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became the younger sister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이렇게 해서, 봉 여기를 집고, 몸을 이렇게…… 할 수 있겠지요?”
당당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문 선생을 멍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내 눈빛을 읽기라도 했는지, 그는 답답한 표정으로 몇 번 더 시범을 보였다.
철봉 위에서 문 선생이 뱅글뱅글 돌았다.
“이렇게.”
그러니까.
‘뭐가 이렇게냐고.’
마른세수를 벅벅 했다.
마법 계열 스킬들은 그냥 정보를 모으고 읽어서. 지식처럼 습득되는 게 많은 반면.
전투 계열은 이런 방식이 많았다.
몸빵.
한마디로, 직접 시도하면서 연구도를 올리는.
자기도 영 의문이라는 듯이 팔짱을 낀 문 선생이 나와 철봉을 번갈아 바라봤다.
“일단 한 번 해봐요. 해 본 다음에, 문제점이 뭔지 파악해보지요.”
그런다고 뭐가 될까? 싶은 의문뿐이었지만 철봉 위에 몸을 얹었다.
영 탐탁지 않은 태도로 자세를 잡았다.
그래도 말해준 게 있으니,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게 봉을 잡고, 몸을 들어 올려서……!
“…….”
“…… 이게 왜 안 되지?”
그저 머리통을 거꾸로 처박을 뻔한 나를 보며 문 선생이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기막힌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이가 사라지다 못해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당신은 몇 날 며칠 철봉만 한 달인이니까 그냥 되는 거고.
‘뭣도 없는 내가 그렇게 바로 되겠냐고요.’
물론 게임 속이야, 편의상 캐릭터들이 바로바로 동작도 따라하고 스킬도 익히고 그러는 거지.
인생에서 뚝딱이 소리만 듣던 윤채희가.
‘말만 듣고 어떻게 그렇게 바로 따라하냐고요.’
점점 불퉁한 표정으로 문 선생을 바라봤다.
그은 자기도 만만치 않게 곤란하다는 얼굴로 뒷짐을 진 채 흙바닥 위를 서성거렸다.
아직도 철봉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잠시 실례해도 되겠어요?”
“예, 뭐.”
뭔 짓을 하시려고.
그 진지한 얼굴에 그냥 승낙하고 말았다.
문 선생은 가장 낮은 철봉에서 놀고 있던 아솜이를 뚝 떼어들어 내려놓더니, 나를 향해 손을 휘휘 흔들었다.
별안간 자리를 잃은 아솜이의 황망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아까 하던 대로 해 봐요.”
“…… 미안.”
괜히 사과해야 될 것 같은 상황에 아솜이에게 허리를 굽신거렸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긴 하는데.
의아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철봉 아래로 향했다.
빨랫감처럼 몸을 추욱 늘어트렸다.
그리고.
“감을 느껴야 돼. 감을.”
발과 머리통을 붙잡은 문 선생이 내 몸뚱이를 직접 휘릭휘릭 돌려주기 시작했다.
“아니 선생님, 잠시만요, 이게 무슨……!”
“자, 봐요. 잘 돌아가지요?”
“저 속 울렁거리거든요?!”
흡사 전기구이 통닭 트럭에서나 보던 닭의 모습.
나는 그것과 똑같은 장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뭐가 재밌어 보였는지 옆에서 ‘할아버지, 나도, 나도오!’ 하는 아솜이의 보챔이 들렸다.
문 선생은 그저 허허 웃으며 나를 쳇바퀴마냥 굴려댔다.
【‘공중 뒤돌아 차기’ 연구도…… +2.8217%】
근데 이렇게 해도 연구 포인트가 쌓이는 게 레전드.
있는 힘껏 헛구역질을 참기 위해 볼을 부풀렸다.
‘참자. 스킬 얻을 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안간힘을 썼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인식이 차차 흐려지고, 철봉과 몸뚱이가 물아일체처럼 느껴질 무렵…….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상세 정보는 ‘스킬’ 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Lv.1 공중 뒤돌아 차기 /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발차기.】
마침내.
“됐어요! 됐다고오!”
내 외침에 문 선생의 손길이 딱 그쳤다.
균형을 잃어 꼴사납게 흙바닥 위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알아챌 정신도 없었다.
더하면, 나 진짜.
“우웁.”
토할 거 같애…….
한참 웩웩거리는 나를 문 선생과 아솜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그의 등 두드림을 받으며 숨을 몰아쉬고 있던 차.
문 선생이 뒤에 덧붙인 말이 가관이었다.
“더 해야 될 거 같아요?”
나를 죽일 셈인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머쓱 해하는 주름진 얼굴을 보다가 대차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래. 도와주려는 건데 누가 누굴 탓하냐, 지금.’
축축한 입가를 훔치며 비장하게 선언했다.
“제가. 제가 해보겠습니다.”
문 선생은 여전히 못 미덥다는 분위기를 뽐내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서 봉을 붙잡았다.
후우. 심호흡을 깊게 내쉬었다.
걱정할 것 없다.
스킬을 익혔으니까 이제 움직이는 건 내 몫이 아니다.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배를 봉에 기대서…….
‘뒤돌아 차…… 기!’
속으로 스킬명을 외쳤다.
휘리릭.
철봉을 붙잡은 몸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아직 움직이는 감이 좀 어설프긴 하지만, 아까보단 확실히.
‘됐다.’
사실 이런 종류의 액티브 스킬은 레벨이 낮은 이상 성공 확률이 낮았다.
실패하기라도 할까 봐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른다.
‘그 공포의 쳇바퀴 맛을 다시 보고 싶진 않아서.’
뿌듯함이 가득 찬 얼굴로 문 선생을 들여다봤다.
문 선생 역시 다시 흐뭇하단 표정을 되찾은 채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일취월장이네요. 이제 거기서 조금만 더 연습하면, 나처럼 이렇게.”
문 선생이 시범을 보이듯 깃털 같이 뛰어올랐다.
바람에 나부끼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몸짓.
정확한 궤도를 지키며, 허공에서 뻗어져 나오는 발길질.
“봉 없이도 할 수 있게 된답니다.”
가볍게 착지한 그를 보며 박수라도 쳐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손뼉을 마주 댔다.
맞다. 스킬을 얻었다고 끝이 아니었다.
애초에 나의 진정한 목표는 스킬 레벨을 올려, 근력 포인트를 얻는 것.
#
【MISSION】
▷ 배우기 -2
― 분류 : 서브
성공 시, 스킬 ‘공중 뒤돌아 차기’ 숙련도 상승.
실패 시, ‘달인 문 선생’의 호감도 하락.
#
더 해보겠냐는 듯이 내민 문 선생의 단단한 손을 붙잡았다.
【MISSION을 수락하셨습니다.】
새벽마다.
이 먼 남산까지 올 필요도 없이, 혼자서도 연마할 수 있지만 수락한 이유는.
‘문 선생한테 약화 포션 받아먹으면서 수련하는 게 제일 빠르니까.’
그 정도 수고로움쯤이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근력을 위한 노가다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예정이었다.
***
그리고, 이 남산공원에 출근 도장을 찍은 지도 어언 열흘하고도 하루가 더 지난날.
“아이고오…….”
삭신이 쑤신다는 것처럼 두 손을 내두르고 땅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밭은 숨을 내뱉었다.
약화 포션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철갑옷을 다섯 겹은 껴입은 것 같은 무게감이었다.
저릿한 손을 털며 잠시 스킬창을 열었다.
【Lv.5 공중 뒤돌아 차기】
끽해봤자 학교로 강제이송 당하기 전 2~3시간.
그 정도만 수련했는데도 레벨 5면 엄청난 성과를 뽑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근력도 한 단계 더 오를 것 같고.
근데.
‘진 빠져.’
작게 고개를 내두르며 뻐근한 어깨를 주물거렸다.
성과는 성과고 힘든 건 힘든 거다.
요즘 근력 수련에 정신이 팔려서 학교에서는 내내 조는 것밖에 안 했다.
그 덕에 태도가 불량하다고 연락이 들어가기라도 했는지, 구서복한테 오는 문자들이 가관이었다.
「아가씨 오늘도 지각하면 저 길드장님한테 바로 말해요 진짜??? -ㄱㅅㅂ」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짓을 하길래 선생님이 한숨을 한숨을 -ㄱㅅㅂ」
「옷 잘 챙겨입고 가셨어요? 운동 끝나시면 제가 데리러 갈까요? -ㄱㅅㅂ」
「아가씨 제발 한 번만 답 좀 -ㄱㅅㅂ」
기타 등등.
바로 수신차단을 먹일까 하다가, 그것까지 하면 득달같이 쫓아 올까 인내심을 꾹꾹 눌러 담아 참았다.
뭐, 지금 매번 새벽 탈출 같은 외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도 봐주고 있는 판이니까.
그때, 뒷통수에서 작은 인기척이 뒤에서 얼쩡거리는 게 느껴졌다.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가만히 있다가.
“왁!”
“꺄아!”
후다닥 도망치는 소리에 실실 웃었다.
곧 솜방망이 같은 주먹이 등을 마구 두드려왔다.
“놀랐잖아요!”
“놀라라고 한 건데.”
이왕 두드릴 거면 이쪽.
어깨를 가져다 댔더니 또 손길이 뚝 그친다.
아쉬움에 입맛을 짭짭 다셨다.
옆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쭈그려 앉는 아솜이를 쳐다봤다.
동그란 만두 머리가 오늘도 바짝 솟아있었다.
흙으로 손장난을 치던 아이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언니, 오늘도 학교 가요?”
“그렇지.”
“좋겠다. 나두 학교 가고 싶다.”
아솜이는 글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꼬박꼬박 인사(라고 하기엔 빤히 쳐다보거나 옆에 바짝 붙어 앉는 것뿐이지만)를 했다.
또 그거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내가 잠깐 쉬려는 시간마다 옆에 와서 쪼잘쪼잘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몇 살이냐. 언니는 이름이 뭐냐.
자기는 햄 반찬을 제일 좋아한다.
어제 라면 먹고 싶었는데 할아버지한테 혼났다.
그런 것들.
대부분이 자신의 TMI로 이뤄진 대화였지만,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은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나 지금 언니가 궁금해요’.
‘비슷한 또래는 처음 봐서 그런가.’
또래…… 라고 하기도 약간 이상하긴 한데, 여긴 다 문 선생과 동년배이신 분들밖에 없으니까.
아이의 말랑 볼따구를 쓰다듬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학교에 왜 가고 싶은데?”
“학교 가면 음…… 할아버지가 친구도 많이 생기고, 맛있는 것도 주고, 재밌는 것도 많이 배운다고 했어요.”
문 선생, 그렇게 안 봤는데 애한테 막 사기를 치네.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학교 가기 싫은데. 우리 바꿀까?”
“진짜요?”
진짜는 뭐가 진짜야.
신난 얼굴을 보며 가방을 뒤졌다.
장난스럽게 한번 돌아보자 기대에 찬 눈이 반짝거렸다.
“짜잔.”
교복 자켓을 휙 던져 아이를 덮어버렸다.
옷 안에서 또 꺄아, 꺄 즐거워하는 비명이 들렸다.
틈을 헤치고 뽁 튀어나온 얼굴.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넘겨줬다.
“안 부러워해도 돼. 너도 좀만 있으면 질리도록 다닐 테니까.”
아솜이의 어깨 위로 자켓을 얹어줬다.
어른 정장을 뺏어 입은 것 같은 꼬맹이.
질질 끌리는 밑단을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좋다는 듯이 파닥파닥 뛰어다니는 뒷통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서서히 떨어졌다.
***
― 【남산, 산책길도 이제 위험해…… 소멸 포탈 휘말린 시민 1명, 사망 추정】
“…… 남산?”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대충 펼쳐 놓았던 신문이 덩달아 퍼덕였다.
밤마다 을 확인하는 건 이제 거의 굳어진 일과였다.
씻고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수면 양말까지 알차게 챙겨 신고 침대 위에서 뒤적이기.
그게 루틴이었다.
근데, 최근에는 근력 수련에 집중하느라 체크만 했지 웬만한 포탈들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믿을 수 없는 헤드라인에 손가락을 짚으며 따라 읽었다.
“소멸 포탈, 시민 1명 사망…….”
재빨리 기사를 눈으로 훑었다.
―【18일 아침, 남산 산책길에서 C급 소멸 포탈이 발생했다. 구조대의 말에 따르면 추정되는 사망자는 1명이며 다른 피해 상황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
‘소멸이니까 던전형일 확률이 높고…… 큰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느릿한 손길로 눈썹을 문질렀다.
기사를 끝까지 읽어봤자 더 큰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정확한 시간도, 그리고 누가 다쳤는지도.
팔짱을 끼고 고심했다.
남산이라고 해봤자 정확한 장소도 모르는 데다가 상당히 넓은 범위.
행여 내가 간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연락을 받은 공략대에게 포탈을 뺏길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도.
‘시간대가.’
아침.
기사 내용에 달린 그 한 단어가 나를 걸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