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61
260화 혼례식
구룡성 바깥에 있는 전왕문의 규모는 내성 전체의 크기와 비견될 만큼 컸다.
처음부터 크게 짓지는 않았지만, 전마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부지를 넓히다 보니 이렇게 커졌다.
이 자리를 빌려, 저렴한 값에 땅을 중개해 준 복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바이다.
여하튼, 그런 전왕문의 현판을 묘산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전룡당(戰龍黨).
“이, 이게 무슨…….”
“거참, 진짜라니까 그러네. 사람 말 좀 믿고 살자. 신뢰 사회 모르냐?”
때마침, 외부에서 복귀하던 스무 명의 흑룡대원이 나를 보고는 황급히 경례해 왔다.
“전! 룡!”
“전룡. 별일 없었어?”
“예! 당주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 덕분에 무공을 수련하며 편히 지냈습니다!”
하나같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으어어…….”
그걸 본 묘산은 사고 회로가 정지되었는지 이상한 침음성을 내뱉었다.
사실, 묘산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와 내가 19살이 되던 해, 나는 등천각을 졸업했고 묘산은 공부를 위해 구룡성을 떠나 남경으로 갔다.
그렇게 육 년.
남자의 인생에서 성공을 논하기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사이 나는 초절정의 고수가 되었고 대문파의 문주가 되었으며 내성의 당주가 되었다.
어디 그뿐일까.
외당에서 일하던 당시 모시던 당주인 사부가 구룡성의 성주가 됨에 따라 나는 비공식적으로 구룡성의 대공자가 되었다.
개인적인 성과로는 천하 칠패의 자리에 오를 정도의 고수가 되었고.
당사자인 나도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는데 묘산은 더더욱 믿기 힘들 터다.
“으어어어……?”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유아 퇴행을 일으키고 있는 묘산이었다.
“이제 누님 만나러 가자.”
“으어어.”
“가서 맛있는 요리랑 술 한잔 먹으면 좀 진정이 될 거야.”
“어어.”
“자자, 이리 온. 우쭈쭈.”
그렇게 전룡당의 문주관…… 아니, 당주관인 전왕전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묘향이 돌아왔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왔다는 소식에 뛰어온 모양.
반가운 마음에 양팔을 벌려 그녀를 안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야, 이 인간아!”
그녀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니 하늘 같은 남편에게 이게 무슨 짓이람?
* * *
다행히도 묘향의 화는 금방 수습이 되었다.
“편지 한 장만 놔두고 팔천 리 길을 떠나가다니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아무리 산이가 걱정이 된다 해도 거기가 어디라고……. 어어?”
바로 옆에 묘산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 산이?”
“누님…….”
“산아!”
“누님!”
와락.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육 년 가까이 서로를 그리워하던 두 사람이다.
최근에나 비싼 구구톡의 이용료를 감당할 처지가 되어 서신 정도나 주고받았지, 그전에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터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직접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으흑, 보고 싶었습니다.”
“흑! 나, 나도 보고 싶었어. 산아.”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
우제준은 물론 평소 냉철하기로 유명한 사마흔도 눈가를 적셨다. 대전을 지키던 무사들은 아예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고.
‘쯧쯧, 저렇게나 눈물이 많아서야 비정 강호를 어찌 헤쳐 나가려는지…….’
그런 모습을 보니 한 문파의 장으로서 앞으로가 걱정되었다.
“훌쩍. 크흥!”
그렇게 감동의 시간이 지나간 뒤, 묘산에게 일의 전말을 전해 들은 묘향은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산이를 살려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허어! 부인의 가족은 곧 나의 가족이 아니겠소! 처남이 위험하다니 매형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찢었다.
“사, 상공…….”
손을 들어 묘향의 글썽이는 눈물을 닦아 줬다.
“그러니 마음 쓰지 마시오. 부인.”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평생토록 잊지 말고 꼭 기억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뭐? 적토마요? 애들 교육비가 얼마나 들어가는 줄 알아요? 적토마는 무슨 적토마예욧! 빨리 가서 빨래나 걷어 와요!’
‘어허! 하늘 같은 남편이 사고 싶다면 사는 거지 무슨 말이 이리 많아? 내가 당신 동생 구하느라고 팔천 리 길을 뛰어가서 황궁을 싹 불태운 사람이야. 잊었어?!’
‘아,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이렇게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까방권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정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하나, 지금 당장 티를 내기엔 조금 없어 보이니 묘향을 살짝 안아 줬을 뿐이지.
“괜찮으니까 오늘은 산이와 시간을 보내.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알았지?”
주르륵.
그러자 묘향의 눈에서 옥구슬 같은 눈물이 떨어져 내 앞섶을 축축하게 적셨다.
“어허, 뚝 그치고. 이쁜 얼굴 망가지겠다.”
“그렇지만……. 흑, 너무 흑흑, 고마워서…….”
“산이 기다리겠다. 어서 가. 정 생각나면 이따 밤에 찾아오고.”
“……예, 그럼 이따 방으로 찾아뵐게요.”
얼굴을 붉힌 묘향이 묘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제준과 사마흔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된 일입니다. 묘 부인이나 당주님이나 말입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아마 앞으로 결혼 생활의 주도권을 내가 쥐게 되었다고 짐작한 모양이었다.
아, 참고로 두 사람 다 유부남들이다.
“너희들도 고생 많았다.”
두 사람에게 전낭 두 개를 꺼내 나눠 줬다.
좌도독이 준 절강성 항주의 땅을 팔아서 마련한 돈이었다.
비록 시간이 없어 헐값에 팔았지만 썩어도 준치라지 않나. 천 평이 약간 넘는 땅을 파니 여섯 냥씩을 나눠 줄 수 있었다.
“허억!”
“이, 이건……!”
역시나 안을 확인한 두 사람이 기절할 듯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목숨 걸고 싸웠는데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지. 안 그래?”
사실, 당연한 반응이다.
현대로 치면 대기업 간부급인 우제준의 연봉이 금자로 두 냥이 약간 안 된다.
그런 와중에 금자 여섯 냥이면 구룡성 내에 마당 딸린 단독주택을 살 수도 있는 거금이다.
“앞으로 돈 벌 기회가 차고 넘칠 텐데 벌써 놀라서야 쓰겠어?”
“하오나, 이건 조금 과한 게 아닌지…….”
“하나도 과하지 않으니까 넣어 둬. 아, 미리 말해 주는데 집에다 가져다주지 말고 만금전장에 이름 터서 보관해 놔. 그 정도 금액에 너희들 정도 되면 보관해 줄 테니까.”
“갑자기 말입니까?”
“남자가 주머니가 든든해야 사회생활도 하지. 월봉은 전액 집에 가져다주고, 이건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써. 집안도 화목하고 지갑도 든든해야 진정한 남자의 삶을 살게 되는 거지.”
“그럴 거면 차라리 묘 부인께서 운영하시는 서천상단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내 부인이지만……. 비밀이 끝까지 지켜질까?”
“음! 과연, 속하 당주님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허리를 숙였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존경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럼 어디 거금을 번 부하들에게 술이나 한잔 얻어먹어 볼까?”
“오늘은 제가 모시죠.”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지갑을 열겠다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다 함께 웃고 있던 찰나.
“성주님께서 찾으십니다.”
귀찮은 양반이 나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 *
성주전 후원, 텃밭이 딸린 작은 모옥에 도착하니 술을 마시고 있는 사부가 보였다.
“거참, 막 돌아와서 피곤한 거 뻔히 알면서 부르시긴 뭐 하러 부르십니까? 하여간 배려라는 게 없어요. 이러니까 사부가 아직도 장가를 못 간 거 아닙니까.”
“…….”
참으로 시의적절한 충고를 해 주니 사부가 한숨을 내뱉으며 손짓을 했다.
“……!”
콰아앙!
방금까지 내 몸통이 존재했던 공간이 터져 나갔다.
피하지 않았다면 수십 미터는 날아가 처박혔을 게 분명했다.
“이 인간이 진짜!”
“죽고 싶나?”
“아뇨.”
“와서 앉아라.”
“옙.”
“받아라.”
쪼르르.
술을 받아 들이키니 사부가 무덤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남경은 어떠했나?”
“음…… 뭐, 좋았습니다. 전각들도 크고 신기한 물건들도 많고.”
“껍데기를 묻는 게 아니다.”
사부의 물음에 내 눈에 담았던 남경의 모습을 떠올렸다.
“……좋지는 않았습니다.”
“어째서?”
“물동량은 넘쳐나지만, 하나같이 귀족들을 위한 사치품이지 백성들이 쓸 만한 물건들은 없더군요.”
“…….”
“비싼 술을 만드느라 곡식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라 정작 백성들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칡이나 순무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사부가 덤덤한 눈빛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루를 꼬박 허드렛일로 채워 돈을 받아 봐야, 그걸로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보였고요.”
겨우 칠 일을 머무른 내 눈에도 보였을 정도였으니 일이 년을 그랬을 리가 없다. 그런 삶이 적어도 백 년 가까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것뿐인가?”
“그럴 리가요.”
사부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육부의 수장들은 권력을 쥐기 위해 움직일 뿐,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자리에서 버티던 뜻있는 청백리들은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뇌옥에 갇혀 있었고요.”
“호오, 그 정도인가?”
“아마, 사부도 보셨으면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정말 사람 새끼들이 아니었다니까요?”
“제대로 보고 왔군.”
“군자의 한 걸음에는 천 근의 무게가 있는 법. 제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그래, 그래서 황궁에 불을 질렀나?”
“아, 그거는 도망을 치려면 어쩔 수 없……. 어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황궁에 불을 붙였는지 사부가 어찌 안단 말인가.
“호, 혹시 제 뒤에 누구 붙이셨습니까?”
“사람을 붙였다면 네가 모를 리가 없지 않나.”
“그럼……?”
“네가 남경으로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궁에 불이 났다. 이러면 범인이 누구겠나.”
“…….”
사부가 안다면 문상 역시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엿 됐네, 이거…….’
벌써 잔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무래도 문상과 마주치는 건 당분간 피해야 하겠군.’
사부가 ‘네가 아니면 그런 짓을 벌일 인간은 없다’라는 눈빛으로 조언했다.
“평소 행실이 중요한 법 아니겠나.”
“왠지 기분이 나쁘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부에게 들으니까 더더욱 기분이 나빴다.
“……혹시 문상도 압니까?”
혹시나 희망이 있을까 해서 사부에게 물었다.
“안다.”
“빌어먹을.”
역시나 싶은 대답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술을 들이켰다.
“수천의 금군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문상은 두렵나 보군.”
“두려운 게 아니라 귀찮은 겁니다.”
사부가 남의 속도 모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잘 다녀왔으니 되었다. 공부도 많이 한 것 같고. 이런 사고를 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
“그래, 주변 정리는 대충 된 것 같고…… 혼례식은 언제 치르려 하느냐?”
“남경에 다녀오느라 예정보다 늦어져서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려 합니다.”
“기대하지.”
“안 그래도 혼례식 때문에 여쭤볼 게 있었습니다.”
“뭔가?”
“축사는 잘 준비하고 계시는 거죠?”
“……그거야 그냥 잘살라고 빌어 주면 되는 게 아닌가.”
“아니.”
자기 결혼식 아니라고 너무 대충하는 거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