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2
072화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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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일 후.
“이럴 수도 있나?”
나를 진찰하던 청소소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 좋습니까? 이상한 곳은 없는 거 같은데······.”
“아뇨. 너무 멀쩡해서 탈이죠.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진즉 죽었을 부상이 보름도 안 돼서 완치되었으니까요.”
“좋은 게 아닙니까?”
“설명이 안 되니까요.”
“그건 또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돌아가는 대로 검사를 좀 해 봐도 될까요?”
“무슨 검사요?”
“청가장에서 하는 검사인데요. 세 가지 독을 먹어서 선천진기의 회복력을 측정하는 거예요. 회복이 빠른 원인을 밝혀내면 많은 환자들에게······.”
“스탑. 거기까지.”
어딜 사람을 실험체로 쓰려고.
“스, 스 뭐요?”
“그만 말하라는 뜻입니다.”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 위험한 검사는 아닌데······.”
“절대 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아십시오.”
“아니! 진 조장님을 치료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그런 부탁 하나도 못 들어줘요?!”
“애초에 독을 먹여 검사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내가 책임진다니까요!”
“에베베베!”
광분하는 청소소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내상을 다스려 준 멸절진인에게 인사도 하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용건도 있고.’
각주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가운데가 빈 채로 양옆 머리가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머리 모양이 시선을 끌었다.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존재감은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졌나 보구나.”
“진인 덕분입니다.”
“갑자기 예의는? 닭살 돋으니 하던 대로 하거라.”
“고맙수.”
“······너란 놈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이 정도는 봐주셔야죠. 이게 다 기재들을 살리다 다친 거 아닙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입심 하나만큼은 강호 일절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할 일이 태산이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가거라.”
“십마련이 왜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탁.
내 질문에 멸절진인이 종이 뭉치를 던져 주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적룡당에서 온 정보다. 외부 유출은 할 수 없으니 이 자리에서 보고 가거라.”
종이 뭉치의 첫 장을 읽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십마련의 대공자가 주화입마의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십마련의 대공자는 극양의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졌다.
그걸 치료하기 위해 청소소를 납치하여 청가장을 협박, 극음의 영약을 구하려 했지만.
내가 십마련 감숙 분타를 급습하여 청소소를 구해 냄으로써 놈들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문제는.
‘십마련 정도 되는 놈들이 영약 하나를 못 구할 리가 없다.’
영약은 구했을 거다.
당시에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청소소를 납치한 거지 못 구해서 납치한 것이 아니니까.
심지어 그들의 영역 안에는 온갖 극음의 영약이 자생한다는 천산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대공자가 죽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주화입마가 깊었거나.
‘십마련 안에서 뭔가 일이 생긴 거로군.’
내부 방해로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인즉슨.
십마련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마종을 제외한 아홉 개의 종이 차기 련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마종주는 마교주의 후손으로 대대로 십마련주를 역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천하는 마종(魔宗)주를 천하제일마로 부르며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련주 자리를 두고 반목이 일어났다는 건.
“십마련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다.”
혼잣말을 들었는지 멸절진인이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세월 앞에 버틸 수 있는 것은 없는 법이지. 그것이 설사 굳게 박힌 정통성이라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좋지 않은 소식이군요.”
바로 옆 세력에서 일어난 극심한 권력 다툼.
여기서 이번 일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마종주를 제외한 아홉 개의 종주들은 전쟁을 원하는 것이다.
권력 구도의 판을 흔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일처럼 미친 짓을 벌인 것일 테고.
“끄응.”
오랜만에 느끼는 이 세계의 하드코어함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남만 대전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정보지를 모두 읽어 보니 십마련이 전쟁을 원한다는 건 명확했다.
그럼 남은 건.
“내성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구룡성의 의지였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전쟁도 마찬가지니까.
“반으로 나뉘어 부딪치고 있다더구나.”
“반이라면요?”
“백룡이 은룡과 금룡을 이끌고 주전론을 펼치고 있고 녹룡과 청룡, 적룡이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립이고.”
“······은룡과 금룡이야 워낙 십마련에 원한이 깊으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백룡당이 그러는 건 의외군요. 이유는 뭐랍니까?”
내 질문을 들은 멸절진인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너와 북궁 당주 때문이다.”
“예?”
멸절진인의 말에 황당한 감정이 올라왔다.
백룡당이 주전론을 펼치는 것과 외당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곧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혹시 자존심 때문에?”
“맞다. 일월신검이 십수천패에게 패했다는 소문이 성 내에 퍼졌다. 그의 아들인 백룡검 역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네게 무릎을 꿇었고.”
“······.”
“덕분에 백룡당이 외당의 아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걸 그들이 참을 수 있겠느냐?”
“미친놈들 아닙니까? 겨우······.”
“겨우 그 자존심에 죽고 사는 것이 무인이 아니더냐.”
“정말 피곤하게들 사는군요.”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라. 궁금한 게 다 풀렸으면 이만 나가 봐라.”
나는 멸절진인의 축객령에도 나가지 않았다.
아직 가장 중요한 용건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파견 대금 말입니다. 약간 적은 듯한데······. 제 공로도 있고······. 목숨을 걸고 싸워······.”
* * *
훌륭하게 협상을 마친 뒤 의각으로 향했다.
전 십칠조원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세 명과 유소평이 삶은 돼지고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술과 같이.
“······미친놈들이냐?”
“마침 잘 왔소. 양이 많으니 함께 드시구려.”
“좋지.”
완치될 동안 술은커녕 고기도 못 먹었거든.
그렇게 넷 사이에 껴서 술과 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쩝쩝, 크하. 꿀꺽.
각종 농담과 음담패설들이 오고 간 지 반 시진.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지 뭡니까? 조장님도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합니다. 우리 아니었으면 정말 다 죽었다니까요?”
“······.”
당진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이 적막으로 뒤덮였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정곡을 찌른 것이다.
답답했는지 당양강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속여서 미안하오.”
여러 의미가 담긴 사과였다.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유소평이 깜짝 놀라며 끼어들었다.
“언제 아셨습니까?”
“감숙성에 다녀올 때부터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이 확신이 된 남만 대전이고. 겨우 이류의 무인들이 전쟁에서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는데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겠냐?”
“······조장님께선 생각보다 날카로운 분이셨군요.”
“그런 말 가끔 듣는다.”
꿀꺽.
당양강이 술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물어 왔다.
“우리의 정체도 알고 계시오?”
“너희가 당가삼괴라는 고수였다는 거? 아니면 유소평이 문상의 아들이라는 거?”
“다 알고 계시는군.”
“왜 뇌옥에 들어갔는지도 알아봤다.”
청룡검, 백룡검, 회룡도처럼 각 당 최고의 후기지수는 당의 이름을 담은 별호를 하사받는다.
하지만, 녹룡당은 그러한 별호를 쓰는 이가 없다.
처음부터 없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공자였던 녹룡수가 암습을 당해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그를 호위했던 이들이 눈앞의 당가삼괴였고.
평소 대공자를 친형처럼 따르던 책사가 바로 유소평이었다.
모두 내가 등천각에 있을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누가 봐도 십마련의 짓이었으나 성주는 흉수를 미상으로 두었다.
잘해 봤자 양패구상이 뻔한 전쟁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성주의 결정 때문에 복수를 하지 못하게 된 당가삼괴는 자청해서 뇌옥으로 들어갔고 유소평은 산으로 들어가 은거했다.
그랬던 이들이 삼 년이 지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도 하필 내가 맡은 외당 십칠조로.
“떠나라면 떠나겠소.”
양강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갈 곳은 있고?”
“생각해 본 적 없소.”
“그러면서 뭘 떠난다고.”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여상하게 말했다.
“웬만하면 그냥 있어라. 박봉이긴 해도 외당만큼 나은 곳도 없잖아? 일도 쉽고 눈치 볼 일도 많이 없고 무엇보다 나처럼 능력 있는 상사가 딱 버티고 있고. 안 그러냐?”
피식.
작은 농담을 던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네 사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찝찝하지 않으시오?”
“뭐가? 너희가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게?”
양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나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몸조리나 잘해라. 물론, 다른 조원들에게는 대충이라도 설명은 해 줘야겠지만.”
“······고맙소.”
“그럼 계속 일하는 걸로 알고 있는다?”
“뒤늦게 쫓아낸다 해도 안 나가고 버틸 테니 그리 아시오.”
“얼마든지.”
이들의 목적이 뭔지는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놈들과 함께 지낸 시간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부하들은 언제나 환영이지.’
유능한 노예들이 남아 있어 줘서 다행이었다.
* * *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당 전체가 귀환길에 올랐다.
부상자들이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이곳에 머무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부상자를 업은 채로 긴 거리를 걷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외당 무사라도 무인은 무인.
체력을 앞세워 무사히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구룡성에 도착하자, 미리 들어 사정을 알고 있던 가립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부당주는 멀쩡한 사람들한테는 휴가를 줬고 부상자들에겐 넉넉한 치료 기간을 줬다.
물론, 악명높은 메가코프 구룡성답게 무급 휴가였지만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자자! 한 명씩 줄 서서 받아 가라.”
우리에겐 등천각에서 받아온 넉넉한 파견 대금이 있었으니까.
그것도 백 냥이나.
본래 칠십 냥이었으나 멸절진인이 포상금과 부상자 치료비로 삼십 냥을 더 챙겨 준 것이다.
덕분에 세 냥씩 받게 된 스물의 무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왜 인당 세 냥이냐고?
나머지 사십 냥은 당연히 내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서각 수리비로 스물다섯 냥이나 지출했는데.
그렇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집에 가려던 찰나.
“성과가 있어 보이는군.”
이번 개고생의 원인인 북궁백이 다가왔다.
“덕분입니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으나 간신히 참고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 쌍부살마랑 붙었다고?”
“덕분에요.”
“좋은 경험이 되었겠군.”
“덕분입니다.”
“······.”
덕분으로 라임을 맞춰 대답하자 북궁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할 말이 많은 듯 나를 보던 그가 혀를 차고는 용건을 이야기했다.
“내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중하고 있어라.”
“백룡당 때문입니까?”
“그렇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말도록. 정 안되면 백중천의 오른팔을 떼어 버리면 되니까.”
“······.”
북궁백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진정한 대마두는 이 사람이 아닐까?
* * *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백룡당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제까짓 것들이 날뛰어도 뭐 어쩌겠냐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북궁백 역시 참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하지만, 백룡당주는 내 예상보다 더욱 강한 수를 뒀다.
“외당 일조장 진무전, 맞나?”
“누구십니까?”
“감찰단주 백자천이다. 십마련과 내통한 혐의로 체포하겠다.”
자기 동생이 단주로 있는 감찰단을 움직여 나를 구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