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70)
171화 수호 길드 2공격대 (2)
수호 길드에 발을 디딘 전 히로 팀 각성자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정말 꿈의 도시 같군.”
“여긴 미쳤어.”
수호 길드는 그 외형부터가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성벽의 역할을 하는 빼곡히 자란 나무들을 지나, 아치형으로 뚫린 성문과 그 앞에 쭉 이어진 오솔길부터 감탄이 나왔다.
양쪽으로 쭉 이어진 해자와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악어가 위협적이다.
그래도 먼저 와 봤다고, 일행의 선두에 있는 아키코가 소개했다.
“여기가 두 개의 외성문 중 하나인 남문이에요.”
“시티에 문이 두 개뿐이오?”
박용필의 물음에 아키코가 답해줬다.
“네, 외부인이 왕래하는 문은 이곳 하나예요. 북문은 내성 안에 있거든요.”
“저 수문은 어떻소?”
던전 사냥에 이골이 난 모든 용병들이 그러하듯, 박용필은 습관처럼 지형지세부터 살폈다.
“중랑천이 통하는 수문이 둘이에요. 해자랑 연결되어 있죠. 저긴 사람이 오고갈 수 없어요.”
“취약해 보이는데…….”
“그럴 리가요.”
수문은 그리 간격이 좁지 않은 쇠창살이 쳐져 있다. 그 사이로 통과해 들어가자면 못할 것도 없다.
문제는 수문 근처엔 많은 수의 악어들과 상어가 수시로 주둔하며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외성 전체가 삼엄한 경비를 받고 있어요. S급 야수들이 즐비한 곳이에요. A급 야수들 또한 엄청 많죠.”
보통의 시티들이 장벽마다 경비 병력을 배치하지만, 대부분 군인이고 중간중간 일부에만 각성자를 배치할 뿐이다.
그러니, 야수들이지만 각성자로 치면 상위 등급의 그들을 고작 경비 병력으로 쓰는 건 낭비처럼 보였다.
“꼭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저 나무 성벽이 집이고, 수로가 집이에요. 그들은 그저 쉬고 있을 뿐이죠. 침입자가 있기 전까지.”
설명하는 아키코의 음성에서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그 모습에 박용필을 비롯한 다섯 명의 각성자들이 묘한 얼굴을 했다.
해상 자위대 소속이었다가 합류한 하나미를 제외하곤 모두 히로 팀에 속해있던 동료였다.
“아키코,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했지?”
“일주일이 지났지. 나 혼자만 탈출해서 미안했어.”
“네가 우릴 구출하게 해줬잖아.”
“아니야. 내가 한 건 너희들의 정보를 제공해준 것뿐이야.”
아키코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사실 박수호 씨가 너희들을 구하러 갈지 몰랐어.”
한 나라와 적대시하면서까지란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대단한 사람이지.”
“맞아. 이성우 그 개새끼보다 백배 낫지.”
배신감이 심한 듯 양운기는 이성우를 욕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그 모습에 장소영이 눈치를 줬다.
이성우과 가장 많이 교감하고 공감한 게 아키코 아닌가.
“아니야, 난 괜찮아. 히로는 나도 버렸는걸. 더 이상 그에 대해 아무런 마음이 없어.”
장소영이 조용히 아키코를 안아 주었다.
아키코가 정말 괜찮다는 듯 밝게 웃었다.
그런 모습에 하나미만 한쪽에 떨어져 있다가 한마디했다.
“신파는 천천히 찍고, 일단 우리 새집부터 보는 게 어때?”
“앗, 죄송합니다.”
“미안.”
아키코는 고작 일주일 있었으면서도 수호 길드에 오래 근무한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소개해 주었다.
“저기가 내성으로 통하는 내성 남문이야. 내성은 4개의 문이 있어.”
서문으로 통하는 야수쉼터, 필드로 바로 이어지는 북문, 동문으로 통하는 사찰까지 전부 짚어주었다.
“저긴 신사야. 봉림사라는 곳인데, 명진이라는 무승을 배출한 명문 사찰이래. 그 옆에는 아미파의 분타가 공사 중이야.”
“아키코, 꼭 수호 길드에 몇 년은 지낸 사람 같아.”
“맞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정보수집 초능력을 쓴 거야?”
“아니, 그냥 자유롭게 날 내버려뒀어.”
“뭐?”
이번에 일본에서 구출된 용병들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뭘 믿고 전 히로의 팀인 아키코를 자유롭게 방치해두는가?
“처음엔 내 전투능력이 별 볼 일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여긴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개도 A등급인 동네니까.
“그냥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아. 일종의 시험 같기도 하고.”
아키코는 그래도 일주일 먼저 수호 길드에 합류한 사람답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김미소 부사장. 그녀가 너흴 필요로 해서 박수호 사장이 구했어. 그녀를 대하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어.”
길드 실세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며칠간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야망이 아주 큰 여자였다.
담대하고, 꿈도 크다.
아키코는 김미소를 보면서 부끄럽고 부러웠다.
히로의 옆에 선 자신이 바란 모습이 그런 것 아니었을까?
‘난 허수아비였을 뿐이야.’
전 챔피언과 현 챔피언.
둘은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히로는 누구도 믿지 못했으며, 박수호는 부하를 믿었다.
전권을 휘두르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김미소가 부러우면서도, 과거의 자신이 부끄럽다.
자신은 그저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히로의 아이돌 그 자체의 역할 뿐이었으니까.
‘이젠 달라.’
능력을 보이고, 신뢰를 얻으리라.
“주변은 충분히 둘러보신 듯하니 이제 숙소로 가시죠. 가족분들이 먼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원부 스텝의 말에 새로 합류한 용병들이 숙소로 향했다.
“여긴 내성이잖아?”
“수호 길드 사람들만 쓰지 않아?”
“우릴 바로 내부인으로 받아주는 거야?”
“이럴 수가.”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대접이야 좋았지만 허울만 좋을 뿐, 실상 그들을 괄시하고 질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본토인들은 그들대로 경계하고, 히로의 위세를 등에 업었다는 이유로 질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히로 팀 내에서도 성장이 느려 2진으로 분류되었다가, 히로가 사라지자 제1순위로 감금되어 충성서약을 강요받았다.
생각해보면 그때 서약을 맺고 일본에 계속 남았으면 더 끔찍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때문에 전쟁이 나는 건 아니겠지?”
“그럴지도.”
감옥선을 탈취하고, 하나미의 사주로 해군자위대장을 죽여 버렸다. 거기에 지바현의 해군기지와 도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왔으니,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구출된 용병들은 숙소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 저녁 돌아온 김미소 부사장이 서울의 7성 던전 소식과 박수호의 던전 공략 사실을 알려왔다.
“전쟁은 안 납니다. 걱정 마세요.”
김미소는 그들을 안심시켰고, 양운기는 엄청난 의욕을 보였다.
“저희가 할 일이 뭡니까?”
“맞습니다. 뭐든 하겠습니다.”
수중감옥에서 구출해줬고, 가족들까지 구해줬다. 지금 그들이 느끼는 충성심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충분히 휴식하고 평화를 즐기세요.”
김미소는 그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었고, 다시 업무 처리를 했다.
협상단을 보내겠다는 일본의 응답에 스케줄을 조율하다 보니, 어느새 수호가 두 번째 던전 공략에 나선 지도 3일째가 되었다.
“슬슬 나오실 때가 되었는데.”
본래 혼자 공략하는 것보다 팀원들이랑 함께 갈 때 공략시간이 더 걸리는 박수호다.
이번 던전을 소멸할 때까지 공략에 나서면 용병들이 얼마나 성장할까?
‘S? 아냐, 적어도 SS급이 몇 명은 나온다.’
함께 던전 사냥에 나서고 있는 이들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
미래 팔악 중 하나라는 박건우야 먼 일이라고 쳐도, 당장 검객이나 최수영은 잠재력이 높다.
거기에 일본에서 구해온 각성자 모두 미래에 한가락 하는 이들.
이들이 수호와 함께 던전 사냥에 나서며 시너지로 급성장하면, 수호 길드는 각성자 전력만으로도 국가급 전력으로 발돋움하리라.
아키코가 올린 상세 보고서를 보며 미래 인재들을 다시 추린 김미소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조조가 이런 마음이었겠군.’
휘하에 여러 맹장을 두고도 관우를 탐낸 그가 이해되었다.
홍세희는 그야말로 알아서 굴러들어온 격이니, 수호 길드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차츰 인재들도 더 모여들 터였다.
김미소는 오늘 휴식 중이던 7명의 각성자를 불러모았다.
먼저 합류한 아키코.
수중감옥에서 구출한 박용필, 장소영, 김군모, 송태식, 양운기, 하나미.
“지급 장비 착용하고 다들 준비하세요.”
“드디어 일입니까?”
“네.”
“어딥니까? 던전입니까? 필드 입니까?”
“후후, 뭐가 그리 급하나요?”
김미소는 차분히 그들이 처음 투입될 전장에 대해 알려주었다.
“서울 4구역. 7성 던전입니다.”
“……?”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저희가 A등급인 건 알고 계십니까?”
“네, 충분히 알죠.”
“그런데 어찌 7성 던전 공략에 나섭니까?”
자신들과 가족을 구해준 은혜가 있으니 마땅히 전장에 설 용의가 있으나, 개죽음당하고 싶지는 않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여러분은 사장님의 던전 공략에 합류할겁니다. 언제 나오실지 모르니 오늘부터 4구역으로 가 대기합니다.”
“저희가 언론에 노출되어도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일본과는 나흘 후 전후 처리에 대한 협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
전후 처리라니.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감옥선 탈취와 해군기지를 공격한 행위 자체가 전쟁이다.
일본이 일방적 피해를 입었을 뿐이지만, 전쟁이라면 전쟁.
“그 일은 제 소관이니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을 하세요.”
김미소는 일본이나 한국 정부와의 협상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인재의 모집이야 그녀가 돕는다지만 성장은 박수호가 시킨다.
용병 전력만으로 도시가 유지될 수 없다. 그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영유할 생활공간인 도시 자체가 튼튼해야 한다.
정주인구가 일정 이상 필요하며, 여러 생활군의 인재들도 필요하다.
비서실장 이소진으로 하여금 그들을 안내하게 하고, 김미소는 도시의 시스템 완비를 위한 일에 박차를 가했다.
*“다시 보네. 같이 들어가자.”
“…….”
박수호는 던전을 나와서 정확히 20분을 휴식한 뒤에 다시 입장했다.
그 20분의 시간도 한동수와 서민수가 공략영상을 디지털화하는 데 걸린 시간일 뿐이다.
“이렇게 급하게 갈 이유가 있습니까?”
“여기서 쉬나, 거기서 쉬나 뭐가 달라.”
“……?”
박용필은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싶었다. 던전과 지구인데 당연히 다르지 않은가?
“자, 들어가자.”
“넵.”
한동수를 필두로 용병들이 망설임 없이 던전으로 들어갔다.
파파팟.
등 떠밀려 함께 들어간 박용필은 자신의 첫 7성 던전 입장을 이렇게 해버렸다.
“흡.”
긴장된 숨을 참으며 사주경계를 했다. 그때 먼저 입장한 한동수가 이번에 새로 합류한 그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오, 뉴페이스들. 반가워요.”
“아, 넵.”
“얼떨떨하죠? 밖엔 기자들도 많고, 그냥 여기가 더 편해요. 하하.”
두두두두두.
“어이쿠, 벌써 몰려드네. 일단 주변 청소하고 밥 먹으면서 인사합시다.”
“아, 예에.”
박용필은 방금 대화를 섞은 상대가 한동수임을 알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튜버라고 했는데.’
직접 대화를 나눠 보니 베테랑 용병의 포스가 느껴졌다.
더 대화를 나눠 보고 싶지만, 입장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12시 방향 사백, 5시 칠백, 9시 방향 삼백입니다.”
최수영의 보고에 수호가 턱짓했다.
“9시 방향 맡아.”
“넵.”
홍세희를 중심으로 한 용병들이 9시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저, 저흰 뭘 합니까?”
“처음이니까 날 도와야지.”
“아!”
박용필을 위시한 7인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어떤 형태에서든 비일비재하다.
‘몰아주기군.’
길드의 대표 용병을 키우기 위해 경험치를 몰아주거나, 사냥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 합류한 그들이기에 이 상황을 충분히 납득했다. 아니, 이 상황자체가 익숙했다.
히로 이성우를 비롯해 엘리트 전투원 몇몇에게 의도적으로 경험치를 몰아줘, 최고의 팀을 구성하는 건 너무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너무 긴장들 하지 마.”
“넵.”
자신들이 거의 사냥해 놓으면 박수호 사장이 마무리하리라.
단단히 마음먹은 그들이지만, 칠백 마리나 되는 소들의 돌진에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자, 다들 준비해.”
뭘 어떻게 준비하란거지?
저 압도적인 무리의 돌진을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그대로 치여서 사망할 것 같은데.
그때 수호의 조화력을 이용한 토네이도가 만들어졌고, 소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 버렸다.
“소 떨어진다.”
수호의 말과 함께 거짓말처럼 토네이도가 사라지고, 갈 곳 잃은 소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들 사냥해.”
“…….”
이걸 사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