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73
대한민국 절대 재벌! 273화
새벽 1시, 호텔로 나를 찾아오기로 했던 인도네시아의 젊은 장교 수하르토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호텔에서 만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시아에서 꽤나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졌다.
어떤 측면에서는 미국을 등에 업고 맥아더를 옆에 세웠기에 호가호위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현재 완전한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입장에서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입니까?”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기에 헝클도 내 옆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책을 나가셔야겠습니다.”
“호텔 밖입니까?”
“3시간 전부터 호텔 밖 야시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제 내 짧은 인생과 하찮은 목숨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일을 크게 벌려 놓았으니…….’
내가 비명횡사라도 한다면 대한민국 자치 정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내가 이룬 모든 것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망에 빠질 것이고, 내가 아는 미래대로 흘러가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속박에서 신음할 것이다.
“약속 장소에 요원들을 배치했습니다.”
“그럼 갑시다.”
“빅 보스.”
그때 헝클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까?”
“왜 수하르토를 만나고자 하십니까? 그는 젊은 장교일 뿐입니다.”
“신생 독립국에서는 쿠데타나 독재가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당연히 군부 인사일 것이고, 장성들은 기득권자이니 처음의 웅지를 잊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할 겁니다. 그러니 뜨거운 피를 가진 젊은 장교들이 한때라도 자신들의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일어설 겁니다. 그들은 그들의 추구하는 삶을 살겠지만 나는 내가 투자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를 고른 것입니다.”
“한때라고 말씀하셨는데…….”
“영웅도 늙으면 악당이 되는 법이죠. 신생독립국의 국민적 영웅이 된 사람은 반드시 독재자로 끝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헝클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빅 보스는 어떠십니까?”
“자평하라는 겁니까?”
“어떠실 것 같습니까?”
“나라고 크게 다르겠습니까? 나도 인간입니다.”
“두려우십니까?”
헝클이 나를 측은히 보며 물었다.
“갑시다. 3시간이면 오래 기다렸습니다.”
즉답을 피했다.
두려웠다.
절박한 시대에 조선의 평인으로 태어나 격동의 세월을 지나치며 영웅으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나도 늙을 것이고, 내가 먹었던 초심은 개에게나 줄지 모른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못 버리는 한…….’
내 말로는 독재자이리라.
* * *
야시장 어느 식당 구석에 젊은 장교 수하르토로 짐작되는 남자가 주변을 살피고 있고, 그의 주변에는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중국어로 왁자지껄 떠들었다.
‘동남아는 화교들이 장악하지.’
세계 3대 자본을 꼽으라면 유대 자본과 아랍 자본 그리고 화교 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잡초처럼 그 어떤 곳에서도 적응하고 살아가며 부를 축적하는 화교들은 자본을 이루고 그 지역을 장악한다.
“저 청년이 수하르토입니다.”
헝클이 내게 조용히 말했고, 직접 대화할 수 없기에 통역관이 헝클의 옆에 따라붙었다.
“중국인들은 모두 국가보위부 요원들입니다.”
우리 요원들이 화교로 위장한 것이다.
“그렇군요.”
저벅, 저벅!
나는 젊은 장교 수하르토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고, 나를 본 그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담긴 눈빛으로 봤다.
‘내가 침략자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나?’
나는 무력이 아닌 자본으로 침략을 자행하는 침략자일 것이다. 물론 그것을 알아차리거나 인지한다고 해도 내 앞에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날 발이 시려 언 발에 오줌을 눠도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발이 시리지 않다. 나는 그런 것과 똑같은 존재다.
“수하르토 소령입니까?”
내 말은 모두 통역관에 의해 통역이 되어 전달되었다.
“그렇습니다. 만나서 반갑고, 영광입니다.”
“나를 압니까?”
내 물음에 젊은 장교 수하르토의 눈빛이 변했다.
“양날의 검이 바람처럼 날아들어 제 가슴에 박혔습니다.”
“꽤나 시적인 표현이시군요.”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가진 얄팍한 인도네시아의 정보와 국가보위부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수하르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것은…….’
그는 인도네시아의 박정이와 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자와 섬의 케무수 아르가물자에서 태어났고 대부분의 자바인들처럼 성을 쓰지 않고 이름밖에는 없는 인물입니다.
국가보위부 인도네시아 담당 요원이 해 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 자치 정부는 아시아 최고의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것은 내 힘이 될 것이고, 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크게 키운다.’
CIA에 준할 정도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내 활동을 곧 금지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휘두를 수 있는 칼이라면 내게 휘둘러질 수도 있다.
하여튼 수하르토는 1921년 6월 8일, 당시에는 네덜란드령 동인도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태어난 인물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네덜란드 식민지군에 입대하여 부사관이 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자 일본군이 조직한 방위군에 재입대하여 장교로 임관한다.
‘이런 삶을 살았으니…….’
박정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꽉 막힌 인생을 절망하고, 허비하며 살 인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수하르토를 물끄러미 봤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게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친구와 이 밤을 나눠 쓰고 싶소.”
“그러시죠.”
그렇게 간단하게 요기했고 이제는 본론을 말할 때다.
수하르토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자 신생 인도네시아 국가로 이적했고, 여전히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다.
‘딱 여기까지지.’
그리고 다른 이들이 모르는 것은 그가 독재자가 된다는 것이고, 7선 대통령까지 해먹는다는 것이다. 그가 대통령을 해먹을 때 그의 친인척은 인도네시아 경제를 말아먹는다.
외국의 약탈 자본이 가장 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독재자와 손잡고 특혜를 누리면서 그 나라의 미래지향적 경제를 붕괴시키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리라.
* * *
“나는 당신에게 투자를 제의했소. 젊은 당신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소.”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입니까?”
“그렇소, 나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과 많은 합의를 이루었소, 인도네시아와 나의 이익이 극대화될 것이고, 훗날에도 그 이익이 계속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입니까?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있습니까?”
“있을 것이오.”
“지금은 없다는 거군요.”
“그렇소.”
“자신의 이익을 위한 미래 투자에 제가 1순위인 이유는 뭡니까?”
“나처럼 젊지 않습니까?”
내 말에 수하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뭡니까?”
“독립되는 인도네시아가 성장하려면 어떤 길을 걸어야 합니까?”
이 물음은 내가 이룬 낙동강의 기적이 동남아시아까지 전파됐다는 의미일 것이고, 신생독립국을 이끌고자 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모델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업화입니다.”
“간단명료하군요.”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시오. 인도네시아에는 막대한 천연자원이 있습니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 천연자원을 강탈하려고 오신 것 아닙니까?”
“그렇소. 하지만 누구라도 빼앗아가려고 할 겁니다. 더 가져갈 놈과 덜 가져갈 놈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겁니다.”
우린 젊다.
나도 젊고 아직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수하르토도 젊다.
젊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더 많이 가져가고 더 많이 남겨 줄 사람입니다.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내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는 그였다.
“하여튼 좋은 만남이었소. 무엇을 하든 사람이 먼저입니다. 그것만 명심하십시오.”
“마치 제가 나중에 쿠데타라도 일으킬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때를 대비하시는 것이군요.”
“나는 항상 가진 자의 편에 섭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내 동지입니다.”
“당신 나라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습니까?”
“그들을 위해서입니다.”
이건 내 진심이다.
그렇게 나는 수하르토를 내 울타리 속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지속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이고 수하르토가 정치적으로 성장한다면 수카르노와 수하르토 사이에서 대한민국 자치 정부의 자원 외교를 위해 줄타기를 이어 갈 것이다.
“다음에 또 봅시다.”
그렇게 수하르토와 헤어졌다.
“추가적으로 지원할 만한 다른 장교들도 알아보세요.”
“예, 빅 보스.”
“지금은 그들의 몸값이 가장 저렴할 때입니다.”
그들의 가치가 저렴할 때 구입한다면 훗날 가치가 크게 오를 때 거둘 수 있는 이득도 많아진다. 또한 인도네시아에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이로운 일이다.
* * *
내가 탄 전용기는 브루나이 섬에 도착했고 미리 통보가 끝났기에 영국이 고용한 네팔의 구르카족 용병들이 공항에 나와 경비를 섰다. 그리고 내 앞에는 영국 중년의 관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임스 월리엄입니다.”
영국 중년이 자신을 내게 소개했다.
“브루나이 부총독입니다.”
헝클이 살짝 내게 귀띔해 줬다.
“부총독 각하를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영국은 미국의 종주국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역전되어 미국의 우방이지만 영연방은 여전히 거대하다.
“대마도 왕국의 수상 각하를 뵈어서 저 역시 영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연방과 대마도 왕국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공통점이라고 말한다면 여왕이 통치하는 국가라는 것과 미국의 우방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이신 공주께서…….’
하버드를 졸업한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내 계획 중 하나고, 좀 더 명예로운 왕실 문화를 익히고 오기를 바랄 뿐이다.
“하하, 그렇습니다. 저희 대마도 왕국의 모델은 대영제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브루나이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 방문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술탄의 생신을 축하드리는 여왕 폐하의 축전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대마도 왕국은 미국과 우방이기에 동맹 관계가 채결되지 않았지만 대영제국과 우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경고다.
“그럼 다시 비행기로 탑승하고 떠날까요?”
“…….”
“지금 제가 돌아간다면 여왕 폐하께 오늘의 일을 보고 드릴 것이고, 대영제국 여왕 폐하에게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요청할 것입니다.”
나는 바로 돌아섰다.
“수상 각하.”
나를 바로 부르는 부총독이었다.
“무례했습니다.”
이제는 돌아서면 된다.
* * *