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71
70화
비구름에 달 가렸고, 이젠 제법 덥고 습한 초여름 밤 날씨였다. 한유아가 인피면구를 벗은 이유를 알겠다. 그럼에도 무창 밤거리는 사람들 오가는 길에 불 꺼질 줄 몰랐고, 줄줄이 노점서 맛있는 음식 향이 가득 풍겼다.
사마에서 송죽까지 도보로 겨우 반 시진 거리지만, 돌아가는 소소, 방연, 한유아 앞엔 어느새 사마룡이 뒷짐 지고 길을 앞장서 있었다. 남궁설 보면 또 눈 돌아갈 일이나, 사마룡은 그녀들이 걱정됐던 터다.
“별일 없었더냐.”
같이 밥 먹자 말하고 떠난 게 벌써 한참 지났다. 그녀들은 할 말이 많았는지 그때부터 줄곧 얘기를 쏟아냈다. 워낙 말이 많아 사마룡은 저 떠나고 대출 창구, 특히 무공담보대출을 원하는 객이 그득 는 일이랑, 방연 주도로 셋이 바깥을 자주 돌아다니게 된 일 말고는 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객이 늘었다고?”
“호명 공자 말로는 대별에 난리가 나며 하남 무림이 쑥대밭이 됐다고 해요.”
근래 평화가 길어 한가했지, 정작 무공담보대출 창구는 중원에 난리가 나야지만 빛을 발하는 곳이었다. 물론 평화가 무가에 생활고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일부였고, 무공담보대출은 주로 혈겁으로 잿더미가 된 저명한 무가를 다시 일으키는 목적으로 자금이 융통됐다.
“하남에 사미방(蛇尾房)과 신장문(訊杖門)도 며칠 전 전장을 방문했었답니다.”
역시 똘똘한 소소, 강호 실정에도 밝았다.
사미방과 신장문은 호북과 섬서 경계 지역서 패자처럼 군림하는 세력이었다. 소소 말로는 그들 지역이 수왕채와 적마단 연합에게 점령당했고, 특히 적마단의 수장, 천하십대고수 조휘의 위용에 그저 도망 오기 바빴단 거였다.
홍개, 신의, 검마, 광도.
벌써 천하십대고수를 넷이나 본 사마룡은 그들 처지가 십분 이해가 갔다. 당장 조휘를 겪어보진 못했지만, 그들 천외천 괴물들에게 일당백의 말 따위는 무용지물이었다.
“다니면서는 별일 없었더냐?”
사마룡은 지금도 집중된 이목을 살피며 걱정했다.
“왜 없었겠어요.”
소소는 희게 웃었다.
“이따금 못된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룡 공자님 이름을 대니 물러갔나이다.”
방연은 말하면서도 내내 기분 좋은 듯했다. 반면 사마룡은 할 말을 잃었다. 비로소 소문이 난 경위를 깨달았다.
“가끔 유아가 저는 사마룡 거라 말해 당황스러웠지만, 아직 크게 일은 없었답니다.”
소소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사마룡은 대비되게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일, 내게 있었단다. 이 정도면 궁설한테도 할 말이 없었다.
“유아, 이….”
사마룡은 한유아를 혼내려고 쳐다봤다. 그러나 그는 비록 면사로 가렸지만, 세상 가장 예쁜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소녀에게 차마 뭐라 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도 별채에 갇혀 연못에 잉어만 보고 있던 아해였다. 맘이 약해졌다. 한유아는 저를 부른 걸 듣고 사마룡과 눈을 마주했다. 사마룡은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한유아는 다시 세상, 지금은 주로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도 유아 덕분에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요.”
아무리 남궁설 몸이 온전치 못했단들, 그녀는 남궁가주의 금지옥엽이자 정도 무림의 용봉, 설봉이었다. 그런 그녀의 일수를 막아낸 것도 모자라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그런 그녀를 근방에 해할만한 자가 있을까. 제갈이나 혈승 정도면 모르겠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마룡이 처음 만난 한유아를 떠올리자면, 그녀는 개금신공의 부작용 때문에 체내 기운이 몹시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인간의 것이라 믿기 힘든 과한 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체내 불균형을 초래했던 금기의 양이 확 줄고, 남은 것도 단단한 괴(塊)의 형태로 정돈된 느낌이었다. 신기했다. 어찌 사람의 기가 저리 형을 이룬단 말인가, 모두 개금신공의 묘용이었고, 이는 금기를 관장하는 영수, 백호의 영성을 가진 귀염과의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귀염은 본인의 영성을 키우기 위해 한유아의 금기를 탐냈고, 한유아는 제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맞섰다. 둘이 처음 만나 별채가 우르르 떨리도록 싸운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굳이 비교하자면 불안한 한유아의 것보다 귀염의 힘이 막강했다. 한유아는 저의 금기를 계속 빼앗겼고, 분통이 터졌다. 그녀는 대처할 방법을 강구했고, 결국 개금신공을 발전시켜 이 단계, 조형의 묘를 터득해 저의 금기를 단단한 괴의 형태로 봉인해버렸다. 귀염이 시큰둥해져 별채를 떠난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귀염은 그동안 충분한 금기를 얻었고, 한유아는 몸의 조화를 되찾음과 동시에 개금신공의 발전을 이뤘다. 둘은 견원지간이 따로 없었지만, 서로를 통해 최상의 결과를 얻은 셈이었다.
“그래도 조심토록 해라.”
사마룡은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세상 얼마나 흉흉하던지, 아무래도 소소나 방연에게도 무공을 가르쳐야지 싶었다.
“저녁 식사는 했더냐?”
사마룡 묻자 셋은 같이 고갤 저었다.
“가자. 약조를 지켜야지.”
앞서 걷는 사마룡 뒤로 작은 환호 세 개가 따라왔다. 세 개? 사마룡은 저가 아는 최고의 가성비 맛집, 백숙객잔(白叔棧)으로 향했다. 이는 사마룡만 눈치채지 못한 조그만 변화였다.
마침 술시(戌時)라 술까지 한 잔 잡순 사마룡은 해시(亥時)가 되도록 불 켜진 송죽에 뜨끔한 심정이었다.
“아직 계신가 봐요.”
“인사만 드리고 갈 테니, 먼저 들어가거라.”
눈치 빠른 소소가 걱정했고, 사마룡은 태연한 척 그녀들을 보냈다.
“후우.”
사마룡은 내기를 운용해 주기를 모두 태웠다.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계속 다셨다.
짤랑-
정겨운 풍령 소리가 나며 사마룡이 송죽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룡 형?”
사마룡 눈에 연이은 야근으로 초췌한 이호명과 전과 동, 깎아 놓은 듯 앉아 있는 사마우가 눈에 들어왔다.
“별안간 자리를 비워 송구하옵니다.”
혼날 각오는 진즉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그리했을 게다. 사마룡은 떨리는 심정이었지만, 비굴하진 않았다.
“고생했다.”
그는 사마우의 대꾸에 되레 긴장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사마우는 달리 작은 꾸중도 없었다.
“호명이 고생 많았다.”
그는 그리 말하고 다시 업무에 열중했다. 호명의 표정을 보니 그는 사마우란 인물에 조금은 적응한 모양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마룡은 말만도 고마웠다.
“고생 많았다. 술 한 잔 꼭 사마.”
이호명이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업무가 과중한들 목숨 걸고 싸운 일보다 더하겠습니까.”
이호명은 달리 눈을 빛냈다.
“그보다 검마와 싸우셨다고요.”
무림에 발 담근 이 치고 이번 얘기가 궁금하지 않을 이 없을 것이었다. 세가 무인들로 이미 확인하지 않았던가.
“보자.”
사마룡은 옜다 상이다 이야기를 풀었다. 이호명은 일이고 뭐고 얘기에 푹 빠졌다. 사마룡이 검마의 공격을 무위로 만든 때는 무심한 줄 알았던 사마우도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어깨가 으쓱거렸다. 사마경의 조언 따윈 벌써 까먹었다. 이후 도사들 이야기가 나오자, 사마우가 일을 멈추고 사마룡 얘기에 빠져 있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지.
사마룡은 문득 사마우의 경지가 궁금해졌다. 그가 적벽서 보인 신비는 진원양생보패록에 따르면 진원십단(眞元十段) 중 오 단계, 지선지경(地仙之境)에 이르러야지만 가능한 것이었다. 나아가 하계 진원을 양생하는 단계는 모두 열 단계가 있으며, 일 단계부터 사 단계까지를 인선지경(人仙之境), 오 단계부터 구 단계까질 지선지경, 천외천 십 단계를 천선지경(天仙之境)이라 칭했다.
인선지경은 진원을 깨닫고 양생하는 단계요, 지선지경은 진원을 통해 천지 만물과 교감하고 이치를 헤아리는 단계며, 천선지경은 천지인 간 조화를 이루어 천상 인과를 엿보는 단계라 했다. 이는 굳이 내가기공의 경지로 따지자면, 지선은 초절정과 조화경의 경지요, 천선은 그 이상 경지이니, 운오처럼 천선지경 초입에 이르면 일부 상계 존재와도 감응하여 중원 명운을 달리할 도술을 부릴 수가 있댔다.
이와 더불어 늘상 책상 앞에만 있던 학사, 사마우가 지선지경의 수행자라면 놀라운 일이었다. 몰랐다면 그저 평범할 그건만, 진원을 깨닫고 보니 한 그루 매화나무가 비추는 것 같았다. 진원은 모두 성질에 어울리는 대상을 지니고 있음인가. 지금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매실 여러 개가 익었다. 장마의 다른 이름이 매림(梅霖)이니, 비가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그리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지 않더냐.”
이야기가 이어져 어느덧 사마룡이 재앙의 씨앗을 꿰뚫는 데까지 왔다.
번쩍-
밖에도 번개가 한 차례 쳤다.
우르릉-
이어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후두둑-
비가 전각 지붕을 때렸다.
“비가 오는군.”
사마우가 창을 살피며 말했다. 매림의 시작이었다. 비가 만든 흙내와 매실의 단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쩝.”
호명이 입맛을 다셨다. 빗소리를 들으니 술이 더욱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짤랑-
그때 문이 열리며 주안상을 든 소소가 들어왔다.
“쉬며 하시지요.”
사마룡은 감탄했다. 호명도 이보다 더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또 다른 얘기 없더냐.”
사마우가 의외로 물었다. 사마룡은 기꺼워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광도, 주휼의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