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44
243화 천하제일 무공대회(6)
흔히들 그런 얘기를 한다.
정파의 무공은 깊고 사파의 무공은 얕다고.
꽤나 그럴듯한 말이다.
아무래도 사파의 무공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실전에서 태어나고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파의 무공은 자연이나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에서 시작해,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발전했으니까.
덕분에 칼질 꽤나 한다는 일류 고수의 숫자는 사파가, 초절정 고수의 숫자는 정파가 압도했다. 절정고수의 숫자는 양측이 비슷했고.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절대고수의 숫자다.
그야말로 박빙.
십마련이 망하기 전까지는 정파 쪽 절대고수의 숫자와 마도를 포함한 사파 쪽 절대고수의 숫자가 엇비슷했다.
이런 걸 보면 화경의 영역은 무공을 떠나 태어날 때부터 강한 인자강만이 밟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앞의 산왕회주 임정처럼 말이다.
쾅!
몇 번이나 중첩된 폭사경이 그의 옆구리에 완벽하게 박혔다.
“큭!”
손에서 올라오는 격통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고.
씨익.
“훌륭한 공격이네!”
콰직. 콰직.
그의 도가 사정없이 휘둘러지며 바닥을 부쉈다.
“후우.”
간신히 피해 내고 숨을 고르며 전면을 살폈다.
‘놓친 게 아니야.’
봐준 거지.
그가 만약 전심전력을 다했다면 방금의 공격은 틀림없이 내 몸에 닿았을 테고, 지금쯤 전룡기와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주르륵.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보이기는 개뿔.’
열다섯 수를 상대해 보고 깨달았다.
정통 사파인 녹림의 후예답게, 그의 무공은 깊지는 않지만 바다처럼 넓다고.
내가 어떤 공격을 하든 간에 그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왔다.
마치 팔이 여덟 개인 아수라를 상대하는 느낌.
“과연 십대 고수…….”
물론, 지금은 지도 비무에 가까운 상태.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가만히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고.
파앗.
다시 한번 이형환위를 펼쳐 그의 전면으로 돌진했다. 파월을 실은 주먹을 꽉 쥔 채로.
* * *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능하겠냐는 듯이,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렇게 힘을 쏟은 건 십마련주 이후로 처음이었다.
모든 걸 쏟아 내고 싶어 하는 내 의도를 알았는지, 몇 번이나 틈이 있었음에도 임정은 수비에 치중하며 간단한 반격을 해 왔을 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파월을 꽂아 넣은 건 물론이고, 그의 발이 묶여 있을 때를 노려 등에 전왕십삼투까지 때려 박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발걸음을 내디뎌 그의 뒤로 이동하고는, 곧바로 모든 것을 갈라 버릴 섬월을 펼쳤다.
후우웅!
모든 걸 집어삼키는 인력이 발생하였고.
콰아아앙!
폭탄이 터진 듯한 폭발과 함께 대회장 바닥이 원형으로 박살이 났으며.
번쩍!
현철도 쪼갤 만한 날카로운 경력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여기에는 위협을 느낀 모양인지 시종일관 여유롭던 임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리고.
파앗!
그의 대도와 양팔, 그리고 양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커다란 인력의 구체를 세로로 길게 쪼갠 후, 발을 놀려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며 섬월과 부딪쳤다.
하나의 행위 예술을 보는 듯한 움직임.
그의 모든 동작에서 극도의 효율이 느껴졌다.
절반 이상의 내공을 쏟아부은 공격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순간 지옥경을 펼쳐 볼까 생각했지만.
‘아니야.’
자칫 커다란 내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참았다.
그럼 남은 건 하나.
“졌습니다.”
항복이다.
아무것도 안 통하는 데 싸워 봤자 뭐 하겠는가.
괜히 힘만 빼는 거지.
양손을 포개며 고개를 숙이자 임정이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 문주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 앞으로 십 년 후는 그대의 시간이 될 걸세.”
극찬 중의 극찬이다.
단순한 공치사인지 아니면 진심인지는 몰라도, 그가 사파의 대부 격임을 생각하면 날 칭찬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관중석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와아아아-!
내용상으론 완패지만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고, 그로 인해 인정받은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과찬이십니다.”
비록 졌더라도 패배의 격이 있는 법.
나는 짧게 읍을 하고 대회장에서 내려갔다.
‘전장이었으면 속절없이 뒤질 뻔했군.’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숨긴 채 말이다.
* * *
한편,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공간. 그곳에서 북궁백과 문상이 변복을 한 채로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극살대마가 가진 무공의 저변이 하해와도 같군.”
“크흠.”
북궁백의 중얼거림에 문상이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자칫하면 우승에 걸린 상품들이 가품인 것이 만천하에 알려질까 염려되었던 탓이다.
‘글쎄, 구룡성주가 조잡한 가품을 대회의 상품으로 걸었다는구먼?’
‘그런 사람도 사기를 치다니……. 말세야, 말세. 쯧쯧.’
‘어쩌면 구룡성 전체가 사기꾼 집단일 수도 있네.’
생각하기도 싫은 미래에 문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이라도 파투를 내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기도 잠시.
‘거참, 믿어 보시라니까 그러시네. 산왕회주 할아비가 온다 해도 절대 우승 못 한다니까요?’
무전의 호언장담을 떠올리고 그는 간신히 불안감을 억눌렀다.
‘전룡당주가 호언장담을 했으니…….’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가 한숨을 내쉬고 있던 차, 북궁백 역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무전이 놈이 완벽하게 패배했구려.”
“그래도 잘 싸우지 않았습니까. 제 눈에는 석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석패는 무슨.”
문상의 말에 북궁백이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런 걸 두고 보통 손도 발도 못 써 보고 졌다고 하는 것이오.”
“그 정도나 차이가 납니까? 제가 알기론 전룡당주의 무공은 구룡성 내에서도 수위에 꼽힌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무전이 놈이 약한 게 아니라 극살대마가 강한 것이오. 정확히는 상성이 안 좋다고 보는 게 옳겠지만.”
“상성 말씀이십니까?”
북궁백이 성주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설명을 이어 나갔고 문상이 재빨리 그를 따라 걸었다.
“놈은 여태 부족한 경험을 번뜩이는 기지로 메꿔 왔소. 하나, 극살대마는 사파의 대부답게 싸움에 능하고 경험이 많은 무인. 겨우 놈의 기지 따위가 통할 리가 없지.”
“대부분의 정파 무인들이 사파의 무인들보단 실전 경험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북궁백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경험의 차이가 그토록 절대적이라면 정파는 사파와 마도에 의해 진즉 박살 났을 것이오. 문상께선 젊은 정파의 무인이 노련한 사파 고수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하고 계시오?”
“……모르겠습니다.”
“기초. 위력 없는 초식을 만 번을 넘게 수련하오. 다음 초식 역시 만 번을 넘게 수련하고. 그런 초식이 쌓이고 쌓여 경험을 압도하게 되는 것이오.”
“그렇습니까.”
“저놈 역시 마찬가지요. 바닥을 단단하게 다져 놨다면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가졌을 테고, 그렇다면 극살대마가 아무리 노련하다 한들 몇 수 더 겨뤄 볼 만했을 것이오.”
“하하, 스승으로서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욕심이 과하신 게 아닙니까. 지금의 성취도 뼈를 깎고 피를 흘리는 노력으로 얻었을 텐데……”
“문상은 저놈을 잘 모르는구려.”
“예? 그 무슨…….”
“저놈이 하루 몇 시진을 잘 것 같소?”
“글쎄요. 보통 성주전의 무인들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니 세 시진에서 세 시진 반 정도는 자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의 의도를 파악한 문상이 일부러 부풀려 말했지만, 북궁백은 고개를 저었다.
“보통 다섯 시진 정도를 누워 있소.”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맑은 정신으로 임해야 효율이 좋은 법 아니겠습니까.”
“느지막이라도 일어나 수련에 매진했다면 내가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겠지.”
“…….”
“자신이 하고 싶을 때를 제외하곤 아예 몸을 움직이지 않소이다. 굳이 따지자면 열흘에 한 시진 정도 수련을 하는 게 다일 것이오.”
“서,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공이 그리 쉬운 공부가 아닐 터인데…….”
“그래서 더 미칠 노릇인 것이지. 재능은 차고 넘치는 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스승 된 자로서 이보다 더 답답할 수가 있을까.”
게으른 제자를 탓하는 비난을 들은 문상의 뒤통수에 식은땀이 흘렀다.
천하에 산재한 수많은 무인들은 오늘보다 강해지는 내일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린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수없이 많이 눈에 담아 온 문상이었다.
당장 구룡성의 기재들이라 불리는 청룡검과 묵룡검만 보더라도 손에서 검을 놓는 일이 거의 없다.
한데, 하고 싶을 때만 수련을 한다니.
그랬는데도 저 정도의 고수가 되었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전룡당주는 불세출의 천재……. 아니, 신화에나 나올 만한 인외의 존재라는 뜻이 아니던가.
심지어, 무력만 갖춘 것도 아니었다.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지만, 나름 치밀한 계략을 쓸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이었다.
거기다 스승인 북궁백이 구룡성주가 되었으니 범의 등에 날개가 달린 꼴이 아니던가.
갑자기 문상의 마음속에 무전에 대한 믿음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소평이 놈을 붙여 놓길 잘한 것 같군.’
다음 대 문상 자리 역시 유씨 집안의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저벅저벅.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걷던 것도 잠시, 문상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저기…… 성주님?”
“말씀하시오.”
“성주님께선 하루 몇 시진을 주무십니까?”
“…….”
눈앞의 성주 역시 몸을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구룡성 외성 바깥쪽에는 구룡호라는 호수가 하나 있다.
크기가 커다랗고 경관이 빼어나, 구룡성에서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구룡호 근처에 집을 사 둔다. 대충 서울의 석촌호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 나는 그 구룡호에서 세 시진째 낚시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낀 무력함에 마음이 요동쳤거든.
‘……무공을 좀 가다듬을 필요가 있겠어.’
그나저나 잉어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혹여 나만 이런가 싶어서 근처의 낚시꾼들을 자세히 살폈다.
“월척이구나!”
“한 번에 두 마리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폭사경의 경력을 내지를 뻔했다.
‘참자. 찢어 놓으면 잉어찜을 해 먹기가 힘들다.’
사실,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다.
적당한 크기로 딱 한 마리.
그것만 있으면 묘향이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잉어찜과 술 몇 잔이면 이 우울한 기분이 풀릴 것만 같았다.
‘잉어가 정력에 좋다던데…….’
벌써 기대가 된다.
아, 물론 저녁밥이 말이다.
그렇게 인내심을 끌어올려 자리를 지킨 지 반 시진.
때 묻은 회색빛의 옷을 입은 남자가 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왔냐?”
“그렇소.”
바로 용마산이었다.
“가발 썼네? 거봐라, 내가 잘 어울릴 거라고 했잖냐. 이제 여자만 구하면 장가도 갈 수 있겠다.”
“…….”
“그래,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준비는 모두 끝났소이다. 진 당주의 신호가 떨어지면 일제히 움직일 것이오.”
역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훌륭한 일 처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아. 그럼 다음 과제를 내 주지.”
“다음 과제라면?”
“낚시할 줄 아냐? 잉어 한 마리만 낚아 줘라.”
“…….”
용마산이 한숨을 내쉬며 낚싯대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