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60)
161화 전력 차이
서해.
항해중인 감옥선 갑판에 수송 드론이 내려 앉았다.
“응? 왜 왔어?”
“사장님!”
다급하게 다가온 김미소는 여기저기 포박당한 채 원숭이들에게 감시받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뭐죠?”
“아, 일본인이야.”
수호의 대답에 김미소는 그답지 않게 빡침을 느꼈다. 후, 침착하자 미소야.
“그걸 물은 게 아닌데요.”
“그럼? 이름은 직접 물어봐.”
“후, 왜 데려왔냐는 거죠.”
“어쩌다 데려왔어.”
“……사장님, 이건 심했어요.”
“응? 뭐가?”
수호의 태연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화를 내는 게 맞나 싶었다.
‘내 잘못이지.’
분명 계산된 일이었다.
인질의 구출과 더불어, 불가피한 무력 충돌.
일본의 선제 타격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 적당한 수호의 실력 행사.
그로 인해 한 번 더 입증되는 수호의 개인 무력.
커지는 수호 길드의 존재감.
그리고 자신의 협상력.
‘판단 미스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건 킹메이커를 꿈꾸는 그녀의 실책이다.
자신을 알고 적을 알라고 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항공모함이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응? 이거?”
수호가 배의 갑판을 쿵쿵 발로 굴렀다.
“그냥 가져온 건데.”
“…….”
정당방위에 대한 반격과 적의 군수물품 탈취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싶었지만 관뒀다.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는 자리, 그의 왕의 권위가 흠집 나서는 안 된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일본은 지금 선포 없는 전쟁으로 보고, 반격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하자 그래. 한 번 더 갔다 와?”
“워어.”
김미소가 재빨리 수호의 팔을 잡고는 말렸다.
그대로 두면 진짜 일본으로 갈 판이다.
“전쟁은 나지 않아요. 제가 막을 거니까요.”
정확히는 억제시킬 거지만.
‘뭐, 차라리 잘됐다.’
이것저것 뜯어낼 생각이었지만 선후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미 뜯어낸 항공모함 정도로 만족하고 협상에 나서면 된다.
“고생하셨는데 여긴 제게 맡겨 두시고 쉬세요.”
“그래. 그럼 수고해.”
수호가 매로 변신하려는데,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눈이 시뻘게진 아키코는 누가 툭 치기라도 하면 곧 눈물을 쏟을 태세였다.
“왜?”
“하나만 여쭙니다.”
“말해.”
“한 나라와 전쟁을 벌일 정도로 저희가 가치 있습니까?”
수호는 아키코를 비롯해 이번에 감옥에서 구출해온 박용필, 장소영, 김군모, 송태식, 양운기, 하나미를 쭉 보았다.
“나야 모르지. 별 쓸모없어 보이긴 하는데.”
수호는 김미소의 어깨를 짚었다.
“우리 부사장이 구해 오래서 구해 준 것뿐이야.”
수호의 말에 김미소는 몸을 잘게 떨었다.
‘이분은…….’
계산된 행동은 아니겠지만, 자칫 통제하기 까다로운 개성 있는 여러 각성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 주었다.
앞으로 김미소의 뜻대로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더 쉬우리라.
“저는, 제 가족은 어찌 구해 주셨습니까?”
아키코의 말은 깊은 의문과 회한이 가득했다.
자신은 이미 스스로 탈출하여 홀로 한국으로 왔다. 그랬기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혀 왔다.
이미 은신처를 제공받는 현 상황에서 진짜 가족까지 구출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하의 가족을 구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
수호는 그대로 날아갔고, 아키코는 멍하니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나왔다.
김미소가 소리쳤다.
“액션캠 챙겨 가요!”
유턴한 매가 서민수를 낚아채 날아가는 것을 일별하며, 김미소가 아키코의 어깨를 보듬었다.
“사장님은 미래정보 따위 신경 쓰지 않아요.”
그걸 이용가치로 보는 건 오히려 김미소다.
아키코는 눈물을 닦았다.
늘 그녀의 노력, 능력보다 미모로 평가 받아온 삶을 살았다. 뭘 해도 예쁘단 말을 들어왔다. 아마 히로가 그녀를 구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난 능력이 없어.’
타고난 미모 빼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녀는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히로의 비서 역을 자처했고, 많은 정보를 접했다.
회귀자의 곁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그 정보들이 자신의 가치를 더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박수호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요. 다르군요.”
아마 저 무신경함은 압도적 자신감에서 나오리라.
무려 한 나라를 상대로 도발하고 전쟁도 수행하고자 하는 그가 아닌가.
“아키코! 살아 있었구나.”
“히로가 너도 버려 둔 거야?”
“살아 있었구나.”
지금 구출된 이들은 모두 옛 히로 팀.
아키코와의 해후에 적잖이 반가워했다.
“자, 다들 이쪽으로 오시죠.”
김미소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당장 구출해 온 사람들이야 천천히 적응시키면 된다지만, 괜히 딸려온 일본인들이 문제.
어쩌면 이들의 송환 문제를 두고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몰랐다.
이즈모급 항공모함인 감옥선은 서해를 경비하는 한국 해군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인천으로 천천히 항해했다.
막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호위도 없다.
수호시와 서울시가 동맹을 체결한 게 불과 얼마 전이지만, 이번 일은 이미 ‘협의’를 통해 수호시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발표했다.
*청와대 회의실.
대통령 주관 긴급회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박수호 사장,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아주 세상이 만만해요. 이게 동맹으로서 할 짓입니까?”
장관 하나가 강하게 박수호의 행동을 규탄했다.
“맞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돼요! 박수호 특별관리법이라도 추진해서 강도높이 감시해야 합니다.”
“수호 길드 발표에 의하면 먼저 쐈답니다.”
“아니, 문제 발단은 감옥선 탈취가 먼저 아닙니까?”
“지금 일본 편 드는 거요?”
“아니, 이게 지금 누구 편들고 할 문제입니까? 팩트만 보자 이거예요. 논리적으로.”
“논리는 개뿔. 죄 없이 잡혀간 자국민 대신해서 구출해 줬는데 절해도 모자랄 판에.”
“말 똑바로 합시다. 자국민이라뇨. 이미 이성우 따라 다 이민한 일본인들 아닙니까?”
“당신 같은 한국 쪽바리보단 더 한국에 도움 돼.”
“아니, 이 새끼가……. 우리 부친이 독립투사야, 마!”
“호부견자 났구만.”
격해진 토론이 감정 싸움까지 번지자 다른 참석자들이 겨우 뜯어말렸다.
“대책 마련을 하자고 모인 자립니다. 원인 따질 때가 아녜요.”
“대책이 있습니까?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여기저기 들쑤시는데.”
“정확히는 일본만 쑤신 겁니다.”
“부산은요!”
“거긴 되레 구해준 거 아닙니까?”
다시 격해지는 토론 분위기에, 아까부터 계속 어두운 얼굴이던 국방부 장관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말해 보세요.”
“먼저 여러 장관님들께서 현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계셔야 할 것 같아 한 말씀 드립니다.”
“말하세요.”
“먼저 국방부에서 수집한 자료부터 보시지요.”
자국 땅도 아니고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일본 정부가 강하게 언론 담화문까지 내며 한국과 수호 길드를 비난하고 있고, 여러 자료를 내며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보다 상세한 자료를 수집했다.
위성 사진엔 초토화된 지바현과 도쿄시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군기지의 핵심인 지바현이 초토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쿄 성벽 대부분이 무너졌습니다. 일본은 때마침 터진 지진에 의한 피해라고 하고 있지만, 이건 분명 박수호 씨의 초능력입니다.”
“아니, 말이 됩니까? 이건 자연재해예요. 신이 아닌 이상 이런 일이 가당키나 합니까?”
해일을 일으키는 각성자라니.
상상해 본 적도 없다.
“먼저 이전 자료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수호 길드의 필드 사냥 영상.
수호의 대지강타 스킬이 찍힌 영상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 7성 던전 생존자 구출 때 불의 비를 내린 영상도 있다.
“박수호 씨의 초능력은 자연현상을 다룹니다. 그 범위와 위력을 이정도로 발현할 줄은 몰랐습니다만, 이번 일본의 대지진은 분명 일개 개인의 초능력에 의한 피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다른 주변 도시들은 멀쩡하며, 도쿄만 피해를 입었다.
그것도 도쿄 동부의 성벽들만 무너졌다.
민가는 그저 흔들리는 정도의 피해를 입었을 뿐, 민간인 사상자 0명의 지진 피해가 일어났다.
성벽을 대나무로 만든 게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
“특히, 일본 해상자위대의 피해가 막대합니다. 모든 공격을 총동원해 봤으나 감옥선에 피해를 주지 못했고, 공군기도 당했으며 그 파일럿들마저 인질이 된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잠수함의 타격 등으로…….”
보고하는 국방부 말을 종합하면 하나다.
호위함 하나 없는 감옥선을 공격하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 써 봤으나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후의 귀환 항로도 대범합니다. 해안에 주둔한 미사일 기지들의 사거리 안에서 항해했으나, 일본 해군은 전혀 교전하지 않았으며…….”
한마디로 그냥 보내 줬다.
교전을 포기할 정도로 난공불락을 이룬 항모.
“뭡니까? 지금 일본이 쫄아서 자국 항모가 피랍됐는데도 보내줬다 이 말입니까?”
“맞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확인에 몇몇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몇몇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떠들어 댔다.
“조용하세요. 지금 이 사태가 어떤지 모르겠습니까?”
“박수호 때문에 다시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반대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조금 절망적인 보고를 마무리했다.
“수호 길드는, 아니…… 박수호 씨는 이미 국방전력을 앞섰다는 평가입니다.”
“허, 그가 신이라도 된답니까?”
“그럴지도요.”
“농담이 지나칩니다. 박수호, 고작 A급 각성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이후 더 성장할 잠재력이 남았다는 겁니다. 박수호 특별 관리법이요? 개소립니다.”
함부로 목줄을 채울 수준이 아니다.
“수호시와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 일본의 행태가 그렇다.
박수호한테 뺨맞고, 한국에 화풀이 하고 있는 상황.
언론 보도만 보면 곧 전쟁이라도 벌일 듯하지만, 박수호 개인의 무력이 너무 두렵다.
아니, 개인이라서 두렵다.
어떤 레이더가 있어 그 개인의 일본 침입을 막을 것이며, 어떤 인력으로 자연재해 같은 그의 초능력에 대항하겠는가.
“대구를 기습한 무림인들이 청와대를 기습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
대구의 주요 고위 공무원들이 몰살당했다.
그들의 경호로 대인전투력이 뛰어난 각성자들이 있었지만 무용지물.
“그들도 부산 함락 전에 박수호 사장에게 정리 당했습니다. 막을 수 있었다면, 공격도 가능하지요.”
애초에 일본과 박수호, 나라 대 개인의 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전망이 나왔다.
“전쟁 발발시 일본 수뇌부 몰살에, 우왕좌왕하는 군 병력이 그대로 궤멸할겁니다.”
“너무 편들어 말한 것 아니오?”
국방부 장관은 침묵했다.
너무 과대평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대에는 분명 그리 불렀지요.”
번개를 보고, 태풍을 보고, 파도를 보고…….
누군가는 이번 사태로 신의 그림자를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와대 입장 표명 준비하세요.”
“넵.”
*수호시로 돌아온 수호는 노천 식당에 앉아 문어숙회를 먹고 있었다.
“그게 맛있습니까?”
“맛없지.”
“그럼 왜 먹습니까?”
“세리머니지.”
포식행위는 사냥에 성공한 맹수의 특권이자 전부다.
“더럽게 질기긴 하네. 애들 언제 나오냐?”
뒤늦게 챙겨온 액션캠 서민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보통 삼 일 정도 걸리죠.”
“5성 도는데 더럽게 오래 걸리네.”
지금 수호 길드의 용병들은 성내에 생긴 5성 던전 공략에 모두 투입되어 있었다.
“남은 애들끼리 사냥이나 가자.”
수호는 던전 공략에 나서지 않은 각성자 전력을 하나씩 불러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