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89
90. 스톰 차저 (1)
혹시 황명수가 자길 괴롭혔냐는 질문.
거기에 어린 꼬마, 조준혁은 눈을 내리깔고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끄덕.
“아니, 괴롭히다뇨. 그게 무슨······.”
“준혁이는 황명수 씨가 무서운가 본데요?”
“저는 길드장님이 이 꼬맹이에게 운동을 좀 알려주라고 하셔서, 그대로 한 것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시키셨는데요?”
“유산소 운동 위주로 시키라고 하셔서··· 가볍게 줄넘기 10,000회랑 트레드밀 좀 뛰게 했습니다.”
“흐음······.”
확실히 그 말대로라면 특별히 잘못한 사항은 없었다.
황명수는 내 말을 듣고, 자기가 판단하고 있는 대로 운동을 조금 도와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F급 체력 스탯을 가진 조준혁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수준이었다.
문득 조준혁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길드장 아저씨······.”
“응?”
“저 운동 안 하면 안 돼요?”
조준혁은 그 말과 함께, 품속에서 내가 대여해 준 ‘솔루스의 송곳니’를 꺼내서 쉭쉭 휘둘렀다.
“이런 게 아니라도 저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운동은 이제 그만 하고 싶어요.”
“준혁아, 길드 내에서 함부로 무기 꺼내는 거 아니야. 집어넣어.”
“······.”
“그리고, 형이 말했잖아. 너는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더욱 잘 활용하려면 꼭 체력 스탯을 올려야 한다고.”
“그래도 싫어요.”
나는 품속으로 단검을 집어넣는 조준혁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준혁은 알데바란을 죽이고 싶어 했고, 나는 그를 대신 죽여주었다.
그 대가라고 해야 할까? 조준혁은 흔쾌히 내 길드에 들어와 주었다.
이제 이 꼬맹이는 길드원으로써 내 말을 들어야 했고, 내 지시사항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길드에 마련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라는 것.
방화연과 황명수의 경우는, 내 지시에 황당해하면서도 잘 따라주었다.
마법사와 궁수에게 온종일 헬스만 하라고 지시한 것을 제외한다면, 길드에서 헬스를 한다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헬스는 몸에 좋은 일이니까.’
실제로 대형 길드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헬스장을 갖추고 있는 게 당연했으며, 그런 곳의 헌터들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여가시간을 활용해 헬스장을 이용하곤 했다.
근력/민첩성/체력을 올리기 위한 기본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가는 헬스장에서는 기껏해야 수백kg의 중량을 넘으면 더 이상 칠 수 있는 무게가 없으니, 길드의 수련시설에 헬스장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 길드원들은 특이하게도, 마력 스탯을 제외한 헌터 기본 스탯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헌터들이었다.
본인들도 그 부분을 인정했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준혁은 그렇지 않았다.
‘조준혁은 아직 어린애다.’
만약 부모가 제대로 살아있고, 가정이 멀쩡했다면 이 아이는 초등학교나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야 할 나이였다.
그런 애한테 하루 종일 헬스만 하라고 시킬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문득, 방화연의 로브 자락을 잡고 뒤쪽에 숨는 녀석을 보았다.
“아무튼 저 운동 안 할래요. 안해. 안해!”
그때 방화연이 자신의 뒤에 숨은 아이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준혁이가 많이 힘들었나 봐요. 체력 스탯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아이니까 아이답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게 어떨까요?”
“으음······.”
“괜찮으니까 앞으로 나오렴. 괜찮아~”
방화연은 자꾸 자신의 뒤로 숨는 조준혁을 붙잡아서 자신의 앞에 세웠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화연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부모도, 가족도 없고 신분 세탁까지 한 꼬맹이라 할지라도, 애는 애였다.
“좋습니다. 아무래도 준혁이가 방화연 씨를 잘 따르는 것 같은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네, 준혁이가 아무래도 가족도 없고, 또래처럼 공교육도 받을 수 없는 처지이지 않습니까?”
나는 조준혁의 앞에 눈을 마주치고 앉았다.
“방화연 씨가, 준혁이의 가정교사가 좀 되어주실 수 있습니까?”
“가정교사요? 제가 왜?”
“각성자가 되기 전에 제대로 공부란 걸 해본 사람도 화연 씨 정도인 것 같고··· 학벌은 둘째 치더라도, 준혁이가 화연 씨를 가장 잘 따르는 것 같아서요.”
방화연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팔짱을 낀 채 입술을 달싹였으나, 나는 곧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후배 헌터의 교육을 담당하시게 되었으니, 그에 맞춰서 급여 협상을 다시 해드리겠습니다.”
“에, 혹시 얼마나······.”
“자세한 건 다음에 따로 말씀 나누시죠. 급여는 민감한 내용이기도 하니··· 그러나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받아들이실지 말지는 듣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좋아요! 콜!”
“좋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협상해보죠.”
일단 지금은 그런 일에 대해서 토론하기 위해 이 밤중에 헬스장에 모여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 밤에 있을 일에 대한 작전 내용을 다시 한번 브리핑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암중모색을 통해 추적하고 있는 것은 왕 첸의 위치.
오늘 저녁, 나는 왕 첸을 치러 갈 예정이었다.
나는 그 과정에 관해 자세하게 한 번 더 풀어서 설명을 이어갔고, 세 명의 길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리고는 곧 각자의 짐을 챙겨 들었다.
“자 그럼, 해당 내용은 모두 숙지하고 계신 것 같고, 혹시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음. 없는 것 같아요.”
“없습니다.”
지시에 잘 따라주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밖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안인식이 차량을 이끌고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왜 이리 늦습니까, 한참 기다렸습니다.”
우리가 목적지로 삼은 장소는 경기도 안남시. 왕 첸이 있는 위치였다. 그 위치가 안인식의 네비게이션에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차량에 올라타며 힘차게 말했다.
“그럼 갑시다!”
***
몇 시간 뒤.
경기도 안남항에 위치한 한 고층 빌딩의 옥상.
그곳에 방화연, 황명수, 조준혁 그리고 안인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한세훈의 지시에 따라 자리 잡은 이곳은 아주 멀찍이, 바닷가에 정박한 배 한 척이 잘 보이는 위치였다.
“보여요?”
“네 보이네요.”
그들의 임무는 간단했다.
최대한 멀리서 한세훈을 지켜보며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
망원경을 들이밀고 있던 황명수는 자신이 보는 장면을 말했다.
“길드장님이 밀항선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항구의 한구석, 한적한 부두에 정박한 밀항선.
그곳을 향해 다가가는 한세훈이 보였다.
그는 평소의 새하얀 검신을 가진 ‘덧없는 칼날’ 대신, 처음 보는 시커먼 검을 들고 있었다.
서걱─
밀항선의 주변을 돌아다니던 첫 번째 경비원이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한세훈의 모습이 사라졌다.
“?!”
망원경에 눈을 대고 있던 황명수가 급히 눈을 때고 맨눈으로 같은 위치를 바라보았다.
“길드장님이 사라졌습니다.”
눈을 감고 ‘감시자의 눈’을 통한 장거리 탐지 스킬을 시정 중이던 안인식이 나직이 말했다.
“아닙니다. 그건 이번에 길드장님이 새로 얻으신 ‘황혼의 끝자락(Dusktoe)’라는 검 때문입니다.”
“황혼의 끝자락이요?”
“저한테 한 번 감정내역을 보여주셨는데, 과연 칼라미··· 아니, 정점 길드의 부길드장이 사용하던 검답게, 엄청난 검이더군요······.”
아직 여기 무리에서 칼라미티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안인식 뿐이었다.
같은 길드원인 방화연이나 황명수, 그리고 ‘감추어진 존재들’에게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 상태.
분명히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는 소리이긴 했지만, 안인식은 그가 가진 인맥과 정보 그리고 추가적인 조사를 통하여 한세훈이 했던 그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그걸 듣고 단순히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단 함구해달라고 하셨으니.’
방화연이 그 얘기를 듣고는 궁금한 게 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그거··· 장물 아닌가요? 저희가 그렇게 막 가져도 되는 건가?”
“모른척하십시오. 저 검, 못해도 백 억 단위의 아티팩트일겁니다. 길드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책임지시겠지요. 괜히 쓸데없이 저희가 엮였다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때 황명수가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길드장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경비원이 쓰러졌고··· 또다시 모습을 감췄습니다.”
“세훈 씨··· 아니, 길드장님은 정체가 대체 뭘까요?”
“정체요?”
문득 방화연이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부터 봐왔지만, 길드장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저도 저희 길드장님이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솔직히 감이 안 잡힙니다. 마법사이면서 칼도 잡으시는데, 사람의 재능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진데다 저번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암살 계열 헌터를 200명이나 데리고 오시고······.”
황명수는 잠시 망원경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 길드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길드장님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가 참 궁금하네요.”
“저도 그래요. 마치 세훈 씨는, 뭔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쫓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게 뭔지 알고 싶어요.”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저도 그런 느낌을 조금······.”
그때였다.
한세훈이 밀항선 위로 올라타는 순간.
위잉! 위잉!
부두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헌터들이 쏟아져나왔다.
스톰 차저의 길드복을 입은 수많은 헌터들이 밀항선쪽으로 달려왔다.
그와 동시에, 귓가의 무전 이어폰을 통해 한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 방화연 씨, 지원 포격 좀 부탁합니다.
“네, 알겠어요!”
화르륵─
방화연의 할버드 끝에서 화염 덩어리가 타올랐다.
그녀는 화염의 마법사였고, 그동안 수없이 마법을 사용해왔다.
이 화염구로 동굴을 무너뜨린 적도 있었고, 던전의 몬스터 무리를 수없이 불태워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먼 거리의 적들을 향해 발사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꿀꺽.
방화연은 목표물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할 수 있을까?’
마법은 결국 마나로 만들어내는 투사체였다.
그냥 쏜다고 무조건 맞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엄연히 조준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공격 방식.
조준을 잘못하여 빗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먼 거리라니.
목표물이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꽈악.
옆으로 다가온 조준혁이 방화연의 지팡이를 붙잡아 주었다.
“준혁아. 할 수 있지?”
자신이 발사할 화염구를 가지고 조준혁에게 가능 여부를 묻고 있는 방화연. 조금 이상해 보이는 장면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세훈의 말에 의하면, 이 어린아이가 가진 고유 스킬이 그녀의 조준력을 보정해줄거라고 했다.
“걱정 마, 누나. 이 정도 거리··· 자주 던져봤어.”
바람만 살짝 불어도 화염구는 목표물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방화연은 그와 관련해서는 더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조준혁의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이미 몇 차례의 연습을 통해 확인했기에.
물론 실전은 처음이었지만.
“준혁아, 그러면 쏜다?
“응.”
화아아악!
오늘 첫 사용하는 마법이기에, 방화연은 풀 마나 상태로 꽤나 힘을 줘서 화염구를 생성해나갔다.
이윽고 완성된 거대한 화염 덩어리.
그것은 강력한 열기를 뿜어 데며 할버드의 끄트머리에서 언제든 쏘아질 듯이 흔들거렸다.
“화염구(Fire Ball)!”
방화연의 외침과 함께 조준혁의 눈빛에도 이체가 흘렀다.
화르르륵!
불타는 화염 덩어리는 나선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몇몇 개의 빌딩을 지나쳐, 뾰족한 첨탑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컨테이너를 나르는 크레인의 복잡한 로프 사이를 묘기라도 부리듯 지나가 마침내 부둣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