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9
대한민국 절대 재벌! 129화
“저 여자, 사무실에 데려다 놔.”
“예, 사장님.”
이제야 점원이 다가와 여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놔, 놔, 놓으라고! 걸렸으니까 나가면 될 거 아니야?”
조선인 여자는 직원에게 악다구니를 썼다.
“네 발이 더러워진다고. 워커가 아깝지 않아? 일본 계집 밟기에는 그렇잖아.”
“멍키가 멍키를 더럽다고?”
술에 취한 미군은 킥킥거렸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지만.
내 직원들은 서늘한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 일부는 저 미군 새끼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눈빛을 지었다.
업소나 업소 밖에서 미군에게 리치를 가하면 미군 헌병대가 난리를 친다.
‘똥이야, 똥.’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다 같은 멍키는 아니잖아?”
“하하하하하!”
내 말에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웃었다.
“내가 오늘 맥주 한잔 살게. 모두 마셔!”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는 사람한테 덤벼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리얼리?”
“콜.”
나는 미군를 보며 웃었다.
“사장님······.”
김수복이 나직이 나를 불렀다.
“한 잔씩 돌리세요. 그리고 저기 천장에 종 하나 다세요.”
“종이라고요?”
“종을 치면 그날은 종을 치는 사람이 한턱내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세요.”
“······예.”
아마 최초의 골든 벨일 것이다.
누구나 허세가 있고, 취하면 기고만장해진다.
나는 그것까지 이용할 생각이다.
“술도 거하게 마셨는데 빠칭코 어때?”
나는 김수복에게 지시를 내리고, 미군에게 말했다.
“빠칭코?”
내가 수를 써 놈을 묵사발로 만들 필요는 없다.
“너의 행운을 시험해 봐. 맥주는 내가 살 테니까.”
“후 아 유?”
“나?”
철컥!
그때 업소의 문이 벌컥 열렸고, 미군 헌병들이 들어섰다.
그 순간 기고만장했던 미군들이 슬슬 헌병들의 눈치를 보았다.
미군들은 이 기지촌에서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지만.
자국 헌병들은 무서워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변에 있으면 순한 양으로 변한다.
“무슨 일 있습니까?”
헌병 하사관이 내게 공손하게 물었고.
미군이 주눅 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소란은 없을 것이다.
‘그냥 헌병에게 넘기면 서운하지.’
저 망할 놈을 도박의 늪에 빠트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인간은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욕심을 부리고 차가워진다.
나는 점점 사악해졌다.
“그렇군요. 수고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인맥의 힘이다.
미군 장교들은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봤고.
그때 금발의 미군 대위가 들어왔다.
“라이토!”
브라운 중령이 소개해 준 헝클 대위였다.
그는 헌병대 소속으로 이 지역을 관리했다.
“헝클!”
나는 환한 미소로 헝클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여긴 여전히 장사가 잘되네? 이 주변 달러는 라이토가 다 쓸어 담는다는 소리가 있어.”
그의 말처럼 장사는 잘된다.
술과 여자, 이 둘이 붙으면 돈이 된다.
“다 헝클 덕분이지.”
“사고 치는 놈들은 상대하지 말고, 이름만 적어서 알려 줘, 내가 확실하게 처리해 줄 테니까. 물론 병사들이 잘못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헝클은 어느 정도 선을 긋듯 말했다.
“하하하, 여기 오면 용맹한 미군들은 모두 순한 양이 되네. 걱정하지 말게나.”
내가 헌병대 대위와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난장을 까던 미군이 슬쩍 뒤로 물러났고.
나는 점원에게 눈치를 줬다.
‘돈 받아!’
티끌 모아 태산이다.
나는 받을 돈이 있다면 한 푼이라도 덜 받고 싶지 않다.
“손님, 빠칭코 장으로 모실까요?”
“빠, 빠칭코?”
“예.”
점원이 씩 웃었다.
“그러자고.”
저 미군은 오늘 탈탈 털릴 것이다.
“저 새끼, 군번줄까지 털어 내.”
“예, 사장님.”
* * *
사무실 밖.
“안에 있습니다.”
이 바를 관리하는 점주가 내게 공손히 말했다.
그는 나를 오늘 처음 보지만.
김수복과 독사가 내게 깍듯하게 대해 눈치껏 정중하게 대했다.
-이 망할 놈의 업소는 무슨 젖통을 차별해? 왜년 젖통은 되고, 조선 년 젖통은 왜 안 되는데?
여자는 안에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가면 될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잡아 두는데? 왜, 묵은 돈 토해 내라고? 내 젖통 빨리면서 번 돈을 왜 토해 내는데? 너희들이 조선 년 못 알아낸 것은 썩은 동태 눈깔이라서 그렇지!
‘무엇이 저 여자를 저리 만들었을까?’
하지만 난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고.
-어라? 이것도 조선 놈이네?
-조용히 좀 하디? 무슨 에미 나이가 왜 이렇게 씩씩거리네?
-조선 년이 조선 놈 만나서 반가워서 그런다! 됐냐?
다른 것은 몰라도 말 하나는 걸걸했다.
“날계란 몇 개 가져와.”
미군 놈에게 맞을 때 눈가가 퍼런 것을 봤다.
“예, 알겠습니다.”
점주가 대답했고, 나는 김수복을 봤다.
“알겠습니다.”
요즘은 척하면 착이다.
그리고 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나를 보자 바로 머리를 숙였다.
“저게 오야지야?”
“야, 함부로 말하지 말라, 그런 분 아니시다.”
“나가 있어.”
이런 곳에서까지 존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일본어로 지시를 내렸다.
“예.”
남자가 내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고.
나는 나무 의자를 끌어 앉았다.
“괜찮니?”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조선말을 했고.
여자는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조선 사람이드래요?”
여자는 내게 존댓말 했다.
모두가 내게 공손하기에 두려운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패악을 부렸나?”
“젖통을 빨고 팁도 안 주고 가는데 화가 안 나겠소?”
여자의 말은 역시 걸걸하다.
‘눈빛은······.’
저 여자의 눈빛은 참 순박해 보이는데.
거친 삶이 저 여자의 말투와 행동을 거칠게 만들었나 보다.
“몇 살이니?”
“먹을 만큼 먹었소.”
눈치를 보면서도 툭툭거리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리 크지 않는 키에 깊은 밤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렸고.
잘록한 허리에 가슴이 제법 보기 좋게 발달했다.
문뜩 겉은 그녀가 쏟아내는 말처럼 단단해 보여도.
속은 여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걸걸한 말투는 그녀의 껍질일 것이고.
그녀를 무너지지 않게 지켜 주는 보호막인 것 같다.
‘오늘 내가 감성적으로 변하는군.’
사실 나는 도쿄까지 와서 이런 기지촌의 대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업과 장사라는 것이 밤과 낮을 가릴 것이 없지만.
이 장사는 그리 달갑지 않다.
“여기서는 조선 계집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들었을 건데?”
내 말에 여자가 나를 빤히 봤다.
“니혼징이나 조센징이나 양키들 눈깔에는 똑같이 보이는데 왜 안 된다는 거요? 먹고살려면 고쟁이 훌렁훌렁 벗어도 모자랄 판이라고요.”
“고향은 어디니?”
그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왜요?”
“궁금해서.”
이상하게 이 여자를 보니 담담했다.
아니, 먹먹해졌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고, 조선인 출신 남자가 묵례했다.
“지시하신 대로 날달걀을 가져왔습니다.”
“줘.”
“예, 사장님.”
남자는 계란이 든 바구니를 놓고 나갔다.
“눈부터 어떻게 좀 해 봐. 퍼렇다.”
“나 주려고? 왜, 나한테 관심 있어요?”
여자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사내놈들은 다 똑같다는 시선이 담겼다.
“비벼라.”
“······고맙소.”
톡톡, 톡톡!
여자는 날달걀로 멍을 빼지 않고 이빨로 달걀에 작은 구멍을 내서 호로록 마셨다.
“에이 씨, 이게 첫 끼네.”
“아직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안 했는데?”
“속초요. 이름도 물어볼 것 같으니 여옥이고요.”
여옥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성은?”
“여 씨요.”
여옥은 여전히 투덜댔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니?”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저것들이 설설 기니 오야지겠죠.”
“너는 내가 안 무섭니?”
“이런 것이 뭐가 무섭소? 사이판에서도······.”
여옥은 말하다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보았다.
“뭐라 했지? 사이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사이판과 여려 보이는 여자.
그리고 패망한 일본이라는 단어를 조합하면 딱 하나의 단어가 떠오른다.
“사이판에 있었다고?”
“그, 그게······.”
“고생했겠구나.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니?”
내 말에 여옥이 피식 웃었다.
“간들 뭐 하오? 거기 가면 내 얼굴 아는 사람 많아서 이 짓도 못 하잖소?”
“먹고사는 일이 이것밖에 없진 않다.”
“참 이율배반적이오. 이런 가게를 차려 돈 벌면서 이런 일이 안 좋아 보이세요?”
“이율배반적?”
제법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단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배운 사람뿐이다.
‘시대가 낳은 아픔인가?’
아니, 일본이 잉태한 죄악이다.
“학교는?”
“나를 쫓아낼 건가요? 나도 좀 먹고삽시다. 내 몸뚱이에 몇이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줄 아시오. 폐병쟁이 쪽발이 남편 새끼에 그 새끼가 낳은 자식새끼까지 내가 넷이나 먹여 살려야 한다고요.”
정신대에 끌려갔으니 일본인이라면 치를 떨 것인데.
여옥은 몸을 팔아서 식구를 먹여 살린단다.
‘곱상하게 생겼는데······.’
또 배운 것 같기도 한데 이유가 궁금해졌다.
“일본인 남편? 일본군 강제위안부로 사이판까지 끌려갔다면 일본인이라면 치를 떨 건데?”
내 구체적인 말에 여옥이 놀란 눈빛을 지었다.
“정, 정말 정, 일본군 강제위안부를 아세요?”
“아주 조금, 너는 자꾸 나를 궁금하게 만드네.”
“저, 그냥 갈게요.”
여옥이 급하게 일어났다.
“앉아.”
“저, 갈래요.”
겁먹은 눈빛을 지었다.
사이판을 말하려고 할 때도 저런 눈빛이었다.
“앉아, 여기서 너를 해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순간부터 여옥은 내 눈치를 보았다.
“내가 판단하기에 너는 배웠다. 꽤 배운 것 같다. 어디서 배웠냐? 묻는 말에 대답해라. 나는 알고 싶은 것은 꼭 알아내는 성격이다. 그냥 일어나면 여기는 물론 이 기지촌 어디에서도 일할 곳이 없을 것이다.”
“뭐, 뭐라고요?”
“내가 그 정도의 힘은 있다.”
내 말에 여옥이 물끄러미 나를 봤다.
“이화학당이라고······.”
“밖에 누구 없나!”
벌컥!
내 외침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조선인 출신 남자가 바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어디 가서 국밥 한 그릇 말아 와.”
“예, 알겠습니다.”
일본은 국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기지촌이고.
미래에 만들어질 음식이지만 부대찌개 비슷한 국밥을 판다.
물론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서 파는 것이다.
‘일본의 오늘이 대한민국의 내일이군.’
씁쓸하다.
“어서!”
“예.”
내 말에 남자가 대답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밥이라도 먹고 가라.”
“왜 이러시오?”
“짠해서.”
“혹시 짠해서, 그리고 양심 비슷한 것이 걸려서 조선 계집을 안 쓰는 건가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조선인 주거 지역에 굶어 죽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여옥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런가?”
“하도 굶어 시체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은 적 없죠?”
여옥의 말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굶어 죽은 시체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의미다.
전쟁이라는 괴물은 시작할 때도 참혹하지만.
그것이 끝나고도 참혹한 그림자를 남기게 마련이다.
“으음······”
“나, 여기서 일 좀 합시다.”
“고향으로 보내 줄까?”
오늘따라 내가 무척이나 감성적으로 변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