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74
73화
“주 소저. 어떻소, 이 태평의 실력이!”
태평은 언제 겁간당할 뻔한 게 두려웠던가, 뇌상의 옷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말했다.
태평은 사마룡에게 부탁하기로, 본인이 연모하는 여인이 바라길 뇌상을 물리치는 일이었고, 그러니 뇌상을 도망케 한 업적을 본인 것으로 돌려달라 말한 것이었다. 사마룡은 흔쾌히 승낙했다. 태평이 심심치 않은 보상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석우채를 정리하고 태평을 구하러 온 이들은 벙찐 모습이었다. 태평이 뇌상을 물리친 것도 믿기 힘들지만, 의아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 중원에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 복룡 사마룡이 증언하기도 그랬고, 누구의 공이 됐든 뇌상이 물러난 건 확실해 보였다. 뇌상이 아끼던 석우 인근 땅도 크게 망가졌고, 석우도 훼손돼 더 이상 영험한 기운을 흘리지 않았다.
주궁설은 눈이 예리해졌다. 정말 태평이 뇌상을 물리친 게 맞는 걸까. 그녀는 태평과 같이 있던, 지금은 남궁설에 혼나고 있는 사마룡을 쳐다봤다. 사람 부족해 보이긴 둘 다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태평을 믿는 게 낫겠다.
“아, 본 도가 가장 좋아하는 사마 형과 그의 배필, 남궁 소저를 소개해 드리겠소.”
태평은 오지랖 떨며 주궁설을 이끌었다. 정말 속이 없다 해야 할까.
“사마 형, 남궁 소저, 여긴 주궁설 소저라 하외다.”
가뜩이나 태평 따위 구하러 사라진 사마룡이 마뜩잖던 중이었다. 남궁설은 그를 보고 까딱 인사만 했고, 사마룡은 남궁설 눈치를 살피며 인사를 했다.
“보타문의 주궁설입니다.”
“무창에 사마룡이외다.”
막상 사마룡은 빤히 그녀를 쳐다봤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이 드는데, 성씨와 여인치고 큰 키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주휼과 공통점을 찾긴 힘들어 보였다.
사마룡이 주궁설을 관심 있게 보자, 또 열이 난 남궁설은 그를 홱 돌려버렸다. 잔소리가 시작됐다.
“헛헛, 저게 남궁 소저의 매력이라오.”
태평은 속이 없는 게 확실했다. 주궁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태평 소협의 능력에 감탄했나이다.”
태평은 입이 귀까지 걸렸다. 하기사 주궁설 입장선 말 한마디에 거슬리는 산채를 징벌했으니, 손해 볼 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괜찮은 배필을 정해뒀으니 보러오란 정말 말도 안 되는 아비의 난리 때문에 문을 나선 길이었다. 그녀는 검이 좋았고, 혼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 어리숙한 태평 정도면 당장 아비의 제안을 거절하기 딱 좋겠다 싶었다.
다음 날, 악양으로 향하는 사마 일행에 화산과 보타문이 껴들었다. 주궁설은 자연스럽게 마부석으로 향하는 사마룡에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마 정도면 남궁과 팽가의 하수인으로 제격이지 않겠는가. 주궁설은 태평이 준비한 대궐 같은 마차에 올랐다.
평강에서 악양까진 마로 두 시진이 채 안 걸렸다. 악양 초입에 이르자, 이미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고, 대부분 정파에 내놓으라는 인물들을 구경 온 사람들이었다.
용봉지회의 위용은 중원삼대기루 악양루를 통째로 빌린 데서 느낄 수 있었다. 악양루는 동정호를 내려보고 삼 층 높이로 세워진 누각으로, 운몽택(雲夢宅)이라 불리며 신비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누각이었다.
용봉의 회의는 각 문에 두 명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뿐이지, 용봉이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했다. 적지 않은 인파가 루의 일 층과 이 층을 메우고 있었다.
천하의 물은 동정호요, 천하의 루는 악양루다.
지척에 장강과 황학루를 낀 사마룡은 수긍 않지만, 루의 삼 층서 동정호를 처음 보니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는 이해는 갔다.
루의 삼 층은 오직 투표권을 가진 인물들만 입장 가능했고, 아직 회의는 멀었기에 대부분 일이 층에서 교류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왔으면 정파 어르신들게 얼굴도장이나 찍고 다닐 것이지, 감성팔이나 하고 있더냐.”
삼 층은 그런 데 관심 없는 폐쇄적 성향의 무인 몇만 떨어져 앉았을 뿐인데, 사마룡도 그랬고, 아비 사마진도 하나였다.
“그런 장차 정도맹 요직을 바라시는 분께서 어이 여기 계십니까.”
사마룡은 지지 않고 말했다.
“이놈아, 네가 못 봐 그렇지 악양 초입부터 아비 얼굴 보려고 줄 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 줄 알더냐. 나름 대인배인 척 웃어주려다 안면이 고장 나서 식겁할 뻔하였다.”
사마룡은 능청스럽다 피식 웃었다. 그러나 저 말이 모두 거짓은 아닌 게, 사마룡도 오는 길에 제법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복룡의 오명을 모두 벗진 못했지만, 저는 오는 길에 싱글벙글 절로 웃음이 났다.
시끌시끌-
그때 일 층부터 차례대로 인사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가까워졌고, 이윽고 삼 층 계단으로 작고 굽은 승려가 정파 주요 인사들을 줄줄이 달고 나타났다. 바로 당금 무림 최고 배분의 원로이자, 현 용봉지회 의장, 법명대사였다.
사마진과 사마룡도 마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마가의 사마진, 사마룡이 대사를 뵙나이다.”
사마진이 대표로 인사했다. 법명은 긴 눈썹을 움직여 사마 부자를 응시했다. 사마룡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사마에 두 마리 용이 났다더니, 진과 룡의 부자로다.”
체격과 달리 웅혼한 목소리였다.
“과찬이시외다.”
사마진이 포권하자, 법명은 천천히 의장석으로 향했다. 둘은 뒤로 어찌나 걸출한 인물이 많던지 줄줄이 계속 인사를 해야 했다. 예상외로 이번 회의에는 구파의 장문인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화산엔 매화신검 도겸우와 태평이 회의를 참석했다.
“여기 있었니?”
마지막엔 꼭 남궁설이 쫑알거렸다. 남궁억은 지쳐서 입도 뻥긋 못했는데, 아마 고생은 남궁억이 다하고, 저는 한껏 무게만 잡고 앉아 있었을 게다.
“제 십구회 용봉지회를 시작하겠나이다.”
회의 진행은 용봉지회 부의장, 제갈의 오족선(烏足扇) 제갈섭(諸葛燮)이 맡았다.
이번 용봉지회는 특별히 면산의 혈겁으로 죽은 곤륜과 청성 후기지수들을 애도하는 식으로 회를 시작했다. 곤륜과 청성 장문인은 겉으로 내색 않지만 속으로 광광 울고 있을 거였다. 말이 제자 스무 명이지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용봉지회를 경험하라 보냈던 직계제자 스무 명이었다. 사마룡은 마냥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 남궁설에게 저 덕분에 산 줄 알라고 장난도 못 쳤다.
“다음, 이번 정사회담 때 우리 회를 대표할 인원을 뽑도록 하겠소.”
회의는 매끄럽고 빠르게 진행됐다. 드디어 본 건 안건이 나오자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맹에서 우리 회에 배정해 준 인원은 모두 세 명으로, 이립 이하 후기지수를 반드시 한 명을 포함하도록 되어있소.”
말인즉슨, 셋 다 후기지수로 뽑아도 된단 거였다.
“후보를 추천 바라외다.”
추천 건이 물밀듯 밀려 들어왔다. 드디어 화산의 차례였다.
“화산은 태평도장을 추천하외다. 태평도장은 평소 의협심이 투철하여 이번에 오는 때도 석우채를 제압하고, 음양학사 뇌상을 도망토록 만들었소이다.”
좌중이 술렁거렸다. 태평은 부끄럼도 없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남궁설은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구파 장문인은 철저히 각파 제자들을 추천했다. 그네들은 어차피 맹에 할당된 스물여덟에 포함될 것이었다. 남궁이나 팽가처럼 후기지수 둘씩 온 데보다 표를 몰아주기 편하게 됐다. 영악한 작전이었다.
“사마진 대협을 추천하외다.”
“제청하외다.”
이내 사마진이 추천되기 시작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를 제외한 중소문파에서였다. 그들은 기왕 셋을 뽑는다면 기득권 세력을 제외하고 될성싶은 하나를 추대해 뽑는 편이 나았다. 그가 꼽힌다면, 나중에 저가 뽑았다, 잘했지, 온갖 생색을 낼 거였다. 게다가 사마진의 위명은 요샌 구파일방 오대세가 장문 못지않았다. 제대로 눈도장을 찍어둘 일이었다.
“사마룡 소협을 추천하외다.”
“제청하외다.”
그러자 시기를 놓친 일부가 사마룡을 점찍기 시작했다. 사마룡은 대뜸 자기 이름이 불린 데 놀랐고, 저 좀 보라 추천하는 이들의 눈빛에 두 번 놀랐다. 이것이 정치란 건가. 정작 본인은 나다니는 데 신물이 났거늘. 그렇다고 싫다고 말하긴 저들의 욕망이 너무나도 커 보였다. 어차피 아비에 표가 몰리면 저는 안 될 가능성이 컸다. 사마룡은 가만있었다.
“남궁도 사마룡 공자를 추천하겠소.”
“팽가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대뜸 남궁억을 필두로 오대세가에서도 사마룡을 지지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구파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사마룡은 소리 없는 발광을 했다. 남궁억은 씨익 웃었다. 낭중지추다, 이놈아. 그리 말하는 듯했다.
“좋소, 더 없소?”
벌써 열다섯 명의 후보가 올랐다. 이내 스무 명의 후보가 확정됐다. 일백 넘는 용봉들은 별도로 마련된 다섯 개 방에 들어가 투표를 마쳤다. 결과는 굉장했다. 세 명 뽑는데 사마진과 사마룡, 태평이 뽑힌 거였다. 사마엔 다시 있기 힘들 영광이었다.
“이번 정사회담 때 회를 대표해 나갈 사람은 사마진 대협과 사마룡 소협, 그리고 태평도장이외다.”
사마룡은 명단만 듣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마 형!”
태평은 눈치도 없이 밝게 소리쳤다.
“축하하외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참고로 이 층과 일 층, 루 밖엔 더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잠시 정숙하시오.”
다행히 소란은 금세 멎어 들었다.
“의장께서 이번 회의 특별안건을 올리셨소.”
모두 법명에게 관심이 쏠렸다.
특별안건. 용봉지회 의장은 임기 중 한 가지 원하는 안건을 회의에 부칠 수 있었다. 그래, 이상하게 구파 장문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들 역할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