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07)
207화 곤붕 (1)
수호 길드 익산 지부.
“여기 타시면 됩니다.”
수송 드론 한 기가 대기 중이다.
수호 길드 식구들이 모두 타고, 수호는 남은 인원을 보았다.
“조금 있다가 무림맹에서 애들 오면 잘 봐줘.”
“아유, 이를 말입니까. 이미 부지 선정도 끝났습니다.”
무림맹주 중언개가 요청한 사항이다.
게이트 너머의 지구 익산에 무림맹의 분타를 두고 싶다는 것.
“정부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익산에 무림인 분타 하나만 생기는 게 아니다. 게이트 너머 구 남궁세가 영역에도 대한민국의 대사관이 신설되고 외교관을 파견한다.
지구의 어느 국가도 해내지 못한 최초의 대사관 건립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거부할 리가 없다.
거기에 수호 길드가 중간에서 잘 중재할 것이고.
“그럼 믿고 간다.”
“네, 살펴 가십시오.”
지원부도 이제 직원이 수백 명이다.
용병들도 벌써 200명을 넘었고.
수호는 드론을 타고 대구로 향했다.
“코끼리들까지 레벨업 하면 변신하기 좀 그런데.”
수호의 등급은 고작 S등급.
동급인 코끼리나 삼각뿔소인 무소, 상어들 정도는 되어야 변신의 부작용이 없다.
죄다 야수들 레벨만 올려놓으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굳이 야수와 합체하지 않고 흉내 내기로 외형만 바꿀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수들 특성만 따오는 것이지 진정한 파워업이 아니다.
변신과 변신 2.
하나의 야수와 변신하는 것과, 다수의 야수와 변신하는 것은 그만큼 배로 파워 업 한다는 의미.
“지금도 딱히 어려운 건 없지만…….”
지구에서 수호를 해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지난번 부산 앞바다에서 문어괴수와 싸울 때 조금 힘들긴 했다.
정확히는 문어괴수 때문이 아니라 심해의 압박 때문이었다.
이 모든 문제는 하나면 해결된다.
“나 혼자 레벨업 하지 뭐.”
지난번 던전에서는 용병들하고 야수들 키워주느라 모든 던전을 써버렸다.
수호의 조화마법에 운 없이 생명을 다한 몬스터들의 경험치만 모아서 S급에 올랐다.
7성 던전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한계는 79레벨.
80레벨이 되면 더 이상의 성장이 멈춘다.
기왕 가까운 곳에 사냥터가 생겼으니, 80레벨까지는 쭉 올려놔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100레벨이 만렙 같은데.’
레벨업 할 때마다 점점 힘이 강해진다.
엄밀히 말하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초기화되어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 것이다.
그 긴 시간을 단련한 튼튼한 신체와 힘.
얼추 지금의 신체 변화와 그때의 기억을 유추해 보면 레벨의 성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뭐 어쩌면 100레벨이 되어 그때의 힘을 더 찾고도 계속 성장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위이이잉.
“우리는 사냥 갈 것도 아닌데 뭣허러 같이 간다냐?”
“응? 이모, 사냥 안 가?”
“나가 가서 뭐 한다냐.”
수호는 당연히 이숙자가 이번 던전 사냥에 낄 줄 알았다.
“독공 안 써봐?”
본디 사람이 새로 배운 것이 있으면 써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엄마 가자. 내가 보필한다.”
당진철의 얼굴도 사뭇 비장했다.
화경의 반열에 오른 그다.
지구로 따지면 L등급.
현경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의 투쟁도 필요 없다. 하지만 이숙자는 다르다.
지구에서도 충분히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몸.
자신이 도와 꼭 그녀를 화경의 반열에 올리고 싶었다.
‘세가 재건이 꿈이 아니다.’
사천당가의 끊어진 맥이 차원을 넘어 이 지구에서 이어진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엄마 레벨 내게 맡겨.”
경험치를 진상 하리라.
내 비수에 독만 발라 주시라.
“에휴, 이제 네놈 보고 욕할 힘도 없다.”
이숙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디서 이런 놈이 불쑥 나타났는지…….
그들의 투닥거림을 보고 수호가 생각나 인벤토리에서 사천당가의 비급 몇 개를 꺼내주었다.
“아니 이건!”
“주웠어.”
정확히는 마몬족 창고에서 약탈한 것이지만.
“혀, 형님.”
“상이다.”
수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조카를 살린 상이자, 아우로 인정한다는 증표다.
“그럼 이제 당씨 성을 이으시는 겁니까?”
“집요한 놈이네, 이거.”
“하하하, 농담입니다.”
“아, 농담이야? 난 개명해 주려고 했는데.”
당진철이 두 눈을 부릅떴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드디어.
“저, 정말이십니까?”
“농담이지.”
“…….”
당진철은 진심으로 수호를 한 대 칠 뻔했다.
“뭐? 왜?”
“음, 형님은 참 나쁜 사람입니다.”
그리 말하며 자리를 옮기니 드론이 잠깐 기우뚱 기울었다.
“새끼, 삐치기는.”
수호는 피식 웃고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진 한반도다.
본래도 인류가 사용하던 공간보다 녹지가 많은 지형이었는데, 인간들이 도시 중심으로 모두 밀집되었다.
처음엔 야생동물들의 개체가 불어났으나, 이제는 산맥이나 협곡마다 몬스터 마을이 들어차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 소리만 들려도 숨거나 도망치는 놈들이지만, 세를 더 불리면 인간과 대적하려 들 것이다.
“여긴 강원도보다 많은 것 같네.”
강원도에는 몬스터 부락이 많은데, 영남지방도 말이 아니었다. 군대의 주기적인 토벌이 사라지니 저들끼리 뭉치기 시작하는 거다.
이제는 필드 몬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필드라 불려도 모자랄 지경.
고블린 부락은 흔하게 보이고 몇몇 규모가 적은 오크부락도 보인다.
놈들은 벌써 벌목한 나무로 목책을 세우고 작은 요새를 만들기도 했다.
어딘가 강가나 습지엔 리저드맨 부락도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심각하다 하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그 드넓은 대륙이 거의 몬스터 필드다.
거긴 군주급 몬스터도 여럿이라, 저들끼리 영역을 구축하고 세를 이루고 있었다.
거긴 차라리 군주들이 여럿인 게 인류 보존에 도움이 된다.
군주들끼리도 각자의 영역 싸움을 하니 말이다.
“이러다 8성 던전 생기고 터지면 군주도 부리는 거 아니야?”
수호의 말에 장순필이 흠칫 놀랐다.
영 실현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입증할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럼 군주들 내버려두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닌데…….”
필드에 몬스터를 내버려두면 저들끼리 싸움이 일어나 개체 수가 조절되면서 생태계가 생겨난다.
문제는 군주가 출현하면 죄다 그들의 부하가 되어 순식간에 위협적인 군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드의 몬스터를 주기적으로 토벌하기에는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던전 리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도시에 생성되는 던전도 소멸시키기 버거운 상황이니, 필드는 어쩔 수 없이 포기 상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지라 국방부의 토벌도 멈춘 상태다.
그들의 주둔 부대도 점점 대도시 인근으로 몰리고 있으며, 도시 주변 일정 반경만 몬스터 토벌을 진행한다.
몬스터들도 이제 그걸 알고 사람들의 영역은 피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는 중이다.
옛날 산짐승, 들짐승들이 그러했듯, 인류와 같이, 또 따로 살아가는 중이다.
위이이이잉.
수송 드론이 대구 상공을 날았다.
“여기 망했나?”
수호도 무림인 테러 사건 때 부산에서 놈들을 모두 잡았기에 대구는 첫 방문이다.
대구는 분지형의 도시다.
큰 도심을 빙 두르는 높은 장벽이 쳐져 있고, 그 내부에 작은 장벽들이 거미줄처럼 지어져 섹터를 나누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대구의 모습은 처참했다.
군수공장과 발전소가 있던 곳은 폭발의 흔적을 아직 치우지도 못했고, 곳곳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 황량함이 느껴졌다.
“크롸!”
“콰아!”
하위 던전 하나가 터졌는지 섹터 안에 고블린이 우글거리는 공간도 있었다.
굳게 닫힌 성문으로 인해 꼭 양식장에 갇힌 모습처럼 보였다.
그렇게 버려진 섹터가 절반이 넘어보였다.
그나마 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보이는 건 대구 동쪽의 아주 일부.
“곧 도착합니다.”
수송 드론의 운전대를 잡은 스텝이 그쪽으로 향했다.
“저기네.”
열려 있는 포탈이 다섯 개 정도 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뿜고 있는 포탈은 단 하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어수선한 것이, 생성된 지 얼마 안 되는 신규 포탈이 분명했다.
위이이잉.
드론이 내리고 멀뚱히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호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박수호다!”
“수호 길드야!”
“살았다!”
박수호의 등장과 환호는 전염병처럼 옮아갔다.
“살았어! 살았다!”
“피난 안 가도 돼.”
“와, 박수호 만세!”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수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먹이사슬에 비유하긴 그렇지만, 상위 포식자를 제거해주면 그 하위의 사냥감들은 안식과 번영을 찾기 마련이다.
‘기회도 앗아가는 거지.’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그 상위 포식자를 넘어서서 영역을 움켜쥘 기회와 성장력을 뺏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비켜서십시오.”
몰려든 시민들 틈에서도 질서를 찾으려는 단체는 있었고, 사람들을 한쪽으로 밀치며 공간을 확보하고 익숙한 얼굴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다시 뵙네요. 김동완입니다.”
“구면이네요.”
“예,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하하.”
지난번 의정부 포탈 때 손진우의 선발대에 끼여 공략에 나섰다가 수호에게 구출 당한 각성자다.
“이쪽으로 오시죠. 김미소 부사장에게 2, 3공격대와 함께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음, 죄다 오나 보네.”
자신보고 먼저 가 있으라더니, 수호 길드 용병들을 죄다 끌고 이리로 오는 모양이다.
서울보다 익산에서 바로 출발한 게 빨라서 먼저 도착한 모양이다.
“이쪽입니다.”
김동완은 수호 일행을 던전 포탈로 안내했다.
던전 주변은 평리 길드 직원들이 이미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호 중이었다.
그 옆에 주차한 장비차량의 화면에 측정을 마친 던전 정보가 떠 있었다.
던전 규모 – 레벨 7 (7010)
남은 횟수 – 52 (364520)
브레이크 – 150. 23 : 20 : 41
“음, 조금 작네.”
7성 중에서도 하급 난이도이고, 던전의 수도 적다. 더군다나 브레이크 타임까지 남은 시간도 길다.
‘내 주위만 빡센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수호가 터를 잡은 수호시티 근처에 리젠되는 7성 던전들은 죄다 많은 횟수와 짧은 시간을 가진 던전이었다.
마치 공략을 포기하고 브레이크를 준비하라는 듯이.
그에 반해 외국의 경우 보편적으로 지금 대구에 생긴 것과 같은 포탈들이 많았다.
무리해서 공략하자면 충분히 소멸이 가능한 수준의 포탈 말이다.
“이거 내가 먹어도 되나?”
너무 난이도가 낮은 7성 던전이라, 자신이 홀랑 사냥터를 가져도 되나 싶었다.
“음, 박 사장님 아니시면 이거 공략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
이 영역 담당인 평리 길드에서 나서 주니까 뭐.
“그럼 같이 들어갈래?”
“엇, 정말이십니까?”
“조금 미안하니까.”
대구에 생긴 포탈이다.
이 지역의 각성자들이 이것을 받아먹고 커야 한다.
위기는 기회와 같이 온다.
위기에서 구해주는 건 쉽다.
다만, 언제나 그 위기를 대신 맞아 주진 않기에, 수호의 그늘에서 벗어나 더 큰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은 뒤늦게 기회의 박탈을 원망할 것이다.
그늘 아래선 절대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
“같이 가자.”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뭐…….
사냥터 뺏는 김에 조금 미안해서 굴려주려는 건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