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8
028화 승진
xx
며칠간의 행군 끝에 구룡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룡성이다!”
“와아. 드디어 도착했어!”
선봉대의 무인들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와아아-!
성벽 위로 수많은 이들이 선봉대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외성에서 사는 모두가 구룡성의 승리를 기뻐하는 것이다.
마치, 개선장군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졌다.
잠시 후.
간단한 승전 퍼레이드를 마치고 본성 앞까지 도달한 선봉대는 해산했다.
“조만간 찾아가겠네.”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셔보자고.”
“우리가 살 테니까 부담 없이 나오게나.”
잠시나마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수비대의 무인들이 인사말을 건넸다.
삼백 명이나 되는 탓에 이름도 제대로 모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그들 모두가 생사를 함께한 동료라는 것.
나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그들 하나하나의 손을 맞잡았다.
***
사흘 후.
북궁백의 배려로 며칠간의 휴가를 받은 나는 외당으로 북귀했다.
점창산에서의 격전 탓에 피로가 쌓였는지 사흘 동안 잠만 퍼질러 잤다.
그런 나를 걱정한 묘향은 계속해서 보양식을 만들어 먹였고 청소소가 저녁마다 보약을 달여줬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과 좋은 영양 보충 덕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어라? 외당의 영웅이신 투룡 진 대협이 아니신가?”
외당 본부에 들어가니 이, 삼조장과 함께 부당주가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아이고, 선배 조장들 앞에서 너무 띄우지 마십시오. 부끄러워 땅속으로 숨고 싶습니다.”
“으하하하, 기뻐서 그렇지.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네 덕에 우리 외당의 평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지 않나?”
“그게 어디 저 때문입니까? 다아아아 선배 조장들의 뛰어난 지도편달 덕분이지요.”
“겸손도 과하면 비례야. 다 진 조장의 능력이 받쳐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거지. 아니 그런가?”
부당주의 은근한 질문에 이조장과 삼조장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하하하하하.
밝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좋은 분위기.
마치, 밝디밝은 내 미래를 보는 듯했다.
“그래, 당주님을 찾아왔나?”
“예, 복귀하면 들르라고 하셨습니다.”
“어서 들어가 보게나. 우린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기다리신다니? 저를요?”
“자네에게 술을 얻어먹어야 할 일이 생겼거든.”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의아했지만, 북궁백을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대충 인사를 마치고 북궁백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왔나?”
“구! 룡! 십칠조장 진무전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그만하고 앉아라.”
경례를 마친 북궁백이 손수 차를 따라줬다.
“마시도록.”
“예.”
후룩.
최고급 백호은침.
싸구려 백차나 겨우 준비하는 외당의 살림살이를 생각했을 때 꽤나 좋은 대접이었다.
차향을 감상하고 있자니 북궁백이 작은 종이봉투를 탁상 위에 올려놨다.
“이게 뭡니까?”
“네 것이다.”
펄럭.
그의 말에 나는 종이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십칠조장 진무전을 일조장에 임명한다···?”
“오늘부터 네가 일조장이다. 앞으로 부당주를 도와 외당의 전반적인 일을 맡도록.”
뜻밖에 승진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
일조장이 된다는 건 외당의 수뇌부 중 하나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외당이 쩌리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연봉과 대우 역시 본성 팔 당에 준할 만큼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일이 너무 많아진다.’
일조장부터는 일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다.
별 다른 일이 없다면 하루 한 번씩 일조각에 들러 보고만 받고 퇴근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일조가 너무 나도 바쁘다는 거다.
일조는 다른 조처럼 근무지를 배정 받는 것이 아닌, 외성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역대 일조장 역시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얼마나 고되냐면 전전전대 일조장이었던 부당주 가립이 지금도 이 때를 회상하며 지옥이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너무 눈에 띄는 것도 좋지 않고.’
지금 성주는 자신의 제자를 모집 중이다.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가 마음에 든 놈을 찍으면 그놈이 성주의 직속 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에 겨우 스무살 짜리가 공로를 인정받아 외당의 수뇌부 자리에 올라간다?
필시 자신의 자식들을 성주의 제자로 밀어 넣으려는 당주들의 눈에 띌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고 있자 북궁백이 나지막이 말했다.
“고민이 많나 보군.”
“예? 예, 아직 제가 너무 부족해서···.”
“집채만 한 개를 보고 아무도 늑대라고 하지 않지. 아무리 작다 해도 늑대를 보고 개라고 하지 않고.”
“…?”
내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북궁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개처럼 굴어봤자 늑대로 태어난 이상, 늑대임을 모두가 알게 된다는 말이다.”
북궁백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축객령을 내렸다.
“알아들었으면 임명장 가지고 나가도록. 피곤해서 한숨 자야겠다.”
“…예.”
많은 의미를 담은 한 마디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집무실을 나섰다.
‘너무 사리면서 살았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청소소 구출 임무로 투룡이란 별호가 생겼음은 물론이고 점창분타에서의 공로로 본성에 내 명성이 퍼지고 있다.
어쩌면, 당주들은 이미 나를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전면으로 나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보면 일조장이란 타이틀은 오히려 나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패막이 역할이 될 수도 있다.
위명 높은 십수천패의 직속부하가 된 만큼, 당주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그래, 더는 눈치 보지 말고 살자.’
설마하니 한밤중에 칼을 들고 찾아오겠는가.
은근슬쩍 견제를 하는 정도면 몰라도.
장고 끝에 결론을 내리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렇게 후련한 마음으로 전각을 문을 여니.
와글와글.
부당주와 열여섯의 조장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진 조장! 이제 술 사게나. 설마, 승진 턱도 안 쏘고 넘어가려는 생각은 안 하겠지?”
생각지도 않은 지출에 임명장을 찢고 싶어졌다.
***
다음 날.
전날 뜻하지 않은 회식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니 묘향과 청소소의 폭풍 같은 잔소리가 퍼부어졌다.
묘향이야 내 누이 같은 사람이니까 상관없다만, 청소소까지 저러니 왠지 모르게 속에서 울컥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라? 눈을 왜 그렇게 떠요?”
하지만, 그녀가 운영하는 청가장 무전이네 분타에서 들어오는 수익분배금이 월에 세 냥이 넘어가는바.
“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하늘 같은 청 소저에게 눈을 부라리겠습니까요. 헤헤.”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이거나 먹고 출근하세요.”
이런 내 노력이 통했는지 청소소가 작은 환약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이번에 개발한 숙취해소제예요.”
“그냥 주독을 배출하면···.”
“그것도 한 두 번이죠. 자주 주독을 배출하면 간에 무리가 가는 거 몰라요?”
알 리가 있나.
‘무협지 보면 술 마시다가도 잘만 배출하던데.’
그리고 그런 애들이 나중에 절세고수가 되어 벽에 똥칠할 때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여튼, 먹어보고 얘기해줘요. 효과 좋으면 만들어서 팔 거니까요.”
“아, 네.”
환약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근데 팔려고 하면 이름이 있어야 할 텐데 뭐라고 지을 겁니까?”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라는 뜻에서···.”
“그만, 저작권법에 걸립니다.”
“예? 물어봐 놓고 갑자기 무슨 개소리예요?”
청소소를 무시하고 외당 본부로 향했다.
승진 후, 첫 출근이라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현대로 치면 대리에서 부장으로 세 단계나 건너뛴 파격적인 승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애들은 잘 적응하려나?’
내가 승진하면서 십칠조는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그렇다고 뿔뿔이 흩어진 건 아니고 나를 따라 일조로 편입되었다.
그들 입장에서 기존 일조의 조원들은 한참이나 선배니 아무래도 적응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들어가자.’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중년의 남성들만 앉아있을 뿐, 십칠조의 조원들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하, 모두들 안녕?”
반쯤은 군대나 다름없는 구룡성이기에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말을 놓는게 일종의 관례다.
하지만, 기존 일조의 조원들은 외당에서 십 년 이상 근무한 중년 아저씨가 대부분이었기에 말을 놓는 게 영 어색했다.
이게 다 내 머릿속에 꽉 박힌 유교탈레반적 사상 때문이다.
내 어색한 인사가 들어가자 일조의 모든 인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일제히 내게 경례를 했다.
“구! 룡!”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마친 후,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그···. 우···.”
“일조의 부조장, 우제준입니다.”
“그렇군. 미안. 아직 적응 중이라 이름과 얼굴을 숙지하지 못했어.”
“괜찮습니다.”
우제준이 두꺼운 장부 하나를 가져왔다.
“전임 조장이 작성하던 장부입니다.”
“무슨 내용인데?”
“받은 돈을 적어놓으셨습니다.”
“뭐라고?”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나는 장부를 펼쳐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장부 안에는 그가 그동안 해먹은 돈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전임 조장은 나도 아는 사람이다.
그 의심 많고 돈을 밝히는 사람이 이런 장부를 부하들에게 맡겨 놓을 리 없다.
내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우제준을 보자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찰단에서 전임 조장의 집에서 찾은 증거품을 필사한 것입니다.”
“이걸 내게 보여주는 이유는?”
“조장님께서 앞으로 일조를 어떻게 운영하실지를 여쭙고자 보여드렸습니다.”
“전임 조장처럼 운영할지, 아니면 정석대로 운영할지를 묻는 거다?”
“맞습니다.”
“조원들 생각은?”
“저희야 따를 뿐입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외당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터져도 조장인 내가 책임지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동료지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노예가 아니다.
“아직 내가 잘 모르니까 이렇게 하자고.”
“말씀 주십시오.”
“적당히. 누가 생각해도 뒤탈 없을 정도만. 이해가 되나?”
“뒤탈 없을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외당에서 십 년이상 근무한 전문가들이 그런 것도 몰라?”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조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게 다를 수가 있다고 봅니다.”
역시나 기 싸움이었다.
‘사람 셋만 모여도 정치질은 필수라더니···.’
하긴, 비대면으로 치뤄지는 AOS 게임에서도 온갖 정치질이 난무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나는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기준을 원한다니 알려주지. 용돈을 벌고 싶으면 받아. 다만, 그 돈이 다른 이의 눈물로 만든 거라면 그 즉시 뇌옥으로 보내준다. 절차상의 편의? 봐줘. 대신 그 절차를 지키지 않음으로서 성의 이익에 반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그 역시 뇌옥행이다. 어때? 이 정도면 기준이 섰나?”
한 마디로 푼 돈만 받으라는 소리였다.
그것도 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만.
그러자 우제준을 비롯한 조원들이 모두 미소를 지었다.
“뭐야?”
한순간에 바뀐 분위기에 당황하자 우제준이 설명을 해줬다.
“조장님이 마음에 들어서 저러는 겁니다.”
“…?”
“전임 조장은 너무 과도하게 돈 욕심을 부려 조원들이 싫어했고 그 전 조장은 승진 욕심에 조원들을 들들 볶아 괴로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 조장님께선 가장 이상적인 조장이시죠.”
우제준이 장부를 다시 챙기더니 말을 이었다.
“이건 불태워 없애겠습니다. 감찰단의 친구가 꼭 부탁했거든요.”
“…하.”
뭐야. 지금 나 시험당한 거?
황당했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생각 없는 노예보다 똘똘한 부하들이 훨씬 든든하니까.
‘차라리 이게 낫지.’
여러모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일조의 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