바닥에 힘없이 나뒹구는 모습을 보았다.
“에이바르를 데려가면 셋이 거실에서 자야 되는데.”
헤레이스가 말하자 로젠비크가 먼저 지하실을 떠났다.
“저자는 여기에서도 잘 지내는 것 같으니 계속 놔둬도 될 것 같군.”
그 말을 남긴 채.
둔중한 문이 닫히기 직전, 에이바르는 목을 놓아 소리를 지르며 제발 꺼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헤레이스는 이미 그곳을 떠난 후였다.
“바보 같아. 헤레이스를 화나게 하면 재미없다는 걸 모르나? 오빠라는 사람이?”
“그러게 말이야. 하루 이틀 봐온 것도 아닐 거면서.”
어린 황자들의 목소리도 점점 멀어져갔다.
* * *
“오늘은 어디를 쳐, 헤레이스?”
루엔피스는 헤레이스와 로젠비크가 만든 요리를 그녀의 그릇에 담아 주며 물었다.
“네가 무슨 상관인데?”
“너무해. 헤레이스. 집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헤레이스가 뭘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단 말이야.”
‘가증스러운 것.’
헤레이스는 빵을 씹으면서 루엔피스를 노려보았다.
요즘에는 마음에 안 드는 것뿐이었다.
어제는 치안대에서 다녀갔다.
세이든 용병대에 돈을 갚지 않으면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에이바르의 살인 혐의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그러면서 페이먼 용병대를 순순히 넘기면 그런 일은 당하지 않을 거라는 조언을 했다.
헤레이스는 썩은 미소를 날리고 그들 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그날, 에이바르는 지하실에서 석방되었다.
그러나 자기 방을 돌려받지는 못했다.
황자들은 에이바르가 복귀하자 혹시 그를 시종으로 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깜찍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너희가 황자라는 걸 아는 순간 바로 치안대에 고발해서 돈을 받아낼 궁리만 할 인간이니 조심하라는 헤레이스의 말에 꿈을 고이 접었다.
에이바르는 처음에 틈만 나면 헤레이스에게 욕을 퍼붓더니 그때마다 로젠비크가 주먹질을 하자 결국 잠잠해졌다.
에이바르는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렸고 다시 술을 마시러 나가려고 했지만 로젠비크에게 붙잡혔다.
로젠비크는 에이바르보다 덩치도 작고 나이도 어렸지만 그 눈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만큼은 누구도 쉽게 볼 수가 없었다.
“집으로 가라.”
로젠비크가 말을 하면 에이바르는 대꾸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용병이 아닌 건 확실한데 그런 어린 녀석들을 어디에서 데려다 놓은 건지 궁금했지만, 헤레이스에게 묻는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집안을 맴돌면서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바르가 지하실에서 돌아오고 헤레이스는 세이든 용병대의 대장을 찾아 나섰다.
혼자 가려고 했는데 어느새 로젠비크가 따라붙었다.
그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따라나서는 걸 막지는 않았다.
세이든 용병대의 대장은 헤레이스가 직접 자기를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이바르에게 받을 게 있다고 했지?”
헤레이스는 말을 잘라먹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줄곧 존대를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하면 그때는 충격이 크게 닿는 법이었다.
“…그래.”
“갚을 테니까 치안대는 못 오게 해.”
치안대가 찾아가니 겁을 먹기는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용병대장이 씨익 웃자 헤레이스가 돌아섰다.
로젠비크는 그녀를 바로 따라가지 않았다.
퍽, 퍽-.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제법 날카롭게 들렸다.
평생 거친 일을 하면서 그런 일에는 단련이 된 용병대장이었다.
그렇게 쉽게 공격을 당하고 간단히 무너질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로젠비크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의 주먹과 발길질은 동시에 여러 곳에서 파고드는 것 같아서 모두를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남들과 똑같이 손도 두 개일 것이고 발도 두 개일 텐데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용병대장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몸을 웅크리기만 했다.
나중에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용병대장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헤레이스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냥 보기만 하는 걸로도 끔찍해서 보통 사람이라면 눈살을 찌푸릴만한 광경이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헤레이스는 탐색하고 분석하는 표정으로 로젠비크를 지켜보았다.
그도 그녀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일에 관객이 있다고 힘이 날 줄은 몰랐지만 그 관객이 그녀라면 확실히 즐거운 것 같았다.
로젠비크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용병대장을 가격했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헤레이스에게 돌아갔다.
처음에 공동 황제들을 봤을 때 그녀는 그들이 살아온 환경 때문에 그런 성격이 발현된 건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는 선천적인 것이었던 듯했다.
헤레이스는 자기를 따라오는 로젠비크를 보았다.
그는 그녀를 한번 힐끔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헤레이스는 구급상자를 찾아 붕대를 찾아 로젠비크를 불렀다.
로젠비크는 손등의 상처쯤이야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녀의 앞에 앉아서 손을 내밀었다.
헤레이스는 손재주가 형편없었다.
소독하고 붕대 감는 것 하나 제대로 못 하는 건가. 로젠비크는 진심으로 경이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감은 붕대가 벌써부터 너덜거리자 보다못한 레이아스가 새로 감아주겠다고 했지만 로젠비크는 신경 끄라면서 그 붕대를 하고 자랑스럽게 돌아다녔다.
“빚을 갚을 수는 있어?”
로젠비크가 묻자 헤레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로젠비크의 시선이 에이바르에게 향했다.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으로 에이바르를 노려보았다.
“어쩌다가 저런 게 헤레이스의 오빠가 된 거야?”
레이아스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채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헤레이스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이바르. 빚을 3만 골드로 줄여와. 어차피 그놈들도 전부 다 받을 생각은 없을 거야. 그렇게 줄이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일 세이든 용병대에 찾아가서 빚을 줄여.”
헤레이스의 말에 에이바르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츠를 핥고 개 짖는 소리를 내서라도 빚을 줄여와.”
헤레이스의 말에 황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때마다 에이바르가 불쌍하게 느껴지곤 했다.
에이바르는 헤레이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이 꼴통이 자기를 가둬놓고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의 표정을 그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는 헤레이스의 표정을 보고 자기를 거기에 가둬놓은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치안대가 아니었다면 영영 꺼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돌아왔을 때 상황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용병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대신 이상한 녀석들이 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디서 이상한 녀석들을 주워다 놓고 부하라도 삼았나 하고 속으로 조롱을 했는데 로젠비크라는 놈은 힘이 셌다.
때리는 게 그냥 마구잡이로 때리는 게 아니었다.
기술과 힘이 같이 받쳐줬다.
용병대에서 볼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노는 물이 완전히 다른 놈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데려온 건지, 그 놈들을 데리고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에이바르는 갇혀 있는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서 통찰할 시간을 강제로 가졌다.
그동안 온갖 불평을 하면서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냈었는데, 자신의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페이먼 용병대는 좋은 용병대였고 자기 대에서 한 번 더 키워볼 수도 있었을 터였다.
술과 도박에 미쳐있는 동안 그는 용병대가 족쇄처럼 느껴졌었다.
용병대만 아니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하실에 갇혀서 억지로 술을 끊게 되자 그동안 왜 그렇게 날뛰었던 건지 속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로젠비크에게 머물렀다.
‘헤레이스랑 친한 것 같으니까 용병대를 도와달라고 하면 거들기는 하겠지?’
앞으로 잘만 큰다면 5, 6년 후에는 쓸만한 물건이 나올 것도 같았다.
‘저런 놈이 하나 있으면 일을 수주하는 것도 쉬울 텐데. 임무를 맡으면 성공 확률도 올라가고.’
그는 입맛을 다셨다.
헤레이스를 그렇게 미워할 것도 아니었다.
정분이 난 건 아버지와 헤레이스의 어머니였지 정작 헤레이스는 아무 상관도 없었는데 자기가 그동안 너무 괴롭혔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라도 미안했다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에 바라보면 헤레이스는 벌레를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싸늘하게 바라볼 뿐이라서 금방 그 마음이 식기는 했다.
‘3만 골드.’
에이바르는 결심했다.
3만 골드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줄여서 그 돈을 같이 갚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로젠비크가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용병대원 하나가 용병대를 얼마나 크게 일으킬 수 있는지는 에이바르도 모르지 않았다.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도 지금은 어려서 그렇지, 제 형을 닮아서 몸놀림이 야무졌다.
저 녀석들까지 용병 일을 한다면 어쩌면 용병대에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에이바르는 담판을 짓기 위해 세이든 용병대로 향했다.
‘혼자 가라고 하기는 했지만 뒤따라오겠지? 하여간. 못 말리는 녀석이라니까?’
설마 하니 그런 호랑이 굴 같은 곳에 자기를 보내놓고 헤레이스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실제로 헤레이스가 자기를 얼마나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그의 야무진 오해일 뿐이었다.
* * *
에이바르가 나가자마자 헤레이스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 로젠비크는 에이바르가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차갑게 굴어도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헤레이스는 조용히 검을 챙겼다.
용병대원치고 그녀는 무기도 좋았고 다른 용병들이 대부분 도를 쓰는 데 반해 검을 사용한다는 것도 특이했다.
검은 헤레이스에게 몸의 일부처럼 잘 어울렸다.
헤레이스는 어디에 간다는 말도 없이 밖으로 나섰고 그때는 이미 로젠비크와 쌍둥이들도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붙었다.
힘을 보태자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헤레이스가 하는 짓을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가 있어서였다.
그러다 그들은 헤레이스가 가는 곳이 세이든 용병대가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