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천하제일 무공대회(5)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하고 비무를 벌인다 한들 무인의 대결은 항상 치열하다.
그것은 아마 무기를 교환하다 불구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일 테고, 또한 자신이 평생을 쌓아 온 무(武)를 증명하기 위해서일 터.
무엇보다.
콰직! 퍽!
“크윽!”
“당신의 검로는 모조리 읽히고 있소. 그러니 그만 포기하시오.”
“흥! 웃기지 마라. 동문과 고향의 친지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어찌 항복을 할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부디 내 손속을 원망하지 않기를 바라겠소.”
“물론이다! 하압!”
자신의 이름은 물론 사문의 명성까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챙챙챙챙.
이런 감동과 액션이 가득한 광경을 보는 내 감상은 항상 똑같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 고생해서 무공을 익혔으면 몸 건강히 가족들을 부양할 생각을 해야지, 증명은 무슨 증명이고 명예는 무슨 명예란 말인가.
괜히 깝죽대다 팔이라도 잘리면 남은 인생, 제대로 밥벌이도 못 하고 가족들과 사형제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게 될 텐데…….
하지만, 이런 내 감상과는 다르게 천하제일 무공대회는 성황리에 이어졌다.
와아아-!
이겨라! 이겨라!
꺄악! 저랑 혼인해 주세요! 무사님!
대회장 주변으로 엄청난 수의 관중들이 몰려들었고, 외성 바깥에는 천막으로 지어진 노점상들이 늘어섰으며, 전룡당의 무사들은 순찰을 여러 번 돌며 치안을 책임졌다.
당연히 경제적 효과는 엄청났던바, 목뒤를 잡고 쓰러졌던 문상은 어느새 환한 웃음꽃을 피워 냈다. 재무를 담당하는 서생들도 간만에 천국을 맛보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현대든 무림이든 돈이 최고시다.
물론, 그 경제적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건 우리였지만 말이다.
“후후후, 겨우 이 정도의 푼돈으로 서천상단의 이름을 만인에게 알릴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백가장의 자산을 바탕으로 세운 서천상단은 대회장의 깃발과 천으로 만든 펜스, 노점상들의 천막을 제공하며, 천하제일 무공대회의 공식 스폰서가 되었다.
이 시대의 여행객들이 자기가 살던 지방에서 한가락씩 하는 이들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홍보 효과가 엄청날 터.
아주 작은 비용으로 서천상단의 이름을 곳곳에 알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룡당은 적룡당과의 콜라보로 비무 토토를 개설, 수익금의 절반을 받기로 했다.
원래는 혼자 하려 했지만, 비무 참가자들의 정보가 없고 토토 사업의 노하우가 없어 협업을 선택했다.
용마산의 하오문은 여력이 없었으니깐 말이다.
촤르륵.
“호호호, 이것 봐요. 가가. 아직 본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돈이 이만큼이나 벌린 거 있죠? 어머, 묘 언니도 있었네요? 워낙 수수해서 못 알아볼 뻔했어요.”
“저도 못 알아볼 뻔했어요. 공녀님. 웬 어린아이가 들어오는 줄 알았지 뭐예요?”
하필, 그 담당자가 적화란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화르륵.
두 사람의 캣파이트에 날카로운 기운이 몰아쳤다.
‘사부, 대체 저를 얼마에 팔아먹으신 겁니까.’
이미 기정사실을 만든 여인과 사부의 농간으로 이미 기정사실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 여인이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일단은 이미 기정사실을 만든 묘향의 승리였지만 말이다.
“흐응, 체형이 그렇게 아이 같아서 문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힘이 보통이 아니라서요. 후후후.”
“뭐, 뭣? 뭘 받아? 힘? 보통? 아니?”
대충 가능성과 확정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누이, 애한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섯 살 많은 묘향의 농밀한 공격에 고장 나 버린 적화란을 뒤로 하고 대회장을 바라봤다.
아까 사문과 친지가 어쩌고저쩌고했던 불굴의 도전자가 형편없이 깨지고 있는 게 보였다.
콰직.
“……졌소.”
더는 버티지 못했는지 도전자가 검을 집어넣고 항복을 선언했다.
‘그나마 다행이네.’
여기저기 상처가 많이 나긴 했지만, 나름 잘 버텨서 영구적인 신체 손상은 없어 보였다.
“홍무검, 상전하. 승!”
구룡쟁패를 성공적으로 이끈 덕분에 이번에 다시 MC를 맡은 금룡당의 금검진이 선언하자 관중들이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
승자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건 미래나 지금이나 똑같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패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기회가 주어졌다.
우르르.
“금룡당의 금사문이라 하오.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이까?”
“허어, 내가 먼저 오지 않았소? 나 적룡당의 기진목이다. 쌍검살이라고 불리지.”
“자네 회룡당과 함께 곡괭이질을 하지 않겠나?”
바로 내성에 속한 문파들의 과감한 헤드 헌팅이었다.
예로부터 정파에서 급하게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은 속가 제자를 파견받는 것뿐. 이는 무림 세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점 때문에 쓸 만하다 싶으면 바로 부하로 뽑는 사파에 비해 항상 머릿수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약직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으니까.
그랬다.
한중에서 처음 탄생한 이 악마의 개념이 어느덧 구룡성에까지 미친 것이다.
물론, 초반에 개념을 잘 잡아 놓아서 현대에 비해 대우가 좋긴 하지만 말이다.
덕분에 최근 겪고 있는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순기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아무리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지만, 이번 대회의 주인공인 산왕회주는커녕 놈들의 부하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전 조사를 할 법도 한데 말이야…….’
자신감의 발로인가, 아니면 몸을 사리고 있는 건가.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차 사회자의 수려한 말솜씨가 들려왔다.
“홍무검의 다음 상대는 누가 하겠소! 십을 셀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 직권으로 홍무검을 최종전에 올려 보내겠소이다.”
역시 전문 MC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 * *
그 뒤로도 대회는 차근차근 진행되며 보는 재미를 더해 갔다.
“파산권옹, 남지십 승!”
명성은커녕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생소한 이가 말도 안 되게 강한 무공을 뽐내며 최종전에 진출했고.
“끄악! 해냈다!”
“정산도 금호. 승!”
열심히 노력한 티가 나는 젊은 무인이 불리했던 승부를 뒤집었으며.
“죽검혈도 유면. 승!”
최근 나와 노예 계약을 마친 유면이 최종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곡산혈도. 승!”
“수살검, 승!”
“혈산범, 승!”
산왕회와 수룡문의 무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정파의 구역인 구룡성에서 그들을 볼 줄 몰랐던 탓에 관중들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당장 눈이 즐거우니 모두가 만족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 차.
이번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이 나타났다.
웅성웅성.
바로 극살대마 임정의 등장.
천하 십대 고수 중 일인이자 산왕회라는 거대 문파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 등장하자 대회장에 있던 모두가 웅성거렸다.
저벅저벅.
그는 결코 덩치가 크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존재감 자체가 강한 탓에, 단순히 걷는 모습만 봐도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꿀꺽.
노련한 사회자인 금검진도 대회장에 오른 그를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찌릿. 찌릿.
왜 저런 놈을 참가시켰냐는 당주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청룡당주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지 검파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이고…….’
덕분에 나는 사방으로 전음을 보내, 사전에 문상과 협의한 계획이라는 설명을 해야만 했다.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청룡당주를 막은 건 물론이고.
그렇게 모두가 긴장된 눈빛으로 대회장 위를 바라보던 그때.
“임정이외다.”
“…….”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상대의 무위를 파악하는 데 꼭 칼을 대 봐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저 행동거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임정을 살핀 나는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엄청나지는 않네.’
물론 강하다. 나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하나, 같은 십대 고수인 사부나 은퇴한 태청진인과 비교한다면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죽은 십마련주나 전대 성주에 비할 바는 더더욱 아니었고.
사부의 말대로 나보다 멀리 앞서 나간 무인은 맞지만, 언젠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니면 뭐, 내가 눈만 높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금검진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이번 참여자는 극살대마 임정이오! 도전하실 분이 계시오?!”
“…….”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당연했다.
상대는 강호 최정상의 무인.
은자림의 은자를 제외하곤 사부나 녹룡당주가 나서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도전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수의 가르침은 천금과도 같은 법. 십대 고수와의 비무라면 더더욱 가치가 있다.
더군다나 구룡성 한복판에서 나를 해할 수는 없을 테니, 나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그는 손속에 사정을 둬야 한다. 일종의 페널티 비무가 되는 것이다.
‘이건 못 참지.’
내 실력을 시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겸사겸사 그의 밑천을 까발리면 그거대로 좋고.
툭.
훌쩍 날아올라 비무대에 착지하자 임정이 ‘이 새끼 대체 뭐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전음을 날려왔다.
[……이거 얘기가 다른 것 같은데?] [띄워 드리려고 온 것뿐입니다. 설마 이 후배에게 겁을 먹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그저 자네가 직접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해 물은 것뿐이네.]여유로운 그의 전음에 나는 단상 위의 당주들을 쳐다보며 답했다.
[위용을 보여 주십시오. 저기 위에 앉아 있는 당주들이 감히 딴소리를 못 하도록.] [호오, 자네는 다 생각이 있었군.] [저야 항상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놈이니까요.] [그럼, 손속이 매섭다고…….] [아, 당연히 손속에는 사정을 두셔야 하는 거 잊지 마십시오. 저희 사부가 저를 좀 많이 아끼셔서 제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전음을 마치고 금검진을 쳐다보자 그가 손을 들어 시작을 알렸다.
“시작하시오!”
파지직. 파직.
연환경은 여기 올라오기 전에 터뜨려 놨다. 마음을 먹자 경력의 폭풍이 내 몸을 뒤덮었다.
“호오, 과연 칠패에 이름을 올릴만한 위용이로다.”
콰아아앙!
임정 역시 전력을 이끌었는지 태산과도 같은 기세가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스르릉.
동시에 뽑혀 나오는 기다란 대도.
회룡당의 태도처럼 두껍진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무게감이 절로 느껴지는 게 아마 기보에 속한 물건인 듯 보였다.
“들어오게나.”
쿠웅.
비슷한 수준이면 모를까 이 정도의 무인에게 탐색전은 의미 없는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형환위를 펼쳤다.
피슛.
걸음을 멈추자마자 도가 날아들었다.
쿠아아아!
전룡기가 펼쳐지며 그의 도를 물었다.
“호신강기가 훌륭하군. 마치 하나의 무공이나 다름없다.”
콰직.
그가 힘을 주자 어지간한 강기를 단숨에 잡아먹는 전룡기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파앙!
그 순간에 틈을 놓치지 않고 전왕십삼투를 그의 옆구리에 때려 박았다.
“큭.”
임정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다.
그를 후려친 주먹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신음이다.
“조심하게나. 내 몸은 만 년 묵은 거석과도 같으니 말이야.”
여유로운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피식.
‘재미있네.’
무공을 알면 알수록 알쏭달쏭해진다.
수련하기는 귀찮아 죽겠는데, 막상 강자와 수를 나눠 보면 이것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