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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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방어[守]
“병력 손실이 팔천이라…….”
모진오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탁자 위로 두꺼운 사슴 장갑을 낀 손이 올라가 있었다. 손가락들은 탁자 위에 상하로 짧게 움직이며 소리를 내었다. 탁자를 치는 손가락에서 긴박함이 느껴졌다.
검단성을 사수한 지 이제 사흘이 흘렀다. 성벽의 기름은 전부 타 소진되었고 이제 그 위로 검댕이만 그득하게 남았다.
만약 적들이 불길이 꺼지자마자 전력으로 성을 타고 넘었다면 열 번이면 열 번 적의 손에 넘어갔을 터였다.
호전적이라고 생각했던 호인들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사흘이나 자리를 지키고 검단성으로 공격해 들어오지 않았다.
모진오에게는 의문이 이는 일이었지만 호인들로서는 항마레의 적모 지파가 패배한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면이 컸다.
“병력의 손실이 너무 크다.”
진중의 막사에서 성내의 물자와 병사와 부상자의 수를 정확하게 조사하여 받은 모진오는 그것을 받아 읽자마자 난감한 기색을 얼굴 면면에 내비추었다.
수성이 끝난 후 후속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졌으나 전쟁에서의 손실을 채우는 것은 막막한 일이었다.
“보관되어 있던 5천 두(斗)의 어유(魚油) 중에 그날 사용한 것이 1천5백 두가 넘는구나. 게다가 성내 식량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
일단 기름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성벽에 공급하던 기름을 전투가 종결된 그날 당장 끊었다. 병2품 남부 통제사이며 검단성이 있는 원주(原株) 지방의 자사(刺史)를 겸임하고 있던 곽권준은 적의 습격에 대비해 기름을 풍족하게 준비해 두었지만 성벽을 도배하듯 불로 감싸는 전략은 무리했다.
물론 그 전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정된 성내의 자원인 기름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것이었다.
성내의 식량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본디 검단성은 4만의 백성들과 1만의 병력들을 포함 도합 5만의 인구가 상주하는 남부의 주요 거점이었다.
남부의 각 산성들의 병력과 피난해 온 백성들의 수가 자그마치 5만이나 되었다. 일부 백성은 더욱 북쪽으로 피난을 갔으나 그렇지 못하고 검단성에 잔류한 백성이 3만.
5만의 성체가 8만 이상을 수용하고 있으니 점차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내쫓자니 세자의 입장으로 백성을 내치는 일이 될 터니, 그런 가혹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곽권준도 이 일을 잘 알고 있었으나 스스로가 조국의 신민으로서 피난해 온 백성들을 내치지 못했다.
금번 전투로 8천 명의 병력이 손실되어 입이 줄었다고는 하나 기마대의 사천 병력이 다시 편입되었다. 그로 인해 여전히 식량 사정은 좋지 않았다.
병력 충원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전투에 설 수 있는 남자들은 성내에서 징용이 된 터. 남자들은 너무 늙거나 어린 자들만 남아있어 백성들에게서의 병력 충원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보고서를 하나하나 다 따져보며 전세를 가늠하고 계책을 세우려 했지만 부정적인 부분들이 산재해 있으니 두통만 가중될 뿐이었다.
“보병들은 아직도 소맥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니 검단성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이레는 더 걸리겠군.”
다소 무리한 속력으로 자신들은 닷새 만에 도착했으나 보병들은 그 세 배나 더디게 움직였다. 오늘이 21일이니 빠르면 28일에 도착할 듯했다.
그간 호인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그것을 막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 전투의 결정적인 승패의 가름이 될 듯했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화살을 회수해야겠군.”
모진오는 적진이 상당히 뒤로 물러나있는 것을 보고 결단을 내렸다. 성 앞에 널브러진 화살들을 회수하는 일이었다.
지금 성내는 호인들의 공성을 방어할 만한 물자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다시 성벽을 불태운다 해도 기름은 닷새를 가질 않을 것이 자명했으며 화살은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었지만 창고에 채운 것이 2만이 채 되질 않았다.
성 밖에 널브러진 화살들은 약 10만이 넘는 수. 개중 부러지지 않고 다시 쏠 수 있는 것이 삼분지 일만 되더라도 3만이 넘을 터였다. 그 촉만 회수하더라도 화살을 생산하는 속도가 더 붙을 것이 자명했다.
모진오는 스스로가 성문을 열고 성 밖에 떨어진 화살을 회수할 계획을 세웠다. 그뿐만이 아니라 후속 병력에게 물자 지원을 단단히 구비하라는 서신을 보내었다.
지난 전투의 승리는 전초전에 불과하리란 것을 모진오는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전투를 위해 준비해야 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 태산과도 같았다.
* * *
“성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흑색 갈기를 가진 호인 하나가 부복하여 말했다.
2군, 남쪽의 흑모 지파를 이끄는 정루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복한 자에게 말했다.
“뭐라고?”
“적성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순간 막사 내의 흑모 지파 지휘관들은 이 사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며 의문을 가졌다.
“왜지?”
정루의 의문이 섞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다른 자가 와서 부복하며 말했다.
“적군이 성 밖으로 나와 떨어진 화살을 줍고 있습니다. 아마 화살을 회수하는 듯합니다.”
그가 와서 말을 전하자 이제야 왜 성문이 열렸는지 이해가 된 흑모의 지휘관들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미련한 놈들. 아무리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성문을 여는 짓은 악수(惡手)가 될 터. 성 밖의 병력이 화살을 회수하려면 멀리 퍼질 터이고 그 순간 공격을 하거나 성문을 돌파하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시된다.”
정루는 주먹을 꽉 쥐고 이어 말했다.
“우리 2군의 동남 지파도 이 소식을 들었을 터. 그들이 출진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선다!”
정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휘관 급의 자들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출진 명령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그들이었기에 정루의 공격 명령은 실로 달콤한 꿀과 같았다.
“지금 즉시 병력을 준비하여 북상하겠습니다!”
막사 내의 자들이 정루의 명령에 답했다. 정루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2군이 성을 함락시키면 떨어진 명예를 다시 회복하고 위신을 세울 수 있을 터! 겁 없이 성문을 열고 나온 적들에게 수라(修羅)라 불리는 우리 흑모 지파의 힘을 보여주자!”
정루가 허리춤에 매어있던 도를 도집째로 치켜들고 막사로 나오자 모두가 그의 뒤를 따랐다.
흑모 지파의 출정이었다.
* * *
검단성의 남문은 활짝 열린 상태로 보병 4천 명이 성 밖에 나와 열심히 화살을 수거하고 있었다.
모진오는 선두에 나서 병사들이 화살을 회수하는 것을 감독하면서 평야에서 호인들의 낌새를 감시했다.
뎅, 뎅, 뎅.
성벽 위에서 징소리가 세 번 울렸다. 모진오의 눈에도 저 멀리서 먼지구름들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호인들이 성문이 열린 기회를 노리고 전력으로 달려오는 듯했다.
“전군! 화살 회수를 중단하고 백인대 단위로 모여 반전하여 성으로 들어가라!”
징소리 뒤로 모진오의 우렁찬 목소리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병사들은 부러진 화살의 촉을 분리하다 말고 바로 반전하여 성 안쪽으로 돌아갔다. 회수한 온전한 화살들도 짊어지고 가야 했고 워낙 넓은 지역에 퍼져있어 모이는 것만 해도 시간이 걸릴 듯했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로군.”
모진오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붉은 각궁(角弓)을 허리춤에서 꺼내 들었다. 탄력적으로 굽은 몸이 매우 매력적인 장궁(長弓)이었다.
활대 겉면은 황금색 용이 나는 듯 세공되어 있어 매우 고급스러웠다. 손잡이는 사슴의 가죽으로 튼튼하게 둘러맨 최고의 장인이 만들어낸 활이었다.
모진오는 보통 전장에서는 각궁보다 철궁(鐵弓)을 자주 사용했다. 파괴력 면에서 철궁은 각궁을 훨씬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번에 각궁을 꺼낸 이유는 각별했다. 그것은 사정거리 때문이었다. 철궁의 내구력과 파괴력이 아주 훌륭하다 할지라도 철이 가지는 탄력성은 한계가 있었다. 그에 비해 각궁은 아주 훌륭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철궁으로 쏘아 보내는 화살보다 배는 사정거리가 길었다.
특히나 모진오는 화살의 사정거리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한 끝에 통아(筒兒)를 이용하여 짧은 화살인 편전(片箭)을 쏘는 방법을 개발해 내었다.
조국 내에서도 편전, 즉 애기살이라 이름 붙인 이 화살을 제대로 쏠 수 있는 자는 이 방법을 개발해 낸 모진오밖에 없었다.
통아를 꺼내 끝에 달려있는 노끈을 손목에 걸친 후 1척 2전(약 25cm) 되는 애기살을 대어놓고 시위를 잰 모진오는 현을 당겼다.
모진오의 애기살은 보통 궁사들이 사용하는 죽시(竹矢)인 2자 7치(약 85cm)의 삼분의 일도 안 되는 크기였다.
각궁이 완연히 휘어질 정도로 힘을 준 모진오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먼지구름의 가운데를 가늠하여 당겨진 현을 잡고 있는 손가락을 놓았다.
상당히 떨어져있어 시야로 판가름하기 힘든 거리에서 화살은 모진오의 손으로부터 멀어져 날아갔다.
그의 손에서 떠난 화살을 무엇으로 비유해야 할까. 철궁으로도 그의 화살은 번개와 같은 빠르기를 보여주었지만 이 애기살은 그것을 초월하는 빠르기였다.
잔영조차 보이지 않고 단지 현이 튕겨지는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파악!
갑자기 선두 대열에서 달리고 있던 흑모 지파의 병사 하나가 다리의 균형을 잃고 고꾸라졌다. 그는 빠른 속도로 이동한 탓에 땅 위로 한참을 굴러가다 멈추었다.
대열 중 몇 명이 그 때문에 발이 꼬여 속도를 늦추고 넘어진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어처구니없이도 그의 왼쪽 가슴 가운데에 손가락만 한 구멍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넘어져서 다친 상처로 치부하기엔 너무 괴이한 것이었다.
잠시 후 대열에서 또 넘어지는 자가 발생했다. 그는 미간 사이에 동일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무슨 일이냐!”
이제 몇 분만 달리면 적의 성벽에 닿을 터.
갑작스럽게 몇 명이 달리던 와중 고꾸라지니 그들의 원인을 듣기 위해 정루가 잠시 속력을 줄이고 말했다.
파슛!
그 순간 이번에는 정루의 옆에 있던 흑모 지파의 병사가 쓰러졌다. 정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호인의 동체 시력으로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속력으로 무언가가 날아들어 넘어진 병사의 목을 뚫었던 것이었다.
“잠깐! 멈추어라!”
정루의 외침에 달리던 흑모 지파 오백의 군세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조금만 더 달려 나가면 이제 막 모여 성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적의 후미를 교란시킬 수 있을 터였다.
모두 멈춤의 이유를 묻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정루를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2014-08-09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