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healer's hidden ending strategy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빗방울의 왈츠 (2)
진예신은 자신의 ‘감’이 꽤 적중률이 높다는 걸 안다.
자신의 기억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전쟁터를 전전한 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 그런 걸까. 생존본능 영역에서 감이 유별나게 발달한 느낌에 가깝다.
특히 수많은 부류의 감 중에서도 ‘불길함’에 관련된 감이 뛰어났다. 무슨 일이 날 것 같다고 느끼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진예신은 오래간만에 그 감각이 강하게 활성화된 것을 느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나한테 특별한 일정은 딱히 없고, 여월 님도 마찬가지고….’
제법 오래전에 과로로 쓰러진 이후부터 꼬박꼬박 기숙사로 퇴근하는 버릇을 들인 진예신은 이른 새벽, 습관처럼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불현듯 찾아오는 ‘감’은 어디까지나 진예신 본인과 그와 가까운 인물들에게 발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과 신여월의 일정부터 되새겼다가 멈칫했다.
‘요한 군이 오늘 출장인데, 설마 이쪽 문제인가? 하지만 그 장소는 아직 일이 벌어지려면 시간이 남아 있어서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을 텐데…?’
잠시 멈췄던 손을 움직여 단정하게 넥타이를 마저 맨 진예신이 심각한 얼굴이 되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네 칸의 서랍 중 가장 위, 그중에서도 부러 찾기 어렵게 하려고 서랍 안쪽 바닥에 이중으로 덧대어 놓은 판자를 더듬었다.
달칵. 구석의 아주 조그만 흠에 손끝을 끼워 들자 가볍게 열린 판자 아래에는 낡은 티가 많이 나는 양장 노트가 들어 있다.
진예신은 이곳에 넣어둔 후로는 꺼내지 않았던 노트를 꺼내 조심스럽게 먼지를 털어냈다.
‘이걸 내가 다시 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감응자로서 살아온 날이 적지 않은 진예신은 경험으로 체득했다. ‘불길한 감각’을 무시하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한다는 점을 말이다.
김휘율이 은퇴해야만 하는 일에 휘말린 날도 그랬고, 박차군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상처를 입었던 날도 그랬다.
그때의 사고들은 진예신이 동분서주하며 노력했다고 한들 막을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원하는 대로만 흐르던가.
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죄책감을 느끼게 된 진예신은 그 후로 결코 제 감을 무시하지 않았다.
이 노트를 다시 펼쳐보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다. 원래 이 노트는 진예신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협회에 머무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김요한에게만 넌지시 건네주려고 했던 물건이다.
‘뒤늦게 손쓸 수 없는 사태가 되어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지.’
아무런 무늬도 없는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제 이름 석 자를 손끝으로 한 번 문지른 진예신이 곧장 페이지를 뭉텅이로 넘겼다.
한 장씩 꼼꼼하게 확인하는 데에는 시간을 쏟을 수 없다는 것처럼 몇 장씩 건너가며 대충 훑던 진예신의 손이 곧 노트의 중반부를 훨씬 넘어서야 멈췄다.
끝부분이 잔뜩 헤진 가름끈을 그 페이지에 끼워 넣으며 진예신이 바쁘게 눈을 굴렸다.
‘봉인석이 깨지는 건 오늘이 아니야. 이건 확실해. 우리 쪽도 풍월주도 모두 단계를 몇 개씩이나 건너뛰어서 예측이 무의미해진 부분이 있다지만, 이건 자연적인 문제라서 예외니까. 그리고 풍월주는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매달리지 않아.’
신여월에게서 들었던 풍월주의 행적,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해왔던 조사에서 나타난 흔적, 그리고 꼬박 몇 달을 앓아가며 받아들였던 수많은 생의 기억 속에서의 모습까지 전부 알고 있는 진예신으로서는 풍월주가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풍월주가 봉인석을 깨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은 아니라고.
‘만에 하나 자연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냈다 해도 오늘 일을 벌이지는 않을 거야. 그 봉인석으로 풍월주가 없애고 싶은 자는 요한 군이 아니라 다른 자니까.’
물론 진예신은 걱정이 많은 사람이어서 아예 마음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때마다 봉인석을 꼬박꼬박 확인하고, 풍월주가 주시하고 있는 자에게도 그를 보호하기 위한 눈을 붙여뒀다.
더군다나 주기적으로 세워뒀던 계획을 점검하면서 풍월주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현재 풍월주는 조만간 열릴 야시장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어. 요한 군은 아닐 거라고 했지만, 아마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신이 아닌 자기 몸으로 나타나겠지.’
그렇지 않다면 그 대단하신 능력자인 풍월주가 심각한 방랑벽을 누르고, 딱 두 개의 균열만 왔다 갔다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 않을 거다.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면서도 눈은 착실하게 노트의 글을 읽은 진예신이 미간을 좁히며 노트를 덮었다.
원래 있던 장소에 다시 공책을 넣고, 판자로 덮은 뒤 진예신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 누르며 한숨을 삼켰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지난 생을 적어둔 노트에서도 별것 없었어. 그 놀이공원에 특별한 장치는 없고, 봉인석은 무사할 거야. 오늘은 정말 ‘괜찮은 날’이어서 출장을 권했던 건데….’
왜 이렇게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불길한 감각이 가시지를 않는 걸까.
진예신이 초조하게 입술을 물어뜯다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김요한이라면 새벽부터 출장을 떠났을 테니까, 지금 연락하면 놀이공원의 입구 혹은 봉인석 근처에서 연락받을 거다. 자신의 말을 과연 믿어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불안하니까 조심하라는 말은 들어주겠지.
그렇게 애써 긴장을 다스리며 진예신이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휴대폰이 징징 울렸다.
‘왜 이런 시간에 이 사람이 전화를?’
휴대폰 화면에 커다랗게 뜬 ‘홍도’라는 이름과 교환한 후로 처음 보는 11자리의 번호를 생경하게 쳐다보던 진예신은 이내 통화를 수락했다.
진예신이 ‘여보세요’ 혹은 ‘어쩐 일로 연락을 다 했느냐’를 말할 틈도 주지 않고서 전화를 건 홍도가 대뜸 본론을 말했다.
-진예신, 내가 지금 뭔가 잘못 본 거 같아서 그러는데, 요한이한테 무슨 일 생겼니?
“요한 군에게요? 지금 요한 군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서 나도 어떤 상태인지는 몰라요.”
알아내려고 하면 방법이야 있지만, 김요한에게 미움받을 짓은 최대한 하고 싶지 않았던 진예신이 뻔뻔하게 답했다. 그러자 홍도가 진저리가 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어우, 징그럽게 왜 나한테 다시 존대인데? 너한테만큼은 존대 듣기 싫다고 했잖아.
“그게 중요해요? 홍도 씨하고는 오래 대화할 정도로 우리가 좋은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냥 빨리 용건만 말해주겠어요?”
-그래, 그래야겠어.
서로 기분만 나빠지니까 얼른 끝내자는 진예신의 숨은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홍도가 전화임에도 목소리를 한껏 죽인 채로 전화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요한이한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걔한테 가림막을 쳐줬어. 그 애는 어머니 세계의 사람이니까 까딱 잘못하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잖아.
“그거, 요한 군이 원한 거 맞아요? 설마 당신이 붙잡아두고 싶어서 싶어서 강제로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웃긴다, 너. 그 애 앞에서도 이렇게 내숭 떠니? 너야말로 강제로 행운의 봄을 그 애한테 떠넘긴 거나 다름없으면서 생각하는 척하는 꼴 좀 보라지.
“내숭이라니, 사람의 진심을 매도하는 건 여전하네요. 아무튼, 대답이나 해요. 가림막은 요한 군이 원해서 받은 게 맞아요?”
홍도와 청풍을 만나고 와서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해줬던 김요한이었지만, 이 얘기만큼은 처음 들었기에 진예신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자신이 여러 생을 기억하고 있고, 거기에 김요한이 엮여있음을 안다고 넌지시 일러줬는데도 왜 비밀로 했는지 서운한 마음이 생겨서 별것도 아닌 일로 홍도에게 뾰족하게 말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에 홍도가 그 애 덕분에 네가 이러는 것도 본다며 작게 웃더니 순순히 대답했다.
-난 다른 이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해. 너도 알면서 이렇게 추궁하는 걸 보니 그 애한테 의외로 신뢰가 없구나?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게 위후를 건들지 말라고 내가 충고했죠.”
-이미 지난 일로 후회해서 무얼 하겠어?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너한테 연락한 진짜 본론이지.
잠시 말을 끊은 홍도가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 게 효과적일지 모르겠다며 운을 떼더니 탁탁 무언가를 두드려댔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진예신이 타박하려는데, 홍도가 생각 정리가 끝났다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 애한테도 충고했던 이야기야. 가림막은 어디까지나 소유자인 그 애가 의식을 유지하고 있을 때만 발동돼. 단순하게 잠드는 걸로는 가림막이 해제되지 않지만, 기절하는 건 안 돼. 큰 상처를 입어서 혼절하는 것도 당연히 안 되고, 심각한 정신 계열 공격을 받아서 일순간이라도 의식이 흩어져서도 안 돼.
“왜 갑자기 주의해야 하는 부분을 알려주는지 짐작이 가는 게 짜증 나네요. 그래서, 내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당신, 그 가림막에 추적 주술도 걸어놨나요?”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맞아, 걸어놨어. 그리고 아까 전부터 불안하게 흔들리는 게 곧 깨질 느낌이라 너한테 연락한 거야. 균열에 들어간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전투를 하고 있나 싶어서.
“단순히 전투만 한다고 당신이 궁금해하진 않겠죠. 요한 군의 상태가 지금 어떻죠? 정확한 위치까지 빨리 말해요.”
진예신이 통화를 스피커 상태로 변환해서 책상에 올려두며 재빠르게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 입었다. 급한 마음에 옷이 구겨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홍도의 말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신경이 모조리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아직 의식을 잃지는 않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신 공격을 심하게 받았어. 가림막이 곧 깨질 것 같아.
“깨지면, 가림막이 깨지면 어떻게 되죠?”
-당장은 어머니 세계로 끌려가진 않아. 그 애한텐 설명을 하다 말았는데, 자동 수복 기능이 있기는 하니까. 하지만 그건 딱 한 번이야. 그리고 깨지는 순간, 위치가 특정되니까 수복되자마자 그 앨 옮겨야 해. 어머니 세계도, 이 세계의 눈도 전부 속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예신은 홍도의 말에 이번엔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구두에 발을 끼워 넣었다.
방 안에서 신을 신는 일이 얼마 만인지. 협회에서 일하던 초반, 미숙한 나머지 시간 분배를 잘못하던 때를 제외하면 오랜만에 있는 일에 진예신이 헛웃음을 삼키며 통화 상태를 다시 돌렸다.
“위치, 그리고 리미트.”
-말 짧아지니까 훨씬 너다워서 좋네. 위치는 놀이공원 기념품점, 수복 리미트는 15분이야. 아마 딱 그 정도 거리에 네 안가 하나 있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찾았는지는 나중에 듣도록 하죠. 이제 가봐야 하니까 끊어요.”
-싸가지 없는 것 좀 보라지. 뭐, 그 앤 나도 좋게 보고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그럼 다음에 보자.
전화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안주머니에 집어넣은 진예신이 곧장 부협회장의 권한을 이용해서 지도를 열었다.
특정 인물을 지정하여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지도를 쓰려면 미리 협회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김요한이 위험하다는데 그런 절차를 따를 겨를은 없다.
진예신은 바람처럼 지도로 뛰어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놀이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중에 도착했다.
그리고 참으로 공교롭게도 실체화한 봄을 끌어안고 연혜훈에게 등을 허용하는 김요한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안 돼….”
덜컥 굳어 버린 진예신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떨었다. 피를 토하는 김요한과 마지막 발악이었던 건지 무너져 내리는 연혜훈은 둘 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충격으로 인해 멈췄던 진예신의 몸이 움직인 건, 김요한이 봄의 실체화를 풀어 지팡이로 바꿔 억지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연혜훈의 뒤쪽으로 공간이 열리려고 했다. 그걸 김요한은 알아채지 못했고, 연혜훈의 몸이 들썩거리는 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벼락처럼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진예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요한 군, 아이온을 쓰면 안 돼요!”
“그게, 쿨럭쿨럭, 무슨 말씀을….”
진예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눈치의 김요한에게 설명할 여유는 없었다.
진예신은 김요한의 상처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게 주의하며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부상이 심한 김요한은 가벼운 행동에도 버틸 수가 없었는지 휘청였고, 동시에 연혜훈의 뒤로 공간이 열렸다.
아직 의식이 있던 연혜훈이 흘린 아이온을 이정표 삼아 열린 이동용 균열의 문은 그대로 연혜훈을 빨아들였다.
‘역시나. 풍월주 쪽으로 여는 문이 맞았어. 아이온을 쓰면 피아 구분 없이 끌려들어 갈 거야.’
진예신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에 안도하면서 연이어 밀려드는 불안에 이를 악물었다.
부상자를 풍월주 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저 특수한 문은 다시 말하면 그 문을 통해 풍월주가 잠시나마 모습을 비출 수 있다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혜훈이 이동됐는데도 유지되고 있는 문에서 또각또각 발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진예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기로 했다. 여기서 이런 상태로 풍월주를 마주할 마음은 한 톨도 없다.
“요한 군, 봄이 집어넣고, 장비도 해제해요. 바로, 이동할게요.”
“어디로, 크읍, 가, 시는….”
“요한 군을 치료할 곳이죠, 당연히. 걱정하지 말고 이제 쉬어요. 내가, 전부 내가 해결할게요. 알았죠? 미덥지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날 믿어줘요.”
그의 말에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있던 김요한이 봄을 손등으로 되돌리고 기절했다.
홍도가 경고했듯이 가림막은 산산조각이 났고, 이내 저들끼리 서서히 다시 뭉쳐 들었다. 완벽한 수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
김요한을 안정적으로 안은 진예신은 망설이지 않고 제 안가로 향하는 일회용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고, 그 사이로 하얀 베일을 쓴 여인이 파랑새를 어깨에 얹으며 입술을 벙긋거리는 모습이 스쳤다.
무사히 안가의 정원에 도착한 진예신은 보안이 가장 엄중하게 되어 있는 병실 대용 방으로 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꿈에서 보자고? 그렇게 둘 것 같아?’
피투성이인 김요한을 의료용 침대에 눕히며 진예신이 거칠게 벽면의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벽면이 돌아가면서 온갖 최신 의료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곳에서 신세를 지고 있던 이진아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김요한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려다가 꾹 참은 이진아가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솜씨로 마석을 불러내어 거대한 차폐막을 쳤다.
그리고 진예신은 행운의 봄의 오랜 주인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능숙하게 수술을 시작했다.
장장 14시간의 대수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