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09)
209화 장외전
대구 7성 던전 발생 현장.
주변 일대가 모두 통제되고, 그나마 남은 현장 공무원들과 평리 길드에서 던전을 통제하고 있었다.
“근데 이거 우리 소관 맞나?”
평리 길드는 레벨 6.
구역 내에 생성되는 6성 던전까지 우선공략 권한 및 던전 소멸 의무가 있었다.
“우리야 모르지.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평리 길드 직원들이 저쪽에 모여 있는 수호 길드 인원을 보았다.
혈석을 그렇게 잡아먹어 연비가 극악이라는 수송 드론을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는 부자 길드다.
던전을 3분 짜장처럼 클리어해 내는 길드이다 보니 혈석이 남아도나 보다.
“그런데 우린 또 영남연합이잖아?”
대한민국이 사분오열되었다.
극단의 도시화 이후, 도시끼리의 단절은 당연하게도 국가의 분절을 야기했다.
부산과 대구, 포항이 새롭게 연합을 구축했다.
하지만 수호 길드는 여전히 대한민국 소속.
엄연히 분쟁거리가 될 일이다.
“어휴, 우리가 어찌 아냐? 알아서 하것지.”
“그렇겠지.”
국가분쟁이야 그들 소관이 아니다.
평리 길드 직원들은 그보다 혼자 박수호를 따라간 팀장이 더 걱정되었다.
“우리 팀장님 혼자서 어째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지 뭐.”
“저렙 던전에서는 날아댕기는 양반인데, 7성 던전에서도 잘 할랑가.”
“그러게. 그 사람 양학이나 하지, 보스 레이드 약한데.”
“음, 결정적 한방이 없어.”
“뭐, 쪼렙이나 주서 먹다가, 보스는 박 사장이 처치해 주것지.”
“그렇것지.”
*
“하아!”
콰직!
직원들의 응원이 전해졌을까?
김동완은 트윈헤드 오우거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쿠아아아!”
“우어어어!”
분노에 찬 음성을 터트리며 휘저어대는 몽둥이에 곤이 쥐어터지고, 붕의 날개가 꺾였다.
타타타타타.
김동완은 서둘러 새 그림을 그려 상대하게 하며 기회를 노렸다.
‘안 도와주나.’
그리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눈동자는 슬쩍슬쩍 박수호를 향하기도 했다.
‘시발, 국수 먹잖아!’
아니,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그림인가?
던전 입장 전까지만 해도 고작 S급 각성자였던 자신이다.
그런 사람 보고 7성 보스몹을 1:1 시켜놓고, 나머지 인원들은 죄다 캠핑 테이블에 둘러앉아 국수를 말아 먹고 있었다.
“뿌우우우!”
“아니, 시발.”
고군분투하던 김동완이 욕을 뱉었다.
코끼리도 국수를 먹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자신을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싸움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지금 여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 저 좀 도와주세요!”
김동완의 적극적인 어필에 박수호가 깍두기를 집어 물었다.
“아극, 이거 어떻게 담은 거야?”
“잉, 저짝에 무 있더만, 그걸로 뽑아 맹글어봐써.”
“먹어도 되는 거야?”
“맛이 어뗘?”
“맛있는데?”
“뭐 어디 아프진 않고?”
“안 아픈데.”
수호의 말에 이숙자가 모두를 보고 말했다.
“야들아 무도 된단다. 얼른 머그 봐라.”
“예, 이모.”
“어후, 던전에서 깍두기도 먹고……. 복지부장님 덕에 아주 호사입니다.”
장순필마저 그리 말하고 먹자 수호가 피식 웃었다.
“좋으니까 새로운 거 다 만들어 와 봐.”
어차피 던전에 출입 가능한 식량이라면 아루카에서 수입해 온 것들 뿐이다.
이 고춧가루도 지구의 것은 던전에 들고 올 수 없기에 비슷한 종류의 고추를 잘 말려 빻은 것이다.
“아니! 저 좀 도와 달라고요!”
김동완의 외침에 수호가 슬쩍 그를 봤다.
“거 참.”
키워 주는 건 좋은데, 저게 문제다.
조금만 문제에 부딪혀도 의존할 생각부터 한다는 거다.
김동완은 그의 부하도 아니고, 같은 영역에 있는 경쟁자도 아니다.
그저 던전이 발생한 땅에 영역을 가지고 있어 호의를 베풀었을 뿐.
너희 영역의 사냥터를 내가 먹겠다.
이것은 선물이다.
“받아라!”
후우우웅.
수호가 업적상점에서 산 꽤 좋아 보이는 양손도끼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허읍!”
김동완이 식겁하고 그걸 낚아채고는 눈을 부라렸다.
“아니, 갑자기 던지면 어쩝니까! 죽을 뻔했잖아요!”
“어? 야, 뒤, 뒤.”
“예?”
뒤로 돌아본 김동완이 식겁하며 도끼를 들었다.
콰직!
트윈헤드 오우거를 상대하기에 자신의 곤붕은 너무 연약했다.
저렙 던전에서야 거의 무쌍에 가까운 스킬인데, 조금만 몬스터 개체의 전투력이 높으면 이리도 고전한다.
팔랑거리는 저 살아움직이는 그림의 파워 업을 할 방법은 없을까?
적어도 지금은 스킬의 파워 업 따위는 생각에서 지워졌다.
다시 그림을 그릴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콱, 퍼억! 쾅!
잘 유지하고 있던 거리를 내어주자 트윈헤드 오우거는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슈아아! 퍼억!
“아니, 저 근접전 못한다고요!”
김동완의 스킬은 전형적인 소환형.
그의 등급이 S급에 오른 이유는 테이머들이 펫과 경험치를 나누는 것과는 다르게, 곤붕이 사냥하는 몬스터의 경험치를 본인이 독식하기 때문이다.
그림만 그리면 곤붕이 알아서 전장을 휘저으며 싸우는데, 그가 근접전을 할 일이 얼마나 있었겠나.
“저, 진짜 죽어요!”
슉, 픽!
“아오! 저 뒈진다니까요.”
슈슉, 푸푹! 쾅!
요리조리 트윈헤드 오우거의 방망이와 발길질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헬프 미를 외쳤지만, 수호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움직임 좋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양손 도끼를 쥐고 구르는 김동완의 위로 오우거의 발이 스쳐 지나간다.
“흥, 이게 다 저놈이 덩치가 큰 덕이 아니오?”
당진철이 이죽였으나, 그도 심정적으로는 김동완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도끼질도 꽤 하더니.’
나무토막 치는 것도 아니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오우거 목을 정확히 노리고 치는 건 사실 초심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S급 용병을 초심자 취급하긴 그렇지만, 수호나 당진철이 보기엔 김동완은 초보다.
“배우는 속도가 빨라.”
“…….”
수호의 칭찬에 당진철이 암묵으로 동의했다.
“허허, 포섭하시렵니까?”
장순필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뭐 싹수 보인다고 다 거둬 키우면 여긴 누가 지키냐.”
“그것도 그렇지요.”
수호가 제 식구가 아님에도 이렇게 호의를 보여주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순필은 그저 신기한 눈으로 김동완을 보았다.
아까보다 회피하는 스킬이 더 진보했다.
그리고 입도 더 거칠어졌다.
“시발 변태새끼들아! 구경만 처 하지 말고 좀 살려달라고!”
수호는 피식 웃었다.
원래 죽음의 위기에 내몰릴 때 잠재된 힘이 폭발하는 법이다.
“네 손에 든 도끼는 폼이냐?”
“시바아알!”
김동완이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지르며 오우거의 발차기를 피해 구른 후, 도끼로 냅다 종아리를 찍었다.
“쿠오오오!”
처음 있는 유효타격.
“헉!”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간 체력이 먼저 동나겠다 싶어 냅다 후려쳤는데 깊숙이 박혀버렸다.
“빼.”
“뒤.”
중구난방으로 날아오는 훈수에 김동완이 욕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후우우웅.
조금만 늦었으면 오우거 방망이에 머리통이 깨졌다.
쯔걱.
도끼를 겨우 빼 들고 훌쩍 뒤로 물러나 피했다.
“방금엔 도끼부터 회수했어야 했소.”
“쟤 몸이 너랑 같냐? 피하는 것부터 해야지.”
“흠, 충분히 시간이 있었소.”
수호와 당진철의 훈수 다툼에 김동완이 바락 소리 질렀다.
“시발, 한 명만 말해요!”
이게 내기 장기판도 아니고,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닌가?
“쟤 계속 욕하네.”
“배은망덕한 놈. 형님, 명만 하시면 당장 놈의 목을 베어오겠습니다.”
당진철은 아무래도 김동완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시지요.”
장순필이 중재하자 수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별 생각 없었는데.”
욕을 하든 말든, 시발이야 추임새 아닌가.
“아니, 저 이제 어떻게 해요?”
당진철이 고함을 내질렀다.
“훈수 두지 말라며.”
“아니, 한 명만 두라고 했지. 아, 어쨌든 이제 어떻게 해요?”
수호는 머뭇거리는 김동완이 웃겼다.
뻔한 해답을 꼭 남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싸워.”
“에잇!”
김동완이 양손 도끼를 쥐고 달려나갔다.
종아리 절반이 잘리다시피 한 녀석은 기동력이 아주 느려진 상태.
“크와!”
후우우웅!
저 우악스런 손아귀만 조심하면 된다.
저기에 잡히는 순간 그대로 절명하리라.
“시, 시발. 좀 가만있어.”
필사적으로 두 팔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오우거 때문에 접근하기 용이치 않았다.
머뭇거리던 그의 귀에 당진철의 말이 파고들었다.
“쯧쯧, 개 발에 편자구만.”
도끼를 위협적으로 흔들던 김동완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잘하는 것.’
도끼를 언제부터 잡아봤다고 전사 흉내인가. 분명 정강이를 반이나 토막 칠 정도로 위력적이지만, 이건 자신이 잘하는 게 아니다.
츠츠츳.
그의 발이 건조한 바닥을 스치며 그림을 그렸다.
물기 없는 그 그림은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었다.
푸푸푸푸푸푸.
먼지 날리며 기어간 물고기가 오우거의 발을 물었고, 동시에 날아간 새가 오우거를 뒤덮었다.
“쿠어!”
온몸에 먼지를 덮어쓰다 못해 눈에도 들어가 잠깐 시력을 상실한 녀석이 버둥거리는 틈에 김동완이 달라붙었다.
후우웅, 퍼억!
“시발, 뒈져라.”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SFC는 출전하지 않으리라. 남의 구경거리가 되며 싸우는 끔찍한 기억은 지금으로 충분하다.
후속 공격에 욕심내지 않고 물러나 다시 기회를 노리던 김동완이 트윈헤드 오우거의 목을 땄다.
*
“뭐? 7성 던전이 생겨?”
“예, 맞습니다.”
“수호 길드가 와 있다고?”
“네, 이미 공략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
부산총독 손종무는 겨우 화를 참으며 물었다.
“그러니까. 연합 수장인 내가 방금 보고 들었는데, 수호 길드는 이미 공격대까지 꾸려 공략에 나섰다?”
“그, 그렇습니다.”
“하, 이거 이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해, 이 새끼야. 당장 헬기 대기시켜.”
“헙, 네. 알겠습니다.”
부산총독은 부리나케 대구로 달려갔고, 시민들의 야유에 적잖게 당황했다.
“뭐야? 왜이래?”
“아무래도 시민들 여론이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무림인 테러 사건 때 초토화된 대구다.
그로 인해 도시의 인구는 반에 반토막이 났고, 기반시설도 대부분 무너져 아주 극히 일부만 복구되었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한 누군가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데…….
‘수호 길드에서 던전을 클리어해 줄 거야.’
‘부산시는 뭐하는 거야?’
‘하긴, 와도 뭘 어떻게 못할 듯.’
‘부산도 수호 길드 아녔으면 저번에 박살 났겄지.’
대놓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손종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것들이…….’
국가 최고 권력자를 앞에 두고 저리 망발을 일삼다니.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힘 있는 권력자의 장기집권을 원한다. 무기한 미뤄진 선거로 인해, 크게 결격이 없는 이상 정권이 교체되는 일은 드물다.
그 가장 큰 결격이 안보와 안전이다.
시민들은 도시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장을 원하지 않는다.
‘위험하다.’
정치인답게 자신의 위기는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하는 손종무다.
“총독님, 이쪽으로.”
보좌관들이 부산총독 손종무를 수호길드 임시 사무실 쪽으로 안내했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소의 여인은 구면이다.
“허허, 이거 객이 주인을 맞이해 주니 우리가 꼭 손인 것 같소.”
손종무의 말에 미소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정말 그렇네요.”
“…….”
“어서 오세요.”
“…….”
안색이 굳은 손종무지만 곧 표정을 환하게 풀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김 부사장의 농이 참 짓궂습니다.”
“농담 아닌데요.”
김미소의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보좌관들과 경호원들 중에는 흉흉한 기세를 내비치는 이들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