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3
092화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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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죽은 이와 한집에 살고 있었던 이들과 근처 이웃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크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앞으로 나서자 내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혔다.
“다들 모였나?”
“예. 하나도 빠짐없이 데려왔습니다.”
“수고했군.”
우제준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하셨는데 범인이 누군지 아시는지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범인이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기다려 봐. 금방 자백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사실, 이런 상황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건 어려운 일이 맞다.
하지만, 눈치로는 신과도 맞먹는 나한테는 아주 잘 보였다.
어제 가솔들을 찾아갔을 때,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일꾼의 눈에 스치는 불안감이 말이다.
겨우 그것만으로 수수께끼가 풀린 거냐고?
당연하지 않나.
애초에, CCTV는커녕 지문 감식도 없는 세상에서 직감을 제외하고 무슨 수사 방법이 있을까.
그나마 나는 과학 수사를 하는 거다.
하드코어 무림의 특성상 사건이 벌어지면 의심되는 놈을 죄다 불러 모아 쥐어 패서 자백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나까지 그럴 수야 있나.
‘무슨 군사 정권도 아니고.’
최대한 민주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범인에게 자백을 받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임시로 만든 단상 위에 놓인 의자에 앉자마자 외쳤다.
“범인은 이 안에 있소!”
으헉!
그러자 몇몇이 숨넘어갈 듯이 대경했고.
“끄어억.”
“어머니!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어, 어머니!”
조 노인의 늙은 부인이 심장을 부여잡은 채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아니,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노파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한 명씩 단상 위로 올라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와 대화를 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루어지는 심문.
노리는 바는 하나다.
“그래서, 상방에 있었을 뿐 누군가를 본 적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소?”
“그렇습니다.”
“하면, 저기에 앉아있는 하인은 어디 있었소. 아니, 거기 말고 저기 딱 봐도 흉악하게 생긴 놈 말이오.”
내 시선을 따라간 첫째 아들이 그를 확인하고 말했다.
“소동이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그 친구는 왜······.”
“소동이란 이름이군. 그냥 알고 싶은 것이 있어 물었소.”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는 집에서 일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죽은 조 노인과 한 공간에 있었다는 뜻이군.”
“예.”
“알았소. 자리로 돌아가 보시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심문을 이어 나갔고 그때마다 놈에 관해 물었다.
“소동이란 일꾼 말이오. 평소 행실이 어떻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소?”
“저놈 저거 딱 봐도 소도둑처럼 생기지 않았소?”
“저놈이 최근 도박장에 드나들거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자 놈이 몸을 덜덜 떨며 굉장히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혹시 모를 인질극에 대비하여 우제준에게 전음을 보내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게 했다.
그렇게 두 시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그를 심문할 차례가 되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눈빛이 영 상스러운 게 딱 봐도 범죄자의 관상이었다.
‘제대로 짚었군.’
하지만,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이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심문에 들어갔다.
“솔직히 말해 봐. 네가 죽였지?”
“아이고!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주인 나리를 죽이다니요!”
“그럼 네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봐.”
“······.”
“거봐라. 네가 범인 맞잖아. 뭐 해? 이 빌어먹을 살인자 새끼 뇌옥으로 안 끌고 가고. 감히 구룡성에서 살인을 저질러? 넌 인마, 뒤졌어.”
“아, 아닙니다! 진짜로 억울합니다!”
“그럼 말해 보라니까.”
“그, 그것이······.”
놈의 눈동자가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안 봐도 비디오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한 다음 튀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사형이 확실한 범죄자에게도 최후의 변론 기회가 주어지는 법.
나는 어디 들어나 보자는 생각에 시간을 줬다.
이윽고 소동이 아주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꼭 나만 들으라는 것처럼.
“주, 주인 나리는 밀염을 취급하셨습니다. 필시 밀염 상인 놈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밀염? 갑자기 밀염이 왜 나와?
“어떤 놈들인데?”
“······.”
“뇌옥에 처넣기 전에 빨리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지금 들어가면 처형되는 날까지 못 나올 텐데.”
놈이 기겁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혈염방이란 놈들입니다.”
“재산 꽤나 있어 보이는 이가 밀염을 거래했단 말이지······.”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조가상방은 주로 소금을 취급하는 곳.
가격이 저렴한 밀염을 거래하면 몇 배나 남겨 먹을 수 있다.
어쩌면 조 노인의 재산은 밀염으로 쌓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밀염은 구룡성에서 금지된 품목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천하오패 어디를 가도 밀염은 금지되었다.
소금에 붙는 소금세는 각 세력의 든든한 수입원이었기 때문.
그건 세금을 적게 걷기로 유명한 구룡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구룡성에서 밀염 장사를 하다 걸리면 즉결 처형이었다.
만약 소동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가 늙은이는 혈염방 놈들과 마찰을 빚다 죽었을 확률이 높다.
천하의 구룡성도 무서워하지 않고 밀염을 거래하는 놈들이 사람 하나 죽이는 걸 대수로이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의문이 풀린 건 아니다.
먼저.
“네가 혈염방이란 놈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일개 일꾼에 불과한 이놈이 은밀하기 짝이 없다는 밀염 상인을 아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그, 그들이 먼저 접근했습니다. 주인 나리를 소개해 주면 돈을 준다 해서······.”
“어디서?”
“흑사로 건너에 있는 도박장에서 만났습니다.”
두 번째는, 무슨 근거로 조 노인의 죽음을 혈염방과 연결했냐는 거다.
“혈염방 놈들이 조 노인을 죽였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
“최근 거래를 마치고 돌아오신 주인 나리께서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제 공이 크다 하시면서 은자를 주셨고요.”
“왜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제 덕에 은 만 냥을 벌었다고, 따라오면 호의호식하게 해 주신다 하셨습니다. 아직 거래가 성사된 것은 아니니 비밀이라는 말도 하셨고요.”
“그런데 왜 조 노인이 죽은 거지?”
“그,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대 가치로 백억이 넘는 돈이다.
십중팔구 상방을 넘기며 받는 액수일 텐데, 문제는 상방의 값어치가 아무리 잘 쳐 준다 해도 사천 냥이 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천 냥짜리를 칠천 냥이나 더 쳐 줬다고?’
심지어, 조가 늙은이를 매수하려던 이들은 돈 한 푼에 목숨을 거는 밀염상.
이만한 돈을 손해 보는 짓을 할 리가 없다.
즉.
‘어떤 이유에선지 거래가 틀어진 거군. 혹은 조 노인이 알아선 안 될 비밀을 알아 버렸거나.’
뭔가 구린 게 있다는 뜻이다.
“이름은?”
“예?”
“아는 이름 아무거나 대 봐.”
“이, 임고산이라고 들었습니다.
곧장 당진형에게 전음을 보내 출입 명부를 확인해 보라고 시켰다.
그가 본부에 들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서는 말했다.
“열흘 전의 출입 기록에 이름이 있습니다. 명부상에는 약재상으로 등록되어 있었고요.”
이놈 말이 구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놈들 어디 있냐?”
내 질문에 소동 놈이 또다시 눈을 굴렸다.
필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의 죄를 지워 달라는 거겠지.
“그냥 지금 당장 죽여 줘?”
“히익! 마, 마지막으로 듣기엔 태룡로 미산객잔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제준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놈 가둬 놓고 나머지는 돌려보내. 순찰 나가 있는 놈들 모두 불러서 미산객······. 아니다. 미산객잔에는 내가 직접 갈 테니까 본부에 애들 대기시켜.”
곧바로 비천풍을 펼쳐 태룡로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담과 지붕들을 넘은 지 이각여.
미산객잔에 도착하자 주인 곽삼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반겨 줬다.
“이게 누구신가! 외당의 영웅이자······.”
나는 그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혹시, 최근 험악한 무리가 방을 빌리지 않았습니까?”
“아, 있었네만 어제 동이 트자마자 떠났네.”
살인을 저지르고 바로 떠났다는 뜻이다.
“혹시 뭐 남긴 건 없고요?”
“가져온 수레에 소금을 놔두고 갔더군. 혹시 나중에 찾으러 올까 봐 보관하고 있네.”
“그거 어디 있습니까?”
곽삼이 소금 한 포대를 꺼내 왔다.
팍.
재빨리 소금 포대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새하얗기 그지없는 천일염.
딱 봐도 고품질의 소금이었다.
‘역시.’
그것들을 보자 확신이 들었다.
“이거 밀염입니다. 일단 가지고 계시되 우리 애들 오면 넘겨주십시오. ”
“허억!”
밀염이라는 말에 기겁하는 곽삼을 뒤로하고 다시 비천풍을 펼쳤다.
목적지는 이선방.
용마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후.
이선방의 내원 한가운데로 떨어지니 방도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왔다. 나를 알아본 부방주가 고개를 기우뚱하며 물었다.
“진 조장님? 왜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으시고······.”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너희 방주 좀 만나자.”
아무리 연이 있다 해도 무례한 짓.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놈들이 어제 구룡성을 나간 만큼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했다.
그런 내 다급함을 느낀 것인지 불편한 표정을 짓던 부방주가 길을 안내했다.
“흠,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그를 따라 방주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용마산이 앉아 있었다.
“평소 외당 일엔 신경도 쓰지 않더니만, 살인 사건 하나 때문에 이리 다급할 필요가 있소?”
역시나, 용마산은 내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니면 이제 와서 승진 욕심이라도 생겼소?”
“냄새가 나서.”
“무슨 냄새 말이오?”
“보통 일이 아니라는 냄새.”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오?”
나는 방금 미산객잔에서 봤던 소금에 대해 설명했다.
“밀염이 그리 상태가 좋을 리가 없잖아?”
그랬다.
밀염은 기본적으로 만드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심지어 단속의 주체가 관에서 각 지역의 무림 세력으로 넘어가면서 만들기가 더 빡빡해졌다.
그렇기에 밀염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산에서 캔 암염이거나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자염이다.
즉, 미산객잔에서 본 소금처럼 깨끗한 천일염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밀염상이 아니구려.”
“밀염상으로 위장한 수상한 무리라고 봐야지.”
고개를 끄덕이던 용마산이 손을 내밀었다.
“서른 냥만 주시오.”
“······우리 사이에?”
“우리가 어떤 사이오?”
“가족이지.”
“헛소리나 하실 거면 그만 나가 주시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식사도 같이하는데 가족이지.”
“정당히 돈을 내고 먹은 게 아니오.”
“그, 그러면 식대로 퉁치자. 두 냥 받던 걸 한 냥으로 줄여 줄게.”
당장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필요 없소.”
용마산이 약간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고.
“앞으론 밥 먹으러 갈 일 없을 테니까.”
“아니, 갑자기 왜?”
“그럴 일이 있소.”
호구를 잃었다는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순간 정신이 멍해진 나를 향해 용마산이 재촉했다.
“어쩌겠소?”
지금은 호구를 다시 잡는 것보다 놈들을 잡는 게 먼저니만큼, 어쩔 수 없이 서른 냥을 내줘야 했다.
“알았어. 줄 테니까 지금 당장 찾아.”
“알았소이다.”
나중에 경비로 처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