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사자전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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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성 진형, 성주의 막사 안.
북궁백과 문상이 난관을 돌파할 계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답답하군.”
“죄송합니다.”
“문상이 무슨 죄가 있겠나. 사자맹 놈들이 사람이기를 포기한 게 문제지.”
“그것 역시 소신이 예상했어야······.”
“아니네. 자신들의 기반까지 망가뜨리며 도망갈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북궁백은 사자맹이 있는 북쪽을 바라봤다.
“사자맹주는 맹의 일에 무관심한 인물. 필시 밑에 있는 놈들이 결정한 거겠지.”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설사 도망갔다 해도 천하의 끝까지 쫓아가야 하고요. 그래야 죽은 양민들의 원혼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리 생각하네. 다만 발이 묶여 아쉬울 따름이지.”
“으음······.”
힘을 모았으나 행동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다.
“후방은 언제쯤 안정되겠나?”
“소신의 생각으론 적어도 일 년은 걸릴 거라 생각됩니다.”
“일 년이라······. 너무 길군. 시일을 앞당길 방법은 없나?”
“죄송합니다.”
“괜찮네.”
잠시간의 침묵 끝에 문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래 들어 저의 부족함이 자주 드러나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능력이 부족하여 그만둔다는 소리는 좀 그만하게. 자네의 지혜가 부족하면 회룡당주는 죽으라는 건가?”
북궁백은 어제 회의에서 회룡당주가 했던 발언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피난민들을 장기적으로 먹여 살리려면 광산을 파야 한다고 생각하오. 언제까지 공밥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광산! 오로지 광산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외다.’
‘일단 광부로 취직시켜 일자리를 지급하고 우리는 진격하면 된다니까 그러네.’
문상 역시 어제의 회의를 떠올렸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저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매우 결단력이 넘치고 번뜩이는 기지가 뛰어난 인물이지요.”
“전룡당의 유 군사 말인가?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하지 않았나?”
“제 자식놈이 아닙니다. 성주님께서도 아주 잘 알고 계시는 인물이지요.”
잠시 생각하던 북궁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전이 놈을 말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애초에 무상이란 자리도 억지로 만들어 앉혔는데 문상과 무상을 같이 하는 게 말이 되나?”
“자리야 새로 만들면 그만이지요.”
“아직 어려서 과격하고 성급할 때도 많고.”
“그 성급함과 과격함이 천하를 바꾸고 있습니다. 당장 호연회만 보더라도 진 무상의 결단 덕분에 커다란 아군이 생겼잖습니까.”
“크흠, 그거야 어쩌다 보니 얻어걸린 거지.”
그렇게 두 사람이 무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때.
“무전이 와쪄염!”
거지꼴의 무전이 난입했다.
“제 말을 하는 때에 도착하는 걸 보니 역시 호랑이는 호랑이인가 봅니다.”
“다 사부인 나를 닮아서 그런 것 아니겠나?”
북궁백과 문상이 그를 반기며 웃음을 지었다.
* * *
단운과 위지풍을 비롯한 무사들은 곧장 자파의 무사들이 모여 있는 진영으로 향했다.
비록 전서로 미리 알렸다곤 하지만, 고작 몇 글자로 죽음을 알릴 수는 없는 노릇.
당주들이 죽었다는 비보를 직접 전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나는 사부의 막사 바로 옆에 딸려 있는 임시 욕간에서 몸을 씻었다.
명색이 구룡성 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장인데 거지꼴로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도 체면이라는 게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뽀득뽀득 씻고 막사로 돌아간 나는 사부와 문상에게 안휘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 갈 사람들이 아닌데······.”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니······.”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침울해진 분위기도 타파할 겸 현 상황에 관해 물었다.
“그나저나, 전황이 상당히 어렵다고요?”
“그래.”
문상이 전황을 차근차근히 설명했다.
“······이렇게 된 일이네.”
조말에게 들었던 내용과 크게 바뀌지 않은 전황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흐음, 확실히 쉽진 않군요. 더군다나 적들이 후방 보급선까지 노리고 있으니 신경 쓸 것도 더 많아질 테고요.”
“그것 때문에 부성주가 아주 바쁘게 되었다.”
“몸이 날랜 무인들이 즐비한 적룡당이라면 보급선을 지키기엔 제격이겠습니다. 다만, 적룡당이 전선에서 빠지면 사자맹 쪽 정보가 부족해지지 않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라.”
“하오문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 대머리가 순순히 도와준답니까?”
“대가를 약속했다.”
“대가라면······?”
“전쟁이 끝나는 대로 안휘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하오문주가 아주 흡족해하더군.”
“······하긴.”
지금이야 사자맹 놈들 때문에 지옥이라지만, 장강이 흐르는 안휘는 본래 천하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한 땅이다.
장사를 해도 부자 동네에서 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하오문으로선 큰 성장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잘된 일이군요.”
“하오문주가 네 친우라고 했던가? 눈빛이 살아 있는 게 큰 인물이 될 것 같더군. 사귀어 놓으면 도움이 될 거다.”
“친구는 무슨, 대머리는 친구로 안 키워요. 그냥 부하 비슷한 겁니다.”
“······.”
손이 오그라들어 대충 답하자 사부가 입을 다물었다.
문상이 그런 사부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둔 바가 있나?”
“있습니다.”
“뭣!”
사부와 문상이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이렇게 빨리 방법을 찾을 줄 몰랐던 모양.
“물론,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참고는 할 만할 겁니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진 무상의 의견이라면 내 백 번도 참고하겠네.”
나는 환한 미소를 짓는 문상에게 여기 오는 동안 생각했던 계책을 이야기했다.
“우리도 드러눕는 겁니다.”
“드러눕는다니?”
“사자맹 놈들이 이 지랄을 하는 게 무슨 이유 때문이겠습니까? 다 시간을 끌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확실히 그런 면이 있지.”
“그러니까 우리도 시간을 끌자는 겁니다.”
“하면 사자맹만 좋은 일을 시켜 주는 게 아닌가?”
“당연히 그냥 시간만 끌어선 안 되죠.”
“그럼?”
“아예 이곳에 이사를 와 버리는 겁니다.”
“······응?”
그랬다.
상대가 원 게이트 더블 넥서스로 부유하게 출발한다면 노 게이트 더블 넥서스로 받아치는 게 전략상 가장 효율적인 법.
사자맹이 시간을 끈다면 우리는 아예 이곳에 이사를 와 강서성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거다.
그렇게 되면 안휘, 강서, 강소였던 사자맹의 영역이 안휘와 강소로 줄어들 것이고.
“혹여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건가?”
“맞습니다.”
자신들의 영역을 눈앞에서 빼앗기게 된 강서성의 사파들이 분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
“사자맹 놈들이 초조해하게 하는 겁니다. 혹시 이대로 강서성을 빼앗기게 되나 걱정하게요. 그렇게 되면 뭐가 되었든 반응이 오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놈들이 시간 끌기를 포기하고 전장에 나설 수도 있고요.”
“확실히 일리가 있긴 하지만······.”
다만, 이 계획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진 무상도 알다시피 전쟁에 드는 돈은 한두 푼이 아니네. 이만 명이 넘는 전력이 이곳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곡식이 사라졌는지 아나?”
하나는 비용 문제였고.
“또한, 절강을 어떻게 지키느냐도 문제야. 우도독과 황태자까지 지켜야 하니 적어도 자네 정도 되는 고수를 파견해야 하네.”
두 번째는 그동안 놈들이 전열을 정비하여 후방에 있는 금군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무엇보다, 사자맹 놈들이 우회하여 텅 빈 구룡성을 치면 어떻게 되겠나?”
빈집털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빈틈을 알아차리시다니 역시 문상이십니다.”
“으음······ 너무 띄워 주지 말게.”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이렇게나 지혜로운 문상께서 사부의 곁을 지키고 계시니 저는 이만 가 봐도 될 것 같군요.”
“뭐?”
문상이 ‘쟤가 갑자기 왜 그러지?’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갑자기 어딜 간다고······.”
“쉬려고요. 먼 길을 왔더니 피로가 몰려와서 말입니다.”
“아니, 문제를 던졌으니 답을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저도 모르는데요?”
사실 나도 멀티를 파자는 전략만 세웠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생각 못 했다.
“해답은 문상께서 찾으셔야죠. 그러라고 월봉 받으시는 거 아닙니까?”
“······.”
어이없어하는 문상을 뒤로 하고 막사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럼 전 좀 자고 오겠습니다. 사부는 기체후 일향 만강하시고 문상께서는 군사부의 서생들을 소집해 하루빨리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아디오스.”
그대로 막사를 나오자 사부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으하하하! 이립도 안 되는 놈이 사람을 부려 먹을 줄 아는구나!”
쯧쯧. 원래 나 정도 되는 인물은 일도 잘하지만 부하 관리에도 철저한 법이거늘······.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사부는 동태 눈깔이 틀림없다.
* * *
삼 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하지만, 전장에서의 삼 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한 세력의 흥망성쇠가 갈릴 수도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구룡성은 정말 많은 것을 이뤄 내는 데 성공했다.
“어이! 양 씨! 거기가 아니라 이쪽을 파라고!”
“팍팍 파십쇼. 물길을 만들어야 농사를 짓든 뭘 하든 할 거 아니겠습니까.”
“우하하하! 우리 회룡당의 세상이구나! 어서들 가져가시오! 튼튼한 게 집 짓는 주춧돌로 쓰기 그만이오.”
“여기 방금 썰어 낸 목재가 있소! 필요한 사람은 어서 가져가시오!”
“식사가 왔소! 줄을 서시오!”
“에잉, 오늘도 겨우 죽 한 그릇이구나.”
“얼씨구? 이렇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셔야지! 말마따나 구룡성주님 아니었으면 우린 전부 굶어 죽었어!”
“아니, 불만이 있다는 게 아니라. 어제가 쌀죽이었으면 오늘은 야채죽이면 어떨까 해서 그랬지······.”
와글와글.
수만의 백성들이 경덕진 안에 거주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무전의 계책을 들은 문상은 아예 한술 더 떠 이곳 경덕진에 도시를 세우기로 했다.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분파의 무사 하나와 남만 전사 열을 조합해 식량을 실은 수레와 함께 강서 곳곳으로 파견했다.
그들은 피난민들을 만날 때마다 식량을 넉넉하게 나눠 주며 ‘북쪽 경덕진에 먹고살 수 있는 땅이 있다’라고 홍보했을 뿐이다.
비록 오는 동안 많은 양민이 굶어 죽었으나, 구룡성의 적극적인 구호책 덕분에 칠 할이 넘는 이들이 경덕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모여 인력이 늘어난 뒤부터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다.
지금은 건물 하나도 남지 않고 전부 불에 탔지만, 장강이 흐르는 경덕진은 본래 비옥하기로 유명한 땅.
무사들이 무공을 뽐내며 건축자재를 공급하자 양민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자신들이 살 집을 만들었고 근처의 땅을 함께 경작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천상단에서 보내 준 곡식으로 만든 쌀죽만 먹기는 힘들었는지 자기들끼리 산과 강으로 다니며 수렵과 채집을 시작했다.
거기에 각자의 장기를 살려 물건들을 만들어 서로 거래하니 장터가 생겨나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재건되는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힘을 보여 주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의 무전은······.
“뒈져라!”
퍼엉!
매우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왜 맨날 나만 뺑이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