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처남 구출(6)
[……구룡성의 대공자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순간, 스팸 전음인 줄 알았다.
남경은 구룡성과 팔천 리가 넘게 떨어져 있다. 거기다 십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대도시였고.
그런 곳에서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우연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능성이 낮은 일이지 않은가.
‘누구지?’
단 두 번 만에 내가 누군지 알아봤다.
그저 길에서 스쳐 지나간 첫 만남에서야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실질적으로 한 번에 알아본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아도 멀리서 잠깐 본 것만으로 얼굴을 익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몇 번에 걸쳐 나를 만났다는 뜻인데, 문제는 내가 저놈이 누군질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빌어먹을.’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답은 하나였으니까.
[아닌데?]발뺌.
말마따나 사진도 없는 무림에서, 구룡성의 대공자가 황궁 안에 있다고 떠들어 봤자 누가 믿어 주겠는가.
아무리 확신하더라도 끝까지 잡아떼면 별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본인도 ‘내가 잘못 봤나?’ 하면서 포기할지도 모른다.
꿈틀.
전음을 받은 놈이 크게 동요하더니 재차 전음을 보냈다.
[혹여 정체를 감추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추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글쎄, 나는 구룡성의 대공자가 아니라니까.] [알겠습니다. 난감하신 것 같으니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거참,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자. 믿고 사는 신뢰 사회, 몰라?] […….]아니면 아닌 줄 알 것이지 끈질기기 짝이 없다.
‘무슨 스팸 전음도 아니고.’
그렇게 급한 불을 끄고 있는데 대전 안쪽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청각을 예민하게 하니 몇 가지 키워드가 들려왔다.
‘한림원…… 역모…… 누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좌도독 이무청과 우도독 주산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전을 나왔다.
“우도독의 욕심이 큰 화를 불러올 것이오.”
“다가오는 칼날 앞에서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나 궁금하군.”
“…….”
금군의 우두머리인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더니 곧 등을 돌렸다.
“가자.”
다사다난했던 첫 출근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 * *
한 시진 후.
우리는 이무청의 장원 안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곧장 회의를 시작했다.
“내 생각엔 황궁에 갇혀 있을 것 같다.”
“황궁 말입니까?”
“그래. 역모의 누명을 쓴 이들이 적어도 쉰 명은 될 텐데, 경사 내엔 그 정도 인원수가 갇혀 있을 만한 시설이 보이지 않았어.”
“으음…….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역모에 가담한 죄인들이니 다른 죄수들과 섞어 놓지도 않을 테고.”
우제준과 사마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대에 역모란 일종의 전염병 취급을 받는다.
그들끼리 뭉쳐 놓을 순 있어도, 여기저기 흩어 놨을 리가 없다.
“그럼, 황궁 어디에 뒀냐가 문제가 되는데…….”
아무리 내게 칠감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황궁은 둘레만 9km다. 들키지 않고 수색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정보를 아는 사람을 찾아야겠군요.”
“그게 문제라는 거지. 누가 관여하고 있는지만 알면, 그놈만 잡아 오면 될 텐데 말이야.”
“개인적으로 우도독이 아닐까 합니다만…….”
“이유는?”
“생긴 것만 봐도 딱 나오지 않습니까? 범인이 틀림없습니다.”
“역시, 우 부조장이군.”
아무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외당이란 무릇 이 시대의 경찰청.
더군다나 우제준과 내가 외당에서 먹다 흘린 짬밥만 해도 한 트럭은 채울 거다.
경력이 이쯤 되면, 딱 보면 척 알 수밖에 없다.
“그럼 가자.”
“예? 어딜 말씀이십니까?”
“어디라니, 우도독 모가지를 잡으러 가야지. 모가지 붙들고 물어보면 제깐 놈이 별 수 있겠어? 질질 짜면서 불겠지.”
“으음, 너무 갑작스러운 것 같습니다. 우도독의 개인 호위들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호위 정도야 뭐…….”
우제준의 우려 섞인 말을 들으니 문득 낮에 봤던 놈이 떠올랐다.
“으음…….”
사막의 사자와도 같은 기도.
만약 놈과 싸운다고 가정하면…….
‘쉽지는 않겠군.’
아무래도 내겐 신공절학 전왕류가 있으니 싸우면 내가 이기기야 할 테지만, 이쪽은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는 처지다.
자칫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금군들이 달려 올 가능성이 크다.
“저기…….”
그렇게 상의를 이어 나가던 중 사마흔이 손을 들었다.
“위험 부담이 이렇게나 큰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움직이는 건 안 된다고 봅니다. 또한, 누명을 쓴 죄수들이 꼭 황궁 안에 있으라는 법도 없고요.”
“확실한 증거가 왜 없어?”
“무언가를 알고 계시는 겁니까?”
“면상이 증거잖아.”
“…….”
“그리고 황궁 안에 없다면 경사 밖에 있다는 소린데, 역모에 가담했다는 죄수들을 아무 데나 놓을 리가 있겠어?”
“사마 부로주는 아직 무림의 경험이 짧아서 그런 거니 당주님께서 이해해 주시지요.”
사마흔이 입을 다물자 우제준이 나섰다.
“쩝, 경험이 적은 거야 어쩔 수 없지. 차차 나아질 테니 너무 심려치 말라고.”
사마흔을 위로하고 다시 회의에 들어가려던 찰나.
탁.
작은 돌멩이 하나가 창문에 부딪혔다.
“……!”
고요하기 짝이 없는 밤이었다. 바람에 의해 날아왔을 리는 없었다.
필시, 누군가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다만 적아를 모르는 상황이기에 우제준과 사마흔이 검을 집어 들고 경계 태세를 갖췄다.
척.
“대기.”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내가 나가 보겠다.”
“함께 가시는 게…….”
“괜찮아.”
“하오나…….”
“내가 누군지 잊었어? 그리고 우리 셋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가 걸리면 의심받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사마 부로주는 여기서 상황을 살피겠습니다. 혹여 위험한 일이 생기면 신호를 주십시오.”
“그래, 아주 소리를 꽥꽥 지르마.”
덜컹.
문을 열고 나서니 휘황한 보름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어디 보자.”
샤아아.
칠감도를 날려 주변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비천풍을 펼쳐 담을 넘었다.
담을 넘자마자 멀리서부터 날카로운 기세가 날아들었다. 방문한 놈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나를 부르는 거다.
펄럭.
한 차례 더 비천풍을 펼쳐 놈이 부르는 장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예상했던 인물이 나타났다.
척.
“역시 당신이군.”
사자와 같은 기세를 풍기던 우도독의 호위였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구룡성의 대공자를 뵙습니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둘뿐이니 이만 밝히시지요. 비밀은 절대로 지켜 드리겠습니다.”
“평소에 집요하다는 소리 많이 듣지? 그것도 병적으로.”
“어찌 아셨습니까? 한눈에 사람의 성격까지 꿰뚫는 통찰력이라니. 과연 대공자이십니다.”
“……아니.”
처음 상대하는 유형이다.
마음을 다잡고 되물었다.
“대체 왜 내가 대공자라는 거야?”
“구룡성주님의 하나뿐인 제자시니……. 아!”
놈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떠들었다.
“전왕문주님이나 전룡당주님이라고 불러드리는 게 맞겠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홀로 서신 지 오래되셨음에도 미처 생각이 닿지 않았습니다.”
“…….”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을 보며 생각이 깊어졌다.
‘그냥 죽일까?’
이놈만 없다면 우도독을 잡는 일이 여반장처럼 쉬워진다.
더군다나 내 정체까지 알고 있으니 죽이는 게 마음 편하다.
파지직. 파직.
심기일체(心氣一體).
마음을 먹자 온몸에 전왕기가 들끓었다.
지금이야 내부에서 들끓고 있지만, 외부로 발현되기 시작하면 놈 정도의 고수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방심하고 있을 때 단번에 작살내야 한다.
‘전주시.’
놈과의 거리는 겨우 다섯 발자국.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도 이 거리라면 별수 없을 터.
운만 좋으면 한방에 저승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손가락에 기를 흘려 넣으려던 순간.
“혹시, 모반 사건에 관련된 이들을 찾고 계신 게 아닙니까?”
생각지도 않게 묘산의 흔적을 찾게 되었다.
* * *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놈과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네가 누군지부터 알아야겠다. 이름도 모르는 놈의 말을 믿을 순 없잖아?”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유룡이라고 합니다.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어 별호는 얻지 못했습니다.”
“그 실력에 성과가 없다라…….”
“강호 초출이나 다름없어서 말입니다.”
“출신은?”
“중력검문이라고, 일인 전승의 문파라 잘 모르실 겁니다.”
“……나를 어떻게 알아봤지?”
“제가 기억력이 조금 좋습니다.”
“개소리를 할 거면…….”
“당주님께서 담을 넘어 이곳으로 오실 때 팔이칠보를 내딛으셨습니다. 오후에 만나 뵀을 때는 머리가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쳐 계셨고, 남경 밖에서 처음 뵈었을 때는 흑색 장포에 회색 신을 신으셨죠.”
“…….”
스쳐 지나가는 모든 걸 기억하다니.
‘순간 기억 능력자라는 게 진짜 존재하는구나.’
불쑥 솟아오르는 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물었다.
“내 얼굴은 어떻게 아는 거지?”
“하남 남소현에서 청가장의 식솔들과 함께 계신 모습을 봤습니다.”
“정도맹에서 봤다는 소리군.”
“정확하십니다.”
“……좋아. 믿어 주겠다.”
애초에 청가장주와 함께 정도맹에 간 일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놈이 어떠한 의도를 품고 접근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모반 사건의 죄수들을 찾는 건 어떻게 안 거지?”
“간단합니다.”
유룡이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었다.
“어제 뵈었을 때 당주님의 장포 끝단에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경사 내에 돌이 깔려 있지 않은 곳은 뇌옥밖에 없고요.”
“…….”
“그렇다고 경사 밖에서 묻었다고 볼 수 없는 게, 좌도독의 장원에서 경사로 향하는 길 역시 돌이 깔려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내게 죄수들의 위치를 알려 준다는 거지?”
“목적이 같으니까요.”
“목적?”
“예, 저 역시 죄수들, 그러니까 억울하게 잡혀 있는 한림원 학사들을 구출하고자 합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끼리 힘을 합치면 일이 훨씬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구하려는 이유는? 나라를 위해서인가?”
“저 같은 일개 무부에게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윗사람의 명령 때문이죠.”
근거 있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자 유룡이 작게 웃으며 권유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좋다.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가자.”
“어딜 말입니까?”
“어디긴, 학사들이 있는 곳이지.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안전할 거 아니야?”
“지금 바로 말씀이십니까?”
“그럼? 시간 끌어서 좋을 게 있어?”
“……좋습니다. 바로 하시지요. 그런데 대체 왜 황궁 쪽으로 가시는 겁니까?”
“황궁 안에 잡혀 있으니까.”
“……학사들은 지금 좌도독, 이무청의 장원 바로 옆에 있는 빙동에 갇혀 있습니다. 이번 모반 사건도 좌도독이 주도하여 조작한 것이고요.”
“……우도독이 범인이 아니었다고?”
“우도독, 조산명 대인은 제국의 마지막 남은 충신이자 국부로 평가되는 분입니다. 제게 그들을 구출하라고 명령한 윗사람도 바로 그분이시고요.”
“……아니.”
그럼 왜 그렇게 생겼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