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처남 구출(7)
유룡과 만난 후 나는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우제준과 사마흔을 데리고 빙동을 습격해, 묘산을 구출하기 위함이었다.
본래는 곧장 습격하려고 했는데, 유룡의 의견을 들어 전열을 정비하고 나가기로 했다.
‘빙동은 좌도독이 관리하는 시설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학사들을 가둬 놓기까지 했으니 그 경비가 실로 엄중할 것입니다. 차라리 내부에서 치고 나오는 게 훨씬 안전할 겁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군. 그깟 금군 정도야 꿀밤 한 대씩 때리면 울면서 도망칠 것을…….’
‘전원이 절정 이상이라는 금영대 스물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부대주 둘은 초절정고수이고요. 더군다나 좌도독의 식객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 쉽게 보시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뭐,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안전 불감증은 안될 말이지.
그렇게 준비를 마친 우리는 좌도독 장원 내부에서부터 일을 벌이기로 했다.
작전은 간단했다.
저녁 시간인 해시(亥時)에 일을 시작해, 장원의 고수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압한 후 자시(子時)에 빙동에 진입하여 묘산을 탈출시키는 것.
그 후 모두를 데리고 이곳 남경을 벗어나 하오문 애들이 마련해 둔 탈출로에 들어서면 모든 게 끝난다.
끝이 보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장가 한번 가기 힘들구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묘향의 하나뿐인 혈육을 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인데.
“가자.”
우제준과 사마흔을 데리고 다른 호위대가 머무는 전각으로 향했다.
우제준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크게 외치며 걸어 나갔다.
“누구 있소이까?”
덜컹.
“으음? 형씨구려. 어쩐 일이오?”
“크흠, 별건 아니고. 오 소저가 있으면 좀 불러 주시오. 할 얘기가 있어서…….”
사파 놈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흐흐, 알았소이다. 안 그래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으니 금방 나올 것이오.”
오밤중에 여자를 불러낸다는 건 용무가 뻔했으니까.
그렇게 얼마 기다리니 오 어쩌고라는 여자가 나왔다.
“우 대협이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일견 요조숙녀 같은 몸짓과 목소리였지만, 이 자리의 모두는 그녀의 본성을 뻔히 알고 있었다.
“오호호, 혹여 소녀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소녀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화장을 떡칠한다고 해서 주름이 가려지냐.’
기능성 화장품도 없는 시대에 말이다.
우리 묘향 같은 경우 세수하고도 매끈한 피부를 자랑……. 아니.
‘이게 아니지.’
정신을 차리고 곧장 칠감도를 펼쳤다.
역시나 재미있는 구경을 놓치기 싫었는지 사파 놈들이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귀를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지.’
파스스…….
나는 전주시, 한때 뇌전시라 불리며 천하를 질타했던 궁극의 암기를 준비했다.
[지금!]전음을 받은 우제준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앞으로 그가 말할 멘트가 조금 과하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내 오늘 밤, 오 소저와 운우지락을 나누고 싶소이다.”
“우, 운우지락이요?!”
그야말로 미친 고백.
개방된 현대의 관점에서도 연예인급의 외모를 자랑하는 알파남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우제준이 나선 거기도 했고.
물론, 이곳은 유교 세계관이 지배하는 무림.
이런 터무니 없는 고백이 먹힐 리가 없다.
십중팔구 뺨을 처맞을 게 분명했다.
우리의 작전 역시도 그 틈을 노리고 적들을 제압하는 거였고.
그렇게 긴장되는 순간이 흘러갔고.
“……조, 좋아요.”
여자가 우제준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아니.’
저게 왜 먹히는 거냐고.
완벽한 계산 미스.
나는 치솟는 부러움을 간신히 억누르고 전주시에 기를 불어넣었다.
놈들의 정신이 팔렸을 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가랏!’
전주시가 한 줄기 빛살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푹푹푹.
창틀에 붙어 있던 세 명 전부의 머리통을 꿰뚫는 데 성공했다.
전원 즉사.
하나같이 고수 아닌 이가 없었지만,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에 정신이 팔렸던 대가였다.
빠악.
“께엑!”
어느새 접근한 사마흔이 벼락같이 손을 휘둘러 여자의 뒤통수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우제준이 씁쓸한 표정으로 여자의 마혈을 짚었다.
죽인다는 선택지는 차마 고르지 못한 것이다.
“후우…….”
여전히 얼굴이 새빨간 우제준이 깊게 한숨을 내뱉는 걸 보며 생각했다.
역시 눈길을 끄는 데는 개연성보다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 * *
그 뒤로도 장원 장악은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 해도 힘센 일반인과 다름없는 금군은 우리 상대가 아니었다.
가끔 무관에서 무공을 익혔는지 감각이 남다른 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일격을 막지 못하고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이제 남은 곳은 단 하나.
좌도독 이무청이 모셔온 식객들의 숙소였다.
문제는 안에 몇 명이 있는지,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쉽지 않겠는데?] [차라리 좌도독을 인질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괜찮은 의견이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도망칠 때 힘들어져.]이무청을 인질로 붙잡는다면 당장은 일이 편해지겠지만, 금군이 벌떼처럼 몰려올 것이 뻔했다.
대충 북한군 간첩이 육참총장을 인질로 삼고 도망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하자.] [예.]한 시라도 빠르게 적들을 제압하는 것이 백번 옳았기에 내린 선택.
‘이럴 줄 알았으면 큰 형님에게 말해서 독탄이라도 가져오는 건데…….’
녹룡당주이신 큰 형님이라면 선뜻 내줬을 테니 말이다…….
‘잠깐.’
생각해 보니, 독탄은 없더라도 기보는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폭화통침.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한 녹룡당의 기보.
전대 성주를 살리려 했던 노력을 가상히 여긴 큰 형님이 주신 암기가 말이다.
[잠깐만 기다려 봐. 방법이 있을 거 같다.]십 성에 다다른 비천풍을 펼쳐 빠르게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짐에서 폭화통침을 찾아 들었다.
한철과 강철을 섞어 만든 자그마한 원통.
한눈에 봐도 튼튼한 게 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들고 되돌아가니 우제준과 사마흔이 이게 뭐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기다려 봐. 한 방에 해결해 줄 테니까.]그들을 뒤로하고 전각을 향해 폭화통침을 겨눴다.
기막을 펼쳐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한 뒤, 폭화통침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이 시대의 화약 기술이라고 해 봤자 아직 다이너마이트도 만들지 못했을 수준이니, 부족한 폭발력은 폭사경의 경력으로 채울 생각이었다.
“후우.”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폭사경을 터뜨렸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천 개의 우모침이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파스스…….
수없이 많은 피격음이 들리며 전각 곳곳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
완벽한 적막.
“……해치웠나?”
우제준과 사마흔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각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음을 보내왔다.
“워매 시불!”
듣자마자 손에 쥔 폭화통침을 멀리 내던졌다가 곧 다시 주워 왔다.
‘혹시나 재활용이 될 수도 있으니까…….’
흑색의 원통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형님, 대체 제게 무얼 주신 겁니까…….’
앞으로 큰 형님께 잘해야겠다고.
* * *
약속했던 자시가 되었다.
빙동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으니 유룡이 두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
눈치를 주니 그가 황급히 설명했다.
“제겐 형제와 같은 이들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지.”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저 쪽수가 늘어났다고 좋게 생각하는 수밖에.
“가자.”
인공적으로 파낸 굴이라 그런지 빙동의 출입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무슨 일이 벌어져도 외부에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이건 반대 역시 마찬가지여서 외부에서 빙동을 포위한다 해도 내부에선 알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나와 유룡은 팀 별로 한 명씩 차출하여 외부를 지키게 하였다.
가장 선두에는 유룡이 섰다.
지형상 권각술의 스페셜리스트인 내가 서는 게 맞겠지만, 무서워서 뒤를 맡길 수가 있어야지.
뒤통수를 맞는 건 언제나 아픈 법이니깐 말이다.
놈도 내가 꺼리는 걸 눈치챘는지 선뜻 앞으로 나서기에 별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심스레 나아가기를 잠시.
[역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빙동 곳곳에 숨어 있는 금영대의 고수들을 발견했다.
아직 적아가 구분될 거리는 아니었던 터라 우리에게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나아간다면 그들 역시 대번에 눈치챌 게 뻔한 상황.
나는 유룡에게 전음을 보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그렇게 되면 뒤에 나올 놈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의문을 품는 놈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놈 이거, 목숨 걸고 싸워 본 경험이 없다고.
유룡이 벼락같은 보신경을 펼쳐 어두운 동굴 내부를 달려 나갔다.
“누구냐?!”
“적이다!”
하나 같이 절정의 기도를 내뿜는 금영대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각자의 무기를 내밀었다.
동시에 유룡이 푸르른 기파를 내뿜는 검을 똑바로 그었다.
쾅! 쾅!
검을 막은 두 놈이 크게 휘청거렸다.
마치 단운이 휘두르는 중검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적들도 황궁 최고의 정예로 꼽히는 금영대였다.
당황하지 않고 기를 피워올리며 검과 도를 휘둘렀다.
그 모습에 유룡의 부하가 득달같이 달려들려 했지만, 나는 그를 제지했다.
“잠깐.”
아직 타이밍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뭐 하시는……!”
그 순간, 유룡의 온몸에서 푸른 기파가 퍼져 나가더니.
크아아!
맹수와도 같은 호신강기가 적들의 검기를 튕겨 냈다.
그리고.
후우웅!
어디선가 숨어 있던 이가 튀어나오더니 강기를 피워올린 극을 휘둘렀다.
육학과 같은 금빛의 강기.
그와 같은 무기를 쓰는 것으로 보아 육학이 직접 가르쳤다는 금영대의 부대주들 하나가 틀림없어 보였다.
“지금이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온 힘을 다해 전왕보를 펼쳤다.
쿠웅.
극상에 이른 이형환위.
주변의 지형이 바뀌며 부대주의 코앞까지 순식간에 이동했다.
“……!”
이제 막 무기를 뻗은 놈이 대경하며 놀랐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을 터다.
강기를 내뿜는 중이라 호신강기를 펼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피하기엔 시간이 없었으니까.
결국, 놈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내상을 각오하고서라도, 내질렀던 무기를 회수하는 것.
울컥.
놈이 피를 토하며 무기를 바로 세웠다. 아니, 세우려 했다.
파앙! 우지직. 우직.
전력을 다한 전왕십삼투가 그의 갈비뼈를 완전히 작살내기 전까지 말이다.
“끄어억…….”
육학의 얼굴을 보아 죽이진 않았지만, 족히 일 년은 요양해야 할 중상.
초절정 고수를 순식간에 끝내 버리니 주변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사실 이건, 구룡성이 낳은 불세출의 전략가인 내가 나선 순간 예견된 결과나 다름없었다.
“어때? 참 쉽지?”
방긋 웃으며 바라보자 멍하니 있던 유룡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검을 휘둘렀다.
번쩍!
그의 검에서 벼락과도 같은 강기가 튀어 나가 적을 쓸어 버렸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또 다른 보스 몹인 적들의 부대주를 향해 전왕보를 펼쳤고.
콰왕!
치열하기 짝이 없는 전투 끝에.
“찾았다.”
“진……무전?”
마침내 처남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