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51
50화
사마룡은 이틀 더 서달을 모시는 데 정성을 다했다. 서달은 낮엔 호북의 명승지를 방문하고 밤엔 늦게까지 연회를 치렀으니, 모시는 사마룡은 대부분 운기조식으로 피로를 가시게 했다. 절정에 이르고는 삼일 정도 안 자도 버틸 만했다. 서달은 아마 삼 일 밤낮 싸워도 쌩쌩할 터다.
서달은 나선 김에 북평(北平)까지 중원을 한 바퀴 돌겠다고 했다. 사마조는 가문의 사람을 붙여주겠다 했지만, 서달은 껄껄 웃으며 이제 사람 쓰일 곳이 많을 거라 거절했다. 그가 친히 방문해 한껏 위상이 높아진 사마였다. 서달 손님 말고, 이젠 사마로 찾는 손님 수가 많이 늘었다. 그의 말대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거였다.
무이는 의외로 사마에 남기로 했다. 무구, 본래 이름 방무(旁武)가 인의단을 떠날 생각이 없어 그녀도 기왕 가까이서 전장 일을 배우고 싶다 했다. 거처는 서달이 집을 한 채 마련해 준다는 걸 그녀는 같이 지내는 이들이 좋다며 여기 계속 머물겠다고 했다. 태평은 방연이 저와 함께 화산으로 갔으면 싶었던지, 영 아쉬운 얼굴이었다.
귀강 일은 만금이 그들 세력을 물리는 데 그쳤지만, 호북을 두고 상호 간 경계를 다시 확인하는 협약을 맺었다. 유가양은 이번 기회에 귀강을 따끔하게 혼내고 싶었겠지만, 임여옥이 워낙 잘 처신해 꼬투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호기는 배가 아픈지 두문불출했고, 사마하와 사마근은 곧장 사직 의사를 표했다. 둘은 잠깐 가문 한직으로 물러났으며, 부장주와 계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좋구나.”
사마룡은 쓰러지듯 앉아 진선방을 봤다.
기암괴산 황홀한 선경에 동굴 하나가 있고, 거길 신선으로 뵈는 노인이 동자와 함께 드는 그림이었다. 당대 흔한 소재의 그림이었으나, 이를 보고 마음이 동한 건 처음이었다. 그림은 살아 움직일 듯 선명했고,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걸어 놓고만 있어도 좋은 일이 마구 생길 것 같았다. 더욱이 사마룡이 이를 택하자, 호기는 다른 건 다 줘도 이것만은 못 주겠다며 드러누웠다. 그러게 누가 눈에 띄게 두랬나, 사마룡은 내기를 들먹이며 결국 이걸 가져왔다. 호기는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왕!”
그때 문밖에 귀염이 왔다. 사마룡은 그리 못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사고 칠 때나 입는 검은 무복과 이번에 얻은 곤옥검을 검은 천으로 둘둘 말았다. 곤옥검은 아름답고 내구성이 강한 대신 예기는 목검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무기로선 손색이 있다 할 거지만, 경지가 남다르고 살상을 즐기지 않는 사마룡에겐 더없이 만족스러운 점이었다.
“왕!”
문을 여니 또 훌쩍 자란 귀염이 달려들었다. 발을 치드니 이제는 가슴께까지 왔다. 잘도 자란다.
“귀염, 오늘을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왕!”
“맡겨만 달라고? 쉽지 않을 텐데.”
“왕!”
“자신 있다고? 그럼 이걸 맡아보거라.”
사마룡은 귀염 코에 작은 천 쪼가리를 갖다 댔다.
“천리향(千里香)에 견지향(堅持香)을 섞은 것이다. 내 듣기로 칠 주야는 이어진다던데, 이를 맡고 옳은 길을 찾을 수 있겠더냐?”
사마룡은 호기의 보고로 가던 날, 준비한 천지향(千持香)을 뿌려 위치를 표시했다. 귀염이 땅속 깊은 데서 냄새로 금토서(金土鼠)를 잡는 모습을 보고 이런 방법을 떠올리게 된 거다. 게다가 운 좋게 호기가 직접 보고로 데려간 덕분에 보다 확실히 향을 남길 수 있었다. 본래는 호기의 옷에 묻히거나 해 추적하려고 했었다.
“왕!”
귀염은 말 뱉기가 무섭게 달려나갔다. 사마룡은 놀라 뒤따랐다. 도착한 데는 놀랍게도 사마의 안산(安山)이랄 수 있는 낙가산(珞珈山)이었다. 가솔들이 동호의 풍광을 즐기려 자주 오르내리는 산이었다. 이런데 풍신의 안가가 자리했다니. 그리고 호기가 버젓이 금고로 쓰고 있다니. 사마룡은 괜히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귀염은 그런 산의 어림에서 머뭇거렸는데, 아무래도 여기 장난을 쳐뒀을 테다.
“고생했다.”
사마룡은 귀염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아무리 천리향이 천 리 밖까지 향이 나는 귀물이래도, 향이 오래 가는 견지향을 섞어 만들어 효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요즘 먹잇값이 많이 나갔는데, 녀석이 밥값은 할 요량이었다.
사마룡은 기특한 귀염과 얼마간 지형을 살폈다. 그리고 마저 않고 미련 없이 자릴 떠났다. 당장 그곳을 털었다간 의심받기 딱 좋을 거였다. 대강 위치 정도는 알았으니, 또 사마에 장난을 치거든 가만두지 않을 요량이었다.
“가자.”
“왕!”
돌아온 사마룡은 술독을 가득 쟁여 놓은 기분으로 규수공을 집어 들었다. 괜히 맘에 끌린 게 아닌 듯, 규수공은 개금신공과 진신행공만큼 보통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다.
목기 특유의 생기가 발하는 무리는 얼핏 화산의 것과 비슷해 보였지만, 규수공은 이를 방어적으로 쓰는 무공이었다. 특히 삭풍, 바람일랑 목기가 존재하며 비로소 뚜렷해지는 기운이라, 그런 바람을 제어한단 말은 곧 성장으로 생기는 자연적 고난을 극복한단 말로 이어졌다.
즉, 규수공은 좁게는 호신공으로, 넓게는 양생공으로 발전했으며, 목기의 생기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무공이랄 수 있었다. 이는 얼핏 다른 보물들과 비교하면 별것 없어 보였고, 호기도 그리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무공의 수준이 남다르고 특히 바라는 경지가 아득히 높은 사마룡에겐 이런 보호구가 꼭 필요했다.
“목기는…….”
사마룡은 그러나 그간 피로가 몰려 얼마 못 가 잠들었는데, 신비하게도 진선방에 봤던 황홀한 선경 가운데 도포를 입은 너구리가 저를 동자 대신 끄는 꿈을 꾸었다.
“규수공은 모두 외웠더냐?”
너구리 선인은 물었다.
“아직 다 외우지 못하였나이다.”
사마룡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이놈아, 선계에 드는 일이 장난인 줄 알았더냐. 규수공 없인 간계삭풍(間界朔風)에 몸이 산산조각 찢긴다고 몇 번을 말했더냐!”
너구리 선인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곤 사마룡과 눈이 마주치며 화들짝 놀랐다.
“아이쿠, 이놈 봐라? 풍아(風兒)가 아니었구나. 네놈은 누군데 풍아를 대신해 여기 있는 게냐?”
놀란 건 사마룡도 마찬가지였다.
“소생 사마룡이라 하옵니다만, 단(貒: 너구리) 선생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나이다.”
“허허어, 풍아 이놈이 두려워 장난질을 쳤구나. 내 이름은 종학(宗學)이다. 비록 이 꼴을 하고 있지만, 본래 사람이니 그런 호칭은 삼가라.”
“아, 네.”
사마룡은 너구리가 워낙 단호해 바로 답했다.
“이거 난감하게 됐군. 이런 햇병아리를 대신 데려갈 수도 없고.”
너구리 선인은 혼자 중얼거리며 고민을 했다.
“안 되겠다. 여기 앉아라.”
너구리는 절경이 보이는 바위에다 사마룡을 앉히고, 대강연을 펼치듯 장황하게 어떤 노래를 시작했다. 쪼그만 게 목청은 좋았다. 다만 도통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날씨가 무척 따듯했다. 결국 그는 처음 송죽의 강의를 들었을 때처럼 깜빡 선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꿈꾸듯 익숙한 천장이 나타났다. 창에 따듯한 햇살이 비췄다. 옆에는 귀염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가뿐했다. 까짓거 선계가 부럽지 않은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