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2)
23화 클랜 승급
동수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섰다.
“누구세요?”
“아, 잘 찾아왔네요.”
수호 얼굴을 힐끗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동수에게 명함을 하나 꺼냈다.
“신라 길드?”
서울 12대 길드다.
지금 터를 잡고 있는 성남 일대. 4구역을 방위하는 대형 길드.
“강민혁입니다. 한동수씨죠?”
“어?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동수티비 채널 운영자 아닙니까?”
“맞긴 한데…….”
자신의 채널이 그렇게 유명했나?
“영상 잘 봤습니다.”
“예?”
동수가 급히 자신의 휴대폰을 찾아 유튜브를 켰다.
“조회수 왜 이래?”
어제 확인했을 때만 해도 1000정도 였는데 지금은 12만이 넘었다.
“와, 실시간 2위 뭐냐.”
급격하게 증가한 조회수에 순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첫째 날 올린 영상 외에도 어제 올린 영상도 꽤 조회수가 나오고 있었다.
동수가 어리둥절한 사이 이숙자가 물었다.
“총각은 밥은 자셨는가?”
“예? 아직…….”
“그럼 여짝에 와서 앉어.”
“예?”
강민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숙자는 밥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왔다.
“하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얼떨결에 저녁 식사 자리에 낀 강민혁이 수호를 보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또 뵙네요.”
“왜 왔어요?”
“스카우트 제의는 생각해보셨습니까?”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강민혁이 여유있게 미소지었다.
“클랜 자체가 팀으로 길드에 편입되는 경우도 꽤 잦은 일이죠.”
수호가 피식 웃었다.
이 사람 집착이 좀 있는데?
꽤 집요한 사람인지라 정확히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난 누구 밑에 안 들어가요.”
“…….”
눈싸움이라도 하듯 둘은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
강민혁이 졌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처음엔 국가 소속의 각성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정체는 귀환자.
그것도 영상 공략만 보면 아직 밑천이 아주 많아 보이는.
“좋습니다. 더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밥이나 먹고 가요.”
“친구는 어떻습니까?”
“친구?”
강민혁과 박수호의 2차 눈싸움이 이어졌다.
이번엔 수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친구 좋지.”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나.
“종종 오겠습니다.”
“그러든가.”
묘한 분위기의 저녁 식사가 이어졌고, 강민혁이 다시금 꾸벅 인사하고 물러났다.
그가 나가자마자 동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와아! 형님. 신라 길드예요, 신라!”
“그게 왜?”
“지금 신라길드 스카웃 제의 뻥 찬 거잖아요? 그것도 팀으로 다 받아준다는데!”
수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고 싶어?”
“당연하죠! 서울 12대 길드라고요.”
수백 개가 넘는 길드 중에서 최정상에 오른 길드다.
공략지원은 물론 사회적 지위도 어마어마하다.
“신라보다 더 커지면 되잖아?”
수호는 길드를 크게 키울 생각이다.
어떤 패거리보다도 강하고 크게.
“에이, 꿈이 크면 좋다지만, 저희가 신라보다 어떻게 더 커요.”
이미 굳어진 길드 사회다.
이 기득권이 깨질까.
수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에 안 들면 가도 돼.”
“정말요?”
“대신 목은 남겨두고.”
“……?”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인가?
동수는 한참 만에 이해하곤 웃었다.
“하하하! 형님. 농담도 참.”
“농담 아닌데?”
“……진심입니까?”
“무리에서 독립하겠다면 말리진 않지. 하지만 다른 패거리에 들어가는 건 다른 문제야.”
수호의 진심이다.
자신의 그늘에서 크다가 따로 무리를 이뤄 독립하겠다면 말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배신은 안 된다.
“하하하.”
동수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전 먼저 올라가 볼게요.”
이거 아무래도 코가 잘못 꿴 거 같은데?
*
다음날 합류한 명진과 함께 던전 공략을 위해 나서려는데, 관리국 86 게이트 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 승급심사 끝났습니다. 클랜증 받아가세요.
어차피 필드 밖으로 나가려던 길이기에, 지부에 들러 클랜증을 수령했다.
“심사 며칠은 걸린다지 않았어요?”
“그러게요. 어디 끈이라도 있으세요? 뭐 심사 올리자마자 바로 승인 나서 내려오네요.”
관리국에 아는 사람이 어딨나.
클랜증을 받아 와서는 픽업트럭에 탔다.
“우리 이제 레벨 2 던전에 갈 수 있네.”
“예엑? F등급 넷이서 어떻게 레벨 2에 가요? 그냥 자격만 된다는 거죠.”
레벨 하나 차이지만 1, 2의 던전 수준은 천지 차다.
보통의 던전 공략 적정 등급은 풀 파티 기준인 10~15인 기준이다.
2레벨 던전이라면 아무리 하위난이도라도 E급 10인 이상은 되어야 덤벼볼 수준.
겨우 넷이라면 적어도 D등급 파티는 돼야 했다.
레벨 2 던전의 주 이용층이 그랬다.
“해볼만 할 것 같은데.”
“음, 형님이 계시면 또 될 것 같긴 한데.”
비싼 귀환석이라도 가지지 않은 이상 던전이라는 게 입장하고 나면 뒤가 없다. 괜히 들어갔다가 클리어 못하면 그대로 갇힌다.
“에이 레벨 2면 아직 입장료도 비싼데, 일단 경험이라도 더 쌓죠?”
동수의 말이 맞았다.
자신감 하나로 덤비기엔 리스크가 컸다.
수호의 전투력이야 인정할 만했지만, 던전은 전투력 외에도 여러 다재다능함을 요구한다.
적재적소에 맞는 스킬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
4명이 가진 스킬보다, 15명이 가진 스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동수 말이 맞아. 소수정예로 간다면 일단 돈을 벌어야 해. 스킬북이라도 사야 하니까.”
준호가 동수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클랜원을 더 받아 인원을 늘리든지, 소수정예화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레벨 2에 도전해볼 만했다.
“뭐, 일단은 레벨 1로 가자.”
몬스터를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차원에너지.
속된 말로 경험치는 각성자 레벨이 높을수록 줄어든다.
레벨이 오를수록 저 레벨 몬스터를 잡아서는 경험치 상승이 없다.
그래서 고레벨 각성자들이 많은 거대 길드는 하위 던전에 관심이 뜸하다.
현재 수호의 레벨은 7, F등급.
아직은 레벨 1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도 쏠쏠하다.
더 욕심부리기엔 다른 클랜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명진의 레벨은 5, 동수가 3, 준호가 1이다.
전투 스타일 상 수호의 경험치 독식이 많으니 레벨은 앞으로 더 벌어질 거다. 이대로 가다간 일행과 따로 사냥을 진행해야 할지도 몰랐다.
대비를 해야 했다.
“오늘은 내가 서포트해주지. 셋이서 사냥해봐.”
“예?”
동수가 화들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라?”
“하하, 놀라긴요. 갑작스러워서 그렇죠.”
수호가 갑자기 빠진다니 동수의 얼굴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동안 너무 꿀 빨긴 했지.’
몬스터는 명진이 불공 몇 줄 읊으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사냥은 수호가 다 하고 자신은 그냥 혈석만 캐는 정도였다.
그러고도 돈을 수천 벌었으니…….
‘신라 길드고 뭐고 잴 때가 아녔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입으로 대형길드 들어가 봐야 지금 같은 수익은 꿈도 못 꿨을 거다.
“자, 들어가자.”
어느새 픽업트럭이 던전 주차장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끊고 장비를 점검하며 대기하는데, 수호를 알아보는 자가 있었다.
“수호 형님 아니십니까?”
“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는 남자는 지난번 수호와 함께 던전을 돌았던 장재식이다. 그가 꼼수를 써준 덕에 용병증 따기 전에 던전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장재식이.”
“하하, 형님. 서울 가면 한잔하자고 하셔 놓고……. 계속 연락 기다렸습니다.”
“바빴지. 이야, 여기서 다 보네.”
“이쪽은?”
“우리 클랜 애들.”
동수와 명진, 준호를 보는 장재식의 얼굴엔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클랜 만드셨군요.”
“맞아. 그때 친구들은?”
“다들 멀쩡합니다.”
재식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갔다.
“다행이네. 여긴 어쩐 일이야?”
“용병이 포탈에 따로 볼일이 있겠습니까. 던전 공략하러 왔죠.”
레벨 1 던전.
장재식의 등급은 E급이다.
나름 용병시장에서 구르고 구른 경력자지만 아직도 레벨 1 던전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끔 다른 공격대에 끼어 레벨 2 던전을 경험하긴 하지만 열에 한두 번 정도다.
‘수호 형님 같은 동료가 있다면….’
어쩐지 저들 무리가 부럽게 느껴졌다.
“장재식님. 저희 차롑니다.”
“네, 갑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장재식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가봐야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
“시간 되면 꼭 한잔 사게 해주십시오.”
“알았어. 연락이나 해.”
“정말 연락합니다.”
“그래.”
장재식이 떠나자 동수가 물었다.
“누구예요?”
“전에 한번 던전에 같이 간 사람.”
“그래요?”
“자, 우리도 가자.”
“넵.”
수호 클랜의 용병 셋, 짐꾼 하나가 던전에 입장했다.
*
용가리 대출 사무실.
용가리파의 보스 김종수는 이를 갈았다.
“알아봤어?”
용가리파의 이인자이자 심복인 이수용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예. 형님. 근데 좀 조심해야겠던데요?”
“줘봐.”
이수용이 조사해온 박수호의 신상명세를 훑었다.
“뭐야? 진짜 박준호랑 형제네? 것도 형이여?”
새파랗게 젊은 놈인 줄 알았더니 꽤 나이가 있는 놈이었다.
10년 정도 행방불명 된 놈이 최근에 신원 회복하더니 하는 일이 꽤 거창하다.
“역시 각성자네. 근데 F급?”
“그놈이 근데 등급으로만 판단하긴 쪼까 거시기하지 말입니다.”
“이 새끼 이거…….”
사냥 이력은 그렇다 치고 C급 각성자를 생포한 기록이 있다.
‘이러면 암살자 고용도 나가린데.’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킬러를 구하려면 B급은 넘어야 하는데 아는 놈이 없다.
설령 안다 해도 의뢰비가 터무니없을 게 분명했다.
화풀이하자고 그 막대한 돈을 쓸 수는 없다.
“이거 영 껄끄러운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형님.”
며칠 전에 클랜을 만들었는데 그게 벌써 레벨 1 인증을 받았다.
‘최소 B급 정도로 봐야 하는데.’
김종수는 인상을 와락 썼다.
“시발. 그런다고 당하고 가만있어?”
일방적으로 당하고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있으니 부하들의 동요가 심하다. 복수든 뭐든 뭔가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어쩐다.’
사리는 모습을 보이면 두목으로서의 면이 안 선다.
“길드 애들 중에 우리가 꾸준히 돈 찔러주는 애들 리스트 줘봐.”
“네, 형님.”
리스트를 훑어보던 김종수는 4구역에 적당한 길드 소속의 인물을 찾았다.
마침 수호클랜의 바로 근처라 엮기도 좋다.
“여기 최 대리, 저번에 일 한번 해봤지?”
“네, 형님.”
“잘됐네. 연락해.”
간단한 일이다.
단순한 오해와 장부 조작 정도면 사람 하나 이 세상 지우는 거 쉬운 일이다.
대격변에 세상이 미쳤지만 이거 하나는 좋다.
귀찮게 땅 파서 사람 묻을 필요가 없다. 던전에 묻는 게 최고다.
“공사비는 달란 대로 줘.”
공사비가 아무리 비싸봐야 암살자 고용보다는 싸다. 간단한 ‘착오’를 조장하면 되니까.
“예, 형님.”
김종수가 흡족하게 웃었다.
*
장재식은 클랜을 탈퇴했다.
정확히는 클랜이 와해되었다.
동료였던 두 사람은 요양을 핑계로 탈퇴했고, 핵심멤버들이 빠지자 클랜 자체가 와해되었다.
‘녀석들 겁먹었어.’
먼저 탈퇴한 두 녀석은 어쩌면 영영 용병 일을 안 할지도 몰랐다.
흔한 일이다.
레벨 0 클랜은 결성도 쉽고, 해체도 쉽다.
어쨌든 장재식은 지금 소속이 없다.
소속 없는 자유용병이라고 필드사냥만 하는 건 아니고, 1일 파티라고 하루 동안 동료를 모집해 함께 던전을 공략하기도 한다.
레벨 1 중에서도 상위난이도.
평야맵의 고블린 던전.
10명이 입장해 2인 1조로 나뉘어 사냥 중이다.
“앞에 고블린 어그로 튀어요. 저한테 오잖아요!”
“예!”
장재식이 급히 검을 휘둘러 고블린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 동시에 상대하는 놈들만 다섯.
후방에 있는 마법사는 두 손을 모으고 이쪽을 보며 구슬땀 흘리고 있다.
“캐스팅 언제 끝납니까?”
“말 걸지 마요! 곧 완성돼요.”
각성초능 화염구.
위력은 좋지만 연사력이 너무 떨어져, 실전에서 쓰려면 스킬 연습부터 한참 해야 할 놈이다.
‘젠장. 저놈은 탈락이다.’
장재식은 동료를 찾고 있다.
1일 파티를 하다가 실력 좋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클랜을 결성하는 건 흔한 일이다.
이전의 클랜도 그렇게 결성되었다.
조금 손발이 맞아가는 와중에 레벨 2 던전을 노려볼 만하면 클랜이 와해하기 일쑤다.
동료 찾기는 느긋해야 하건만, 오늘따라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수호 형님한테 한번 가볼까?’
용병증도 따기 전에 혼자서 레벨 1 던전을 손쉽게 쓸어버리던 각성자.
그의 동료는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일까?
자신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겠지.
‘나 같은 놈 받아 줄 리가 없지.’
3년째 용병시장을 굴렀지만, 고작 E급의 각성자.
각성 스킬은 검술.
겨우 돈을 모아 배운 탐색과 추적.
흔하고 흔한 E급 용병이다.
반면 수호 클랜은 앞으로 탄탄대로가 뻔히 보이는 유망한 클랜.
아직 세상은 모르지만, 수호의 진면목이 드러나면 고속성장하는 건 일도 아니다.
장재식은 한심한 자신의 능력과 처지에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