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성주 북궁백
“…….”
백상지의 죽음을 본 구룡성의 모두는 침묵에 빠졌다.
그럴 만도 했다.
단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문상이 나섰다.
“암독단은 백룡당주를 포박하라!”
그는 전대 성주의 호위대인 암독단을 불러 백룡당주를 포박하는 한편, 백룡당과 은룡당 전원에게 가택 연금을 명했다.
동시에 대회에 참석한 모두에게 일렀다.
“상황이 여의찮아 대회를 이대로 마무리하겠소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회를 다시 열 테니 구룡성의 동도들은 돌아가 다음을 기약하시오.”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이성을 잃은 백상지가 대연무장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으니까.
명색이 성주 취임식인데 다 부서진 곳에서 할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지만, 구룡대회에 참석한 모두는 알고 있었다.
다음 성주는 북궁 사부라는 걸.
그렇게 대회장을 빠져나와 돌아가는 길.
사람이 없는 길에 들어서자 사부가 피 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아마,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끝까지 참은 모양.
“쿨럭. 크흐…….”
“괜찮으십니까?”
서둘러 부축하니 그가 타박을 해왔다.
“숨어서 구경만 한 놈의 부축 따윈 필요 없다.”
“아니.”
아저씨가 혼자 싸운다면서요.
그리고 솔직히 나도 이번 일엔 조금이나마 지분이 있다.
후예사일의 한 수로 그의 공격을 막아 내지 않았던가.
어이가 없어 바라보니 사부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다.”
“하여간…….”
“잘했다. 하루하루가 모르게 강해지는군.”
“알면 좀 갑시다. 빨리 가서 의원이나 부르자고요.”
“안 된다.”
“예?”
“성주 자리를 거절했으면 모를까, 하기로 한 이상 처음부터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나.”
“…….”
가오가 머리를 지배하는 인간 같으니.
잠시 후 몸을 추스른 사부가 천천히 그리고 보란 듯이 걸었다.
그 모습에 내성의 무사들이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수군거렸다.
“천자검을 상대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나 보군.”
“당주님들이 괜히 외당주님을 성주로 추대하셨겠나. 다 이유가 있는 게지.”
“혹여 새로운 성주께서 천하제일인이 아니실까?”
그 모습을 보니 가오도 부릴 때는 부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를 반 시진.
나와 사부는 한참을 걸어 전왕문에 도착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중상은 중상.
“일단 앉으십시오.”
나는 사부를 정좌시키고 서랍에서 요상단을 찾아 꺼냈다.
달그락.
“이거 드시고요.”
“고맙군.”
청소소표 요상단이라 효과는 확실했다.
표정이 한결 나아진 사부가 숨을 내뱉었다.
“술 한 병 사 오거라.”
“제발.”
* * *
구룡대회가 파투 난 후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문상은 일전의 사건에 관해 조사를 시행했다.
백중천이 누구를 만났는지, 그와 손을 잡은 인물은 더 없는지를 샅샅이 조사한 것이다.
다만, 죽은 은룡당주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설렁설렁 조사했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었다.
“그는 이런 일을 주도할 만한 담이 안 되는 인물이외다.”
죽어서까지 무시를 당하다니.
역시 사람은 능력이 있고 봐야 한다.
여하튼, 한동안 구룡성엔 칼바람이 불었다.
백중천과 스쳤던 과거만 나와도 성주전에 끌려가 심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소. 분명 외부와 손을 잡았음이 분명한데 꼬리가 보이지 않소이다.”
이 시대의 심문은 검찰청 심문을 소꿉장난으로 취급할 정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백중천과 손을 잡은 놈들이 치밀하기 그지없다는 뜻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를 배신할 생각으로 접근했든지.
‘혹시?’
순간, 이성을 잃고 날뛰던 백상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 사자맹이 아닐까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지금 구룡성을 노릴 만한 이들은 사자맹밖에 없었으니깐 말이다.
무색무취의 독, 사기를 가득 품은 새빨간 구슬 등.
그런 기이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했고.
하지만, 문상은 고개를 저었다.
“의심스럽긴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소. 아시다시피 이런 문제는 감으로 때려 맞추면 큰일이 나지 않겠소.”
“하긴, 외교 문제니까요.”
“백중천이 입을 열면 해결될 것 같은데 도무지 입을 열지 않고 있소이다.”
“그거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씀하시오. 진 공자.”
“갑자기 웬 공댑니까? 공자는 또 뭐고요.”
“차기 성주님의 제자시니 어찌 하대를 하겠소이까. 게다가 첫째 제자시니 일 공자란 호칭이 당연하지요.”
“……그냥 하던 대로 하시죠?”
“법도가…….”
“닭살이 돋아서 그렇습니다.”
“크흠, 그럼 사석에서만 말을 놓도록 하지.”
“잘만 하시면서 뭘…….”
“그나저나 외당주께선 좀 어떠신가?”
“아직 주무십니다.”
“허어, 아직도 회복이 안 되셨는가? 성주 자리를 오래 비워 두면 좋지 않은데…….”
“아뇨,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요. 문상께서 오시기 반 시진 전까지 술을 퍼마셨거든요.”
“……충격적이군. 앞으로가 걱정이기도 하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문상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내일 식을 진행하려 하는데 괜찮은지 묻고 싶네만…….”
“지금 해도 괜찮을 겁니다. 매일 마셔서 그런지 숙취는 또 없거든요.”
“알겠네. 그럼 내일 해가 중천에 이르는 시각에 대회를 열도록 하지.”
“전달해 놓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문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나가는 그의 뒤를 보며 생각했다.
사부라는 폭탄을 그에게 맡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음 날.
문상의 말대로 구룡대회가 다시 열렸다.
백룡당과 은룡당은 아직 가택 연금이 풀리지 않은 탓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대신 그 자리를 외당 무사들이 채워 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아마 외당주인 사부를 배려한 듯 보였다.
그렇게 수천의 무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문상이 단상 위로 걸어 올라갔다.
“구룡성의 동지들은 모두 주목해주시오.”
단상 위에 선 그가 천천히 말했다.
꿀꺽.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던바, 내공이 전혀 담기지 않은 문상의 목소리에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외당주 북궁백.”
그가 가장 앞에 앉아 있는 사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대는 스무 해 전 구룡성에 투신하여 이날 이때까지 누구보다 성에 헌신하였소.”
“…….”
“또한, 지난 전쟁에서 가장 앞장서서 척마멸사의 기치를 수호하는 건 물론, 가진바 무공이 하늘에 경지에 올랐음은 모르는 사람이 없소이다.”
문상이 대화 아닌 대화로 사부를 칭송했다.
“그런 업적에 성에 소속된 무사들이 그대를 성주를 추대했던바, 구룡성의 동도들을 대표하여 묻겠소.”
“얼마든지.”
예의라곤 밥 말아 먹을 만큼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의 구룡성은 그의 것이 될 테니까.
“그대는 앞으로 정파 무림의 기둥인 구룡성의 성주로서 삿된 무리와 싸워야 하오. 이에 동의하시오?”
“동의한다.”
“그대는 구룡성의 성주로서 항시 백성들을 보호해야 하오. 이에 동의하시오?”
“동의한다.”
“그대는 구룡성의 성주로서 누구보다 공정해야 하고 누구보다 강해야 하며 누구보다 자애로워야 하오. 동의하시오?”
“동의한다.”
마지막 대답을 들은 문상이 천천히 부복했다.
“소인, 유명천. 구룡성의 사 대 성주를 뵙습니다.”
그와 동시에 구룡성의 모든 무사가 부복하며 외쳤다.
척마멸사-!
구룡천하-!
이천이 넘는 무사들의 외침에 구룡성 전체가 떠나갈 듯이 울렸다.
“훌쩍.”
우리 사부 출세했다.
* * *
구룡대회가 끝난 다음 날.
웅성웅성.
외성 밖 전왕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야 뻔하다.
새로운 성주의 제자로 알려진 나를 보기 위함이겠지.
심지어 그냥 온 것도 아니다.
꽌시의 세상답게 다들 양손 두둑이 재물을 들고 왔다.
당장 달려 나가 그들과 친분을 쌓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고?
“……듣고 있나?”
“아, 예!”
꼭두새벽부터 찾아온 은자림의 은자들 때문에 말이다.
마음 같아선 돈……. 아니, 손님을 맞아야 한다고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피눈물이 절로 흘렀다.
“그나저나 신임 성주가 북궁가의 후예였다니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여기 이 아이만 봐도 견적이 나오는구먼. 뭘……. 천하의 어떤 무공이 저 나이에 저 경지로 이끌까.”
“무공만 훌륭하다고 고수가 된다면 지금쯤 천하는 무황성의 깃발 아래 있겠지. 저 아이의 무재가 훌륭한 것이다.”
“크흠, 어렸을 적 우리 묵룡당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덕도 있겠지요. 허허허허.”
“…….”
갑자기 지분을 주장하는 태청진인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아, 참고로 나는 묵룡당에서 수련법은커녕 일초 반식의 기본공도 배운 적이 없다.
‘아…….’
정정하겠다.
얼마 전, 태청진인에게 후예사일의 무리를 배우긴 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차, 현 청룡당주의 사숙이라는 이풍진인이 나를 천천히 바라봤다.
대해와도 같은 눈빛에 나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운이를 따라 올 무재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인재가 있었다니. 역시 천하는 넓고 사람은 많구려.”
태청진인이 고개를 끄덕여 추임새를 넣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손 되는 아이가 천하제일의 무재를 타고났다고 생각했지요. 허허.”
“흥, 배부른 소리들 하는군.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놈, 당가야. 분위기 깨는 소리 그만하고 이만 일어나자. 구룡성이 잘되면 좋은 거지 뭘 또 그러누?”
“우리 애들은 비리비리한데 다른 당 애들만 날아다니는 게 배 아파서 그런다.”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조금 있으면 흙에 묻힐 우리가 생각할 건 아니지 않으냐.”
“흥.”
그렇게 나를 두고 한참을 품평하던 은자들이 일어섰고 나는 서둘러 그들을 배웅했다.
“아이고, 벌써 들어가시게요? 마음 같아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가신다니 어쩔 수 없네요. 가시는 길 뱀 조심하시고 해 지기 전에 어서 들어가십시오.”
“인연이 되면 또 보세나. 언제 한번 운이와 찾아오게.”
“핫핫핫, 가끔 놀러 오라고. 양손 두둑이 채워 가지고.”
“잘 있어라. 다음에 만나면 내 암기라도 하나 선물하마.”
태청진인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은자림의 은자들은 구룡성을 떠났다.
“…….”
신묘하기 짝이 없는 보신경을 펼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빨리 손님을 맞이해야지.’
드디어 수금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고.
그렇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아니, 왜 지금.”
저 멀리 손님들을 헤치며 나타난 이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누군 줄이나 알고 이러는 거야?
줄 서 있는 거 안 보여?!
당신들 대체 뭐야?
새치기에 항의가 쏟아졌지만, 그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항의하던 손님들 역시 그들의 정체를 깨닫고 곧장 입을 다물었다.
당연했다.
그들이 바로 성주의 명만을 듣는다는 암독단의 무인들이었으니까.
“일 공자 진무전은 지금 즉시 성주전으로 들라는 성주님의 명이 있었소이다!”
“제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