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35
35. 유니콘 목장 (1)
해발고도 1,947m의 한국의 명산 한라산.
옛날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등반할 수 있는 산이었지만, 지금은 급격한 화산활동의 증가로 인해 일반인의 입산이 제한되어 있었다.
“여기 허가증입니다.”
“감사합니다.”
“등산로 입구에 경비실에 보여주시면 됩니다.”
“예.”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를 빠져나오며, 나는 길드 소속의 헌터로서 임시 입산 허가증을 받았다.
곧바로 등산로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요즘 참 산을 많이 타네.”
사실 등산의 민족, 대한민국에서 생기는 던전은 60%가 산지에 생긴다.
그 때문에 한국의 헌터들은 산행에 매우 익숙했다.
미래 기억의 나는 두말할 것도 없고, 민원실 접수 업무를 담당했던 과거의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허구한 날 접수 민원을 확인하기 위해 정찰을 다니거나 공략대를 안내해 주기 위해 산을 돌아다녔다.
그런데도, 이 한라산은 참 낯설었다.
“어째서··· 이제야 이곳을 오게 되었을까.”
낯설다기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라산이 처음이었다.
과거와 미래 기억을 통틀어봐도.
제주도는 일 때문에 몇 번인가 왔었지만, 한라산을 등반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라··· 과연 이름 그대로다.”
은하수를 잡아당긴다는 뜻의 한라산.
정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명산이었다.
그렇게 등산로를 따라 얼마나 걸어 올라갔을까.
푸스슥─
“동물?”
《이히잉─!》
소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수풀 속에서 새하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말?”
아무리 제주도 말이 유명하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등산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와도 되는 건가?
나는 반사적으로 등 뒤의 지팡이를 꼬나잡았다.
그리고 나선형 지팡이 장식을 통해 전류가 흘렀다.
치직─
“일렉트릭 써지(Electric Surge)!”
촤즈즈즈즈즉─!
내 앞에서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던 놈을 향해 불규칙한 지그재그의 전류가 뻗어나갔다.
《이히힝!》
한 차례 전격을 맞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린 말.
하지만 놈에게는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시끄럽게 울어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이놈은 단순한 말 따위가 아니었다.
“왜 여기에 몬스터가?”
나는 놈을 자세히 살펴봤다.
일반적인 말보다 훨씬 더 큰 몸집, 거기에 이마에 달린 하얀 뿔.
아까는 갑자기 튀어나와서 알아보지 못했지만, 저것은 바로······.
“유니콘?”
이건 C급 몬스터, 유니콘이었다. 그런데 고작 전격 한방에 쓰러질 놈은 아닌데······.
아니, 애초에 여기는 최근에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거나 했던 곳이 아니었다.
그냥 평화로운 국립공원일 뿐인데 왜 이런 몬스터가?
“선생님!”
“응?”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웬 라이플의 총구가 보였다.
“조심하십쇼!”
타당!
“이런 미친!”
빠르게 ‘마나 쉴드’를 작동시키려 했지만, 탄환은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푸슈슉!
총알은 이미 전기로 지져져 기절한 유니콘에게 날아가 박혔다.
그런데 일반적인 총알이 아닌, 주사기 모양의 총알.
저건 분명··· 대 몬스터 포획용 마취탄?
일반적인 의료용 마취 물질이 아닌, 몬스터 마약을 이용한 탄환.
그것은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따로 허가받지 않으면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된 물질이었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예, 없긴 한데······.”
그래. 애초에 나를 맞추려고 한 게 아닌 건 알겠다.
그런데 이 유니콘, 일단 몬스터고 내가 먼저 쓰러뜨려 놓지 않았나? 설마 여기서 스틸각을…?
게다가 엄연히 사람이 옆에 있는데, 지 좆대로 마취탄을 쏴?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왔던 이 땅에서 감히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녀석에게는 조금 “예의”라는 것을 주입시켜줄 필요가 있겠군…….
그때, 놈의 작업복 팔뚝에 새겨진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 자식들은?
“이것은 저희가 치울 테니, 가시던 길 가십시오. 생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몬스터는 뭡니까?”
“선생님은 아실 필요 없는 일입니다. 그럼.”
그 말까지 듣는 순간 확신했다.
뭔가 어눌한 말투와 억양.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말투가 아니었다.
저것은 흡사 중국 동포 같은······.
뭐 관광 가이드의 역할로 따라오기라도 한건가?
나는 곧이어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중국 동포(?)와 주변인들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자루에 유니콘을 통째로 집어넣고 그대로 자리를 뜨기 시작한 사람들.
확실하진 않지만, 그들은 모두 딱 보자마자 ‘나 중국인이요’ 할 법한 복장과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래, 저건 분명······.”
또다시 눈에 들어오는 로고.
파란 말과 창.
나는 빠르게 미래 기억을 떠올려 저게 무엇인지 확인했다.
“스톰 차저(Storm Charger) 길드.”
중국어로 태풍돌격대(太風突激袋)라 자칭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거대 길드였다.
“국제 랭킹은 아마··· 6위인가 7위였던 것 같은데······.”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퍼즐이 맞춰지고 정황이 그려졌다.
결정적으로 미래 기억상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
“유니콘 목장 강탈 사건.”
유니콘은 나름대로 출몰 빈도가 낮아 희귀한 몬스터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이 성질이 아주 포악하고 위험한 몬스터를, 제주도의 한 벤처 길드에서 포획해 가축화시키려는 시도를 했었더랬다.
그리고 수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마침내 놈들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하는데…….
그렇게 전 세계 최초로 유니콘의 테이밍을 성공하게 될 한국의 벤처 길드, 드래곤헤드(Dragon Head).
그 길드 소유의 유니콘 목장이 바로 이 한라산에 있었다.
슬슬 당시 관련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리고 드래곤헤드 길드가 맞은 암울한 미래까지도.
“그 뒤로 드래곤 헤드는 망해버렸지.”
그들의 대단한 업적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전.
드래곤헤드 길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유니콘이 전부였던 사람들인데 그 유니콘을 싹 다 털려버렸으니.”
드래곤헤드에서 관리하는 유니콘 목장.
큰 계약 건으로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곳에 소속 불명의 헌터들이 급습을 시도하였고, 놈들은 드래곤헤드 길드에서 기르고 있던 유니콘들을 모조리 강탈했다.
하루 아침에 보유 중인 모든 유니콘을 잃어버리게 된 드래곤헤드 길드.
결국 길드는 도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길드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었던 유니콘이 싹 다 털려버린 건 둘째치고, 또다시 유니콘을 길들이기까지 소요될 시간적 손실이 컸다.
또한 몹시 희귀하게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니콘들을 다시 구하는 것 부터도 문제였다.
일이 그렇게 되고 나니 애초에 유니콘을 길들인 것부터가 사기였다는 둥, 그들을 향해 온갖 루머가 쏟아지고 악성 여론까지 들끓었다.
드래곤헤드의 길드장은 진실을 밝히고 재도약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으나, 세상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것이 정말 자살이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진 드래곤헤드 길드.
그러던 어느날, 중국의 스톰 차저 길드에서 웬 유니콘 부대를 국제무대에 선보이게 되었다.
튼튼한 내구력, 일반 말에 비해 몇배로 빠른 이동력과 파괴력.
얼마 동안 스톰 차저의 유니콘 부대는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들여진 유니콘들이 갑자기 어디서 온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벌어졌을 일.”
하지만 갑작스럽게 놈들과 엮이게 된 지금, 나는 갑자기 여기서 맛있는 냄새를 맡게 되었다.
“유니콘의 뿔이 아주 귀한 재료이긴 하지. 그것도 암컷의 유니콘 뿔이 아주······.”
수컷에 비해 암컷의 개체수가 극도로 적은 유니콘.
수컷 뿔이 하얀색인 반면, 암컷의 뿔은 검정색이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하다고 알려진 그 검은 뿔.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것.
나는 놈들에게 작은 선행을 하나 베풀기로 계획했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해.”
그래야 몸도 마음도 배가 부르는 법이다.
어차피 백록담에 살고 있을 흑요어가 오늘내일 안에 어디로 도망가는 것은 아닐테니.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곧장 방금 전의 무례한 헌터들을 뒤쫓아갔다.
내 추측이 그저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단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
한라산의 드라이브 코스 한쪽에 줄줄이 세워져 있는 여섯 대의 트럭과 두 대의 밴.
트럭 위의 철창에는 딱 봐도 수십 마리가 넘는 유니콘들이 기절한 채 실려 있었다.
“그놈들이 확실하군.”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인적 드문 해안가가 나올 것이다.
그곳 어딘가에는 밀항선이 대기하고 있겠지.
이대로 둔다면, 놈들은 여기 있는 유니콘을 모두 실어 그대로 귀국해버릴 것이 분명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냥은 못 가지.”
놈들은 완벽한 작전을 짠 듯 보였다.
원래대로였다면 이들은 밀항선을 타고 불법입국을 한 뒤, 여기 유니콘 목장을 털고 잡히기 전에 빠져나갔으리라.
그러나 놈들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내게서 몬스터를 스틸하고,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배를 째다니.”
놈들을 조질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잡은 유니콘을, 건방지게 감사의 인사나 대가도 없이 그대로 갖고 날아버린 것.
둘째는, 사람이 있는 방향에 대놓고 총을 쐈으면서 안면을 싹 몰수하고, 사과 한 마디 없었던 것.
이런 놈들에게는 동방예의지국의 회초리가 절실했다. K-참교육이 마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
무엇보다 세 번째 이유는… 그놈들이 ‘그 길드’. 스톰 차저 출신의 헌터들로 보인다는 것.
미래 기억 속, ‘작은 길드가 큰 길드에게 개겨서야 되겠느냐’며 뻐기던 스톰 차저 길드 대표의 면상이 뇌리를 스쳤다.
현 시점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벌써 울화통이 터지는 기분.
“다 뒤졌다······.”
출신 국가 때문일까. 전 세계 길드 중 가장 많은 머릿수로 유명한 스톰 차져 길드.
그러나 흔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들은 고등급 헌터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고등급 헌터 자체의 수효가 적어서라기보다, 그만큼 하위 랭크의 헌터들이 지나치게 많이 소속되어 있는 탓이었다.
이 일은 만에 하나라도 붙잡혔을 때의 리스크가 큰 암적인 일.
따라서 이곳에 굳이 고등급 헌터를 배정하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여기 있는 헌터들 대부분은, 만약 일이 잘못되어 모두 잡혀들어가더라도 큰 상관이 없을 사람들 뿐일 것이다.
“그래도 다굴에는 장사가 없긴 하지.”
저렇게 많은 수의 헌터들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각막이고 장기고 싹 다 털린 후 남은 생은 인체의 신비전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D급 헌터들과 그 수준이 완전히 달랐다.
“이 자리에서 싹 다 도륙내버린다.”
키키키킹!
슬슬 다시 출발하려는지, 서있던 몇 대의 트럭에서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놈들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마석을 빨며 사방으로 번개를 난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지능이 낮은 몬스터에게나 할 수 있는 일.
놈들은 엄연히 프로 헌터였다. 특히 이런 더러운 일에 동원되는 놈들이다보니, 나름대로 한 수를 숨기고 있을 터.
섣불리 뛰어드는 짓은 멍청한 짓이었다.
“전자기적 시야(Electromagnetic Vision).”
두 눈에서 전류가 한 가닥씩 튀어 올랐다.
중간중간 전류가 겹쳐 보여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놈들의 수준을 대강은 헤아릴 수 있었다.
어떻게 저만한 숫자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이런 일을 벌인 건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놈들의 숫자는 약 30명 정도.
혹시라도 둘러싸이거나 사각이 노려질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정전기 보호막(Static Shield), 충전(Charge), 마나 쉴드(Mana Shield).”
쓸 수 있는 버프를 다 둘렀다.
그리고······.
제주공항에서 사왔던 가면을 꺼냈다.
휴대폰 액정에 나를 비추어 보니 약간 슬퍼보이는 개구리 한마리가 보였다.
“······.”
쓸데없는 유명세는 칼라미티를 부른다.
놈들은 바퀴벌레마냥, 이 바닥 어디에든 존재했으니까.
물론 당장 소속 헌터들을 잃은 스톰 차저 길드의 눈길을 함께 피해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었다.
한 놈이라도 도망친다면 나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에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
결국 어떤 이유에서든, 얼굴을 가리는 것은 필수였다.
“물론 단 한 놈도 살려보내지 않을거긴 하지만.”
설령 도망치는놈이 있을지라도 끝내 잡혀 감옥으로 끌려가야만 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옷가지로 지팡이 장식을 보이지 않게 가렸다.
혹시라도 특이하게 생긴 내 지팡이 장식을 보고 신원을 특정할 수도 있을 수 있으니.
거기까지 하고서, 나는 곧장 수풀을 박차고 나갔다.
끼이익!
갑자기 고라니라도 튀어나온줄 알았던 걸까.
이제 막 엑셀을 밟기 시작한 선두의 트럭이 급정지를 하며 멈춰섰다.
“뭐야, 저새끼는?”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와 함께, 경적이 울렸다.
빵빵!
이미 뛰쳐나온 마당에, 망설일 것도 없었다.
나는 마치 장풍이라도 쏠 것 처럼 손바닥을 쫙 펴고 운전자를 겨냥했다.
“뭐··· 뭐야? 마법사라고?”
계속해서 놈이 중국어로 뭐라 말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설령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해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는 얘기겠지만.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
치직!
장풍 대신 손바닥을 통해 뻗어나간 건 무색 무형의 전류였다.
목표로 한 것은 운전자가 아니었다.
내가 조준한 것은 핸들의 아래쪽.
드르륵─
한순간 밀도 높은 전자기력이 발생해 트럭의 열쇠를 돌려버렸다.
갑자기 덜컹 소리를 내며 멈춰선 선두의 트럭.
틱, 티딕!
곧이어 꽂혀있던 열쇠가 빠져나왔다.
“뭐야, 시동은 또 왜꺼져?”
“이봐, 옆을 봐. 열쇠가 날고있는데?”
“뭐라고?”
놈들이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대하여 저마다 관찰한 바에 대해 중국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다는 오래가지 않았다.
푸슉!
일순 열쇠가 날아가 운전자의 눈에 박혀들어갔다.
“크아악!”
“저 새끼가 뒤질라고!”
조수석에 있던 놈이 곧바로 내려 검을 빼들었다.
친한 동료라도 됐던건지 이성을 잃고 나에게 달려드는 놈을 다시 겨냥했다.
치직─
“감전(Shock).”
치지직!
손 끝에서 전격 속성의 마나가 터져나왔고, 달려오던 놈은 감전에 의해 고꾸라졌다.
동시에 놈이 놓쳐버린 검이 공중을 날았다.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
날카로운 검 끝이 정확히 아래를 향하도록.
두둥실 떠오른 검은 놈을 향해 각도를 다잡았다.
“어어?”
푸슉!
이어 그대로 떨어지며 목을 관통해버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곧이어 들려오는 또다른 중국어.
뒤쪽의 트럭에서 놈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헌터가 내렸다.
자세히 보니 아까 그 한국말을 조금 하던 중국 동포였다.
가이드가 아니라, 놈들의 대장이었던가?
앞으로 나온 그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나를 노려보며 외쳤다.
“내 부하들을 저꼴로 만든게 네놈이냐?”
“······.”
“감히 겁대가리도 없이. 우리가 누군지 알고······.”
“······.”
뭐라는건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내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어느새 서로 얼굴이 보일만큼 가까워졌다.
“잠깐, 네놈… 아까 그 등산객?”
여기서부터는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놈이 한국어로 얘기해주기 시작한 것.
“또 보네? 그 유니콘은 잘 데려갔어?”
“쯧, 멍청하군. 그냥 가던 길 가라고 할 때 갔다면 목숨이나마 건졌을텐데.”
“스틸범 새끼가 아가리는… 아, 그쪽 종특인가?”
“…! 건방진 놈. 감히!”
“에베베. 근븐즌 늠~.”
“이이… 저 마법사 새끼, 조져서 유니콘 똥간에 묻어 가지고 간다. 잡아와!”
놈들의 대장은 몸을 획 돌려 뒤쪽으로 빠졌다.
나는 곧바로 놈의 뒷통수에 벼락을 꽂기위해 조준을 했으나, 곧이어 타겟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트럭과 밴에서 내려 저마다 우르르 몰려나온 헌터들.
“바퀴벌레처럼 계속 기어나오는군. 이게 단가?”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 나를 둘러싼 열 명의 헌터들.
아마도 나 하나를 잡기 위해 모든 인원이 나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 어그로가 부족했나?”
한 번에 나와줘야 한 번에 다 끝날 텐데.
“조져!”
놈들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열 명의 헌터가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마치 싸움이 아니라··· 그냥 앞뒤 안보고 한 사람을 개처럼 두들겨 패놓겠다는 전형적인 양아치형 린치의 현장을 보는 듯했다.
내가 평범한 잔챙이 헌터였다면 쫄았을지도 모르지만…….
놈들은 그 대상을 잘못 골랐다.
내 지팡이 끝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겨냥했다.
치직!
캐스팅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연쇄 번개(Chain Light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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